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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교회를 섬기는 권사님을 만났다. 그분은 “요즘 교회 중보기도 팀에 올라오는 기도 제목을 보면 아이들이 많이 아파요. 자녀들이 자살, 자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아픔을 겪고 있으니 기도해 달라는 요청이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상담 현장에서 청소년을 상담하는 상담자들의 고민을 들어 봐도 그 내용이 비슷하다.
은둔형 외톨이의 발생 과정과 원인
2022년 국내 최초로 보건복지부 산하 정신건강연구센터가 전국 단위 소아·청소년 6275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가운데 정신건강 문제를 나타내는 비율은 16.1%였다. 교회에 출석하는 주일학교 유초등부와 중고등부 학생 10명 가운데 한두 명은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우울증, 섭식장애, 품행 장애 비율이 높았다.
정신의학적 진단명으로는 위 세 가지 문제가 높은 비율로 나타나지만 이러한 증상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접하게 되는 10대 청소년의 어려움은 스마트폰 중독이나 등교 거부 문제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 문제가 심화돼 자기 방에서만 생활하며 가족과 교류하지 않는 소위 ‘히키코모리’ 또는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이 1990년대부터 한국 가정과 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히키코모리란 ‘틀어박히다’라는 뜻의 일본어 ‘히키코모루’의 명사형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부모는 이런 생활을 하는 자녀를 보며 시간이 지나면 밖으로 나와 소통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이 증상이 심해질수록 기한의 제한은 사라진다. 필자는 10년 이상을 방안에서만 지낸 청소년도 만나 봤다. 이들은 부모나 다른 가족과 대화하는 걸 극히 피하며, 심한 경우 부모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도 한다. 이들의 생활 방식은 낮에는 주로 자기 방에서 잠을 자고 밤에는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시청하며 깨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중독의 문제를 함께 동반한다. 그리고 이 시간이 길어지면 무력감과 우울감, 자기 비난, 좌절감 등이 심해진다.
청소년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자기 방에 갇히게 될까? 2008년 한국을 방문했던 아키다 아츠코는 한국 가족 상담학회 강연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과정을 다음 네 단계로 설명했다.
첫째 단계는 귀찮음과 불안이 시작되는 시기다. ‘피곤하다’, ‘귀찮다’, ‘불안하다’, ‘걱정이다’, ‘주변이 신경 쓰인다’ 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둘째 단계는 장차 일어날 일에 대한 불안적 사고가 시작되는 시기다. ‘공부를 쉬면 공부가 늦어진다’, ‘쉬면 친구들 모임에 들어갈 수 없다’, ‘쉬면 모두가 상대해 주지 않게 된다’, ‘쉬면 부모님이 걱정한다’ 등의 생각을 한다. 셋째 단계는 좀 더 해 보자고 다짐하나 계속 실패하는 시기다. ‘좀 더 노력하자’는 생각과 동시에 ‘피곤하다’, ‘한숨이 나고 걱정된다’, ‘이젠 틀렸는지도 몰라’, ‘쉬면 편할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넷째 단계는 자포자기의 시기다. ‘이젠 틀렸어’, ‘나란 존재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갈 수 없어’, ‘몸이 움직이지 않아’, ‘발이 학교로 향하지 않아’, ‘집에 있는 게 편해’라는 생각을 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지독한 외로움을 겪는 상태로 보이지만 사실상 이들은 불안으로 인해 자신을 고립시켜 외로워진다.
이와 결이 다르게 부모와 정서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거나 부족해서 겪는 10대의 외로움도 있다. 요즘은 많은 부모가 맞벌이를 하고 있어 학교에서 돌아오는 자녀를 맞이하기가 쉽지 않다. 혹 자녀가 하교했을 때 부모가 집에 있더라도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웃는 얼굴로 맞아 주며 자녀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기가 어렵다. 자녀는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 친구들과의 이야기, 진로 걱정 등을 부모와 나누며 삶의 안내를 받기 원하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와 이런 경험을 해 보지 못한 10대는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청소년은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또한, 부모 중 어느 한 사람(대부분은 어머니가 될 확률이 높다)이 배우자, 배우자의 가족, 경제 활동 등에 관한 어려움을 자녀에게 토로하면 자녀는 부모를 위로하고 보호하는 과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은 가까운 친구와도 나누기 어렵기 때문에 늘 외로워진다.
