공상미스터리
실버벨(가제) 4
ㅡ BE97 ㅡ
휴게소 전경,
뒤편으로 넓은 주차장 확 트여있어 전망이 좋은 곳에 차가 들어와 서자 한 청년이 차로 접근했다. 차문이 열리고 40대의 중후해보이는 중절모를 쓴 신사가 내렸다.
청년, 윤준서가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자, 신사는 손짓으로 응하며 나무그늘로 들어가 멈췄다.
"힘들지?"
"요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요. 작은 아버지도 많이 그럴건데..."
"정권이 바뀌었지만 한 일이년은 더 있어야 네 재능도 비로소 빛을 발할 거다"
"짐작하고 있습니다. 원전이란 것이 본래 간단한 사업이 아닌 것 잘 알거든요"
"새옹지마라고 네 토카막 핵융합 기술도 장래가 확실히 보장된 분야니만치..."
"원전 야그하려고 보자곤 않으셨을 것 같은데...?"
"아버지가 코로나란다"
"뭐 제 주변에도 많이 나오더군요. 대개는 무난히 넘기는 것 같고...7차도 소용없다니...원"
"워낙 첨단 정보분야이다 보니 그게 또 그리 간단치 않단다. 코로나에 걸린 이상의 약점이 어디 있겠냐. 어쩌면 이너서클에서 밀려나 소외될 수도"
"그도 또한 운수고 운명이겠지요. 솔직 그 계통은 흥미 없네요. 제 어떤 잘난 친구는 그저 돈이 최고라지만 진짜 그리 믿는지도 의심스럽고.."
"어째 너도 심드렁해진 기운이구나. 하긴 과학이나 정보나 오래전부터 나도 회의적이었다만...코로나 때문인지 확실히 안 좋아. 사람들의 인내심이 없어지고 성급해지는 낌새인데.."
"이만 가봐야겠다. 하여간 아버지는 크게 걱정말거라. 식구들에겐 알리지 말고. 뭐 어떻게 잘되겠지"
신사가 차에 올라 떠나는데 벨이 울리자, 흠칫하며 통화하는 준서다.
"똑순이 네가 웬일이냐? 무슨 일 있어? 그래그래. 나야 뭐 반실업자 신세라 남는게 시간인걸,
그래 안 머네. 알아..좋아 두시간후..."
# 저녁의 서울거리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외제승용차가 있었다. 조수석엔 지나가 타고 있고 뒷자리는 반살과 존나가 탔는데 한켠에서 세눈갈이 맥주병을 나발불고 있었다. 빈병 여러개가 딩굴고 세눈깔이 취기어린 기색으로 중언부언중이었다.
"제갈량,간디,진시황,슈바이쳐,호지명.."
"..오래전부터의 화두였당게. 공자도 소크라테스도 어떤 인간에게도 꼿히지 않더라고...
해서 종교에 한눈 판적도...근디 예수도 석가도 고개를 끄덕이게 못 만들더라고....내 그릇이 안된 때문인지 차도가 없더랑게...그래도 얻은 비결 한둘은 있었지"
"세상에 놀랄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 긍게 나가 잠시후 누구 총에 맞아뒈지든가 교통사고로 깩한다해도 나는 담담할 수가 있단 말여"
"그려. 들어본 소감이 어뗘?"
"파수꾼이란 신분을 잊었어"
"만약 주인이란 것이 있다면 하인을 헷갈리게 하진 말아야지!"
"주인 이야기는 한 적이 없어"
"파숫군...하인, 경비, 보디가드, 모두 주인을 위해서 일하잖아!"
"주인을 겸하기도 하지만 주인없는 파수꾼도 있어"
"헐, 주인읎는 파수꾼? 주인으로 알바도 뛰는 파수꾼?...크커커컥..콜록콜록"
조수석의 지나는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는데 존나가 끼어들었다.
"눈깔 아찌. 내가 한마디 해도 될까?"
"네가 언제 허락맡고 행동하고 상대 생각하고 말했다고 점잖떠냐"
"눈깔씬 척보면 사람을 꿰뚫어보는 모양인데..사람 병까지 알아보진 못하잖아. 처음보는 여자에게 아들이 있는지 딸이 있는지 알 수 있어?"
"난 점쟁이가 아니란다....그란디...반살이가 글탄 말여?"
"천리안까진 아닌데 분명 그래, 어떡하면 병이 낫고 그 자식이 어떻게 클지..어떤 인생일지도 알 것 같아"
"정말로 글타면 그야말로 희대의 불가사의인걸? 반살아, 너가 보는 파수꾼 인생은 뭘 것 같냐?"
모두의 주목속에 잠시 생각하던 반살이 느리게 말했다.
"어떤 공식도 계산도 없어. 그냥 알아져. 모두 알진 못해. 말재주도 없고 말해야 할 때는 절로 말해지고"
"그래서 지금 나에게는 해줄 말이 하나도 없다 이거여?"
"하나마나한 소린 하나마나고 필요가 있어진다면.."
< 세눈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반살인 간단하게 말해서인가 모두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어 >
고급 룸싸롱안에서 최은주와 윤준서가 만나고 있었다.
"벌써 일년이 다되어가는데 어찌나 끈질긴지 몰라"
"오죽하면 나한테까지 도움을 청하겠냐만 별별 인간이 있는 세상이니까"
"매니저도 뭔가 꼬투리를 잡혀선지 전전긍긍이고..."
