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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드뎌 수술후기란 걸 쓰게 되네요.
아직 퇴원한지 며칠 안 되었지만, 수술과함께 제 친구가 된 불면증이란 녀석때문에 어차피 잠은 늦게 청하게 될것같아 가족들의 쎄근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사실 열흘간의 입원기간의 생활이 생생하게 다 기억나진 않아요.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까지 수술을 망설이고 계시는 분들, 그리고 곧 수술을 받기로 맘 먹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정보가 될 수 있을까 해서 모자란 제 기억력을 더듬어 소심하게 후기를 올립니다.
제 무릎간격은 9센티였구요. 십오년가까이 팔구센티에 달하는 힐을 신고 다녔고, 무식하게도 높은 굽을신은채로 다리에 힘을 주는 자세를 많이 취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교정이 된다는 잘못된 정보로 언제 어디서나 가만히 서있어야 할 순간이면 힐을 신고도 아주 열심히 무릎에 힘을 주는 자세를 해오곤 했습니다. 잘 때 무릎과 발목에 찍찍이로 고정시키는 도구도 사서 착용했다가 쥐가나 죽을 뻔한 적도 있습니다.
덕분인지 무릎통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 물리치료를 알아보다 통증의 원인이 휜다리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더랬습니다. 허리와 발목 통증도 좀 심한 편이었습니다.
남아 둘을 둔 주부가 수술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많은 번뇌와 고민이 있었습니다만, 수술이 운명이었던지 운좋게 2010년의 마지막을 수술로 장식하게 되었네요.
12.18.(토) 수술전 검사
엑스레이는 몇달전 이미 찍었고, 수술예약을 유선으로 하고, 수술예약금 xx만원을 입금 한 뒤, 많은 분들의 정보대로 당일 입원, 수술을 위해 수술며칠전 뉴본에서 간단한 보행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등을 위해 방문하였습니다.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를 하러 3층 간호사실로 향합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순간부터 마주친, 휠채어에 몸을 맡긴 환자, 목발을 힘겹게 걷던 환자들의 모습이 제 모습일 거라고는 당시엔 상상도 못한채로요. 소변검사를 위해 3층 화장실문을 두드리지만 줄이 길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 화장실에서 급히 일을 마치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아무도 저에겐 관심없지만 제 손에든 소변컵을 모두들 보는 것만 같아 살짝 부끄럽네요. 간호사실 안쪽으로 들어가 심전도 검사를 마칩니다. 아프지 않고 간단합니다.^^
다시 일층 물리치료실로 가 보행검사를 합니다. 보행검사를 위한 옷을 주시네요. 심플하게도 회색 쫄티와 같은색 쫄반바지입니다. 좀 웃깁니다. 휜다리 환자들의 일반적인 핸디캡인 체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거든요. 어색하게 주섬주섬 커텐뒤에서 옷을 갈아입고는 커텐을 젖힙니다. 키크고 싱겁게 생기신 그분(?) 와서 위아래로 훑어보시더니....
"윗옷 바지 안으로넣어입으세요" 하십니다.--; 그렇잖아도 거울보는데 큰 용기가 필요했는데 이제 거울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원하시는대로 계속 걸어봅니다. 검사가 끝나고 함께 컴퓨터모니터로 걸음걸이나, 자세에 대한 지적을 받네요. 전 팔자걸음에 머리를 앞으로 내미는 편인데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도 좀 꺾였대요.
"다리 휜건아시죠?"
확인사살까지 해주시니, 수술하기로 한거 정말 후회가 없어지네요. 오늘은 정말 여러가지로 부끄러운 하룹니다.
12. 23. 수술당일
아홉시까지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니 맘이 바쁩니다. 연차쓴 남편의 표정은 조금 우울하네요. 아이둘 낳을때 빼곤 병원 다닌적 없는 건강한 와이프가 다리 수술이라니 기가 막힌가봅니다. 두고온 아이들도 걸립니다. 배도 고프네요. 목은 또 왜 이리 마른지...