스키마 치료 관점으로 알아보는 10대의 중독과 외로움 문제
이처럼 10대의 중독과 외로움 문제는 원인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이들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구체적인 도움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제프리 영과 자넷 클로스코가 제안한 스키마 치료의 관점을 간략히 소개해 보려고 한다. 1
이들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안전감, 연대감, 자율성, 자존심, 자기표현의 다섯 가지 욕구가 있다. ‘안전감’이란 안정적인 가족 환경 안에서 부모의 도움을 늘 받을 수 있다는 느낌이며, 이것이 만족되지 않을 때 아이들은 버림받았다 또는 학대를 당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연대감’이란 부모로부터 사랑과 공감, 관심, 존중, 이해 및 지도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며 이는 친밀감과 소속감으로 경험된다.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이를 만족하지 못하면 정서적 박탈감이나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자율성’이란 부모로부터 분리돼 독립적으로 자신의 목표와 방향을 갖고 활동할 수 있다는 느낌이며, 이것이 결핍되면 아이들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의존성이나 자신의 삶에 재앙이 닥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자존심’이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이며 이것을 부모로부터 채우는 데 실패하면 자신에게 결함이 있다거나 나는 제대로 해낼 수 있는 게 없다는 실패감을 느끼게 된다. ‘자기표현’이란 타고난 성향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자신의 욕구가 타인의 욕구만큼 중요하게 다뤄질 때의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아이들이 자기표현에 실패하면 부모만을 기쁘게 하고 만족시키려 하거나 부모가 설정한 극단적 기준에 맞추려고 처참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프리 영은 이처럼 자신의 욕구를 부모를 통해 채우지 못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느끼며, 이 어려움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문제에 굴복해 버리거나 도망 다니거나 매우 적극적으로 반격하며 과잉 보상을 하려는 대처를 개발한다고 했다.
10대 중독의 문제는 자신이 어떤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자신이 느끼기에 가장 쉽고 빠른 방법으로 욕구를 채우려고 시도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자존심의 욕구를 채우지 못해 자신을 결함 투성 또는 실패자라고 느끼지만, 그런 마음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해 스마트폰 게임으로 반격(과잉 보상) 대처를 하게 된다. 이들은 게임 세계에서 점수가 올라갈 때 들리는 우렁찬 함성 소리를 듣고 화려한 칭찬 그래픽을 보며 반짝반짝 빛나는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 또 다른 예로 부모로부터 친밀감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은 연대감의 욕구를 만족하지 못해 이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가상의 인터넷 공간을 찾아다니며 가상의 친구와 동지, 그리고 적들을 만든다. 그러나 이들의 진심을 들여다보면 부모에게서 박수 소리를 듣고, 부모와 의미 있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구가 크다.
약 10년 전 신문에서 게임에 빠진 아들을 회복시킨 대기업 임원 아버지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아들이 거의 매일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다 못한 아버지는 아들을 꾸짖고 비난하는 대신 아들과 함께 피시방을 다니며 아들에게 게임을 배워 함께하기 시작했다. 약 1년을 그렇게 보냈다. 아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들은 게임을 끊고 학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과거 아버지가 일하기 바빠 자신과 시간을 거의 보내지 않으니 자신은 아버지에게 1순위가 아니라고 느꼈는데,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매일 일정 시간을 내어주니 자신이 아버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아버지에게 자신이 잘하는 게임을 가르쳐 주고 함께하며 전에 못 느끼던 자신감과 아버지와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연대감과 자존심의 욕구를 채운 아들은 게임으로 결핍을 피하거나 채우려던 노력을 내려놓고, 비로소 자신이 삶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 집중하기 시작했다.
외로운 10대를 위한 목회
그렇다면 교회는 10대의 중독과 외로움의 문제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 먼저 교회는 비판보다는 수용해 주는 곳이 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동문서답’을 해도 되는 곳이 교회가 되면 좋겠다. 외롭다는 것은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고, 누군가와 자신의 가감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니 외로운 청소년들에게 교회는 문을 활짝 열고 어떤 평가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어주는 공간이 돼야 한다.
