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인생
보잘 것 없는 하급생선
멸치는 연해안 군집성 소어(小魚) 중 소어다. 청어(靑魚) 목(目) 멸치 과(科)다. 멸치는 보잘 것 없는 하급생선이라는 의미였다 한다.
멸은 멸망/업신여김의 멸(滅, 蔑)이고 치는 어리석음/우둔함의 치(痴, 癡)라는 설이 그것이다.
♣ 낚시 어업시대에 처음부터 멸치가 걸리면 어땠을까? 복어처럼 잡히는 대로 던져버렸을 것이다.
계속 잡히면 재수 없다고 장소를 옮겼을 것이다. 꽁치/쥐치처럼 -치는 하급생선에 붙는데 멸치도 그 부류다.
영양과 맛의 보고(寶庫)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마른 멸치는 단위 중량당 영양가가 탁월하다. 고른 영양 분포와 경제성 또한 압권(壓卷)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① 말려 먹기 때문이 수분함유량이 적어 단위 중량당 영양가 높다. ② 도미/광어 등 고급생선은 껍질/뼈/내장/머리 등 3-40%를 버리나
멸치는 통째로 말려 먹으므로 경제성도 높다. 한국음식에서 맛을 내는 데도 멸치국물과 들깨 즙이 제일이다.
어업방식
멸치는 그물(유자망ㆍ정치망)과 가두리로 잡는다. 유자망(流刺網) 어업은 배에 그물을 달고 멸치 떼를 추적하며 잡는 방식이다.
정치망(定置網) 어업은 길목에 그물을 치고 잡는 방식이다. 가두리방식은 멸치를 대나무 가두리에 몰아넣어 잡는 방식이다.
♣ 가두리는 물고기를 유도하여 잡는 함정 어구 통발을 연상하면 된다. 가두리 방식에서 멸치의 군집성이 잘 나타난다.
가두리로 몰기 위해 요소요소에 몰이그물을 띄엄띄엄 쳐놓는데 그 말뚝 간격이 5m 전후나 된다.
따라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음에도 일사불란(一絲不亂) 양떼가 우리에 들어가는 것처럼 가두리 속으로 몰려 들어가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합성산패(合成散敗) 흩어지면 죽고 뭉쳐야 삶을 알기 때문이다. 대오(隊伍)이탈은 곧 죽음이요 망망대해의 미아가 되는 지름길이다.
종족보존을 위해서는 군집행동이 최선이라는 유전인자 때문이다. ♣ 제비와 참새에 구렁이와 매를 피하기 위해
인가(人家)에 서식하는 유전인자가 있는 것과 유사하다. 영악한 인간이 이 합성산패 본능을 이용하면서부터
군집성이 멸치의 떼죽음으로 이어진다. 멸치가 장차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지 관심사다.
당랑규선(螳螂窺蟬)
미얀마재비는 새가 자기를 노림을 모른 채 매미사냥에 열중한다. 대어중어식 중어소어식(大魚中魚食 中魚小魚食)
중어는 소어를 먹고, 대어는 중어를 먹는 것이 천리(天理)다. 그런데 인간은 소어까지 싹쓸이하는 반칙을 다반사로 한다.
하늘눈으로 보면 자멸 고속도로를 더 추가하는 셈이다. -제1 자멸도로 : 미모 중심 짝짓기로 퇴화(退化)한다.
-제2 자멸도로 : 과식과 탐식과 비만으로 명을 단축한다. -제3 자멸도로 : 탐욕과 설만(褻慢)이 하늘을 찌른다.
묻지 마 쏠림현상
장삼이사(張三李四)도 감히 학문의 전당 대학에 몰린다. 상위권은 인기학과에, 중하위권은 경쟁률 낮은 학과에 몰린다.
돈벌이가 된다하면 너도 나도 진입하여 공멸한다. 정저와(井底蛙)가 따로 없다. 멸치 떼와 무엇이 다른가?
멸치를 멸시할 처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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