우아하게 여행캐리어에나 짐좀 싸지 남편은 마트용 비닐쇼핑백에 모든 짐을 아주 대충 구겨 온 듯합니다. 접수실 앞에 앉은 우리 부부, 무슨 연평도 피난민 같습니다. 뭐 어차피....환자복 입고, 짐 빼놓으면 똑같을거라 위로해봅니다.
대충 접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원장님 방으로 향합니다. 고맙게도 수술시간은 10쯤이랍니다. 제가 첫 수술환자인가봅니다.
원장님 아침 컨디션이 부디 좋기를 바래봅니다.
배정받은 방으로 향하고, 짐풀고, 침대에 누워 닝겔을 맞습니다. 저희 방에는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할머니 한분이 계시네요. 간호사실에 부탁해놓은 간병인 이모님께서 밝은 얼굴로 인사하러 오셨습니다. 아 밝은분이라 맘이 놓여요. 이 병원에서 가장 쉬운 수술이라는 말에 맘이 가벼워 지네요.
열시가 조금 넘자 2층 수술실로 안내받습니다. 어머 제가 심전도 검사할때 십년가까이 남편과 나눠낀 커플링을 두고 갔다네요. 남편얼굴이 완전 굳어집니다. 전 간호사샘이 저한테 반지줄때까지 잃어버린줄도 모르고 있었다는....수술이 제게 큰 부담이긴 했나봅니다. 이날 반지 찾아주신 간호사샘은 며칠뒤 개인적인 사정으로 뉴본을 그만 두셨대요. 미처 고맙다는 이야기도 못 전했는데....어디서건 건강하세요~!!!
씩씩하게 수술실앞에서 남편에게 인사를 건네고 들어간수술실은 썰렁합니다. 원래 수술실이란 델 들어가본 적이 없으니, 원래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 수술준비를 하는 여자 간호사 한분이 남자 간호사 한분에게 좀 화가 나 있는 것 같습니다. 뭘 준비해 두어야 하는데 안 해놓은 것 같습니다. 아 은근 살벌한 이 분위기...그래도 수간호사언니랑 마취선생님이 오시니 맘이 좀 낫네 하는 순간....아마 거의 마취주사를 맞은 것 같아요.
눈한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왜이리 춥고 다리는아프고, 무겁고 기분나쁘고 토할 것 같은것인지?
전 제가 침대로 옮겨진 순간도 기억 안나도 오직 남편이 괜찮냐고 했던 거랑, 너무너무 추워서 몸이랑 입이 오돌돌 떨리고 아픈 다리도 같이 떨려 뼛속까지 아픈 것 같은 그런 장면들만 기억납니다.
이모님이 열심히 발을 주물러주신 덕분에 다리에 온기가 돌고, 추위에서는 벗어나지만 여전히 미슥거리고 아프네요. 오마이갓~!
살짝 수술한거 후회됩니다. 남편은 저녁 송년회약속도 있고, 어차피 제 아픔을 나눌수는 없기에 빨리 가라고 보내놓고 드뎌 흰죽을 먹게 되네요. 맛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생리 현상을 대비해서 반만먹습니다.
열심히 심호흡을 안해서인지 밤이 되자 열이 오르네요. 무통주사란것도 제몸에 장착되어(?) 있다지만 너무 아파요. 진통제를 청해봅니다. 아우~전 완전 진통제 체질이었나봐요. 정확히 십분만에 모든 고통을잊은채 잠이 들었다가 오전 여섯시에 깼답니다.
12. 24.(금) 수술다음날
전날과 마찬가지로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마디마디가 쑤시네요. 당기기도 하고....어제는 하두 아파서 그냥 넘겼는데 왼쪽 수술부위가...칼로 벤 것마냥 날카롭게 계속 아프네요. 종일 거기에 신경쓰다보니...나도 모르게 이마를 찡그리고 있네요.
이모님은 열심히 따뜻한 물로 발을찜질해주시고 손으로 주물러 주시네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자마자 저부터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는...세수 못한다고 얼굴에 스팀타올도 올려주시구요.