약 10년 전 필자가 고등부 새친구반 교사로 봉사할 때 있었던 일이다. 새친구반에 아이들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모두 오토바이를 훔치던 친구들이었다. 이들은 주일 새벽이면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밤새 건대 입구에서 술을 마셨는데 교회에 가고 싶으니 데리러 와 줄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필자는 “꼼짝 말고 몇 번 출구 앞에 모여 있어”라고 말하고, 이들을 차에 태워 고등부 예배에 데려오곤 했다. 이들에게선 술 냄새가 진동했고, 밤새 술을 마셨으니 설교 시간에는 엎드려 잤다. 하지만 필자는 이들이 교회에 오고 싶어 하는 것이 좋았고, 시간을 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점점 이들의 마음은 열렸다. 그러자 부모가 헤어진 이야기, 부모가 자신을 버린 이야기, 미래에 대한 걱정 등을 쏟아 놓았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우리를 한 번도 버린 적 없으신 하나님 아버지’와 ‘우리를 향해 기쁨을 이기지 못하신 하나님 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말해 주고 싶었지만 이들은 아직 부모에 대한 불안과 서운함과 분노가 너무 커서 하나님에 관한 직접적인 이야기를 받아들일 공간이 없었다.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과 부족함, 한계를 항상 기다려 주시고 참아 주셨다. 게다가 우리를 살리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내어주신 아버지다. 그러니 교회는 중독과 외로움에 빠진 10대들이 나누는 어떤 이야기도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들어주며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둘째, 교회는 충분히 기다려 주는 곳이 돼야 한다. 앞서 ‘은둔형 외톨이’는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시도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10대들의 외로움은 부모와 질적으로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함으로 여러 기본적 욕구가 결핍돼 나타난다고 했다. 즉 부모는 최선을 다해 자녀를 사랑하지만, 자신이 갖는 삶의 한계 때문에 자녀를 불안하게 하고 부끄럽게 하고 외롭게 한다.
영유아기 자녀는 발달적으로 부모의 돌봄과 사랑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고, 인지적으로 좋은 부모의 역할을 알거나 자신의 부모를 다른 부모와 비교하는 일이 불가능하므로 이들은 부모를 전지전능한 대상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청소년기 자녀는 몸도 자라고 인지 능력도 향상하며 부모와의 독립을 준비하는 단계이기에 부모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비교하게 된다. 세상 그 어떤 부모도 좋은 부모의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자녀의 마음에는 부모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생겨난다. 이러한 실망과 좌절을 딛고 철이 들어 부모를 수용하려면 “그래도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이만큼 키우느라 수고하신 것은 나름 대단한 일이다”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청소년이 이 모든 과정을 치르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교회는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을 가르친다. 큰 틀에서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그 부모를 주신 하나님을 경외하는 일이므로 궁극적으로 크고 넓으신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를 경험할 때 부모는 진정으로 공경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청소년이 하나님을 경험하고 부모를 이해하기까지 교회는 여유를 갖고 충분히 기다려 주며 고뇌의 시간을 견뎌 내며 성장하는 청소년을 격려해 주길 바란다.
셋째, 교회가 청소년들에게 십자가 복음을 확실히 전하는 곳이 되길 기대한다.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들은 왜 외롭고 불안해졌을까? 위에서 밝힌 대로 이들이 경험해야 할 안전감과 연대감, 자율성, 자존심, 자기표현의 욕구를 부모에게서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회는 부모에게서 공급받지 못한 욕구를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채울 수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십자가에 나타난 하나님 사랑이 청소년의 불안과 외로움에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고 선명하게 전해야 한다. 부모가 바빠서 또는 헤어져서, 관심이 없어서 나와 함께하지 못하고, 나를 비난하고 나에게 한숨을 내뱉어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여겨져도 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주신 예수 그리스도, 그 생명 값이 바로 나의 값어치라는 사실을 깨달아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알게 해야 한다. 십자가 복음의 선명한 메시지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스도를 통해 죄 사함을 받고 자신이 ‘아빠 아버지인 하나님의 친 자녀’가 됐고, 하나님 아버지는 늘 나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매주 정확히 전달해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연결지어 구체적으로 10대 청소년 목회에 적용해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1. 예배나 모임 가운데 소그룹 교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한다.
2.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용적이고 따뜻한 환경과 분위기를 만든다.
3. 한 주간 학교나 가정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구체적으로 안부를 묻고 듣는 시간을 갖는다.
4. 이야기를 경청한 후 각자 나눈 이야기를 개별로 요약해 주고, 그 이야기에 담긴 청소년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준다.
5. 오늘 설교나 그 주의 성경공부 내용을 짧고 굵게 전달한다.
6. 나눈 이야기가 오늘 설교나 성경공부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려 주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안전감, 연대감, 자율성, 자존심, 자기표현의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킨 십자가 하나님의 사랑을 확인시켜 준다.
외로운 10대를 위한 사역: 교사·부모 교육
외로운 10대를 위한 교사의 첫 번째 사역은 부모 사역이다. 자신이 가르치는 청소년 부모의 불안과 외로움을 들어주는 데서 사역이 시작된다. 부모가 자녀를 불안하고 외롭게 양육했다면 실은 부모 자신이 외롭고 불안한 삶을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녀를 비난하고, 자녀에게 한숨 쉬며, 자녀를 불안과 외로움으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는 부모가 자신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를 꺼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이들이 하나님 아버지와는 어떤 영적 경험을 하고 있는지에 관해 교사가 듣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면 소통 관계와 친밀함의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교회는 세 겹줄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묶여 있는 공동체이기에 이 과정은 교사와 부모와 청소년의 관계에 도움을 줄 것이다.