[ 똑 똑똑]
"이크! 왔나봐. 노크소리도 어쩜 저리 간사한지.."
"알았어. 일단 내게 맡겨봐"
문이 조금 열리고 "똑똑 똑?" 말소리
"들어와요"
그러자 한 사내가 들어오는데 작은 체구건만 절로 얄팍하고 간사한 기운이 풍겨나왔다.
"오마이갓, 놀래라. 자기 혼자가 아니었네? 익스큐스미..아이 둠즈데이 #₩%^& 에이젠시 테크놀로지 %$#$#@# 씨이오"
"뭐라는 거야? 영어물 좀 먹었다 이거야?"
"아주 쬐끔, 근데 왜 이리 어깨가 뻣뻣한기여? 오십견 올 나이는 안된 것 같은디. 이히힛"
"당신 어디서 넝마주이하는 폼인데 명함가진 것 있어? 내놔봐"
"니 명함부터 내놔야 할 말 같은디"
"!"
"어디 검찰청인겨, 씨아이에이인가, 아님케이지비?"
준서가 벙찌더니 황당해했다.
"넝마주이에게 멩함 달라는 놈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겨? 넌 어디 정신병원 소속인지 외출증이나 내놓을 수 있냐고?"
"jggf ddw erthu iokb vxm! 자고로 부처눈엔 부처만 돼지눈엔 돼지만 뵌다고 했어. gfds iuzt qwbn 뿌린대로 돌아오는 벱이고,%$# 내말 어찌 생각혀?"
"...마, 말은 그럴싸한데...나, 난..."
"핑크씨랑은 애인도 가족도 아닌 것 같은디..심부름센터인가?...그건 아니고..고향오빠? 학교때 동창?"
"...헐!"
"어깨 힘빼고 한잔하라고. 술집에 와서 매상 안 올려주면 낭중에 욕먹는당게. 나가 따라줘?"
준서가 마음을 가라앉히며 술을 지그시 마셨다.
"맨 처음 말야. 영어로 뭐라고 한 거지?"
"아, 빌거 아녀, 둠즈데이 연예기획사 대표라고 한거여"
"둠즈데이...라니, 왜 하필?"
"금같은 시간에 왜 그걸 설명해야지? 니가 투자해줄 것도 아니고 입사할 것도 아니잖아"
준서가 천천히 양주병을 들어 컵에 가득 따르더니
느리지만 한번에 모두 넘기고 빈잔을 내려놨다.
"나..윤준서야"
"나 알렉스"
"나 실명이야"
"나도 실명"
"경기출신"
"멕시코"
준서가 노려보다가 간신히 참아냈다.
"멕시코가 왜 한국에까지?"
"니는 경기출신이 왜 서울하고도 강남의 술집에?"
"말로는 도저히 못 당하겠군"
"증명되는 국제여권을 보여주면 형님으로 모실겨?"
"!"
"근디 내 취향의 동생이 아니라서 딱히 내키지가..."
준서가 일어나며
"똑순아, 아무래도 나는 먼저..."
"아니 진짜 중요한 볼 일은 아직 꺼내지도 않았거든"
그말에 준서의 안색이 무겁게 변했다.
"그게...무슨?"
"실은 나 오늘 지방에서 중요한 촬영도 팽개치고 돌아온 거야. 불이 어떻게 난 거지?"
준서가 알렉스를 보며
"....그, 그걸 이자리에서 굳이.."
"아니, 알씨는 완전한 제3자인데 무슨 상관이야?"
알렉스가 두손을 들며
"오키오키, 난 4자 5자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정상회담을 나누더라고..히히힛"
준서가 다시 자리에 앉아 술잔을 들었다.
"왜 이제 와서 그게 궁금한데..?"
"그땐 워낙 황망하게 떠나와...물어볼 경황이 없었잖아.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걸려오는거야. 겨우 어제 새벽일이고"
"불은...날국이.."
"아니 내가 냈어"
"아니...정확히는 날국이가 원인이었어"
"아니..순전히 내 잘못으로 냈어"
"그때 니들은 돌발적인 불로 말했잖아. 낡은 펜션 탓을 하면서"
"아냐, 아니었어. 불은 사실 우리..아참 내가 낸 거야"
"...그럼 방화라는...?"
"무,무슨! 실수였어!"
"사실 백프로 실수인가도 혼동스럽지만"
은주가 양주를 콸콸 따르고 컵에 가득 채워서 마시려는 걸 알렉스가 막았다.
"노노 @@₩₩%^& 흥분와 독약데스. &^%₩#@ 탄탄찬찬판판..중국에 *&₩#@%라는 고사인지 비결도 있걸랑.."
"불이 났고..불을 냈다고 자수하는 범인도 나왔는디 흥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디 @#₩%^₩## 나에 생각이 틀린가? 이힛히히"
"....어쨌든...니들 때문에 불이 났는데 니들은 지금까지도 그 책임을 희피하려는 중이네? 그렇지?"
"...너도 그랬지만 말도 안되는 시작에 황당한 결과가...애초에 날국이가 보신탕에 눈멀지 않았다면.."
그러다 자기입을 막는 준서였다.
"...보신탕이라니?"
"...사실은 개를 잡아먹으려다...그런 거란다"
계속
첫댓글 즐~~~~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