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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연애] 02
1. 정비소 옆길 / 밤 (비)
구겨진 우산 속, 윤혜, 완전 얼음 돼 있고, 재광, 윤혜를 똑바로 쳐다본다.
한재광 : 지금 어딨니, 니네 아빠?
윤혜, 참담한 표정으로 재광을 마주 보더니, 아무 말 못 하고는 확 돌아서 간다.
한재광 : (뒤에 대고,) 김주평 어딨냐구!
김윤혜 : … (멈춰서) 몰라요.
한재광 : 정말 몰라?
김윤혜 : (몸 돌려 재광 똑바로 보며) 거짓말 안 해요, 난.
한재광 : …
윤혜, 뭔가 더 이야기 하려다 입술을 꼭 깨물더니 그냥 돌아서 간다.
망가진 우산을 든 재광, 비 맞으며 걸어가는 윤혜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무지 착잡하다.
2. 재광 숙소 / 밤 (비)
젖은 옷 그대로 입은 채 벽에 기대앉는 재광, 마음이 영 안 좋다,
후회되는 듯 머리를 털어 보기도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으으… 소릴 내보기도 한다.
고개 들어 바닥에 널려 있는 윤혜 자료를 보더니, 집어서 본다.
윤혜 사진을 보던 재광, 후… 한숨 쉬는데,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울린다.
자료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전화기 꺼내는 재광, 보면, ‘신 여사’ 다.
재광, 빤히 보더니 전화기를 옆으로 던져 놓고는 천장을 바라본다.
집요하게 울리는 전화벨, 재광, 손만 뻗어 전화기 전원을 아예 꺼버린다.
3. 윤혜 집 _ 거실 겸 부엌 / 밤
허깨비 같은 표정으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뚝배기 밥상에 내려놓는 윤혜의 손.
옆에는 새로 지은 밥과 김이 올라오는 달걀말이도 보인다.
밥상 앞에 앉는 윤혜, 새로 지은 밥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으려다 못 넣는다.
다시 힘내 한입 넣어 꾸역꾸역 씹는데, 시간은 새벽 2시 30분이 넘어가는 중이다.
4. 재광 숙소 _ 외경 / 아침
e. 지이잉, 지이잉. (도어벨 울리는 소리)
5. 재광 숙소 / 아침
더거덕, 문 열리면, 상아 서 있다.
부스스한 재광, 상아를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 바닥에 펼쳐놓은 침낭에 들어가 등지고 모로 눕는다.
상아, 그 뒤를 따라 들어오더니, 침낭 옆 침대에 기대앉으며 가방 내려놓는다.
상아, 등지고 가는 재광을 빤히 보다가, 침낭 옆 바닥에 눕는다.
주상아 : (천장 보며,) … 연락이라도 해 주지, 기다렸는데.
한재광 : 굳이 뭘…
주상아 : (늘 하는 말이라는 듯) 안 오면 안 오나 부다 하는 거지…? 그게 쉽나…
한재광 : …
주상아 : (몸 돌려 재광을 침낭 째 껴안으며,) … 나… 이혼하까?
한재광 : (눈 감은 채) 좋을 대로…
주상아 : (바닥에 등대고 누우며 혼잣말 하듯,) 어차피 받아주지도 않을 거면서…
내가 선본대도 좋을 대로, 결혼한대도 좋을 대로… 빌어먹을 좋을 대로…
한재광 : …
상아, 일어나 앉아 재광의 등짝을 가만히 보더니, 가방 들고 일어나며,
주상아 : (애써 밝게,) 너 특기 같은 거 없다고 했지?
한재광 : (눈 감은 채) …응.
주상아 : 내가 찾았다, 넌… 사람 등 돌리게 하는 게 특기야.
상아, 돌아서서 나가고, 재광, 여전히 눈 감은 채 모로 누워 있다.
상아, 늘 겪는 일인데도 너무 속상하고 맘이 아리다.
방바닥 침낭 안에서 등진 채 구겨지듯 누워 있는 재광의 뒷모습.
6. 윤혜 집 _ 거실 겸 부엌 / 아침
윤혜, 출근 준비하느라 왔다갔다하는데, 할머니, 쌀을 한 가득 불리고 계신다.
김윤혜 : 웬 쌀을?
할머니 : 이번엔 떡 좀 하게. 니 에미 좋아하는데, 한 번도 못 했잖냐.
김윤혜 : 아… 낼 엄마한테 가는 날이구나.
할머니 : 제대로 해야지, 일 년에 딱 한 번 가는데.
할머니, 쌀 골라내면, 윤혜, 다시 출근 준비 한다.
7. 정비소 / 아침
정비소 마당 끝에 서서 기다리던 재광, 정비소 옆길을 본다.
[Insert] 씬1. 정비소 옆길 / 밤 (비)
비를 맞으며 길을 따라 걸어가는 윤혜의 뒷모습.
권대웅e. : (과장되게 큰 소리로,) 똑바로 안 해!
[현재]
커다란 대웅 목소리에 생각이 돌아온 재광, 소리 나는 쪽 쳐다보면,
보조소년, 고개 숙이고 있고,
그 앞에 파란 등산 재킷 입은 남자(강목수), 불편한 표정으로 손 내저으며, 무심히 쳐다보는 재광을 흘긋 보다 눈 마주치더니,
잽싸게 외면하고는 차로 간다.
권대웅 : (강목수 따라가며,) 죄송합니다, 제가 바로 해 드릴게요, 1분이면 합니다.
강목수 : 아닙니다… (차에 오르면,)
대웅, 장갑 낀 손으로 강목수 차의 보닛을 막 닦으며, 친절하게 웃어 보인다.
보조소년, 입 내밀고 있고, 강목수, 차 출발하면,
권대웅 : (보조소년의 머리를 누르며 함께 90도 인사) 감사합니다, 또 오십쇼!
재광, 그런 대웅과 보조소년을 보다 강목수의 차가 자기 쪽으로 오자 길을 터주다,
외면한 채 좀 허둥지둥 운전해 스쳐지나가는 차 안의 강목수를 본다.
권대웅 : (강목수 차보면서 다가와,) 아놔… 진짜 1분이면 되는데…
한재광 : (보며,) 그러게 제대로 좀 하지.
권대웅 : 제대로 했다고요, 온지 20분도 안 됐는데, 그냥 간다고 저러는 거라고요. (엄지로 뒤쪽 가리키며,) 차 다 됐는데.
한재광 : (자신의 차 쪽으로 가며,) 내건 확실하게 고치셨나?
권대웅 : (따라가며,) 당빠! 서울까지 쭈욱! 곧장! 가시라고, 완전 깔끔하게.
한재광 : (차 문 열며 망설이다, 지나가는 말처럼,) … 괜찮대?
권대웅 : 당빠라니까. 정비계의 일급수, 해병 대웅 권대웅!
한재광 : 아니… 안내소에 그…
권대웅 : (금방 풀 죽으며,) 윤혜? 그럴 리가… 선빵 제대로 먹었는데. 아놔, 우리 모친!
(금세 열 받으며,) 근데 우리 윤혤 댁이 왜 신경을 쓰시나!
한재광 : 그치? 이상하지? (픽 웃고는 차에 올라탄다.)
대웅, ‘저 자식이…!’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재광, 빠이빠이 하고 차 출발 시킨다.
8. 관광 안내소 앞 도로 _ 차 안 / 아침
재광, 운전하는데, 차창 밖으로 관광 안내소 보인다.
재광, 속도를 좀 늦추고 안내소에 시선 고정한 채 지나친다.
재광의 눈길을 따라 천천히 뒤로 멀어지는 안내소, 재광의 착잡한 표정.
9. 관광 안내소 / 아침
윤혜, 프린트에서 나온 종이 들어 보면, 안내 일시, 대상, 내용 등을 쓴 보고서다.
윤혜, 재광을 안내한 내용인 그 보고서를 안내 기록 보관 파일에 넣고는 빤히 보는데,
유광미 : 누가 그래?
신미진 : 어제, 서울서 여자 팀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자기가 한다던데요? 담당자 완전히 바뀌었대요.
유광미 : 그럼 서울 아주 간 거야? 그 꽃미남 사진작가는. (흘긋 윤혜를 본다.)
등진 채 일하던 윤혜,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쨍강, 깨지는 것 같아 멈칫 한다.
신미진 : 갔겠죠.
윤혜, 맘 추스르고는 안내 기록 보관 파일 커버를 탁 덮는다.
10. 도로 _ 차 안 / 아침 앞
유리 너머로 신호등 정지 신호 켜지고, 서울로 가는 표지판 보인다.
재광, 운전대 잡은 손가락 까딱까딱하며 뭔가 초조한 표정인데, 전화벨 울린다.
주머니에서 휴대 전화기 꺼내는데, 만 원짜리가 함께 딸려 나온다.
휴대 전화 발신자는 신 여사고, 재광, 전화 받을 생각은 않고 만 원짜리만 빤히 본다.
[Insert] 1부, 씬19. 가게 앞 / 낮
윤혜, 만 원짜리 내밀면, 재광, 빤히 보다가 받는다.
[현재]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재광, 그 만 원짜리를 보더니 앞 유리 너머 표지판을 본다.
11. 도로 / 오전
서 있던 재광의 차, 전주 시내 쪽으로 유턴한다.