낮시간은 옆자리 환자분들과 이야기 나누며 재미있게 보냅니다. 저랑 딱붙은 옆침대엔 거의 제 띠동갑뻘인(11살 차이더만요) 동생이 같은날 수술을받아 고통을 함께 나눴답니다. 피는 안 나눴지만 같은날 고통을 나눈 동지가 있으니 든든하네요. 다른 두분 환자는 모두 70대 후반, 60대 중반의 할머니들이었지만 보호자까지 완전 잼잇는 캐릭터들이어서 한편의 시트콤을 찍는 기분으로 지낼 수 있었답니다. 저희방에 계시던 간병인 이모님 두분도 완전 귀엽고 밝은 캐릭터라서 하하하 호호호하다보면 하루는금방 지나가더라구요. 4인실이라지만 상당히 협소한 공간인데 간병까지 여덟명이 복닥거리는며 지내는게 어떻게 보면 좁고 불편하지만 한명씩 우스갯소리하고 거기에 추임새 들어가는재미가 있네요. 연령층도 다양하지만 다행히도 저와 옆자리 동생은 귀여운 할머니들을 좋아하는 것도 같아요. 애교쟁이 60대 할머니랑 은근구박하시면서도 애교 다 받아주시는 할아버지도 너무 귀여우셨다는....^^
덕분에 하루종일 간식거리 나눠먹느라 정작 식사조절은 의미가 없어지더라구요.
이날 정신차리고 제몸에 소변줄, 핏줄, 무통주사 등등이 주렁주렁 달린걸 알게 되었네요.역시나 밤이 되니 고통이 엄습해 옵니다. 밤이 무섭습니다. 어제처럼 진통제를 청합니다. 완전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라???? 오늘은 진통제가 안 듣나봅니다. 옆자리 동생이랑 그만....밤을 꼴깍 샙니다. 오분, 십분마다 시계보는거 완전 괴롭네요. 79세라는 관절염 환자분은 거의 탱크소리를 내시며 주무십니다. 부럽습니다. 할머니ㅜㅜ
12. 25.(토)- 핏줄 빼는 날.
잠을 못자니 하루종일 컨디션이 엉망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핏줄을 제거하는 날입니다.간호사언니가 오셔서 소독을위해 붕대를 풀어주시네요. 아우~~시원하고 좋아라....인증샷을 찍어봅니다. 어휴 진짜 무릎이 딱 붙어있습니다. 여기저기 인증샷을보내봅니다.간호사언니들도 잘되었다고 하네요. 엑스자로 보이기도 합니다만...전 o자 빼고는 모든 알파벳을 사랑하니까....^^
드뎌 핏줄을 뺍니다.어흑 왼쪽 핏줄에연결된 그 관같은게 조금 잘못 들어가 있었나봅니다. 오른쪽과 달리 뺄때 많이 아프더니어제부터 날카롭게 아프던 그 느낌이 사라졌습니다.뭔가 연결부위가 살짝 어긋났거나...뭐 그랬나봅니다.이제 남들처럼 저리고, 당기고, 마디마디 아프기만 한것도 감사하네요.
하지만 또 밤은 찾아오고 여전히 잠은안오고, 이제 진통제 놔달란 말도 안 합니다. 어차피 고만큼씩 아프고, 맞아도 잠을 못 잘걸 알고 있으니까요. 간병인 이모님들은 첫날부터 시간이 약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진리인 것 같습니다.
지겨운 밤시간도 어떻게 하다보면 다 가더라구요. 잠못자는 두 환자는 부스럭거리며 가끔 눈 맞추며 불면의 이 밤을 함께 지새고 있다는 것을 동지애 삼아 그렇게 또 보내봅니다. 그리고보니 크리스마스였네요.
곧은두다리를 크리스마스선물로 받은 뜻깊은한해네요. 내일은 소변줄도 빼고 워커로 걸어도 볼 예정입니다.하루하루 빡빡한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으니, 병원에 와서 밤을제외하고는 시간은 오히려 잘 지나갑니다.
