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띠’들은 자신의 해를 맞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성공을 예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독 ‘개띠’들의 움직임에 눈길을 떼지 못한다. 오죽했으면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말이 나왔을까. “뫼야! 원숭이띠들이 득세한다고? 그 꼴은 못 보지!” 원숭이띠를 시샘하는 개띠들이 똘똘 뭉쳐 이렇게 한목소리를 냈다.
◇한화 유승안 감독(56년생 원문파 방주)=원숭이와 개? 일단 게임이 안돼요. 한번 과학적으로 접근해 볼까요? 지능지수에서 원숭이는 50, 개는 35에 불과하대요. 야구는 머리를 쓰지 않으면 곤란하지요.
◇기아 김성한 감독(58년생 견문파 공동 방주)=아따 그런 말은 우리 문파를 두번 죽이는 낭설이랑께. 그렇게 똑똑하다면 프로야구 사령탑은 전부 원숭이띠가 잡았어야제. 아니 그렇소 김 사형?
◇두산 김경문 감독(58년생 견문파 공동방주)=음, 잘 지적했소. 프로야구 8개구단 가운데 58년생 개띠가 두명이나 감독으로 올랐는데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우리 문파를 폄해도 유분수지. 그럼 어디 한번 역사적으로 파고 들어가 볼까요. 개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라는 사실을 ‘원숭이 문파’의 유 방주가 아는지 모르겠어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가축이 바로 우리 개란 말이에요. 그 역사는 1만8000년 전 중석기시대, 즉 빙하시대 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요.
◇현대 김동수(68년생 원문파 수석사형)=방주들 말씀에 끼어들기 뭐하지만 저도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가축으로서 역사성과 인간과 친하다는 이유로 개띠가 우월하다고 우기면 곤란하죠. 야구에서 눈은 생명입니다. 잘 봐야 잘치고 잘 던지는 게 야구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우리 원숭이띠들이 개띠보다 야구실력에서 뛰어날 수밖에 없지요.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색을 구별할 수 있는 게 원숭이니까요. 제가 야구 선수로서는 환갑인 나이에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재기한 것도 따지고 보면 야구를 보고 읽는 눈이 살아 있기 때문이지요.
◇기아 마해영(70년생 견문파 수석사형)=눈이 좋다고 야구를 잘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해요. 저도 눈이 나빠 안경을 쓰지만 어디 시속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시각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 칠 수 있나요. 오히려 타고난 감각이 더욱 중요해요. 우리 개띠 가운데 차세대 거포로 꼽히는 한화 김태균(82년생)을 보면 잘 알 수 있지요.
◇삼성 김현욱(70년생 견문파)=마 사형의 말이 옳아요. 개띠들의 천성은 책임감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지요. 제가 지난해까지 이 나이에 중간계투로 7년연속 50게임 이상 등판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제몸을 사리기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 개띠의 천성 때문이 아닐까요.
◇SK 이진영(80년생 원문파의 샛별)=여러 선배들의 아전인수격인 구구한 해석을 들으니 가소롭네요. 원숭이를 왜 ‘잔나비’로 부르는지 아세요. 똑똑한 원숭이답게 글자풀이를 해볼까요. 원숭이의 고유어인 ‘납’자와 동작이 날쌔고 빠르다는 뜻의 ‘재다’의 형용사형인 ‘잰’이 결합해 ‘잔나비’랍니다. 야구에서 스피드는 생명입니다. 우리처럼 날쌘 선수들이 어디 있나요. 내친김에 올 시즌에는 도루왕을 한번 노려보렵니다.
◇현대 정성훈(80년생 원문파)=한가지 사족을 덧붙인다면 갑신년 올해는 명리학자의 운수풀이대로 ‘변혁의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갑(甲)은 나무(木)를 상징하는데 색으로 따지자면 푸른색, 따라서 ‘푸른 원숭이’의 해입니다. 푸른색은 오행상 도전·진취·의욕을 뜻해 그 어느 해보다 변화의 새바람이 프로야구판에도 거세게 불 거예요. 80년생 원숭이띠들 가운데 재능 있는 선수들이 얼마나 득실득실한 줄 아세요? 삼성 김진웅 LG 김상현 현대 이택근 기아 이현곤 등도 모두 80년생 원숭이 띠 동갑들이잖아요.
◇삼성 이정호(82년생 견문파의 비장의 수제자)=정 선배의 말을 들으니 섭섭하네요. 제 비록 강호에 병이 깊이 지난 3년간 시름시름 앓다가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2004시즌은 다를 겁니다. 대구상고 3년 시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깜짝 놀란 시속 160㎞의 광속구를 펑펑 뿌릴 테니까요.
◇두산 마크 키퍼(68년생 원문파 벽안의 제자)=원문파에는 나도 있소. 피부색이 다른 미국인이라고 깔보지 마시오. 나도 이제는 한국인이 다 됐다고 자부해요. 한국 프로무대에 적응하는 내공도 이젠 쌓일 만큼 쌓였어요. 지난 2002년 한국 프로무대에서 최초로 외국인투수 다승왕에 오른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해 원숭이띠의 우수성을 마음껏 뽐낼까 해요.
고진현기자 jhkoh@
2004/01/20 11:07 입력 : 2004/01/20 13:44 수정
갑신년(甲申年) 프로야구계에 불구대천의 두 파벌이 서로 으르렁대며 도끼눈을 치켜떴다.