한재광e. : (통화) 신 여사, 나 낼 올라가야 될 것 같은데… 일 있는 건 아니고요, 그냥.
12. 관광 안내소 / 오전
윤혜, 서 있으면, 오 계장, 자신의 휴대 전화기 들고 흥분해 있다.
오 계장 : 이럼 안 돼, 미스 김. (휴대 전화 흔들며,) 출발하셨다잖아, 부시장님. 좀 있으면 오신다구.
문 딱 열었는데 미스 김이 여기 있으면, 이건 엔지야!
김윤혜 : …
오 계장 : (설득) 그럼 일단 외출이라도 해, 조퇴를 하든지.
유광미 : (가까이 와서) 계장님, 이러시는 거 아니죠, 아직 공식적으로 여기 근무잔데.
재광, 문 빠꼼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데, 등지고 서있는 오 계장, 재광 온지 모르고 소리 지른다.
오 계장 : 아니지, 공식적으로는 잘린 거지! 잘렸으면, 나가야지, 어딜 버텨 버티긴!
유광미 : (재광을 보더니, 당황해 쪼르르 달려가 어색하게) 서울 안 가셨어요?
그제야, 오 계장, 재광을 보고 당황하고,
윤혜, 재광을 보더니 참담한 표정된다.
한재광 : (분위기 살피며,) 인사나 하고 갈까 해서…
사이, 오 계장, 재광 몰래 시계 가리키며, 윤혜에게 나가라는 몸짓 막 하면,
윤혜, 어쩔 줄 몰라 하다 가방과 옷을 들더니, 재광을 확 스쳐 밖으로 나간다.
한재광 : (나가는 윤혜를 보며, 급하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오 계장과 광미, 어정쩡하게 ‘아, 예…’ ‘안녕히 가세요.’, 등 인사하면,
재광, 대충 인사하고, 급하게 나간다.
13. 관광 안내소 앞 / 오전
윤혜, 코트 입으며, 저만치 걸어가고 있으면, 재광, 빙글빙글 따라간다.
한재광 : (따라가) 저기요!
김윤혜 : (우뚝 멈춰 서더니,) 더 뭘 보고 싶으세요? 어디까지 보셔야 하는데요?
한재광 : …
윤혜, 그대로 앞으로 걸어가면, 재광, 난감해 하다가 일단 따라간다.
14. 거리 / 오전
재광, 저만치 떨어져 윤혜를 따라다닌다.
윤혜, 우뚝 멈춰 서자, 재광도 멈춰 선다.
윤혜, 다시 걸음을 옮기자 재광 따라 움직이면, 윤혜, 다시 우뚝 멈춰 서더니 돌아서 또각또각 재광 앞으로 걸어온다.
재광, 딴청 하듯 서 있으면, 윤혜, 재광을 스쳐 그냥 걸어간다.
15. 윤혜 집 앞 / 오전
윤혜, 대문 앞에 서더니 휙 돌아서 따라오는 재광을 바라보면,
한재광 : (가볍게,) 갈 데가 겨우 집 밖에 없어요, 이렇게 꿀꿀한 날?
김윤혜 : (대답은 않고 열쇠로 거칠게 대문 열더니 차갑게,) 들어오세요.
한재광 : ?
김윤혜 : 아빠 찾으러 왔잖아요, 지난번에 제대로 못 봤을 테니 들어가 확인하세요.
한재광 : 됐어요.
김윤혜 : 이게 나아요, 이렇게 다니면서 이 꼴 저 꼴 바닥까지 자꾸 보이는 거 더는 싫어요.
한재광 : 본 거 별로 없는데…
김윤혜 : … 뒤뜰 보일러실도 확인하시고 사진도 다 찍어 가세요, 할머니 오시기 전에.
한재광 : 괜찮다니까.
김윤혜 : 난 안 괜찮아요, 들어와요!
윤혜, 단호히 앞장서 들어가고, 재광, 그 서슬에 따라 들어가는데 멋쩍다.
16. 윤혜 집 _ 거실 겸 부엌 / 오전
윤혜, 방방이 문 활짝 열고 다니고, 재광, 구석에 뻘쭘하니 서 있다.
김윤혜 : (체념) 다 봐요, 옛날에 심부름센터 사람들 보내셨을 때도 이렇게 했어요.
한재광 : … 아… 그건 신 여사, 그러니까 우리 엄마가… 한 때 … (미안하고 무안해 버럭,) 아, 정말 날로 먹었네, 그 인간들.
윤혜, 부엌으로 가 냉장고 열더니, 물병(훼미리 주스 유리병에 보리차) 꺼낸다.
김윤혜 : (열린 방문들 가리키며,) 뭐 해요, 안 보시구.
재광, 머쓱하게 서 있고, 윤혜, 컵 꺼내고, 물병 열려는데 잘 안 열린다.
윤혜, 힘줘 물병 열다가 안 열리자, 탁 싱크대 위에 놓은 채 돌아보지 않으며,
김윤혜 : (싸늘하게) 언제까지 이럴 건가요, 당신 식구들… (돌아보며,) 이렇게 괴롭히니까 좋아요?
한재광 : (물병보며 딴청,) 왜… 안열려요? (문 툭툭 닫으며 다가가 병 잡으려는데,)
김윤혜 : (못 잡게 막으며,) 왔으면, 그냥 몰래 보고만 가도 됐잖아요! 왜 아닌 척! //
한재광 : (달래듯 병 잡으며,) 그러니까 내가 열어 줄게요.
김윤혜 : (막으며,) 싫어요!
한재광 : (병 잡은 손 놓더니,) 그렇게 감이 없어요? 미안해 이러잖아요, 내가!
작정하고 그런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사기 친 것 같아서 //
김윤혜 : (말 끊으며 비꼬듯) 어떻게 나한테 미안해요, 그쪽이! 지금 나는, 그쪽이 만 번을 속여도 사과 받을 자격 없는 거잖아요. 한재광 : …왜요, 그쪽 아빠가 우리 형 죽였으니까? (병 확 뺏는다.)
김윤혜 : … (뺏긴 병 노려보다,) … (결심한 듯 야무지게) 아니거든요, 우리 아빠가 그런 거… 잘못 아시는 거예요.
아빠가 그랬어요, 아빠 잘못 아니라고.
한재광 : (힘줘 병 열며 심드렁하게) 아님 말고.
김윤혜 : ?! (버럭!) 아니라니까요, 진짜!
한재광 : (똑바로 보며,) 아님 말고 라니까. 솔직히 난 누가 범인이든 관심 없어요.
그냥 빨리 잡혀서 우리 신 여사 속이나 편했으면 하는 게 다라구요.
재광, 다시 힘줘 병 열려고 하는데, 윤혜, 노려보다 신경질적으로 병 빼앗으려 한다.
재광, 몸 돌려 피하며 힘주다가, 병 탁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고,
바닥은 물론, 재광의 양말 한 짝과 한쪽 바짓단 반 이상이 물 범벅이 된다.
재광, 놀라고, 윤혜, 어이없어 쳐다보다,
김윤혜 : … (버럭!) 대체 왜 쫓아다니는데요? 서울 간다더니 왜 다시 왔는데요?
재광, 윤혜를 보더니, 양손 날을 마주쳐 그릇 모양을 만들고는 따라하라는 시늉.
윤혜, 뭐니? 하는 표정으로 보면, 재광, 윤혜 양쪽 손목 잡아 그릇 모양을 만들어준다.
윤혜, 의아해 하며 그대로 있으면,
재광, 주머니에서 봉투하나 꺼내더니, 손그릇 위에 쏟는데, 짜라라랑, 백 원짜리들이다.
한재광 : 구천 구백 원, 거스름 돈!
윤혜, 손에 동전 가득 든 채 얼떨떨해 하며 쳐다보는데,
할머니e : 아이고, 서울 총각 왔어?
재광과 윤혜, 동시에 보면, 할머니, 밝은 얼굴로 마루에 들어서고 계신다.
재광과 윤혜,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데,
할머니 : (바닥보더니,) 아이고 안 다쳤냐? (재광 바지를 보더니,) 다 젖었네.
재광, 민망해 하면, 할머니, 웃으시며 얼른 창고 방으로 들어가신다.
윤혜, 팽 돌아 안방으로 가고, 재광, 바닥을 치우려 둘러보면,
할머니, 창고 방에서 남자 바지 꺼내 오시더니 재광에게 내밀며,
할머니 : 잠깐 입고 있어요, 애 아빠 거야. 내가 다리미로 얼른 말려줄게.
한재광 : … (선뜻 받지 못하고, 쭈뼛댄다.)
할머니 : 어여… 척척해 못 입어.
김윤혜 : (방에서 나와 할머니한테 바지 뺏으며,) 됐어요, 할머니.
한재광 : (목욕탕 가리키며,) 제가 할게요.
재광, 할머니와 윤혜 눈치를 번갈아 가며 보며 진땀 뺀다.
17. 윤혜 집 _ 화장실 / 오전
재광, 양말 한 쪽 꼭 짜고, 젖은 바지 끝단 탁탁 쳐 물기 빼는데, 와… 하필 이런 실수를… 정말 미치겠다.