12. 26. (일) 소변줄 빼고 워커로 걸어보기
소변줄을 빼는 날입니다. 어제 뺀 핏줄도 그렇지만 아프지 않아요. 다만 저는 종일 눕고 앉아있는 침대가 너무나 불편했는데 집에와서 병원용 침대를 대여하며 쓰다보니 병원에서 쓴 에어매트가 저와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주 마른 체형은 아닌데도 저는 에어매트에 누워있으면 팔다리가 꼭 무슨 풍선위에서 각자 사방으로 미끌어지는 그런 기분이었는데 특히 추위때문에 신은 수면양말을 신은 발이 많이 미끄럽고, 또 미끄러지고 난 후엔 편한 자세를 못 취하겠더라구요. 그래서 한번도 팔다리가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집에 와서 따뜻한 모포담요를 깔고 자니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제 불면증이 에어매트가 커다란 원인중의 하나임을 알았더라면 삼일정도만 대여하고 대여하지 않았을텐데요.
물론 수술직후에는 한자세로 누워만 있어야 하므로 땀띠나 욕창방지를 위해 에어매트가 필요하긴 합니다. 대여일수는 환자상황에 따라 조절하세요.^^
소변줄을 빼면 워커로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있으니 이제 맘껏 먹어도 되는날이기도 합니다.
우려와 달리 많이 먹어도 사일동안 생리현상때문에 고생하는 환자는 없다고 합니다. 전 너무 조심했나봅니다. 화장실에 가보았으나 실패...생각보다 화장실가는문제도 어렵지 않아요. 크지 않은 제키 때문인지 변기에 앉아도 다리가 편한 자세가 되구요.
며칠동안 감지 못한 머리는 망나니 수준이지만 무리하면 안 된다며 내일로 미룹니다. 원래 다리꺾기도 오늘인데 일요일이라 물리치료선생님의 방문이 없습니다. 알람맞춰놓고 옆자리동생이랑 으아으아~하며 씨크릿가든을 보고, 현빈꿈을 꾸며 숙면하자고 하였지만 역시 실패....이제 기나긴밤의 불면증은 마이 베스트 프랜!
12. 27. (월) 머리감기 및 물리치료, 목발로 걸어보기, 보조기 본뜨기
아침부터 바쁘네요. 오늘은 이모님이 머리를 감겨주시기로 약속하신 날이거든요. 오늘도 역시 밤새 거의 못잔 탓인지 컨디션은 별룹니다만, 머리를 감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네요. 3층 화장실 옆으로 휠체어들이 나란히 줄서있는데 그중 하나만 유독 조금 다르게 생겼습니다. 바로 이!!! 휠체어가 바로바로 머리감기용 휠체어(?)입니다. 이 휠체어가 환자 다리를 놓고 조정이 가능하다나 뭐 그렇다고 해서 늘 이 휠체어는 여기저기서 많이들 사용하고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으니 시간을 잘 맞춰 이용하고 제자리에 꼭 갖다놔야 합니다. 이모님이 두개의 커다란 비닐봉지를 가지고 오시더니 다리쪽과 목쪽을 감아서 물이 튀지 않도록 해주십니다. 하지만 샤워실까지 들어가는 공간이 협소하여 정말 겨우겨우 각을 맞춰야 샤워실안으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샤워실안으로 들어가면 샤워실문을 닫습니다. 그래야 바깥쪽에 물튀김을 방지할 수 있거든요. 저희같은 목발환자들은 물기가 가장 위험한데요. 목발이 물에 닿으면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항상 화장실 바닥에도 물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없는 부분으로만 다니는 센쑤가 필요하죠.
머리는 감았지만 며칠째 샤워도 못하고 있는터라 물치 선생님이 오셔서 제발을 들어 마구 흔드시는데 몸에서 냄새날까봐 좀 부끄럽더군요.
덕분에 그 무섭다는 물리치료는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니 무척 시원하더군요. 가르쳐주신 목발도 워커보다 훨씬 간편해서 화장실 다니기도 수월합니다.
