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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 장군봉(738m)에서 갈길 잃고 옛 추억만 더듬다.
(전북 완주군 동상면 신월里)
하지(夏至)가 지난 지 이틀이 되었다.
하지는 망종과 소서 사이에 있는 절기로 이때가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1년 중 가장 길 때이다.
지구 북반구(北半球)의 지표면(地表面)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는다.
그리고 이 열이 쌓여서 하지(夏至)이후에는 기온이 상승하여 몹시 더워진다.
세시(歲時)에서는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반하(半夏)의 알이 생긴다고 했다. (반하= 끼 무릇, 소천남성, 법 반하라고도
하며, 덩이뿌리로 밭에서 자라는 한약재이다.)
한국의 농사력에서는 모내기가 끝나는 시기이며 장마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양력으로 6월 21 -22일경을 말한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2주간 산행을 하지 못하고 3주 만에 오늘 참여했다.
그동안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면서 사람의 기운을 완전히 소진(消盡)시켜 버렸다.
산행을 한다고 오전 05시에 기상을 했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07시에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깜빡하고 06시에 집을 나섰다.
광주역광장에 도착하고 보니 06시 50분이었다.
아차! 했는데 1시간 이상 산행버스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내가 생각해 봐도 어이없는 일이었다.
“미쳐버리겠어!”
총무에게 문자를 보내 놓고 역 승객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입하(立夏)에 일어선 여름 기운이 하지(夏至가 되면서 온 세상에 뻗친다.
해가 가장 많이 비추니 여름 한가운데 접어든다.
어디선가 매미우는 소리 들리고, 밤꽃이 하얗게 피어 진하고 야한 냄새를 풍기고,
호박, 오이 넝쿨이 뻗어가고, 풋고추, 풋가지가 가지에 매 달린다.
옛말에 웬만한 곡식은 하지(夏至)까지 심으면 거두는 양은 적지만 되기는 된다고
하였다.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日射)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동지(冬至)에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하지(夏至) 날 가장 짧아지는 반면,
낮 시간은 일 년 중 가장 길어져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된다고 한다.
오늘 산행 할 완주 장군봉은 널리 알려진 명산 운장산 북쪽으로 약5km 거리에
근접해 있는 산이다.
이 산은 표면이 매끄럽고 경사진 넓은 바위인 슬랩등반이나,
굴뚝모양으로 생긴 바위 사이에 몸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이의 바위틈인 침니등반,
줄타기 등의 교육훈련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용도가 다양하고,
숲도 좋고, 계곡이 짧은 거리여서 험하기는 하나
진입로에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크고 아름다운 대야저수지와 동산저수지가
있으며,
산길에는 쇠사슬다리하나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자연 그대로가 더 더욱 좋은
곳이다.
하지(夏至)에는 장마가 오기에 앞서,
밭마다 김을 매 주어 작물이 풀에 치이지 않게 해줘야 한다.
이때를 놓치면 장마에 밭이 풀밭이 되고 곡식 곁에 난 풀을 뽑으려다 서로
뿌리가 엉켜 곡식까지 뽑히고 만다.
지나다 보이는 대로 맨손으로라도 뽑고,
호미로 찍어내고, 그래도 안 되면 낫으로 처내야한다.
장마와 가뭄 대비도 해야 하므로 이때는 일 년 중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쁘다.
하지(夏至)
(팡팡 자작시)
가장 높은 곳에서 / 세상을 지배하는 한낮
우리 모두 / 경건하게 태양을 맞으리라
모든 살아있는 것은 / 죽은 척 엎드려있고
긴긴 하루가 / 정점(頂点)에 서 있는 날에
모내기가 끝나 가는지 / 장마가 시작되려나 보네
아직도 긴 햇살 그리워 / 서성이는 사람이 있는가?
세시에서는 /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 반하(半夏)의 알이 생겼는데
친구야, / 못다 한 일 서둘러야지
지는 해 붙잡아둘까? / 등불 밝혀줄까?
산행버스가 도착했다.
나 회장이 개인사정으로 오늘 산행에 나오지를 못했다.
날씨 탓일까?
참여회원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다.
총무가 걱정을 한다.
광동제약회사 본사직원이 승차하여 몇 가지 회사 제품을 광고하고 내렸다.
금광카페에 항상 산행지역 기상상태를 게시해주고 위험구간까지 알려주는
친절한 “두창문”회원도 나오지를 않았다.
산행버스는 정읍휴게소에서 한번 쉰 뒤 목적지인 완주 동상면 신월里에 있는
구수산장 주차장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夏至)에 밭마다 풀을 매고 다니다 보면 정작 마당에 풀을 맬 겨를이 없었으니
이맘때 풀은 키가 사람 만 큼 자랐지만 아직 씨는 안 맺힌 터라 풀을 베어 밭에
덮어주기가 좋다.
풀이 작물에 거름도 되어주고,
풀이 두둑이 덮이면 새로 풀이 자라지 못하니 풀로 풀도 잡는 격이 된다.
하지만 조심조심,
벌이 있는지, 뱀이 있는지 이리저리 살피면서 해야 한다.
너무 욕심 부리며 일을 하다가는 낫이 내 몸을 벨 수도 있으니까.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 매기, 마늘 수확 및 건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재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40분이었다.
오늘산행코스는 용연정류소를 지나,
구수산장 주차장 -훈련장 삼거리 -장군봉(742m) -715峰 삼거리 -해골바위 -
훈련장 -삼거리 -구수산장으로 내려오는 회귀(回歸)코스였다.
하산시간을 오후 4시로 정했다.
등산지로서는 전북 어느 산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이 산이 옛 모습대로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눈에 잘 뜨이지 않는 오지에 있고,
대중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는데 많아진 자가용 등살에 잘 견딜 수 있었을까?