18. 윤혜 집 _ 거실 겸 부엌 / 오전
윤혜, 깨진 물병 버리고 있고, 할머니, 달그닥 거리시며 밥상 보실 준비 하고 있다.
재광, 화장실에서 양말 한 짝 들고 나오면, 할머니, 쪼로륵 오셔서 재광 팔을 잡아 당겨 바닥에 앉히며,
할머니 : 좀만 앉아 있어. (부엌으로 가신다.)
재광, 어정쩡 앉으며 바닥에 양말 한 짝 내려놓고는 젖은 손 바지에 쓱쓱 문지른다.
할머니 : (돌아보며,) 밥 안 먹었지? 밥 먹구 가요.
한재광 : (엉덩이 반쯤 들며,) 아니, 괜찮습니다.
할머니 : 지난번에도 코피 한 잔 안 마시고 가서 내 맘이 좀 그랬어, 고생했는데…
김윤혜 : 놔둬요, 할머니.
할머니 : 먹는 시늉이라도 해. (냉장고에서 반찬 그릇을 꺼내 싱크대 위에 놓으면,)
한재광 : (일어나며) 그냥 두 분이 드세요, 전 가겠습니다.
할머니 : 왜, 우리 찬이 부실해 그래? 뭐 좋아하는데?
김윤혜 : (가까이와) 놔두라구요.
할머니 : 얘가 왜 이래, 밥 한 끼 멕이는 거 가지구.
김윤혜 : (신경질적으로) 싫다잖아요!
순간 분위기 굳고, 할머니, 무안해 하며 재광의 눈치 보면,
김윤혜 : (결심한 듯 차분하게) 할머니 밥, 못 먹는다구, 이 사람.
한재광 : (당황해 말 막으며,) 아… 그니까 좀 전에 먹어서!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뭔 소리? 하는 할머니에게 재광, 꾸벅 인사 하고는 황급히 나간다.
19. 윤혜 집 앞 / 오전
재광, 신발도 다 못 신고 나오는데, 나와 보니, 한쪽은 맨발이다.
재광, 아… 어떡해, 싶어 돌아보는데,
대문 탕 열리며, 윤혜, 손끝으로 양말 들고 나온다.
한재광 : (양말 확 뺏으며,) 미쳤어요? 나 누군지 알려서 뭐하게?
김윤혜 : … 암껏도 모르고, 속 다 보여주는 거 보다 나아요.
한재광 : 속 보여 준 게 그렇게 억울해요? 것도 (손가락 끝 보여주며,) 요맨..큼!
김윤혜 : 하필 그쪽이니까.
한재광 : 뭐, 또 그 아빠 얘기?
김윤혜 : …
한재광 : 내가 상관없다는데 왜 사람 말 무시해요?
김윤혜 : (짝 째려보더니,) 웃겨.
한재광 : !
김윤혜 : 진짜 상관없어요? 상관없는 사람이 할머니가 주는 아빠 옷은 왜 잠깐도 못 입고 있는데요, 왜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건
커피 한 잔도 못 마시는데요? 상관없고 싶겠지만 상관 너무 많아 보이니까 쿨한 척 말고 가세요!
한재광 : (발끈) 그러는 그쪽은? 아니라며? 아빠가 그런 거 아니라며. 그럼 이제 진짜로 상관 안 해도 되겠네.
김윤혜 : 안 믿잖아요! 그쪽도, 사람들도!
한재광 : 본인은 믿고? 증거가 수두룩 빡빡이라 수사할 필요도 없었다던데?
김윤혜 : … (단호히) 네.
한재광 : 정말? 그럼… 나랑 잘래요? 자자며. 나도 그쪽 맘에 들거든. 뭐 어때, 아니라면서.
윤혜, 모멸감에 아랫입술 씹으며 노려보더니, 그냥 뒤돌아 대문 열고 들어가 버린다.
쾅 대문 닫히는 소리에 움찔하는 재광, 열 받아 지르긴 했지만, 너무했나…, 싶다.
20. 윤혜 집 _ 마당 / 오전
윤혜, 문 탕 닫고 들어오더니, 대문에 기대서는데, 속상해 울 것 같은 얼굴이다.
21. 관광 안내소 앞 / 낮
재광, 양말 한 짝 빙빙 돌리며,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다.
22. 관광 안내소 앞 _ 차 안 / 낮
재광, 손 뻗어 뒷자리 가방에서 새 양말 꺼내다 좌석 바닥에 놓인 쇼핑백 본다.
재광, 의아해 하며, 쇼핑백 안을 보면, 나무 상자가 있다.
상자 열어보면, 드럼 스틱이다.
재광, 갸웃하며 하나 들어 익숙한 습관인 양 손가락에 끼고 빙글 돌리다,
문득 상자 안에 남은 스틱 아래 접혀져 있는 종이쪽지를 발견한다.
재광, 종이쪽지 펼쳐보면, ‘하고 싶음 해야지! ^^ _ 2005년 2월 형’ 이라고 적혀있다.
한 대 맞은 듯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 재광.
한재광 : 형…
[이미지] 재광 방 / 낮
벽에 기대 앉아, 바닥에 굴러다니는 부러진 드럼 스틱을 하나 들어 빤히 보는 재민(27세).
[현재]
재광, 다시 드럼 스틱을 보면, 위쪽에 ‘한재광’이라는 이름도 새겨져 있다.
재광, 차 이쪽저쪽을 보다, 다시 쇼핑팩 봉투를 들어 보며, 곰곰 생각하더니,
스틱과 쪽지를 쇼핑백에 넣어 보조석에 던져 놓고는 황급히 시동 건다.
23. 정비소 _ 마당 / 낮
재광, 쇼핑백 내밀어 보여 주면, 대웅, 쭈그리고 앉은 채 쳐다도 안 본다.
한재광 : 이거, 댁이 넣어놨어?
권대웅 : (안 보며,) 말 걸지 마라, 윤혜 조퇴했댄다. 그 독한 게… 아… 결국 멘탈이 깨진 게야.
한재광 : (답답해 봉투 흔들며,) 이거어!!!
권대웅 : (봉투 확 잡아 채 재광 코앞에 흔들며,) 윤혜 조퇴했다니까!
보조소년 : (지나다 보며,) 어, 내가 그거 넣어 봤는데. 그 저기가 전해달래서.
한재광 : 저기 누구?
보조소년 : 아까 그 빠떼리 갈다 말고 그냥 간…
한재광 : ?
[Insert] 씬7. 정비소 앞 / 아침
불편한 표정으로 손 내저으며, 무심히 쳐다보는 재광을 흘긋 보다 눈 마주치더니, 잽싸게 외면하는 강목수.
[현재]
한재광 : 그게 누군데?
보조소년 : 모르는데…
권대웅 : (둘의 대화를 빤히 보다,) 보면 알지.
재광, 소년 : (동시에) ?
권대웅 : (일머나며,) 정비 신청선 썼을 거 아냐.
대웅, 슬리퍼 짝짝 끌고 사무실 쪽으로 가면, 재광, 따라간다.
24. 정비소 _ 사무실 / 낮
대웅, 자동차 정비 기록 착착 넘기더니, 인상 빡 쓴다.
권대웅 : (밖을 향해) 야! 일 야물딱지게들 못 하냐!
한재광 : 왜?
권대웅 : (기록지 보여주며,) 암 것도 없고 차번호만 있네. 그거 승합차였지?
한재광 : 검은색. (곰곰 생각에 잠기며…)
권대웅 : 이거 때문에, 설마… 안 가나, 서울? (신경 쓰이는데,)
한재광 : (대답은 안 하고, 전화 걸더니,) 강 형사님, 계신가요? (사이,) 아… 외근요, 고맙습니다.
재광, 전화를 끊고 곰곰 생각에 잠기면, 대웅, 궁금해 재광의 기색을 살핀다.
25. 정비소 _ 마당 / 낮
재광, 차 문을 열다 다시 닫더니, 휴대 전화 꺼내 112에 전화한다.
한재광 : (통화) 차번호 좀 조회하려고 하는데요… 아, 그게… 그냥은 아니구요,
(핑계거니 찾다 얼른 둘러대듯,) 뺑소니요, 뺑소니.
재광, 아… 낭패다, 하는 표정으로 이마를 문지르더니,
한재광 : 그게 좀 전에 긁고 도망갔는데요. (바닥에서 돌 찾아 든다.) 차 가지고 직접 파출소로요?
(차 뒤로 돌아가 눈 꾹 감고 범퍼를 주욱 긁는다.) 예,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대웅, 나가다 그런 재광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으면,
전화 끊은 재광, 긁힌 범퍼 보는데, 아, 아까워 미치겠다.
26. 고속버스 터미널 / 오후
깁스한 신 여사, 목발 짚고 버스에서 내린다.
27. 파출소 앞 / 오후
재광, 차 옆에 서 있으면, 제복 입은 경찰1, 재광의 차를 둘러보고 있다.
경찰1 : (의심스런 눈으로 보며,) 뺑소니 확실하시고?
한재광 : (눈치 보며,) 네. 3909, 검은 승합차요.
경찰1 : 일단 신고서부터 작성하시고.
한재광 : 언제쯤 알 수 있을까요?
경찰1 : 일단 찾아서 연락도 돼야 하고요, 파출소로 오라고 해야 하니까… 좀 기다리셔야 할 거고, 아마 낼 아침쯤일 확률이 높고.