아 그리고 저녁때쯤 보조기회사에서 본을 뜨러왔습니다.아직까지는 발목이나 근육들이 자리를 못잡아 그런지 누워서 행하는 모든 일들이 불편합니다. 퇴원해서 집에 올때까지 저는 누워있을 때 제 발이 편한적이 거의 없었습니다만...역시 시간이 진리인것같습니다.
기다리십쇼~ 고통은사라집니다.
오늘은 옆자리 60대 할머니가 퇴원하시는 날입니다. 그리고 저희와 같은 수술을 하는 환자가 멀리 원주에서 오셨군요. 키도 크고 날씬하고 이쁜데 애엄마랍니다. 다리도 별로 안 휘어 보였는데 나중에 이야기해보니 9센티랍니다. 아 방가방가... 역시 기럭지가 기니 같은 9센티인데도 훨씬 덜 휘어 보였네요. 이야기 나누다보니 차도녀같은 외모와는 달리 털털하고, 잼있습니다. 같이 오신 친정엄마도 너무 좋으십니다. 같이 휜다리의 고통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걱정하시던 친정엄마는 수술에 대해 안도하시는 눈치였고(실은 안도를 넘어 아프신 관절치료도 따님 간병중에 함께 받으셨다는^^), 씩씩하고 유쾌한 새환자가 우리는 맘에 듭니다.
12. 28. (화) 탬버린1 수술일, 눈사람
사내 체육대회의 온갖 달리기종목을 휩쓸 정도로 휜다리에서 뿜어져 나올 것 같지 않은 에너지로 사람들을 놀래켰던 저는 이틀만에 다리들기 등등의 빠른 회복력으로 엄친환자가 되리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퇴원할 날만을기다리고 있었지만, 원주에서 오신 new face가 진정한 엄친환자로 등극하는 날입니다. 같은 날 수술한, 나란히 누운 저희 두 환자는 수술직후 고통을 눈물로 호소하였고, 수술당일 그리고 다음날 진통제로 잠을 청했으며, 계속 되는 불면으로 고생고생하고 있었건만, 새로운 휜다리수술계의 엄친환자는 눈물은커녕 진통제한방 호소하지 않고 잠이 드네요. 암튼 그뒤로 탬버린1 그녀는 엄친환자란 무엇인지 하루하루 뼈져리게 느끼게 해주며 저희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줍니다^^.
저희방에 새로운 엄친환자가 등극하는사건이있었다면, 옆방에선 snow prince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간밤에 내린 눈을 모아모아 병원 1층에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는데 놀랍게도 휜다리 수술 남환우께서 밤새 휠체어를 타고 간병인 이모님과 함께(솔직히 전동행하신 간병인 이모님께 두번 놀랐다는--'') 만든 작품이랍니다.
며칠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한 동생과 저도 도울 수 있었는데 저희는 눈이 오는줄도 모르고 있었다는.....(사실 4인실의 단점은 연장자의 수면패턴이라든지, 대화패턴 등....에 나머지 룸메이트들이 모두 동참하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는 연말시상식을 보느라 조금 늦게까지 티비를 보고 있는데,잠을 못주무셔 화가 나셨던지 혼잣말로 크게 욕하시는 바람에 식겁하고 티비끄고 불끄고 난리를 피웠더랬습니다) 저희가 입원해 있는 동안 바깥엔 많은 눈도 내리고, 한파때문에 뉴스에선 한동안 몇십년만의 추위네 하며 수선을 피우지만 도무지 병원안에선....실감이 나지 않더군요. 지루한 병원생활의 활력소랄까...모두들 눈사람을 보며 즐거워 한 하룹니다.
사족이라쓰지 않을까 했는데 저는 이날에서야....큰 일보는데 성공했습니다. 제인생에 가장 긴 변비였네요.--;; 모두 걱정마시고 많이많이드시길...전 너무 소심했었나봐요.
