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에 방문
글 이 용 구
벌써 이사 했다고 연락을 받았으나 왜 그리도 바쁜지 주소와
전화번호만 적어놓고 근 1년을 가지 못했다 선뜻 마음만
먹으면 가능 했는데 나도 모르게 차일피일(次日避日)한 것이
핑계이며 나의 탓이었다 핑계없는 무덤이란 말이 이것이다
이분과는 벌써 약 40여년전 철도청 경리국에 근무당시 나는
재정과에 그는 관재과에 있을때 처음 만났다 나이가 드니
당시의 동료들은 거의 세상을 떠나고 이젠 몇 명 남은 친구중의
한 사람으로 특히 나하고는 아주 가까웠던 사이었다
재직당시 그는 오류동에서 나는 안양에서 기차 통근할 때
부터 였으며 그후 정년이 가까운 시기에 다시 철도건설국
자재계에서 만나 한동안 같이 근무 하다가 그는 나 보다 2년
먼저 정년퇴직을 하였다
퇴직후 에도 철도 퇴직자 모임시에는 자주 만났다 나는 성격상
친구집에 잘 다니는 편인데 비해 이 분은 잘 다니지 않는 편이라
나 만은 수 차 찾아 갔었다 그러나 그는 우리집에 꼭 한번 나의
환갑날 만사를 제외 하고 잠깐 다녀 갔을 뿐이라 거억된다
지난 토요일 하는것 없이 지내다가 문득 생각이나 결단을 내어
방문 하기로 하고 집을 나셨다 나는 언제 가겠다고 사전 연락
없이 찾아가서 집에 있으면 만나고 없으면 그냥 돌아오는
스타일이었다 오류동역에 내려 약 1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이르러 호수를 눌렀더니 부인이 받았다
안양에서 왔다 하니 이 춘운데 오셨느냐며 문을 열어 주었다
집에 들어서니 그는 겨우 몸을 이르켜 현관문 앞으로 나와 악수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방문하기 전 소문에 들은바 어딘가 아파서
입원을 했다는데 사실이냐 물으니 부인이 나서 그 간의 경위를
말해 주었다
그때 내가 보니 신수가 그 옛날만 못해 보였다 부인 말에 의하면
근자 반 치매로 아무데도 출입을 못해 집에만 있고 간혹 같이
나가 바람을 쏘인다 하니 그 고충을 짐작 하고도 남았다
우리 노인들은 그저 이런 치매는 절대로 걸려서는 안되고
건강하게 살다가 요새 말 하는 9988-234란 구호 아래 바로 떠나는
것이 본인이나 자식간의 제일 가는 희망과 소원이 이것이며 효자
효부라고 생각이 되었다
하기야 누구나 이런 것을 소원 하지만 뜻 대로 되지 않는 것이니
어찌 하겠는가 말이다 누구나 늙으막에 치매에 걸리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겠는가 결국 각자의 타고난 운명 일것이다 이 정도면 당시
용산 철도본청에 근무한 우리 또래 나이라면 이분이 누군지
알것이라 여겨 굳이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다
나나 이분이나 재직 당시는 혈기 왕성한 3~40대 였으며 특히
이분은 행동거지나 심성이 정직하고 근면해 상사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우수 직원이 었으나 그간 많은 세월이 흘러 이젠 90이 되니
그저 인생이 무상함을 느낀다
♬배경음악:Mariage D`Am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