경찰1, 파출소로 들어가면, 재광, 따라 들어가는데, 전화벨 울린다.
한재광 : (액정 보고 당황해 받으며,) 아, 신 여사! 어디요?
재광, 미치겠는 표정 된다.
28. 윤혜 집 앞 / 오후
대웅, 죽집 봉투 손목에 낀 채 주머니에 손 넣고 폴짝 뛰며 윤혜 집 마당 기웃댄다.
대문 열리고, 윤혜 나와 서자, 대웅, 약간 긴장하더니, 다가와 죽집 봉투를 내민다.
권대웅 : 전복죽, (강조) 특!
김윤혜 : … (빤히 본다.)
권대웅 : (쳐다보며 기죽어,) …괜찮냐? 미안하다, 우리 엄마가…(죽 든 손 내린다.)
김윤혜 : … (건조하게,) 내가 좋니?
권대웅 : (깜짝 놀라 살짝 부끄러워하며,) 레알…
김윤혜 : (여전히 표정 안 변한 채) 왜 좋니?
권대웅 : (너무 당연해 버럭!) 이쁘니까.
김윤혜 : … 그게 다야?
권대웅 : (진짜 의아해 하며,) 뭐가 더 필요해?
김윤혜 : 그래서… 나랑 뭐 하고 싶은데?
권대웅 : 결혼!
김윤혜 : … 연애도 안 하고?
권대웅 : (금방 간절해져,) 대 투더 박! 해야지, 연애! 뭐부터 할까? 사탕 키스? 아님 뭐 빽 사줘? 어떤 연애 하고 싶은데?
김윤혜 : (담담하게,) 그냥… 남들 다 하는 그런 연애. 남 눈치 안 보고, 간섭 안 받고…
권대웅 : (당황) …야, 거야… (말 막혔다가,) 거야, 신경 끄면 되는 거구.
김윤혜 : 그게… 안 꺼져. 그러니까 맘 접어, 나 그런 거 안해.
권대웅 : (완전 실망해 고개 숙인 채) … (고개 들더니 완전 비장하게) 싫어.
김윤혜 : …
권대웅 : (자기 가슴 탁 치며,) 이 안에 너 있다.
김윤혜 : ?
권대웅 : 이 권대웅이 가슴에, 김윤혜 딱 넣고, 공구리 쳤다구!
대웅, 완전 진지한데, 윤혜는 그런 대웅이 난감하다.
29. 버스 터미널 / 오후
신 여사, 목발 짚은 채 신경질적으로 서 있으면, 재광, 허겁지겁 뛰어온다.
한재광 : 그냥 계시라니까 왜 왔어요?
신 여사 : (따지듯) 무슨 일 있지, 여기?
한재광 : 없어요, 신 여사.
신 여사 : 내가 널 몰라? 마지못해 내려 온 놈이, 하루 일찍도 아니고 하루 늦게 온다는데, 그게 별일 없는 거야?
한재광 : 없다구요.
신 여사 : 시끄러!
신 여사, 절뚝이며 걸어가면, 재광, 다가가 부축하려는데,
신 여사 매몰차게 물리치고 앞서 걷자, 재광, 어정쩡하게 따라가 가방 빼앗아 든다.
한재광 : (따라가며,) 어디 가시는데?
신 여사, 대꾸도 없이 휑하니 앞장서 간다.
30. 윤혜 집 앞 / 늦은 오후
재광, 불안해 미치겠고, 옆엔 신 여사, 안을 기웃기웃 들여다보고 있다.
한재광 : 없다구, 신 여사! 내가 다 봤다니까? 아니… 지 아빠 숨겨주고 어쩌고 할 형편이 안 돼.
신 여사 : 핏줄 감춰주는데, 형편이구 나발이구가 어딨어?
한재광 : 그만해요. 이 집 식구들 사는 게 말이 아냐.
신 여사 : 나보다 더?
재광, 대답 못 하고 불안해하며 골목 이쪽저쪽만 기웃한다.
31. 골목 아래 / 늦은 오후
윤혜, 한 손에는 제사거리 든 장바구니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부업거리 잔뜩 들고 할머니랑 걸어온다.
윤혜, 걸어가다 세워져 있는 재광의 차 보더니, 눈빛이 흔들린다.
32. 동네 골목 _ 마트 앞 / 늦은 오후
재광, 자꾸 뒤돌아보는 신 여사를 억지로 밀다 끌다시피 모시고 내려오고 있다.
재광, 마트 앞을 지나칠 무렵 고개를 들어 보면, 저 아래서 윤혜와 할머니 막 꺾어져 골목을 올라오고 있는 것 보인다.
재광, 너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다, 신 여사를 확 마트 안으로 밀어 넣는다.
신 여사 : 얘가 왜 이래?
한재광 : (신 여사를 단짝 들어 마트 안으로 들어가며,) 목말라 그래.
신 여사, 억지로 딸려 들어간다.
윤혜, 할머니 모시고 올라오며 골목을 살짝살짝 두리번거리다
마트 안에서 신 여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재광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얼른 고개 돌리곤,
빨리 가자는 듯 할머니를 재촉해 올라간다.
겨울 골목을 서로 의지해 걸어가는 윤혜와 할머니의 뒷모습이 유독 작고 초라하다.
33. 재광 숙소 / 저녁
재광, 가방 내려놓고, 창문 열면, 신 여사, 침대에 쓰러지듯 누우며,
신 여사 : (신경질적으로) 닫아! (아이그… 한숨) 날이 갈수록 왜 이러나 몰라. 손끝도 저릿저릿 하고, 골치도 띵하니,
속도 울렁울렁 거리고. 팔이 아프다 못해 등짝은 빠개지고.
한재광 : (창문 닫으며,) 그러게 편하게 집에 계시지.
신 여사 : 집에 있는 다고 편해?
한재광 : (눈치 보며,) 나 잠깐 나갔다 올게요.
신 여사 : (벌떡 일어나 앉으며,) 거봐, 무슨 일 있지!
한재광 : (힘줘) 아니라구요.
신 여사 : 그런데 왜 나가?
한재광 : 이 좁은 방에서 뭐 하게, 둘이 이러고 있음 답답하잖아요.
신 여사 : 나 피해 다니는 게 일이지, 너. 어떻게 나만 보면 밖으로 빙빙이야.
한재광 : 언제 피했다구…
신 여사 : 형 그렇게 됐는데도… 굳이 워킹인지 뭔지 호주로 튀더니, 들어오래도 들어오래도 안 오고,
그깟 사진 나부랭이 찍는답시고 외국으로만 돌고, 어쩌다 한국 와도 집엔 절대 안 오고… 뭐든 지 편한 대로지.
형이 너라면 절대 안 이랬다, 나한테 만 배는 더 잘했을 거야. 지금쯤 판검사로 크게 성공했을 거고…
너처럼 나 몰라라 절대 안 해.
한재광 : … 다했어요?
신 여사 : 그래!
한재광 : 밖으로 도는 거 아니고… 혼자서 편히 쉬시라구요. 그래서 나가는 거예요.
신 여사 : 너 있다구 내가 못 쉬어?
한재광 : 계속 이럴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쉬셔…
신 여사 : (도로 누우며,) 자식이라고 하나 남은 게… 내가 뭔 죄가 많아서 하필이면 그 잘난 자식을…
신 여사, 힘들게 돌아누우면,
재광, 그런 신 여사를 쓸쓸한 얼굴로 한 번 보고 밖으로 나간다.
34. 다리 위 / 저녁
재광, 다리 난간에 기댄 채 강을 보며, 드럼 스틱 한 손에 모아들고, 다른 손바닥을 툭, 툭, 투둑, 치다 멈춘다.
[회상] 재광 방 / 낮 (7년 전)
신 여사, 씩씩거리며 노려보다 확 돌아서 문 탕 닫고 나간다.
벽에는 반쯤 찢어진 드럼 포스터 너덜거리고, 바닥에는 드럼 교본들 어지럽게 널려 있는데,
재수생 재광, 체념한 표정으로 바닥에 발 뻗고 벽에 한 쪽에 기대앉는다.
재민, 가만히 문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재광, 그런 재민을 쓱 보더니, 쑥스러운 듯 외면한다.
재민, 들어오더니, 좀 멀찍이 떨어져 벽에 발 뻗고 기대앉더니, 바닥에 굴러다니는 부러진 드럼 스틱을 하나 들어 빤히 본다.
멀지만 나란히 벽에 기대 각자 생각에 잠겨 있는 재광과 재민 형제.
[현재]
재광, 몸을 돌려 난간에 등을 기대 다리 위를 보면, 버스들, 자동차들, 바쁘게 지나가고,
차들을 바라보는 재광, 혼자 외롭다.
35. 편의점 앞 / 밤
재광, 캔 맥주 들고 들어와 의자에 앉으며, 한 모금 마신다.
재광, 주머니에서 전화기 꺼내 보더니, 윤혜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려다, 문자를 찍는다.
‘신 여사 떴으니’ 까지 쓰다가 지우고, ‘우리 어머니가 가더라도 놀라지 말고…’ 다시 지운다.
음료수 한 모금 더 먹고, 다시 전화기를 보는 재광.
36. 윤혜 집 _ 안방 / 밤
곰곰 생각에 잠겨있던 윤혜, 휴대 전화를 바라본다.