12. 29.-30. (수/목) 수면유도제의 달콤함
많이 웃고 떠들고, 운동하고 지낸 시간들입니다. 저희방은 유독 분위기가 좋아서 퇴원할때 눈물이 나올뻔 했습니다.같은 수술한 두 환자와 두분의 어머님들께서 친자매, 친자식처럼 옆자리에 있는 저까지 살뜰하게 챙겨주셨거든요. 저만 간병인을 쓰고 나머지는 모두 가족이 오셨으니, 어머님들이 반찬이며 과일이며 늘 챙겨주셔서 배곯지 않고 오히려 더 튼튼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간에 다른 병실로 옮기고 하는 일을 상상조차 할수가 없을만큼 좋은 분들을 만나서 맘고생같은건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술자체만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인데 서로 조심하고 위해주니까 모두 다른 고향(저희는 심지어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이렇게 네 지역이었답니다.)이지만 가족처럼 지낼수가 있더라구요.
기나긴 수다에 히히덕 거린 덕분에 얼굴에 팔자주름도 생기고, 우리는 탬버린1. 2.3.라는 비밀스런 별명도 나눠갖게 됩니다.
계속 불면이 지속되자 29일엔 회진시에 수면유도제를 요청드립니다. 역시 수면유도제를 먹고 정확히 십분만에 저는 잠이 듭니다. 이틀동안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합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자니 살 것 같습니다.
12. 31. (금) 간병인 이모님 보내드리는 날
몸도 많이 좋아지고 해서 오늘까지만 간병인 이모님과 함께 합니다. 올해 중반까지 입주 이모님과 이년넘게 생활한 적이 있는 저는 그분들이 저희보다 훨씬 휴일 개념이 철저하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를 돌봐주시기 전에도 다른 환자간병으로 뉴본에서 열흘간 생활하시고 이십일가까이 휴일없이 일하셨으니....피곤하실 것도 같구요.
하지만 역시 제가 다리환자는 환자더군요. 자잘한 일하나하나까지 옆자리 어머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냥 눈 딱감고 이모님께 하루 더 부탁드릴걸 그랬나봐요. 죄송하고 고맙고....그렇네요. 다 나으면 정말....밥이라도 한번 사고 싶습니다.
오늘은 수면제도 안 주시네요. 으허~~ 내일이 퇴원인데 휴일이라서 오늘 퇴원수속을 모두 밟습니다.
일층가서 엑스레이 찍고, 진료실가서 원장님앞에서 사진찍습니다. 수술 잘 됐답니다. 원장님께서 이쁘게 잘 됐다고 하니까 매번 소독할때마다 간호사언니들이 잘 됐다고 해주는 말보다 괜히 더 신뢰가 가네요.오호호....하지만 엑스레이에 보이는 제 뼈엔 참....커다란 쇠붙이들이 달려있는 듯 싶습니다.
2010년의 마지막 날이라 옆자리 동생어머님께서 저녁때 나가서 아이스크림케잌을 사오십니다. 데코레이션은 토끼와 거북이....거북이처럼 걷는 저희 모습이라며...언넝 나아서 토끼처럼 잘 뛰어다니라는 덕담의 의미가....^^
우리끼리의 송년회가 마냥 즐겁습니다. 인공관절 할머니께서 오늘 퇴원하셔서 오늘은 늦게 자도...눈치 볼 사람도 없네요. 아 내일이면 정말 퇴원이네요....잘 해낼수 있을까요. 혼자서...
2011.1. 1. (토) 퇴원
2011년 1월1일 1자가 네개나 들어가는 날에 11자 다리를 가지고 퇴원하게 되어 절대 잊을 수 없을거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곤 했었는데 진짜 그날이네요. 어제 수면제를 받지 못해 그런지 밤새 뒤척인 저는 몸이 많이 안 좋네요. 퇴원하는 날인데 하필...
제 컨디션을 눈치채신 옆자리 어머님 아침부터 열심히 제 발을 주물러 주십니다. 고맙고 미안한데...말은 잘 안나옵니다. 정말 복 받으실 거에요. 엉엉
억지로 밥을 입에 집어 넣고나니 남편이 등장합니다. 친숙한 마트용 비닐백을 가지고 왔네요. 연평도 피난민 짐을 또 꾸리네요. 다행히 바로 차로 싣네요. 호호 집에서 먹을 약과 진료받을 날짜를 예약하고 나옵니다.
