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장순례]〈65〉대승불교의 백과사전 ‘대승의장’
대승 요의 설명하며 경론서 관련 내용 발췌
여러 학파 교의, 현교 밀교도 인용
신라 대연〈大衍〉스님도 16권 책 저술
중국불교에서 대승의 교의를 체계화 하여 법수(法數)의 행상(行相)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은 동진(東晋)·서진(西晉) 양대(兩代)를 지나 육조(六朝) 시대를 거치면서였다. 중국에 불교가 수입된지 약 300년이 지난 4~6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이때 대승불교의 교의를 종합해 놓은 사전과 같은 성격을 띤 <대승의장(大乘義章)>이 나왔다. 정영사 혜원(慧遠, 523~592)이 지은 것으로 대승의 중요한 요의를 뽑아 제목을 삼고 그것을 설명하면서 여러 경론에서 관련된 내용을 발췌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놓은 책이다.
모두 20권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그때까지의 불교연구의 결과를 총결산해 놓은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 혜원은 원래 지론학파의 대가였다. 지론학파(地論學派)는 <십지경론(十地經論)>에 의거하여 사상적인 이론을 전개시켰기 때문에 지론종이라 불려졌다. <십지경론>은 인도의 유식사상가 세친(世親, Vasubandhu)이 화엄경 ‘십지품’을 주석한 것이다. 이 지론종이 <화엄경> 연구의 선구적 역할을 하여 나중에 화엄종 성립에 큰 영향을 끼친다.
<대승의장>은 그 당시 유행하던 비담종(毘曇宗), 성실종(成實宗), 섭론종(攝論宗) 등 여러 학파의 교의를 모두 다루고, 대·소승과 현교, 밀교의 경전들을 인용하면서 대승의 여러 교의를 모두 천명하려 하였다. 목차를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교법취(敎法聚), 의법취(義法聚), 염법취(染法聚), 정법취(淨法聚), 잡법취(雜法聚)로 구분했다.
취라는 말은 관련된 내용을 모아 놓은 무더기라는 말로 현대적으로 말하면 편(篇)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교법취는 경전편이고 의법취는 교의편이다. 수행편이라 할 수 있는 염법취, 본래 부처였던 중생이 깨달음(覺)을 등지고 미혹의 과정을 겪어오는 염연기(染緣起)를 밝히는 것이 염법취이고 반대로 발심 수행하여 깨달음으로 향해 나아가는 정연기(淨緣起)를 설명하는 것이 정법취이다. 잡법취는 자세한 내용이 없이 여러 가지 명상에 관한 것을 섞어 놓은 것이다.
각 부분(聚)마다 작은 수에서 큰 수로 나아가는 증수법(增數法)을 써서 여러 가지 뜻의 차이를 밝히는 문을 세웠는데 모두 222문이 된다. 인용한 범위가 매우 넓고 명료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 불교전반의 사전격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불교 용어를 법수(法數)로 배열하여 설명하는 사전체재로 되어 있다. 대각국사 의천(義天)이 편찬한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에는 28권으로 되어 있는 <대승의기(大乘義記)>라는 책 이름이 나오는데 이를 <대승의장>의 또 다른 본으로 보기도 한다.
또 같은 이름으로 된 <대승의장>이란 책이 하나 더 있다. 3권 18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여산혜원(廬山慧遠, 334~416)이 대승의 교의에 대해 의문 나는 것을 구마라습(鳩摩羅什, 344~413)에게 물었는데, 이에 대해 구마라습이 답해준 것을 정리해 묶은 책이다. 혜원이 저술한 최초의 책으로 다른 사람과의 문답을 통하여 혜원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나타낸 것으로 일종의 논쟁을 기록한 책이다. 혜원은 여산에 주석하면서 염불수행 등 불교 수행의 실천적인 면에 치중하여 살았는데 인도에서 들어온 구마라습은 많은 역경과 경전을 강설하여 업적을 남겼다.
두 사람의 대론을 통해 그 당시의 불교가 중국에서 어떻게 이해되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원래의 이름은 <문대승중심의십팔과(問大乘中深義十八科)>였는데 후대에 이르러 <대승의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어떻든 대승을 이해하는 에 있어서 이 두 책이 개론서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라 때 대연(大衍)스님도 16권으로 된 <대승의장>이란 책을 저술하였다고 <동역전등목록>에 이름이 실려 있으나 일실되어 전해지지는 않는다.
지안스님/ 조계종 고시위원장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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