윤혜, 망설이는 표정인데 휴대 전화벨 울린다.
윤혜, 발신번호 보더니, 선뜻 받지 못하다 결심한 듯 받는다.
37. 편의점 앞 / 밤
재광, 의자 흔들흔들 흔들며 앉아 맥주 마시고 있으면, 저만치서 윤혜, 걸어온다.
한재광 : (흔들던 의자 멈추고 기색을 살피며,) 두껍게 좀 입지, 추운데.
김윤혜 : …
한재광 : 할머니는?
김윤혜 : (떨어져 앉으며 쳐다도 안 보고 쌀쌀맞게,) … 용건만 얘기할게요.
한재광 : ?
김윤혜 : … 여기 왜 오셨어요? 심부름센터 사람들 안 온지도 3년이 넘었는데.
한재광 : (가볍게,) 아… 그때 돈이 떨어졌거든, 우리 신 여사가.
김윤혜 : (아랑곳 않고 진지하게) 갑자기, 그것도 직접, 왜 왔어요? … 혹시 우리 아빠… 소식 들으신 거 있어요?
한재광 : (피식 웃으며,) 첩보가 있긴 했죠.
김윤혜 : !?
한재광 : 그쪽 아버지가 그쪽하고 집에서 버젓이 잘 산다고 했대요.
김윤혜 : (놀라,) 누가?
한재광 : 점쟁이가.
김윤혜 : (김 빠져 하며,) …
한재광 : 신 여사 등살에 못 이겨 확인하러 왔다, 가, 내가 여기 온 공식적인 이유 예요.
김윤혜 : … 안 공식적인 이유는요?
한재광 : … 비밀. (피식 웃고 윤혜 보더니,) 내려오긴 했지만, 솔직히 말이 돼요, 그런 말을 믿는다는 게?
김윤혜 : … 말 돼요, 절실하면.
한재광 : ?! (윤혜 쳐다보면,)
김윤혜 : 어머니는 언제 가시나요?
한재광 : (당황) 아… 봤어요? 바로 모시고 올라가야죠.
김윤혜 : (야무지게,) 이제 더 이상 볼 일 없는 거죠, 그쪽?
한재광 : …
김윤혜 : 그럼. (인사하면,)
한재광 : (여전히 앉은 채 쳐다보며,) 바래다줄게요.
김윤혜 : (단호히) … 안녕히 가세요.
윤혜, 인사하고 돌아서 가면, 재광, 앉은 채 걸어가는 윤혜를 멀거니 본다.
재광, 일어나 맥주 캔 구겨 쓰레기통에 휙 던져 넣고 반대편으로 돌아 걸어간다.
휘황한 밤거리, 등진 채 걸어가며 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
38. 윤혜 동네 / 아침
할머니, 여전히 동네 청소 중이시고, 반듯하게 챙겨 입은 윤혜, 걸어서 출근한다.
39. 재광 숙소 / 아침
신 여사, 목욕탕에서 세수 중이고, 재광, 나직한 목소리로 전화 통화 중이다.
한재광 : 예… 찾았어요? (벙긋 웃으며, 목욕탕 눈치,) 좀 이따 가겠습니다.
40. 여행 안내소 앞 / 아침
윤혜, 자기 발끝만 보고 서 있고, 앞에 광미 서 있다.
유광미 : 속상해 말고, 일단 후퇴라 생각해.
김윤혜 : …
유광미 : 오계장이 다시 얘기해본다고 했으니까, 우선 일주일 휴가 쓰는 걸로 하자.
김윤혜 : …
유광미 : 다행히 니 자리로 올 사람은 없으니까 걱정 말고. 이렇게라도 버텨야지,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윤혜, 목례하고 돌아서서, 자전거 서 있는 쪽으로 간다.
유광미 : (뒤에 대고,) 힘내, 종종 연락할게. (안으로 들어가면,)
윤혜, 며칠 째 서 있어서 먼지 앉은 자전거 안장 보더니, 홍보물 게시판 본다.
‘살인 용의자 수배 김주평’ 전단지.
윤혜,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신경질적으로 싹싹 자전거 안장을 닦는다.
41. 파출소 _ 외경 / 아침
재광, 차에서 내려 둘러보면, 강목수 차 (검은 승합차), 앞에 서 있는 게 보인다.
재광, 예스! 하며, 파출소 안으로 들어간다.
42. 파출소 / 아침
재광, 눈치 보며 들어서면, 경찰1, 경자 언니에게,
경찰1 : 저기 오셨고.
한재광 : (경자 언니를 보더니 당황!) 어… 남자였는데…
경찰1 : 뭔가 착각하셨네, 일단 여기 김 사장님 차에는 긁힌 자국이 전혀 없고, 사고 낸 적도 없으시다 하고.
한재광 : (경자 언니에게) 혹시 남자 분… 파란 그 등산 잠바 입은, 모르세요?
경자 언니 : (친절하게) 글쎄… 그렇게 얘기해서는 좀.
재광, 당황해 경자 언니를 빤히 쳐다보다,
한재광 : … 제가 그 분을 꼭 만나야 되거든요.
경자 언니 : ?
한재광 : 아주 중요한 물건을 놓고 가셨어요.
경찰1 : (톡 끼어들며,) 뺑소니 아녔고?
한재광 : 그게… 말하자면 물건 놓고 뺑소니.
경찰1 : (갸웃하면,) …
한재광 : (경자 언니에게) 그게 그러니까 드럼 스틱인데… 암튼… 혹시 어제 누구한테 차를 빌려주거나 하지 않으셨어요?
경자 언니 : 그런 일 없어요.
한재광 : 밖에 있는 저 차 맞거든요, 정말 중요해서 이래요.
재광, 답답해 환장하겠고, 경자 언니, 난감한 듯 쳐다만 본다.
43. 파출소 앞 / 아침
재광, 고개를 갸웃하며 나오는데, 경찰1, 따라 나온다.
저쪽에서 경자 언니가 운전하는 승합차 막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 유리를 통해 재광과 눈 마주치자, 경자 언니, 고개 까딱해 인사하고 지나간다.
마주 인사하던 재광, 문득 놀라 경자 언니 차를 다시 본다.
경자 언니 차 앞 유리와 데크 사이에 시든 노란 꽃 있다.
[Insert] 1부, 씬56. 건지산 _ 등산로 / 늦은 오후
숲 쪽에 대고 카메라 줌을 당겨 보는 재광. 뷰파인더로 보면, 안쪽 숲 바닥에 노란 꽃(다발)이 보인다.
[현재]
한재광 : (옆에 있는 경찰1에게 급하게) 저분, 어디 사장이에요, 김 사장이라면서요.
경찰1, 재광을 빤히 본다.
44. 카페 ‘그곳’ _ 외경 / 아침
재광, 갓길에 차 세우고, 내리더니 흠… 흠… 가다듬고는 들어간다.
45. 카페 ‘그곳’ / 아침
문 열고 들어오면, 경자 언니 혼자 커피를 끓이고 있다.
한재광 : (과장되게) 어, 또 뵙네요! (어색하게) 이런 우연히… 하하하.
경자 언니 : (보더니 씩 웃으며,) 파란 잠바, 찾으러 오셨어요?
한재광 : (그냥 실토,) 아… 네. 혹시나 해서.
경자 언니 : 그럼 차 마시면서 찾아보세요, 보다시피 아직 손님은 없지만.
재광, 예, 하고는, 뻘쭘이 앉아 카페 안을 구경한다.
오래된 물건들이 구석구석 빼곡히 놓여 있고, 한쪽 벽면 가득 낙서고, 다른 벽면은 사진들이 가득 붙어 있다.
46. 윤혜 집 _ 거실 겸 부엌 / 오전
할머니, 북어 꼬리 머리 자르다 보면, 11시 5분 전이다.
문 탁 열리자 깜짝 놀라는 할머니, 보면, 윤혜다.
할머니 : (당황해) 왜 벌써?
김윤혜 : … 휴가 냈어요.
할머니 : 갑자기 휴가는 왜… (하며, 시계 본다.)
윤혜, 대답 안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면, 할머니, 따라 들어간다.
47. 윤혜 집 _ 안방 / 오전
윤혜, 코트 벗어 장롱에 넣는데, 따라 들어온 할머니, 전화기 근처로 가며,
할머니 : … (눈치 보면서,) 뭔 일 있냐?
김윤혜 : … 아뇨.
할머니 : (시계 보더니 11시 다 돼 가자, 재촉하듯) 어여 나가 손 씻어, 밥 먹자.
김윤혜 : 벌써 밥은… (하고 나가려는데,)
때르릉, 갑자기 집 전화벨이 울린다.
할머니, 깜짝 놀라며 시계 보면, 11시 정각이다.
할머니, 벨이 울릴 때마다, 몰래 손가락 하나씩 꼽으며 전화기 쪽으로 돌아선다.
전화벨 세 번째 울리고, 손가락 세 개째 구부리며, 전화기만 바라보는 할머니.
김윤혜 : (나가다가 보며,) 안 받아요?
할머니 : 받아. (긴장해 입모양만 움직여, ‘다섯’.)
하더니, 수화기를 딱 들어 귀에 댔다가, 바로 내려놓더니, 휴… 안심한다.