여기까지가 제 병원생활이었습니다. 힘들고 아픈 수술, 지루하고 더딘 입원생활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역시 추억은 추억입니다.
집에와서 첫날은 남편이 머리를 감겨주고, 다리에 랩감고 샤워도 해봅니다. 팁을 알려드리자면, 변기뚜껑을 내린뒤, 타월을 한장 깝니다(샤워할때 비누가 무척 미끄러워 잘못하면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을 수 있습니다) 그위에 앉아 샤워기로 샤워하고....뭐머리도 대충 그런식으로 감으면 됩니다. 저는 혼자 오랫동안 서있는 건 어렵지 않아서 지금은 세면대에 서서 혼자 머리 감을 수 있더라구요. 목발 보조기 없이도 조금 걸어보았는데 아직은 힘이 좀 없네요.아 그리고....퇴원시에 붙지 않던 발목이 붙어요. 오늘 보니까...
퇴원하시면 몸이 하루하루 좋아지는 걸 느끼실 거에요. 팔힘도 붙어서 바닥에서 쇼파로 두팔로 쑥 올라갔다가 (저희집 쇼파가 좀 낮아요), 거기서 다시 쇼파 팔걸이 짚고 서는데 이제 무리가 없네요. 이러다 저 목발로 생활의 달인 나가도 되겠어요.
병원에선 이러다 걷기는 할까 싶었는데 집에 오니 새로운 희망이 솟아나요. 걱정하던 남편은 오늘 저의 길라임패션(집에선 붕대 대신 기모레깅스에 트레이닝 핫팬츠를 껴입고 있답니다. 오호호)을 보더니 다리가 길어진 것 같다, 키가 커진 것 아니냐면서 만족한 표정입니다. 제 다리 휜것도 모르고 저랑 8년이나 연애하던 무딘 남편인데...남편 눈에도 제가 달라보이나 봅니다.
수술직후엔 살짝 후회란 것도 해보았지만 역시 시간이 약이고, 며칠만 고생하니 이렇게 컴플렉스에서 해방되는 날을 꿈꾸게 되나 보네요. 다리 다 낫게 되면 시어머님과 함께 동대문 제평가서 스키니랑 미니스커트 사러 가자고 약속했네요.
추후 또 생각나는 게 있으면 업데이트 할께요. 추운데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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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탬버린2님~^^ 옆베드 쮸맘입니다...이 밤엔 숙면 좀 취하고 있는지...우리공주님은 오늘도 여전히 불면증으로 뒤척이고 있네요 가엾어...ㅜㅜ
오늘 오전에 할머니랑 합동작전으로 머리감기고 씻기고...장난이 아니더만요ㅜㅜ
그래도 잠만 잘 자면 더 바랄바가 없겠구만...
탬버린2님도 부디 잘 자고 잘 먹고 씩씩하게 얼른 거뜬해지길 빌어요...벌써 보고싶네ㅜㅜ
앗 어머님 탬버린3다리사진보고 아 이거 ??이구나 하고 얼굴이 막 떠오르잖아요. 저는 푹은 아니지만 병원에서보다는 텀을 길게두고 자고 깨고 하고 있어요. 병원에서 늘 감사했는데 제가 감사하단 말씀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것 같아 아쉬웠어요. 으샤으샤 하면서 재활하고 있어요.
키는 얼마나 크셨나요?? 보험적용은 되셨나요,,,
키는 재보진 않았어요 사실 지금 목발짚지 않고 다리를 모으고 서있기는 조금 힘들거든요. 보험적용은 물론 되지 않았습니다. 기분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좀 큰거같긴해요. 한일센티???
어뜨케요...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으세요... 아주 기분좋게 읽어 내려갔네요.....
