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대구 작가상, 23년 김상옥 시조문학상 수상작>
22년 대구 작가상
회색에 관한 변론
김미정
뱉지도 삼키지도 못해 목에 걸린
참말과 헛말 사이 들썩이는 숨소리
경계가 허물어질 때면 목 넘김이 순하지
허울을 걸어놓고 골똘한 하루하루
가고 오지 않는 이유 따위 모르고
울다가 웃다가 말다, 먹울음을 삼키지
선연한 흑과 백이 팽팽히 맞닿아서
이쪽도 저쪽에도 다가서지 못할 그때
잿빛에 물든 하늘이 울멍울멍 맴돌지
김상옥 시조 문학상 수상작
슬픔의 뒤편
속들이 무너지고 무너져 새어 나온
깊이를 묻는 그늘, 흉터만을 남긴다
종족을 알 수 없어서 쓸 수 없는 연대기
드러난 순간마다 무형의 틀에 가려
기다리면 사라질까 한 걸음 뗄 수 없다
배후를 찾아갈수록 외딴섬만 보일 뿐
올해의 발표작
구경꾼
도마에 오르기 전 비늘은 찬란했다
함부로 벗겨내는 혀들이 날을 세워
힘을 쥔 각도에 따라 아퀴 맞춘 레시피
오고 간 입방아에 부서진 살과 뼈를
추스를 틈도 없이 화덕엔 불이 붙고
설익은 밥상 앞으로 어둠살 모여든다
신작
길 위에서
—에드워드 호퍼
어둠과 빛의 대비 도시에서 자연으로
걸어온 시간만큼 채색된 공간만큼
닮은 듯 다른 풍경이 그 너머를 그린다
상상은 상상 속에서 상상 밖을 꿈꾸고
생각은 맴을 돌다 마음에 길을 낸다
촘촘한 짜임새대로 마모되는 기억들
놓치고 또 기다려 이어간 퍼즐처럼
길 위에 새겨놓은 하지 못한 이야기
외따로 세상을 향해 환한 빛이 풀린다
버스킹
여기서 기다려요 그대가 올 때까지
음악이 흐른다면 어디든 상관없죠
멈출 수 없는 이유가 그대인지 나인지
토요일 오후 세시, 망망한 거리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덧쌓인 발자국들
되돌아, 오지 않아도 멈출 수가 없어요
<대구시조> 2023. 제27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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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대구 작가상, 23년 김상옥 시조문학상 수상작>/ 김미정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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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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