김윤혜 : 왜?
할머니 : (당황해 돌아서며,) 잘못 걸었나 봐.
김윤혜 : 나 왔으니까, 오늘은 성묘 좀 일찍 갈까요? 매번 넘 늦게 가는 거 같애.
할머니 : (다급히) 안 돼! (당황해) 준비도 아직 덜 됐구. (황급히 나간다.)
윤혜, 그런 할머니 보다가 집전화기 보더니, 갸웃 하고는 나간다.
48. 카페 ‘그곳’ / 오전
재광, 어정쩡하게 앉아 있으면, 손님들 서너 명 각자 앉아 책 읽거나, 사람들과 얘기하거나 한다.
문 열리고 파란 등산 재킷 입은 남자 손님 하나 들어오면,
재광, 깜짝 놀라 눈길 고정하고 꼼꼼하게 살피는데, 아닌지 실망하는 표정이다.
재광, 좀 지루한지, 일어나 한 바퀴 둘러보다, 사진이 가득 붙은 벽 앞으로 간다.
경자 언니, 흘긋 재광을 보더니 커피를 내린다.
재광, 어지럽게 붙어 있는 오래된 사진들을 보더니, 다시 자리로 와 앉는다.
경자 언니 : (커피 한 잔 놓으며 친절하게,) 한 잔 더 드세요.
한재광 : 아… 예. 사진이 진짜 많네요, 취미신가 봐요?
경자 언니 : 아뇨, 다 손님들이 붙여 놓고 간 거예요, 누가 찍은 건지도 몰라요.
한재광 : 예… 여기 문 연진 얼마나 됐어요?
경자 언니 : 한 십년 정도?
하는데, 카운터 쪽에서 경자 언니의 휴대 전화벨 울린다.
경자 언니, 가볍게 목례하고 카운터 쪽으로 가면,
재광, 커피 한 모금 마시다 문득, 벽에 붙어 있는 사진들을 보더니 눈 동그래진다.
재광, 얼른 경자 언니 쪽을 살피면, 경자 언니, 통화하며 안쪽으로 들어간다.
재광, 잽싸게 일어나, 벽 족으로 가더니, 붙어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사진 보면, 커피 잔 하나 놓여 있고 그 옆에 열쇠 달린 열쇠고리가 놓여 있는데,
‘20001224’ 라는 숫자가 새겨진 돌로 만든 팬던트가 보인다.
놀란 재광, 주변을 둘러보더니, 남몰래 얼른 그 사진을 떼서 주머니에 넣고 나온다.
49. 햄버거 가게 앞 _ 차 안 / 오전
재광, 사진 보며, 전화 거는데 신호가 아무리 가도 (윤혜는) 절대 안 받는다.
재광, 고갤 절레절레 흔들며, 가방에서 윤혜, 자료 꺼내더니, 집 전화번호 누른다.
50. 윤혜 집 _ 안방 / 오전
할머니, 집전화로 통화 하시더니, 벙긋 웃으며, 수화기 윤혜에게 내민다.
할머니 : 이 번호도 가르쳐 줬냐, 벌써?
김윤혜 : (갸우뚱해 전화 받으며,) 여보세요.
한재광e : 그거 진짜예요? 진짜 아빠가 죄 없다고 그랬어요?
김윤혜 : ? … (할머니 눈치를 살짝 살피면,)
할머니, 흐뭇하게 바라보시다, 방문 닫고 나가 주신다.
51. 햄버거 가게 / 낮
햄버거 두 개와 콜라 두 잔, 테이블에 놓여 있고, 재광, 사진을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회상] 재광 집 _ 거실 / 아침 (8년 전)
재광, 서 있으면, 신 여사, 차려입고 방에서 나와 신발 신으며, 재광에게,
신 여사 : 공부하고 있어, 형 시험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같이 올 거니까. 딴짓하면 안 돼!
한재광 : 네.
한재민 : (가방 들고 나오며,) 혼자 가도 되는데요, 어머니.
신 여사 : (무시) 차 시동 걸어놓고 있을 테니까 어여 나와! (나가면,)
재민, 재광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이더니, 마루 끝에 걸터앉아 신발 신으며,
한재민 : 7시는 돼야 오니까 모처럼 나가 놀아.
한재광 : … (고마우면서도 민망해,) 시험 잘 봐요.
재민, 일어나 나가면, 재광, 방으로 들어가려다 바닥에 놓인 돌멩이 펜던트 달린 열쇠고리 본다.
들어서 보면, 납작한 돌멩이 가운데, 20001224 라는 숫자만 적혀 있다.
재광, 급하게 신발 신으려 하면, 갑자기 문 열리며 재민 들어온다.
한재민 : (바닥보며,) 열쇠고리 못 봤니? 형이 맨날 갖고 다니는 거.
한재광 : (열쇠고리 내밀며,) 지금 갖다 줄려구…
재민, 받아 들더니, 씩 웃으며 재광의 머리를 푸스스 쓰다듬더니, 손 흔들고 나가는데
그 손가락에 걸린 열쇠고리도 같이 흔들린다.
[현재]
사진 속 같은 열쇠고리.
재광, 훅… 숨 쉬며 기지개 펴는데, 어느새 윤혜, 다가와, 불편하지만 궁금한 얼굴로 서 있다.
한재광 : (다짜고짜) 그러니까 내가 전화로 한 얘기를 정리해 보면, (일회용 케첩을 들더니,) 형 선물 놓고 간 남자는
(냅킨 위에 놓으며,) 이 까페 주인의 차를 타고 있었고, (감자 냅킨 위에 놓으며,) 그 차엔 형 죽은 자리에 놓여 있던
꽃이 있었고, (사진 그 옆에 놓으며,) 형 열쇠고리가 찍힌 이 사진은 그 까페에 있었어요.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쳐다보면서,) 좀 앉아요.
김윤혜 : (그제야 앉으며, 재광이 배치해 놓은 물건들을 보며,) …
한재광 : 게다가 그쪽 아빠 말에 따르면, 범인이 따로 있다는 건데… (문득) 혹시 다른 거 뭐 감추는 거 없죠, 아빠에 대해서?
김윤혜 : (고개 가로 저으며,) 아뇨. 그런데… 형이… 그 까페에 갔던 적이 있다면요?
형이 거길 우연히 들렀다 사진을 찍어 붙이고… 선물은 깜빡 잊고…
한재광 : (사진 가리키며,) 이 날짜 봐요, 이건 형 죽은 지 2년 후에 찍은 거예요. (보면, 2007년 2월이라고, 적혀 있다.)
늘 가지고 다녔는데… 유품에 없어서 궁금해 했어요.
김윤혜 : …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한재광 : 우선! … 먹어야죠. (햄버거를 집더니 주며,) 드세요.
김윤혜 : … 아뇨…
한재광 : 왜요, 배 안 고파요?
김윤혜 : 안 먹어요, 햄버거.
한재광 : (빤히 보더니,) 왜?
김윤혜 : 입 너무 벌리고 먹는 거 신경 쓰여요, 뭐 좋은 일 있다구.
한재광 : (피식 웃더니, 햄버거 포장 째 꾹꾹 누르며,) 그게 눈치가 좀 보이긴 해.
(납작해진 햄버거 하나를 내밀며,) 속 편하게 너무 우겨넣는 거 같구.
김윤혜 : ? (받아 납작해진 햄버거 보면,) …
한재광 : (자기 것도 꾹꾹 눌러 포장 벗기며,) 먹어요, 입 쩍 안 벌려도 돼. (입을 조그맣게 오므려 한입 먹으며, 장난스런 미소)
김윤혜 : (햄버거 든 채 피식 웃고는,) … 이제 어쩌실 건데요?
한재광 : 강 형사한테 전화로 설명했어요.
김윤혜 : 뭐래요?
한재광 : 일단 사진하고 선물받은 거 갖다줘야 해요. 만나보면 무슨 얘기가 있겠죠.
재광, 한입 더 먹으면, 윤혜, 햄버거 든 채 기대 반 걱정 반인 얼굴로 재광을 본다.
52. 경찰서 앞 / 낮
윤혜, 구석에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재광, 건물에서 나와 뛰어온다.
김윤혜 : 어떻게…?
한재광 : … 확인해 보겠대요.
김윤혜 : … 그럼 아빠는…
한재광 : 아직 강 형사 생각까지 바뀐 건 아니구. (둘러보다 픽 웃더니 저쪽 가리키며,) 저기서 처음 만났는데…
김윤혜 : ?
[회상] 경찰서 입구 / 밤 (7년 전)
재수생 재광, 막막한 표정으로 있는데,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재광, 돌아보면, 고등학생 윤혜, 넋 빠진 얼굴로 타박타박 걸어 나오고 있다.
형사1 : (건물서 나오며,) 누구야?
강 형사 : (윤혜 보며,) 딸, 김주평이. (돌아 들어가면,)
윤혜, 우뚝 멈춰 서더니, 멍하니 앞을 본다.
재광, 그만 안으로 들어가려고 움직이는데,
윤혜, 갑자기 뛰기 시작하더니, 재광과 탁 부딪혔는데도 아랑곳 않고 그대로 뛰어간다.
[현재]
재광, 윤혜를 보면, 윤혜, 멀리 자신이 뛰어갔던 자리를 보고 있다.