축하드리구요... 앞으로의 후기도 기대하고 있을께요.. ^^
수술잘되신거 추카드려용~^^실례지만 수술전 사이가 몇센티였나요?제 다리모양과 비슷해요~^^
9센티였습니다. 근데 전 제다리를 한번도 제대로 정면으로 찍어본 적이 없어 그런지 수술전후사진보고도 제 다릴 못 찾겠더라구요, 보니까...제가 정말 심하긴 했네요.
아~아~저두요.저는9.5인가6인가 말씀하셨어요~제가 쫌더 훴네요~원장님께서 보험적용안되고 많이 휜편이라 하셨거등요.
감사해요~재활잘하시고 행복한 다리되세요~~^^
정성스런 후기 잘 읽있었습니다...^^ 저도 어제 (6일) 뉴본에 가서 엑스레이 찍고 수술예약하고 왔습니다... 사는 곳이 대구인지라, 수술 전 검사 때문에 수술 하루 전 날 입원할 예정입니다. 수술 잘되신거 축하드리구요. 재활도 잘하셔서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해요. 오늘은 가족들 모두 눈썰매 타러 나가서 혼자 욕실에서 머리도 감고, 샤워도(샤워만 할 생각이었는데 어느덧 때타올로 밀고 있는 나...) 하고, 방수테잎도 새로 갈고 했어요. 오히려 아무도 없으니 너무너무 홀가분하고 좋네요, 멀더님께서도 수술 잘 되시길 바랄께요. 수술뒤엔 다리살이 너무 빠지니 미리 근력 운동 잘 하시길 바래요. 저는 오늘 샤워하다가 제 허벅지랑 종아리 보고 너무 당황했어요. 오늘부터 근력운동 열심히 해보려구요
00언니 넘 자세히 잘써서 난쓸게 없넹^^ 주랑 언니랑 주어머님이랑 다 보구 싶다,, 다리도 이뻐이뻐...
난 비골이 아직도 있삼,ㅠ 워낙 심해서 그런지 그래도 나름 만족해.ㅋㅋㅋ
비골은 무슨.,,그날 검정색 스키니 입고 첨 딱 봤는데 하나도 안 휘어 보였음. 이제 길고 곧은 다리로 170을 돌파할텐데 난 부럽기만 하구먼....
오늘 슬쩍 청바지 하나 입어보았는데 살이 빠졌는지 허벅지랑 종아리쪽만 살짝 공간보이고 무릎이랑 발목은 붙어. 다리 근육 빠져서 할머니처럼 좀....허전한 모양이긴 하지만...언넝언넝 회복해서 돌아댕기고 싶어...
우리 해병대출신 탬1언니ㅋㅋㅋ~~~! 탬3엄마에요 감기는 안 걸렸나요? 저도 보고싶어요~~~탬3도 오늘은 샤워도 하고 목발없이 현관 앞에서 아빠 마중도 하고 그랬지요. 어머니도 안녕하시죠? 좋은분들 만나 따뜻한 병원생활 했던거 오래오래 기억날거 같아요. 나중에 우리딸 개학하고 언니 찾아가면 맛있는거 사주세요 술은 노땡큐~~~ㅋㅋㅋ^^
주맘님.. 반가워요..^^ 누드,참치,치즈김밥에 반찬에 맨날 먹을것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너무 감사했어요.. 저희엄마도 주맘이랑 딸이랑 친구처럼 너무 다정하고 좋으신분이라고 칭찬을 많이하셨어요 힘든병원생활이 좋은분들만나서 정말 즐거웠어요...^^ 너무 웃고 즐거워서 아픈것도 몰랐던거 같아요..
주랑 미니스커트 입고 만나야죠 술한잔해야져 ㅎㅎㅎㅋㅋ 감기조심하시구요
전 엄마집에서 병원처럼 8시 12시 5시30분 시간맞춰 밥먹어서 사육당하고 있는거 같아요 ㅎㅎ 즐건날되세요.
재미있는 후기 감사드려요 제 수술도 보름앞으로 다가와서 여러가지로 맘이 심란하던차에 님 후기가 많이 도움되었습니다 죄송하지만 간병인 추천 부탁드리고 될까요?
잼있고 유익하게 읽었어요..예쁘게시시길바래요...행복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