산행은 곧 바로 시작되었다.
하지(夏至)에는 곡식들은 하룻밤 자고 나면 몰라보게 쑥쑥 자란다.
비라도 한 줄기 내리고 나면 어제 오늘이 생판 다르다.
하지에는 호박꽃, 오이꽃, 메꽃이 피고지고 자귀나무에도 꽃이 피기 시작하며
생강 촉, 토란 싹이 올라오고 고구마 줄기가 뻗어나기 시작한다.
부지런히 심는다고 심었지만 군데군데 빈곳이 남아 있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다.
늦게 심어도 되는 팥, 조, 기장을 심고,
비가 오면 들깨 모, 고구마 순도 심어야 한다.
비[雨]에 대한 관심은 이미 단군신화에 나타나 있다.
환웅이 거느리고 하강했다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세신은 모두
비에 관한 신(神)이니,
비에 대한 관심은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농작물은 물을 필요로 하며,
물은 곧 비를 의미한다.
날씨는 구름이 약간씩 끼어있어 그렇게 더위를 느끼지 못했다.
숲도 울창해서 햇살을 가려주고 있었다.
산행고문인 “조 교장”님이 선두가 되어 장군봉으로 올라가는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산행코스는 과거에 두 번이나 다녀온 곳이었다.
가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게 들어나는 산행길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훈련장삼거리에서 우측 길 따라 산길에 들어서면 유氏 묘가 있고,
바른 길 따라 375고지를 지나 작은골을 지나면 급경사의 마사 토(土) 길이 나온다.
이 길을 기어오르면 작은 봉우리에 서게 되고 다시 우측 협곡을 돌아 오른
550고지부터 좌우가 암릉과 슬랩, 바윗길로 이어진다.
정상 직전 2단으로 된 슬랩지대는 밧줄이 있는 것이 안전하나 기어오를 수도 있다.
장군峰정상에는 2평가량의 평 바위가 얹혀있으며 정상에서 남쪽 능선 길로 조금
내려가면 그 앞에 사자바위가 웅크리고 앉아있다.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하지(夏至)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고도 말한다.
이날 “감자 천신한다.”고 하여 감자를 캐어다가 전을 부쳐 먹기도 했으며
농촌에서는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데,
우리나라는 예부터 3-4년에 한 번씩 한재(旱災)를 당하였으므로 조정과 민간을
막론하고 기우제가 성행했다.
특히 농업의 주종을 이루는 벼농사의 원산지가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 지역이고,
우리나라는 주로 장마철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므로 그 전후인 하지 무렵까지는
가뭄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수리시설이 부족한 때일수록 기우제가 성행하였다.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비였으므로 기우제는 연중행사였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되었다.
장군봉정상에서면 왕사峰, 명도峰, 운장산, 위봉山이 보이고 대야저수지, 운암山
등의 조망이 빼어나다.
724봉을 지나 삼거리 전망대에 서면 해골바위가 나오는데 거대한 바위에 사람의
눈, 코, 입모양으로 뚤 린 바위구멍이 사람의 해골을 연상시킨다.
사람들은 짓 굳게 바위구멍을 타고 올라가 머리 부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해골바위를 돌아 내려오면 선녀탕이 있고 암벽 등반훈련장이 나온다.
나는 485봉 교육장 아래서 피곤해서 잠간 쉬는 동안 잠이 들었었나 보다.
우리는 장군봉코스를 올라간 것이 아니고 “영찬”, “바우”, “송국장”, 여성회원
한사람과 5명이 한 조가 되어 해골바위 쪽으로 올라간 것이다.
나는 체력이 딸려 암벽등반 교육장 밑에서 산행을 포기했다.
올해는 비가 오지 않아 전국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밭작물은 매 말라 죽어가고, 댐의 수위는 한계점까지 내려갔으며,
바닥난 저수지가 흉물스럽게 속내를 내보이고 있다.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는 아예 없고 식수마저 제한급수를 할 정도라며 절수를
당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군봉 계곡에도 물 한 방울 없이 매 말라 있어 바위와 돌들만 보였다.
계곡 길은 사석(沙石)과 자갈 때문에 미끄러지기 일쑤다.
조심조심하다가 미끄러지면서 바위에 무릎을 다쳤다.
“재영”회원을 만나 동행해서 내려오다 구수산장부근 가게에 들려 막걸리
한 잔을 하면서 쉬었다.
산행고문 “조 교장”님이 내려오고 있어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을 대접해 드렸다.
하산시간이 4시가 넘었는데 오지 않는 회원이 한 사람이 있어 총무가 통화를
해보니 이제 산악훈련장을 지났다고 한다.
도착하려면 1시간도 넘을 것 같아 하산酒를 먼저 시작했다.
하산酒가 끝나 갈 무렵 마지막 회원이 흙 범벅이 된 옷차림으로 넋이 나간 채
돌아왔다.
사연인즉 자기 체력의 능력도 모르고 산을 오르다 보니 혼자 뒤에 처져버렸고
몸이 지치니 체력이 고갈되어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허겁지겁 내려온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측은해졌다.
내가 말갈기 능선을 지나오면서 다리에 쥐가 나서 1시간 이상을 지체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그래도 안전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었다.
삶이 비록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슬픔을 딛고 일어서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항상 미래를 지향하고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하염없이 사라지는 모든 것이여
한번 지나가 버리면 그리움으로 남는 것
(A S 푸쉬킨의 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에서
(2017년 6월 23일)
첫댓글 무리한 산행은 오히려 건강을 해칩니다.
특히 여름산행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최우선입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정상이 어디 인가 눈 뜨고 찾아보니 정상은 보이지 않고 산 그림자만 밟고 서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