한재광 : (차 쪽으로 걸어가며,) 데려다 줄게요.
김윤혜 : 아니예요.
한재광 : 한번! 딱 한번이라도 그냥 네! 하고 하자는 대로 하면 안 돼요?
윤혜, 대답 안 하고 서 있으면, 재광, 윤혜의 등 뒤로 가더니, 뒤에서 민다.
윤혜, ‘하지 마요.’ 하면서도 밀려가며 살짝 웃다가, 갑자기 깜짝 놀라 멈추면,
밀던 재광, 윤혜 뒤에서 고개 들어 보다 완전 얼음!
보면, 재광 차 앞에 신 여사 떡 버티고 서 있다.
신 여사 : (턱으로 윤혜 가리키며,) 이거 싣고 가게?
김윤혜 : … (몸 옆으로 돌려 고개 숙인다.)
한재광 : (윤혜를 등 뒤에 감추듯 앞으로 나서며,) 그게…
신 여사 : 정신 나간 자식, 하는 짓 하고는…
한재광 : …
신 여사 : 넌 원래부터 이래.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하고, 뭘 해도 희끄무레 하게… 니 형이랑은 싹수부터 달랐어.
그러니까 니 형은 사법고시 한 번에 척 붙구, 너는 그깟 이류 대학도 떨어지고 그런 거야. 형 몫까지 잘 살랬더니,
커녕 커녕, 지 앞가림도 못 하더니, 이제 사람 구실도 못해…? 기집애면 아무나 달고 다녀!
한재광 : (버럭) 쫌! 그만 좀!
신 여사 : (재광을 노려보며 차갑게,) 쫌?! 쫌 뭐! 너 저 기집애가 뭔지 알아? 쟤 아빠가 개야, 개가 키운 애라구!
재광, 당황했는데, 참담한 표정의 윤혜, 어정쩡하게 인사하고 돌아서 가면,
신 여사, 경찰서 쪽으로 딱 딱 신경질적으로 걸어간다.
재광, 윤혜와 신 여사를 번갈아 보다가, 할 수 없이 일단 신 여사를 따라간다.
53. 경찰서 _ 복도 / 낮
신 여사, 따라 들어와 앞을 막는 재광을 보더니, 우뚝 멈춰 서서.
신 여사 : 다 불어. 여기 와서 뭘 보고 뭐했는지, 낱낱이 다 얘기해.
한재광 : … (피곤한지 얼굴 쓸며,) 알았어요, 잘못했어요.
신 여사 : 다 얘기하라구!
한재광 : … (지쳐,) 이러니까… 내가 집에 안 가는 거예요. 집에 안 가도 자꾸 전화해서 이러니까… 외국으로 내빼는 거라구요.
이러니까… 내가… (차마 말 못하고 멈춘다.)
신 여사 : … (야속해,) 나 때문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다 나 때문이라는 거야?
한재광 : 그만하자구요, 형도 나도 다 놓고, 그냥 사시라구요.
신 여사 : 어떻게 놔. 죽인 놈은 벌겋게 살아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놔!
한재광 : 이런다고 달라지지 않아요. 아무것도 돌이킬 수가 없어. 끝났어 이미, 7년 전에, 형이 죽었을 때, 다 끝난 거라구…
제발 인정 좀 해.
신 여사 : … (씹어뱉듯) 못된 새끼.
한재광 : (절망적인 눈으로 신 여사를 보더니, 다시 달래듯,) 가자, 응?
신 여사, 재광을 노려보더니, 무시하고는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간다.
재광, 고집스레 절뚝이며 걸어가는 신 여사가 안쓰럽고 답답하다.
54. 도로 _ 차 안 / 낮
재광, 속상해 하다가, 흠… 흠… 하고 마음을 다지더니, 전화 건다.
한재광 : 예, 할머니, 저… 서울 총각인데요, (사이) 아… 아직 안 들어왔어요?
(사이) 아뇨, 핸드폰 안받길래 혹시 집에 있나 해서요. 예, 안녕히 계세요.
재광, 전화를 끊더니, 곰곰 생각하다 뭔가 생각난 듯 방향을 바꾼다.
55. 경찰서 / 낮
강 형사, 재광이 놓고 간 사진을 보며 앉아 있으면,
형사1 : (수사 기록 보며,) 한재민이 죽던 날 그 까페에 들렀는데요? 영수증 있네.
강 형사 : … 알아… (생각에 잠기더니,) …
형사1 : (수사기록 더 보며,) 살아있는 한재민… 마지막 목격자네요, 그 까페 주인.
강 형사 : (고민하다 형사1을 보며,) 일단 가서 데려와 봐.
형사1 : 네. (인사하고 나간다.)
56. 유원지 _ 호숫가 / 오후
재광, 천천히 걸어오다 보면, 윤혜, 저쪽 호숫가에서 호수를 보며 서 있다.
재광, 다가가 음, 음, 인기척 내면,
김윤혜 : (놀라,) 여깄는 줄 어떻게…?
한재광 : 몰랐어요… 그냥 찍은 거지.
김윤혜 : …
한재광 : (호수를 바라보다,) 기분이 어땠어요? 물에 뛰어들었을 때.
윤혜, 놀라 재광을 쳐다보면, 재광, 그냥 호수만 본다.
[회상] 7년 전, 밤.
숨이 턱에 차 뛰어 들어오는 고등학생 윤혜 보인다.
그 뒤를 따라 뛰어 들어오는 재수생 재광.
고등학생 윤혜, 갑자기 멈춰서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꼭 쥐더니, 전력 질주해 물속으로 달려가 풍덩 뛰어든다.
(그 위로 재광과 윤혜의 대화)
한재광e : 따라왔었거든요, 내가.
김윤혜e : 왜요?
한재광e : 글쎄… 그땐 나도 모르게 그런 건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현재]
한재광 : 경찰서 앞에서 그쪽 얼굴을 보는 순간, 나도 저런 표정이겠구나… 싶었나봐. 안 무서웠어요?
김윤혜 : … (멀리 호수로 눈길 주며,) 무거웠어요… 코트가 젖어서.
한재광 : …
[회상] 7년 전, 밤.
물 속, 코트 입은 채,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윤혜.
재수생 재광, 구하려는 듯 움찔하지만 차마 움직이지는 못하고, 한참을 망설이며 바라보다, 갑자기 뒤로 돌아 막 뛰어간다.
한재광e : … 그날… 그냥… 갔어요, 난. 속으론 진짜 살리고는 싶었는데, 왠지…
물 속, 더 깊이 무겁게 가라앉는 윤혜.
[현재]
한재광 : (미안한 표정으로 윤혜를 보며,) …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김윤혜 : … (여전히 호수에 눈길 준 채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잘했어요…
한재광 : 그 후로 늘… 궁금했어요, 당신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김윤혜 : … (재광을 본다.)
한재광 : (윤혜 보며,) 그래서 내려왔을 거예요. 점쟁이 말이, 딸내미랑 잘 산다더라… 신 여사가 그러는데,
그 순간, 꼭 봐야겠다 싶더라구.
김윤혜 : … 어땠어요, 보니까?
한재광 : (씩 웃더니,) 말했잖아요, 반가웠다고.
재광, 웃으면, 윤혜, 다시 호수를 바라본다.
한재광 : 아까 미안해요, 신 여사가 좀…
김윤혜 : 그럴 만했어요. 하나뿐인 아들이 하필 나랑 그러고 다녔으니… (안쓰럽지만 애써 가볍게,) 형 몫까지 잘 살기는커녕…
한재광 : (피식 웃더니,) 대체 형 몫까지 잘 사는 건 뭘까? 다들 그러라는데…
김윤혜 : (피식 웃더니,) 꿋꿋하게 잘 사는 건 뭘까요? 다들 그러라는데…
한재광 : …
김윤혜 : (생각하다) 이상해요, 어쩌면 아빠 말이 맞을지도 모른단 생각 드니까.
한재광 : 난, (윤혜가 보는 호수를 따라 보며,) 안심이 되던데.
재광과 윤혜, 나란히 서서 먼눈으로 호수를 본다.
57. 유원지 _ 주차장 / 늦은 오후
차 앞에 재광과 윤혜, 서 있다.
김윤혜 : 데려다 준단 말 하지 마요, 어머니 생각해서.
한재광 : (피식 웃으며,) 졌다.
김윤혜 : 강 형사님 소식 있음, 부탁드릴게요.
한재광 : 물론요. 지금 경찰서로 가 보려구요. 신 여사 아직 거깄을거야. 민폐 그만 끼치시게 모셔와야지.
김윤혜 : (시계 보더니 깜짝 놀라며,) 어! 나 가야돼요.
한재광 : 어딜?
윤혜, 많이 당황해 경황없이 쳐다보더니, 대충 인사만 하더니 뛰어간다.
재광, 그런 윤혜가 가는 모습을 한동안 보더니, 몸 돌려 호수를 한 번 더 바라본다.
58. 경찰서 _ 복도 / 늦은 오후
재광, 들어오다, 벤치에 앉아 사무실 안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신 여사 본다.
재광, 신 여사 시선 따라가 보면, 경자 언니, 강 형사랑 문 안쪽에 서서 이야기 중이다.