교사가 교회학교에서 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청소년의 ‘대리 부모’가 돼 주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을 비난하지 말고 칭찬하고 수용하며 한숨짓지 않고 늘 미소로 맞아 주자. 부모가 바쁘거나 할 수가 없어 제공하지 못하는 삶에 대한 안내와 미래에 대한 계획을 부모를 대신해 제공해 주자.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교사가 영적 부모로서 제공해 주자.
외로운 10대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어떤 목회적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위에서 말했듯 외로움의 문제로 고통받는 청소년의 부모 역시도 자녀와 비슷한 고통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신의 부모로부터 칭찬과 박수를 별로 받아 보지 못한 부모가 자녀에게 칭찬과 박수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부모와 의미 있고 재미있는 활동을 해 보지 못한 부모는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시키고자 노력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청소년 자녀와 의미 있는 활동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먼저 부모가 자신의 삶의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은 과연 부모와 하나님으로부터 안전감, 연대감, 자율성, 자존심, 자기표현의 욕구를 잘 채우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과 안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회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부모 교육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1. 부모 캠프를 기획해 하나님 안에서 인생 그래프 그리기, 부모와 지낸 경험 떠올리고 나눠 보기 등의 활동을 한다.
2. 자녀와 대화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기술, 양육법에 대해 전문가의 강의나 책을 통해 학습하도록 한다.
3.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캠프를 기획해 부모가 어린 시절 이야기와 하나님과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자녀에게 들려주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구체적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해야 할 것은 잘하는 것 찾아 주기, 힘을 다해 구체적으로 칭찬하기, 적절히 친구 관계 챙겨 주기, 자율성과 주도성을 확보해 주기, 학교에서 돌아오면 대화하며 같이 있어 주기, 밥이나 병원, 옷 등을 챙겨 주기, 같이 있을 때 충만한 느낌 주기, 부부가 사이좋게 지내기, 시간을 내서 놀아 주기, 한계를 설정해 인내심을 키워 주기, 좌절과 상처를 알아차리고 공감해 주기, 적절한 학업 지도와 도움 주기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잦은 이사, 한숨과 비난, 부모로서의 어려움 나누기(예를 들어 배우자 흉을 보는 것), 부모 중심의 통제, 외롭게 혼자 두기, 아픈 데 혼자 두기, 부끄럽게 하기, 아이들만 두고 가출하거나 어디에 보낸다고 협박하기, 자신의 한풀이 대상으로 삼기, 편애와 비교, 집 안과 밖에서 다르게 행동하기, 성경을 말로만 가르치기다.
한 사람으로서의 교회
요즘 교회는 외형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힘을 잃어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신앙 공동체의 위기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존재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위기 때마다 ‘남은 자, 거룩한 씨, 그루터기’를 통해 복음이 전해지고 회복되게 하셨다. 따라서 교회는 소망이 있다. 교회가 믿음의 세대 전수와 다음 세대의 부흥을 꿈꾸는 일은 비현실적인 공상이 아니다. 필자의 생각으로 지금 시대 교회의 회복과 부흥, 믿음의 세대 전수는 ‘한 사람으로서의 교회’가 될 때 가능하다. 이는 10대 청소년 한 명을 교회 공동체가 복음으로 사랑하고 기다리고 받아 주면서 시작되리라고 본다.
교회에서 10대 청소년기를 보낸 청년들은 “그동안 교회는 우리에게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강요하듯 가르쳤지 ‘너희 요즘 사는 게 어떠니?’, ‘너희 요즘 고민이 무엇이니?’를 거의 묻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한국 교회는 이제 “가장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다”(마 25:40)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교회의 외형과 양적 성장에 쏠려 있는 관심의 방향을 틀어 지금 우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한 영혼’에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 돌봐야 한다. 그래서 목회자와 교사의 십자가 사랑을 전달받은 ‘한 영혼’이 외로움에 가득 찬 어둠에서 나와 하나님의 빛 가운데 거하며 다시 한국 교회의 부흥과 회복을 견인할 다음 세대가 될 날을 기다린다. 이러한 참된 영적 부흥에 대한 열망이 본고를 통해 어렵고 힘든 가운데 목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여러 목회자에게 나눠지길 기도한다.
註
1) 제프리 E. 영 외 1명, 《삶의 덫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열기》, 최영희 옮김(메타미디어, 2020).
첫댓글 교회는
비판보다 수용해 주는 곳~
충분히 기다려 주는 곳~
십자가 복음을 확실히 전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