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넘어 목포항에 도착했으니 분당까지 운전해서 갈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집니다. 배에 오를 때는 침대칸이니 승선 5시간 야무지게 잠 좀 자리라 기대했지만 하도 들락달락하는 태균이때문에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단속용 뒤쫒음하느라 잠은 커녕 몸은 더 피곤해졌습니다.
어렸을 때도 낮잠이나 초저녁잠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으니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쳐도 다시는 침대방을 하지말아야겠습니다. 커피에다 레드불까지 마셨지만 쏟아져오는 잠을 이기지 못해 졸음쉼터에서 눈 좀 붙일라치면 어김없이 태균이 빨리 가자고 재촉해대고... 일요일 밤의 행사인 아빠와이셔츠 다리기를 참견해야 된다는 제스츄어를 어찌 그리 잊지도 않고 재현하는지...
그렇게 자정이 넘어가고 준이도 집에 가는 것이 좋으면서도 신경이 날카로와지는 듯하니 상동어가 지나칠 정도로 커지고 수없이 반복됩니다. 저도 신경이 좀 곤두서서 '그만하자'고 했더니 갑자기 녀석이 공격해 들어오는데 신변의 위협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뒤에서 내 옷 목부분을 잡아당기면서 내 손을 결박하려 드는데 한밤 중이라 차가 없어 다행입니다.
내 손을 결박하려 어찌나 힘을 쓰는지 핸들을 잡고 버텨야하는지라 차가 지그재그로 흔들리는데 큰일났다 싶습니다. 하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으로 준이손가락을 물어버릴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이 녀석 힘을 풀지않습니다. 때마침 휴게소가 가까와지니 억지로 휴게소로 진입, 녀석의 지독한 공격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온 몸이 다 떨려옵니다.
어제 아침 경기가 좀 여러차례 있었다 싶었는데 엄마트라우마까지 상기되니 무섭게 돌변한 듯 싶습니다. 준이랑 부딪친거야 무수히 많았지만 이런 정도의 신체적 공격은 처음인지라 당황스럽다기보다 막막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꾸중듣고 싫은 소리 듣는 것에 지나치게 예민해 있는지라 그냥 가만히 놔두어야만 합니다. 꼭 필요한 행동수정이 참 힘든 녀석이지만 이 일을 기화로 두려움이 확 앞서게 될 듯 합니다.
사랑을 배우지 못한, 사랑을 많이 받지못한, 자주자주 꾸지람과 잔소리에 노출이 되었던, 한 외로운 녀석의 삶의 경로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래도 주변사람들에게 해는 주지않는 선에서 살았으면 했는데... 갑자기 밥먹이고, 씻기고, 옷 깨끗하게 입히고 그것 외에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 그것도 많이 속상합니다. 준이의 어린시절 10년, 제가 관여하지 않은 그 시간에 준이는 준이가 꼭 필요로 한 무언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틀림없습니다.
일단 준이의 황당한 공격을 알려주고 준이가 겪는 문제를 알려주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준이누나에게는 통보를 했습니다. 크게 관심을 가질 수도 없고 관심을 갖는들 대처방안도 어렵기에 별 도움은 안될지라도 그래도 가족 누구라도 알고는 있어야 합니다.
준이를 집에 내려준 시각이 아침 7시. 서울은 전국의 차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흡입집합소 같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서울에 가까와질수록 차량이 더욱 많아지고 7시 전 시간에도 체증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고사리나 클로버에 관심갖는 촌뜨기가 대도시에 진입한 듯한 기분!
준이데려다주고 바로 병원으로 갔건만 이미 병원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채혈검사실 입구 시계가 7시 35분이라는데 우리에 앞서 무려 50여명이 대기. 채혈 5개, 소변 3개, 심장초음파 20분, 신장CT까지 모두 마치고나니 10시 반입니다. 심장초음파 결과를 본 담당주치의가 저번과 거의 동일하다고 문제없다고 하네요. 태균이는 점점 병원검사 달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검사끝나고 서둘러 나오느라 태균이 점버를 영상촬영실 대기석에 놔두고 왔는데 그걸 인지못한 엄마에게 태균이 점버찾으면서 가져오라 하네요.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태균이가 엄마보다 백 배 낫습니다.
용인에 머무는 동안 이래저래 바쁘고 고달픈 일정들이지만 준이생각으로 마음은 한층더 무거울 듯 합니다. 좋은 해답들이 나오겠지요...
첫댓글 넘 고생하셨습니다.
준이도 잘되길 🙏
그림이도 학교 가면 폭력에서 보호 되길 바라면서
이래저래 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