재광, 관심 있게 보다, 문득, 강 형사와 경자 언니를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신 여사가 좀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신 여사를 바라보는데,
신 여사, 갑자기 일어나더니, 걸어 나간다.
한재광 : 어디가요?
신 여사 : 따라오지 마!
재광, 신 여사 가는 걸 보는 사이, 뒤에서 경자 언니, 강 형사랑 인사를 나누고, 나온다.
재광, 돌아보면, 경자 언니, 가볍게 목례하며 지나가자, 재광, 머쓱하게 인사한다.
강 형사 : (다가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이고,) 김주평이 맞아, 더 볼 거 없어.
한재광 : … (꽤나 실망하는 표정이다.)
59. 윤혜 집 앞 _ 골목 / 늦은 오후
윤혜, 허겁지겁 뛰어오면, 할머니, 성묘거리들 싸들고 문 앞에서 목 빼고 기다리다, 윤혜를 보자마자,
할머니 : 왜 이렇게 늦었냐, 일 년에 딱 한 번인데…
김윤혜 : 미안해요.
할머니, 너무 급해하며 윤혜 손 붙잡고 아슬아슬 아래쪽으로 내려가시며,
할머니 : 빨리 가자, 이러다 차 놓쳐.
김윤혜 : 담 차 타요. 성묘 가는 게 뭐가 급하다구.
할머니 : 안 돼! (우뚝 멈춰서더니, 단호하게) 너 혼자 가라, 윤혜야.
김윤혜 : 나 혼자?
할머니 : 이러다 늦어. (야무지게 윤혜 손을 잡더니,) 혼자 다녀와, 암 것도 묻지 말고.
김윤혜 : …!?
할머니 : (간절한 얼굴로) 5시 차 꼭 타야 돼, 그래야 6시 전에 도착하지.
김윤혜 : (문득 불안해져) 할머니…
할머니 : 얼른 뛰어가. 꼭, 꼭, 제 시간 안에 도착해야 돼. 제발… 어여, 가, 어여.
윤혜, 할머니 서슬에 차마 고집 부리지 못 하고 일단 짐을 받아 혼자 길을 내려간다.
가던 윤혜, 돌아보면, 할머니,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듯 서서 윤혜에게 고개 끄덕인다.
윤혜, 뭔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여 뛰기 시작한다.
60. 버스 정류장 / 늦은 오후
골목에서 뛰어나온 윤혜, 불안한 표정으로 시계(휴대 전화)를 보며 버스 올 쪽을 보다,
전화가 왔는지 받으며,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버스 올 방향을 쳐다보는 중이다.
61. 정류장 근처 도로 _ 차 안 / 늦은 오후
재광, 통화 중이다.
한재광 : … 잠깐 볼래요? 경찰서 다녀오는 길인데…
김윤혜e : (당황해,) 아뇨, 오늘은 그냥 들어가 쉴래요.
한재광 : 그럼 그래요, 낼 연락할게.
재광, 전화를 끊으며, 갸웃하다 앞을 보면, 짐 들고 막 도착한 버스에 불안한 표정으로 오르는 윤혜가 보인다.
재광, 갸웃하며 보더니, 일단 운전해 버스를 따라간다.
62. 묘지 근처 _ 정류장 / 저녁
버스 서고, 윤혜, 짐을 든 채 내린다.
저쪽 뒤에 재광, 차 세우고 내리더니 윤혜의 기색 살피며 멀리 떨어져 따라 걷는다.
윤혜, 불안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보며, 도로 옆 길 따라 묘지 쪽으로 내려가는데, 전화벨 울린다.
김윤혜 : (멈춰 서서 받으며,) 네, 할머니. 도착했어요, 걱정 마세요.
하는데, 다른 버스 와서 선다.
윤혜, 통화하다 문득 선 차를 보는데, 갑자기 얼음! 돼 뚫어져라 쳐다본다.
보면, 버스 안에서 모자 쓴 주평, 차 안에서 윤혜를 내다보고 있다.
스르륵 전화든 손 내리는 윤혜, 주평과 눈이 마주치고, 천천히 출발하는 버스.
천천히 출발하는 버스에서 내다보고 있는 주평.
매년 주평이 이 길을 지나며 보고 갔다는 것을 깨달은 윤혜.
놀라 짐 던져버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길로 뛰어들어 버스를 쫓아 뛴다.
마주 달려오던 승용차, 빵빵 경적을 울리며 라이트를 반짝이며 윤혜에게 가까워지자,
순간 재광, 도로로 뛰어들어 윤혜를 껴안아 갓길 쪽으로 당겨 안는다.
윤혜, 넋 나가 버스를 보며 ‘아빠…’ 하면, 재광, 따라 버스 뒤를 보는데,
앞 버스 뒷 유리에 매달려 걱정스런 표정으로 윤혜를 보고 있는 주평 보인다.
재광, 그런 주평과 눈이 마주친다.
재광, 놀라 멀어지는 버스를 한참 보더니, 안고 있는 윤혜의 어깨를 잡아 밀어내며,
한재광 : 아빠야? 니네 아빠? 모른다며!
두렵고 놀라 넋 나간 눈으로 재광을 보는 윤혜, 아무 말 못하고,
그런 윤혜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재광.
63. 경찰서 사거리 _ 차 안 / 밤
보조석에 윤혜, 앉아 있는데, 여전히 넋이 나가 있다.
재광, 화난 얼굴로 앞만 보며, 건널목 앞에서 좌회전 신호 받으려 기다리고 있다.
한재광 : (앞만 보며,) … 아니래요, 까페 주인.
김윤혜 : (그제야 쳐다보면,) …
한재광 : … 내려요… 여기서 좌회전 하면 경찰서예요, 나 지금 거기 가요.
김윤혜 : … (고개 돌려, 밖을 보면,)
한재광 : 당신 아빠 탄 버스 얘기 하면, 내린 지점 어딘지, 형사들이 알아낼 거예요. 그 다음엔 쉬워, 꼬리를 잡은 거니까…
신호 바뀌고 뒤에서 차들 빵빵 대자, 윤혜, 아무 말 못하고는 천천히 차에서 내린다.
윤혜, 문도 제대로 못 닫고 내리자, 재광, 손 뻗어 문 쾅 닫고는 내린 윤혜를 보지도 않고 그대로 좌회전 한다.
막막히 서서 멀어지는 재광의 차를 보고 있는 윤혜 모습, 재광 차의 사이드 미러에 비치다 사라진다.
64. 경찰서 사거리 _ 건널목 / 밤
추운 길거리 건널목 한가운데서 윤혜,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모른 채 멍하니 서 있다.
65. 경찰서 앞 / 밤
재광, 화 잔뜩 난 표정으로 경찰서를 쳐다본다.
66. 강목수 공방 / 밤
톱, 망치, 등이 있는 공구함 보이고, 파란 등산 재킷을 입은 남자(강목수), 쓱쓱 작업대에서 대패질 중이다.
강목수, 대패 놓고 멈춰서 대패질 상태를 살펴보더니 다시 대패를 드는데, 누군가 대패 놓였던 자리에 열쇠고리 놓는다.
보면, 재민이 들고 다니던 바로 그 돌 팬던트가 달린 열쇠고리다.
돌아보는 강목수의 시선 따라가면, 경자 언니 서 있다.
67. 시내 _ 정류장 / 밤
추운 밤거리, 황량하고 빈 정류장.
신 여사, 의자에 목발 걸쳐 놓고, 주머니에 손 넣은 채, 삭막하고 쓸쓸한 표정으로 바닥만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다.
68. 경찰서 사거리 _ 건널 목 / 밤
윤혜, 아까 내린 그 자리에서 고개 숙인 채 꼼짝도 못하고 서 있는데, 자동차 빵빵거리는 소리들 엉켜 들리더니,
누군가(재광), 윤혜 앞에 선다.
윤혜, 고개 들어보면, 울 것 같은 표정의 재광이 숨 몰아쉬며 서 있다.
윤혜, 아무 말 못하고 쳐다만 보면,
한재광 : (어쩔줄 몰라하며,) 상관없었는데… 범인이 누구든 하나도 상관없었는데… (똑바로 보며,) 이제… 상관있어졌어.
윤혜, 아무 말 못하고 안타까운 눈으로 재광을 바라보기만 한다.
69. 공사장 _ 숙소 / 밤
허름한 가건물 숙소 안, 어둠 속에 남자들, 난민처럼 누워 자고 있고,
주평, 들어와 이불도 못 덮은 채 모로 꾸부리고 눕는다.
70. 경찰서 사거리 _ 건널목 / 밤
간혹 자동차 불빛들 번쩍이며 지나가고,
재광을 마주보고 서 있던 윤혜, 눈길을 피하더니, 위태롭게 돌아선다.
재광, 돌아서는 윤혜의 팔목을 턱 잡으며,
한재광 : … 등 보이지 마.
김윤혜 : (팔목 잡힌 채 입술 꼭 깨무는데,) …
한재광 : … (윤혜의 팔목을 더 꽉 잡으며,) 등 보이지 마.
김윤혜 : (손 잡힌 채, 그대로 풀썩 주저앉으며 고개를 숙인다.) …
건널목 가운데, 주저앉은 윤혜의 팔목을 잡은 채, 윤혜의 작은 등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는 재광.
- 2부 끝.
첫댓글 소중한 자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