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하루
햇볕을 쬐며 베란다 의자에 앉아있다. 겨울 아침이 봄날처럼 따사롭다. 식구들이 모두 외출 중이다. 쥐 죽은 듯 조용하다는 말이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식구가 다 같이 있으면 집안이 충만한 기운에 활기가 넘쳐서 좋고 오늘처럼 혼자 집에 있는 날은 한가롭고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서 좋다.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베란다에서 햇살 샤워를 하면서 혼자만의 즐거움을 마음껏 즐긴다.
뿌잎 주스와 삶은 달걀로 아침을 먹었다. 생각보다 야채 주스가 포만감이 크다. 체중이 약간 오버가 돼서 관리하는 중이다. 건강이 좋지 않을 때 먹는 것이 힘들어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지고 체중이 내려갈 때를 생각하면 이렇게 먹을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다시 회복되어서 식사를 잘 하니까 체중이 늘었다. 건강을 위해서 조절해야 한다.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 그렇다고 자제할 줄 모르고 관리가 안 되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고 외관상 보기도 그러니까 철저하게 관리한다.
토산지를 한 시간 넘게 걸었다. 벚나무도 봄을 한껏 물고 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꽃봉오리를 부풀리고 있는 목련 나무도 행복해 보인다. 연못가 가로등에 달아놓은 스피커에서 오늘도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언제 들어도 노랫말이 참으로 곱다. 지나칠 때면 마음이 심쿵하다. 연못가에 2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놓았는데 그곳을 지나갈 때는 일부러 천천히 걷는다.
하얀 새 한 마리가 오늘도 우두커니 물 위에 앉아있다. 외로워 보이기보다는 명상에 든 편안한 선비모습이다. 풀숲에서 푸드덕거리며 수달이 말을 걸어온다. 반가움에 다리 난간에 서서 수달이 노는 모습을 한참을 지켜보았다.
날씨가 풀려서 산책 나온 사람이 많이 보인다. 무거운 점퍼는 허리에 감고 활기차게 걷는 모습이 봄처럼 따사롭다. 그 사람들 속에 끼어서 나도 씩씩하게 보폭을 크게 하면서 걸었다. 오늘도 만 보를 훌쩍 넘겼다. - 2024년2월1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