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 미 산 (鳳 尾 山 ; 856m)
지독하게 가파른 봉황의 꼬리를 오르다가 지쳐버린 산
햇볕이 정말 뜨겁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줄 흐른다. 밖에 나다니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뉴스에서는
연일 정치판 여, 야가 싸우는 짜증나는 소식만 전해진다. 그런 중에 미국 프로야구(MLB)L.A 다저스에서 호투하는
류현진의 10승은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씻겨주는 청량제 역활을 한다.
그제 아내와 함께 횡성에 있는 "청태산"을 다녀 왔는데, 갑자기 산이 그리워진다. 가볍게 산행도 하고 숲 그늘에서
편히 쉬었다가 올 수 있는 산을 찾다가 경기도 양평에 있는 국립산음자연휴양림에 있는 봉미산을 오르기로 하고 차
시동을 힘차게 켠다.
국립산음자연휴양림은 경기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에 있다. 산음리(山陰里)는 말 그대로 "산
그늘에 있는 마을"로 용문산의 그늘에 묻혀 음지가 된다고 이름 붙여졌다. 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오지 마을 답게
구불구불하고 한적한 산길이다. 고요하고 긴 길을 달리다 보면 깊은 산 품속에 안기러 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국립산음자연휴양림은 일명 "천사봉" 혹은 "문필봉"으로 불리는 폭산(1,004m)과 봉미산(856m) 기슭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다. 산음휴양림의 숲은 계곡을 따라 잣나무, 전나무, 낙엽송, 참나무, 층층나무 등등 다양한 나무들이
원시림 생태계을 이루고 있어 아늑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휴양림은 2009년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숲 치유(Forest Therapy)프로그램을 시도하였다. 숲에서 뿜어나오는
다양한 피톤치드. 음이온, 편안한 풍경과 소리 등으로 바쁘고 치열하게 사느라 생채기가 난 당뇨병, 고혈압 환자들을
치유하는 곳이다. 피톤치드의 양은 봄부터 증가해 여름철에 최대치에 달한다 한다. 하루 중 정오 무렵(오후1~3시)에
방출량이 최대가 되는데, 이유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공기 흐름이 빨라져 피톤치드 발산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산음휴양림에서는 "치유숲길" "멘발체험로" "숲속체조실" 자연치유정원" "건강증진센터" 등을 갖추고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각 , 청각 , 후각 , 미각 , 촉각 오감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준다. (031-774-8133)
차를 나무그늘 아래 주차시키고 산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휴양림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폭산(1,004m)등산로 입구를
찾을 수가 없다. 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해보니 몇해 전 큰 태풍으로 등산로가 유실되어 들머리를 폐쇄 시겼단다. 대신
봉미산 산행을 추천하면서 친절하게 들머리를 가르켜 준다. 봉미산으로 등반할 시에는 꼭 원점회기를 해야한다는 당부
말도 곁들인다.
봉미산(鳳尾山)! 봉황의 꼬리를 닮았다하여 鳳尾으로 불리는 산이다. 봉미산은 한때 속리산, 늪산, 삼산 등으로 불리웠
던 산이다. 속리산(俗離山)이란 이름은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산이라 하여 불리워진 이름이고, 늪산이란 이름은 이
산정 부근에 아늑한 늪이 있어서 얻은 이름이며, 삼산이란 이름은 산 아래 석산리에서 올려다 볼 때 산 봉우리가 3개
로 보인다 하여 불렀던 이름이다. 충북 보은에 있는 속리산도 속세를 떠난 산이란 뜻이다.
휴양림 임도를 따라 올라가니 숲속의 집이라는 표시판과 함께 봉미산 등산로 푯말이 마중을한다. 길을 이으니 곧 차량
을 통제하는 차단기가 나타난다. 차단기를 지나 계속 임도를 따르니 노란색의 "봉미산 입구"라는 팻말이 어서오라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봉미산 산행이다.
세속을 벗어나 봉황의 꼬리로 올라서는 산행은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견딜 수 있는 만큼의 맥박과 적당히 흐르는
땀이 신체를 정화하고 무념무상의 상태가 정신을 순화할 즈음 나무벤치 두개가 반갑게 나타난다. 벤치에서 잠시 물 한잔을
마시며 숨을 돌린다. 여름날의 산행은 언제나 힘들다. 넉넉한 식수가 들어있는 베낭을 메고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일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메고 올라가는 골고다 언덕의 고행길이나 다를 바 없다. 다시 길을 이은다. 완만한 능선 길을 5여 분
나아가니 곧고 높게 자란 굴참나무와 상수리 군락 사이 급경사가 앞을 가로막는다. 진짜 고행의 시작이다.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가파른 경사를 꾸역꾸역 오른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은 가파른 오르막은 휴양림의 한가로움을
앚아갔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어디쯤 왔는지, 얼마를 더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적막한 산속에 무거운 베낭을
둘러메고 가파른 봉황의 꼬리를 오르느라 푹푹 내쉬는 산꾼 부부의 숨소리만 가득하다. 여러차례 가쁜 숨을 고르며 오르니
봉미산 주능선길에 닿는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울창한 원시림이 주능선길에 펼쳐져 있다. 한여름 숲속 능선길에 시원한 나무터널들이 계속
되어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다. 숨을 고르며 터벅터벅 길을 이으니 눈앞에 날벌레들이 아른거린다. 팔을 휘저어 얼굴앞에
아른거리는 날벌레를 내쫒으며 정상을 향한다.
