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연약함으로 세워지는 교회
닭 울기 전에 베드로가 세 번 예수님을 모른다고 한 사건은 배신의 상징으로 회자 됩니다. 그러나 이는 배신과는 다른 차원의 에피소드입니다. 예수님은 전능하셔서 베드로가 그렇게 할 것을 다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라고 하신 말씀도 아닙니다. 예수님이 이 말씀 하기 전 베드로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봅니다.
예수님은 갑자기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십니다. 이어서 “너희 중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는 말씀으로 당혹스럽게 합니다. 또 “내가 영광을 받았다”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연이어 합니다. 결정적으로 “내가 아직 잠시 너희와 함께 있겠노라, 너희는 내가 가는 곳에 올 수 없다”라고 합니다. 이것은 딱, 유언입니다.
그러자 베드로가 주님께 묻습니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인류 역사를 뒤흔든 한 마디입니다. 이 말을 라틴어로 옮기면 “쿼바디스 도미네”입니다. ‘도미네’는 ‘나를 지배하는 자’라는 뜻으로 “주여”에 해당하는 라틴어 단어입니다. 서력기원을 표기하는 AD에서 D가 바로 도미네의 첫 글자입니다. A는 ‘아노’로서 이후라는 뜻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이후’를 라틴어로서 AD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쿼바디스 도미네”는 요한복음 13장 36절에 나오는데, 기독교 전승에서 이 말이 또 한번 쓰입니다. AD64년 로마 대 화재 당시 네로 황제가 기독교인을 방화범으로 지목하여 2~300여 명이 순교합니다. 이때 지도자는 살아남아야 한다면서 베드로를 피신시키기로 결정합니다. 베드로가 로마 시내를 몰래 빠져나가게 되었는데, 가다가 예수님의 환영을 만납니다. 깜짝 놀라서 베드로가 주님께 묻습니다.
“쿼바디스 도미네?” 이 질문에 주님이 대답합니다.
“네가 버린 로마교회와 성도를 구원하러 간다!”
이 말씀 듣고 베드로가 통회 자복하고, 발걸음을 돌려 로마로 되돌아가 체포되어 순교 당합니다.
주님의 십자가 처형 직전 “쿼바디스 도미네”라고 물은 이후 34년이 지나 다시 한 번 이 질문을 하고 나서 로마로 되돌아가 베드로는 순교합니다. 이를 모티브로 생키에비치는 「쿼바디스」라는 소설을 써서 1905년 노벨문학상을 받습니다.
예수님이 유언을 할 때, 베드로는 “쿼바디스 도미네?” 하면서 자기는 주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장담합니다. 예수님은 수석제자 베드로가 자기의 말대로,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와 주어야 함을 아십니다. 그러나 베드로의 연약함을 압니다. 주님은 베드로가 당장 실족할 것을 알고, 세 번 부인하게 되는 사건을 예고함으로써 베드로를 초대교회 지도자로서 말씀의 반석 위에 세우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