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아기를 어떻게 키울까?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이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소아 전문 한의사이자 쌍둥이 아빠인 이종훈 원장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 야제증을 극복한 육아 경험담을 들어봤다.
쌍둥이 중 한 놈이 야제증에 걸리다 야제증이란 말 그대로 밤 '야(夜)' 자와 울 '제(啼)' 자를 써서 '밤에 잘 우는 병'을 말한다. 생후 3~4개월까지는 '영아산통'이 대표적인 야제증이다. 영아산통은 보통 저녁 6시 이후에 잘 우는 증상을 보이는데, 때로는 몇 시간씩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개 4개월이 지나면 증상이 없어진다. 시중에는 'colic free'라고 해서 영아산통을 예방한다는 젖꼭지도 나와 있고, 많은 엄마들이 트림을 잘 시키면 영아산통이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트림을 잘 시키면 우는 아기가 좀더 편안해지긴 해도 영아산통을 없애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영아산통이 생겼다고 무작정 트림만 열심히 시켜서는 질병을 치유하긴 어렵다. 우선 무엇 때문에 야제증이 생겼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하겠다. 한의학에서는 야제증을 크게 둘로 나누고 있다. 상반(上半)야제와 하반(下半)야제이다. 상반야제는 12시 이전에 잘 우는 것을 말하고 주로 속열이 많은 아이들에게 잘 나타나며, 하반야제는 주로 새벽에 우는 것을 말하고 비위(脾胃)가 약한 아이들에게 잘 나타난다. 이외에도 입에 염증이 있을 때도 야제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임상에서 가장 많은 야제증은 아기들이 잘 놀라는 증상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다. 한의학 용어로는 아기가 무엇엔가 놀라는 것을 객오(客悟)라고 하는데, 낮에도 잘 놀랄 뿐 아니라 자면서도 깜짝깜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고, 또 심하게 놀랄 때는 깨서 울게 된다.
잘 놀라고 보챈다고 다 치료하진 않아 진료를 하다 보면 아기들을 데리고 오시는 할머니들이 이런 말씀을 잘 하신다. "우리 아기는 평소에도 깜짝깜짝 잘 놀라요. 변이 새파란 걸 보면 놀란 기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일단 기응환을 좀 먹여서 진정시킨 다음 데리고 왔는데…." 잘 놀라는 아이들은 녹변을 볼 수 있다. 놀라는 것이 간(肝)에 영향을 미쳐 간의 기운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비위(脾胃)의 소화 작용을 거쳐서 대변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간의 떨어진 기운이 비위 기능을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한의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木克土'라고 한다). 평소에는 비위(실제로는 쓸개)가 적절한 소화 작용을 해서 대변색이 노랗게 바뀌게 되는데, 이 작용이 방해를 받는 것이다. 그러니까 놀라면 녹변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한의학적으로도 맞는 설명이긴 하다. 하지만 이 녹변을 다 치료해야 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아기들은 원래부터 생리적으로 간기(肝氣)가 떨어지기 때문에 녹변을 본다고 해서 꼭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따라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아기가 잘 놀라면서 밤에 잘 우는 야제증이 동반되어 나타날 때다. 야제증이라고 해서 무조건 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밤에 놀라서 깨어 우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아기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서 성장에도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육아를 하는 부모도 수면 부족으로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부모가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못하면, 항상 짜증나는 상태에서 아기를 대하게 되고 이런 상태가 다시 아기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유발시켜 다시 야제증이 유발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우는 녀석 데리고 밤 마실을 다녀오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우선 아기가 밤에 잠을 잘 자도록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 아기가 잘 자면 엄마 아빠도 잘 자고, 엄마 아빠 컨디션이 좋아지면 여유 있는 마음으로 아기를 대할 수 있으니까 '선순환의 사이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필자 역시 여름에는 아이가 밤에 깨서 울 때마다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아래로 내려가서 달래어 들어오곤 했다. 예준이는 밖으로 나가 산책하는 것을 좋아해서 울다가도 밖에 데리고 나가면 울음을 그치곤 했다. 어떨 때는 아파트 근처뿐 아니라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공원까지 갔다 오기도 했는데, '기가 넘어갈 듯' 울어대던 녀석이 산책만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곤히 잠들었다. 실제로도 치료는 아이가 그렇게 울 때 하는 것이다. 밤에 자주 깨긴 해도 조금 칭얼거리다가 잠드는 정도라면 따로 치료할 필요는 없다. 심하게 우는 아이가 잘 달래지지 않을 때 바로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