갑자기 하늘이 열린다. 모처럼 강렬한 태양이 드러난다. 마침내 봉미산 정상에 올라선다. 봉황(鳳凰)은 왕의 새이며
상서롭고 아름다운 새다. 봉황의 꼬리를 닮은 봉미산 역시 산세가 빼어나고 화려해야 당연한데 상상속의 새여서 그런지
막상 봉황의 꼬리에 올라보니 숲에 가려 조망이 막혀 있는데다, 육산임에도 불구하고 등산로가 엄청나게 가팔라 화려함과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다만 남으로 용문산과 폭산, 용문산 오른쪽으로 어비산, 대부산, 유명산, 서너치, 중미산
이 연이어져 하늘금을 이룬 장관은 다행 중에 다행이었다. 중미산 서쪽 아래로는 봉미산 정상에서 이어진 설곡리 일원이
펼쳐진다. 설곡리 뒤로는 화야산, 뾰루봉, 호명산 등이 아른거리고, 그 뒤로 북한산과 도봉산이 시야에 닿는다. 나머지
북쪽과 동쪽, 서쪽 방면의 조망은 나무들이 크게 자라 보이질 않는다.
정상 부분에서 늦은 점심을 마치고 올라왔던 길로 하산을 서두른다. 마음 같아서는 정상에서 <설악면 설곡리 4.3km>
방면으로 하산하고 싶지만 차를 휴양림에 주차 시켜 어쩔 수 없이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다.
힘들어 하는 아내를 다독거리면서 길을 내려서니 오전에 차를 주차 시켰던 휴양림이다. 휴양림 시설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시설에다 무거운 짐들은 내려 놓고, 물병과 행동식 정도만 준비한 가벼운 차림으로 정상을 오르는데 그것은 큰 착오이다.
봉미산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필자도 산행 도중에 휴양림 시설을 이용한 부부가 간단한 차림으로 산행을 하는 것
을 보았는데, 그 분들도 중도에 포기하고 하산을 하였다. 만반의 준비를 요하는 봉미산 산행이다.
산행코스
국립산음자연휴양림~정상~국립산음자연휴양림
시간은 약 4시간
봉 황(鳳 凰)
수컷은 봉(鳳), 암컷은 황(凰)이다. BC 27세기경에 중국을 다스렸다고 전해
지는 전설속의 제왕 황제(黃帝)가 죽기 전에 이 새가 출현했다고 한다. 상서
롭고 아름다은 봉황새는 신화및 전설속에 나오는상상의 새다. 용과 학이 교미
하여 탄생한 새라고 한다.
성군(聖君)이 출현하거나 세상이 태평성대일 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봉황의 모습은 크기가 1m 이상이고, 머리는 닭, 턱은 제비, 목은 뱀, 다리는
학, 꼬리는 잉어, 깃털은 원왕, 등은 거북, 발톱은 배를 닮았다 한다.
색깔은 5가지 색(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으로 오색찬란하게 치장하고,
다섯가지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한다.
또한 오동나무에만 거주하고, 예천(醴川 ; 나라가 태평할 때 단물이 솟는다는
샘)을 마시고, 천년에 한번 열린다는 대나무의 열메만을 먹고 산다고 한다.
봉황의 몸 각 부분에는 다섯가지 의미가 있다한다. 가슴은 인(仁), 날개는 의
(義), 등은 예(禮), 머리는 덕(德)을 나타낸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봉황의 생김새와 의미가 임금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
여겨 임금의 상징으로 삼았으며, 지금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
으로 사용되고 있다.
힐링의 매카로 불리는 국립산음자연휴양림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낮춰 몸과 마음을 정화해주는 숲속에
자리잡은 야영장과 데크로드 길.....
산행 중에 만났던 부부..
휴양림에 짐을 풀고 나서 간단한 차림으로 봉미산 산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부는 중도에서 포기하고 하산을 하였다.
봉미산이 호락호락한 산이 아니다. 완전한 준비를 한 자만을 허락
하는 봉미산이다..
폭산(1,004m)과 용문산(1,157m), 용문산 오른쪽으로
어비산~유명산(862m)~중미산(834m)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 멋진 조망을 구름이 삼켰다.
^^ 봉미산과 소리산(479m)으로 이어지는 임도이다.
이 임도는 산악자전거(MTB)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풍수지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용문산이 중앙에서 봉황의 머리를 하고 있으며
백운봉을 부리로 내 밀었고, 우측으로는 어비산, 유명산, 중미산.. 좌측으로
는 중원산과 도일봉으로 날개를 활짝 펼쳤으며, 몸통으로는 문례봉으로 길게
뻗다가, 꼬리를 봉미산에 이르러 펼치고 있다고 한다.
봉황의 꼬리를 올랐던 산행.. 수도승의 고행처럼 묵묵히 수행을 하였던 산행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