팀은 달라도 ‘띠’끼리 뭉쳤다.
‘원숭이띠’들은 자신의 해를 맞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성공을 예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독 ‘개띠’들의 움직임에 눈길을 떼지 못한다. 오죽했으면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말이 나왔을까. “뫼야! 원숭이띠들이 득세한다고? 그 꼴은 못 보지!” 원숭이띠를 시샘하는 개띠들이 똘똘 뭉쳐 이렇게 한목소리를 냈다.
◇한화 유승안 감독(56년생 원문파 방주)=원숭이와 개? 일단 게임이 안돼요. 한번 과학적으로 접근해 볼까요? 지능지수에서 원숭이는 50, 개는 35에 불과하대요. 야구는 머리를 쓰지 않으면 곤란하지요.
◇기아 김성한 감독(58년생 견문파 공동 방주)=아따 그런 말은 우리 문파를 두번 죽이는 낭설이랑께. 그렇게 똑똑하다면 프로야구 사령탑은 전부 원숭이띠가 잡았어야제. 아니 그렇소 김 사형?
◇두산 김경문 감독(58년생 견문파 공동방주)=음, 잘 지적했소. 프로야구 8개구단 가운데 58년생 개띠가 두명이나 감독으로 올랐는데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우리 문파를 폄해도 유분수지. 그럼 어디 한번 역사적으로 파고 들어가 볼까요. 개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라는 사실을 ‘원숭이 문파’의 유 방주가 아는지 모르겠어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가축이 바로 우리 개란 말이에요. 그 역사는 1만8000년 전 중석기시대, 즉 빙하시대 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요.
◇현대 김동수(68년생 원문파 수석사형)=방주들 말씀에 끼어들기 뭐하지만 저도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가축으로서 역사성과 인간과 친하다는 이유로 개띠가 우월하다고 우기면 곤란하죠. 야구에서 눈은 생명입니다. 잘 봐야 잘치고 잘 던지는 게 야구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우리 원숭이띠들이 개띠보다 야구실력에서 뛰어날 수밖에 없지요.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색을 구별할 수 있는 게 원숭이니까요. 제가 야구 선수로서는 환갑인 나이에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재기한 것도 따지고 보면 야구를 보고 읽는 눈이 살아 있기 때문이지요.
◇기아 마해영(70년생 견문파 수석사형)=눈이 좋다고 야구를 잘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해요. 저도 눈이 나빠 안경을 쓰지만 어디 시속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시각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 칠 수 있나요. 오히려 타고난 감각이 더욱 중요해요. 우리 개띠 가운데 차세대 거포로 꼽히는 한화 김태균(82년생)을 보면 잘 알 수 있지요.
◇삼성 김현욱(70년생 견문파)=마 사형의 말이 옳아요. 개띠들의 천성은 책임감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지요. 제가 지난해까지 이 나이에 중간계투로 7년연속 50게임 이상 등판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제몸을 사리기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 개띠의 천성 때문이 아닐까요.
◇SK 이진영(80년생 원문파의 샛별)=여러 선배들의 아전인수격인 구구한 해석을 들으니 가소롭네요. 원숭이를 왜 ‘잔나비’로 부르는지 아세요. 똑똑한 원숭이답게 글자풀이를 해볼까요. 원숭이의 고유어인 ‘납’자와 동작이 날쌔고 빠르다는 뜻의 ‘재다’의 형용사형인 ‘잰’이 결합해 ‘잔나비’랍니다. 야구에서 스피드는 생명입니다. 우리처럼 날쌘 선수들이 어디 있나요. 내친김에 올 시즌에는 도루왕을 한번 노려보렵니다.
◇현대 정성훈(80년생 원문파)=한가지 사족을 덧붙인다면 갑신년 올해는 명리학자의 운수풀이대로 ‘변혁의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갑(甲)은 나무(木)를 상징하는데 색으로 따지자면 푸른색, 따라서 ‘푸른 원숭이’의 해입니다. 푸른색은 오행상 도전·진취·의욕을 뜻해 그 어느 해보다 변화의 새바람이 프로야구판에도 거세게 불 거예요. 80년생 원숭이띠들 가운데 재능 있는 선수들이 얼마나 득실득실한 줄 아세요? 삼성 김진웅 LG 김상현 현대 이택근 기아 이현곤 등도 모두 80년생 원숭이 띠 동갑들이잖아요.
◇삼성 이정호(82년생 견문파의 비장의 수제자)=정 선배의 말을 들으니 섭섭하네요. 제 비록 강호에 병이 깊이 지난 3년간 시름시름 앓다가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2004시즌은 다를 겁니다. 대구상고 3년 시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깜짝 놀란 시속 160㎞의 광속구를 펑펑 뿌릴 테니까요.
◇두산 마크 키퍼(68년생 원문파 벽안의 제자)=원문파에는 나도 있소. 피부색이 다른 미국인이라고 깔보지 마시오. 나도 이제는 한국인이 다 됐다고 자부해요. 한국 프로무대에 적응하는 내공도 이젠 쌓일 만큼 쌓였어요. 지난 2002년 한국 프로무대에서 최초로 외국인투수 다승왕에 오른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해 원숭이띠의 우수성을 마음껏 뽐낼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