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호]
단풍빛 인생외 1편
이청화
뜨거운 피가 가고
피 따라 젊은 살도 가고
그것들이 벗어 놓은
다 구겨진 헌옷 같은
늙음은 그 몇 근인지
달아볼 저울이 없네.
인생이여 인생이여
단풍이 든 인생이여
이제 바람이 불면
떨어질 잎이드냐
하늘 가 가을하늘 가
가지하나 남기고.
가리라 먼 곳에서
저녁 종이 울리면
해 지는 서쪽 하늘
그 붉은 노을을 따라
이 세상 발길을 돌려
왔던 길로 가리라.
대통령
제일 커야 할 귀는 작아지고
코만 높아지는 대통령
소나기 같은 비난에도
젖지 않는 코만 만지고 있다.
국민을 향해 앉는다는
그 의자의 방향이 틀어졌다고
대들보를 울리는 원성이 있어도
웬 걸 눈은 계속
아는 얼골만 따라 간다.
그 때문에 어디선가는
큰 바퀴를 돌려야 할 톱니바퀴가
삐잉삐잉 헛돌고
중심을 잃은 기둥이
찌짓찌짓 한쪽으로 기우는 소리가 난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이제는 고쳐 앉아야 한다고
징을 가진 이들은 꽝꽝 징을 치지만
그래도 싸늘히싸늘히
등만 보이고 있는 대통령.
이청화 | 1977년<불교신문>.1978년<한국일보>신춘문예당선. 시집『무엇을 위해 살것인가』『물이 없는 얼굴』산문집 『돌을 꽃이라 부른다면』『향기를 따라가면 꽃을 만나고』가 있음. 현재 볍성사주지
첫댓글 이종숙, 마선숙 소설가와 함께 청화스님께 원고 받으러 간 날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첫댓글 이종숙, 마선숙 소설가와 함께
청화스님께 원고 받으러 간 날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