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작시|안규봉
리바이어던 외
나무 위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들이 가득 떠 있다
끊어진 이름들은
얼마큼의 뭇별을 삼키고 전설이 되었나
새파래진 이파리들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길래
해마다 죽은 말들과 울던 짐승들이
한꺼번에 찾아와 울부짖나
팔짱을 낄 때마다
물결처럼 숲의 기억을 물고 가버리는 거
떠오르는 것과 지워버린 것들이
같은 게 아니길 바랐는데
갈 곳을 잃은 웃음처럼 좋지 않은
예감은 늘 적중한다는 거
배 고픈 초록 짐승처럼 울고 있었다는 거
관 속으로 가져 갈 것은
마음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 마음마저 죽음이
뺏어 가 버리는 줄 알았는데
자동기계처럼 계피 빵을 자르고 있다
검정말과 걷어 찿던 파란 대문과 사라진
수유리 버진 로드 오르골
고장 난 적갈색 슬픔들이 몰려온다
베이지 않는 줄도 모르고
한 밤이 다
비어가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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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
전화가 오면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를 만날 때마다
억지웃음을 지었다
억지웃음도 자꾸 웃다 보면
자연스러워졌다
파란 바다 위에
하얗고 거대한 원통형 케이블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고
나는 겨우 그 속을 빠져나온다
오늘 날씨 좋죠?
장거리에 신이 난 택시 기사가 물었다
네 하고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의 얼굴에 동의에 대한 진심이 떠올랐다
의지와 관계없이,
모든 힘에는 짝이 있고
크기는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이
서로에게 작용한다
-뉴턴 운동 제3법칙-
모르는 몇몇이
방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싸가지 타쿠나 7단이 또
접속을 끊고 도망갔다
그 자식
시코쿠에 갔을때
자전거를 타고 세토브릿지를 건너 왔었다
진짜로 웃으며
그가 던진 돌에 맞아 무너진 집을 헤아리며
진짜 웃음을 복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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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봉 부산출생으로 2019년 《시와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