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인간의 굴레
저-서머셋 모음
출- 성도문화사
독정-2019. 8. 27. 화
‘하루 한 권씩 책 읽기’가 내 실천 습관인데 오늘은 주제 사라마구가 쓴 『동굴』을 읽고 별로 발췌해 둘 것이 없어 남은 시간 오후 8시부터 서머셋 모음의 『인간의 굴레』를 집어들었다. 서머셋 모음이라면 ‘달과 6펜스’를 감명 깊게 읽어 호감 가는 작가이고 『인간의 굴레』는 예전에도 읽은 것 같지만 줄거리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서 다시 빌려왔다.
도서관에서 9권 빌려왔는데 『오이대왕』『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싯다르타』『말테의 수기』는 3일만에 다 읽어 발췌해두었고 『양철북』『아라비안나이트』『장정일의 독서일기7』 3권은 아직도 책상 위에 놓여있다. 늘 열권 씩 빌려와 책상 위에 올려 두면 부자가 된 기분으로 지내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른 읽어야 한다는 스스로의 강박감에 끌리기도 한다.
어저께 읽은 책들 중 『오이대왕』빼고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 사고의 지평을 열어가는 책이라 좋았다. 그런데 『인간의 굴레』는 책 속에서 좋은 묘사글. 좋은 명언, 좋은 구성을 찾는 내게는, 한 군데도 줄 그을 곳이 없이 그냥 술술 읽히기만 하는 책이었다. 돌아보면 나는 책을 들 때 공부하는 마음(내 작품쓰기에 보탬 되는 것을 찾아 헤매는 사냥군이 된 듯)으로 책을 읽어온 것 같다. 『인간의 굴레』는 그런 것과는 아량곳 없이 뒤쪽이 어떻게 될까싶어 흥미를 가지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책이었다. 재미로 읽는다는 말이 여기 통할까? 분명 내겐 재미가 아니라 주인공의 행적이 하도 바보같다 싶어서 ‘배신당한 여자한테 또 끌려 따라가?“ 분통을 터뜨리며 뒤의 이야기 전개가 궁금해서 순전한 호기심으로 310쪽 끝 페이지까지 읽어나갔다. 8시부터 12시 30분까지 읽었으니 4시간 30분만에 읽었다. 보통 생각하며 읽는 책은 평균 시간당 50쪽을 읽는데 줄거리 위우의 책이다보니 시간단 70쪽으로 읽혔다.
이 책은 1915년 간행된 서머싯 몸의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카타르시스를 위하여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서머싯 몸 역시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였고, 말을 심하게 더듬어 주변으로부터 심한 놀림을 받았다.
<줄거리>
필립 케어리라는 다리를 저는 내반족 아이로 태어나 30세까지 삶을 헤쳐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서머셋 모음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다.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 필립은 8살 때 사내아이를 분만하다가 죽는 어머니의 죽음을 맞는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후 필립은 떨어지기 싫은 유모를 떠나 목사인 큰아버지를 따라간다. 백모는 애정을 가지고 길러줬지만 엄격한 목사인 큰아버지 밑에서 자라게 된 필립은 많은 책을 가지고 있어 여시서 필립은 그의 평범한 존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독서를 즐긴다.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필립은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성직자를 길러낸 학교에 입학하여 기형아라는 신체적 조건 때문에 놀림을 받고 불행한 아이가 된다. 그는 신에게 뭐든지 다 이뤄주신다는 말에 기도를 하지만 응답이 없자 회의를 품고 자퇴를 원한다. 그의 백부와 백모는 옥스퍼드에 마지막으로 다니기를 원하며 옥스퍼드에서도 장학금을 받을수 있다고 통보해오지만 그는 독일에 가고 싶어한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지내다가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했지만 재능 없음을 스승으로부터 직접 듣고는 접고 궁핍한 생활을 위해 의과대학에 들어가 조수 자격증을 받으며 공부한다. 파리 생활에서 얻은 것은 정신적인 자유였다. 영국의 신사들이 묶여 있는 굴레에서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
이 무렵 친구랑 다방에 들렀는데 다방의 여급인 밀드렛이라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 처녀가 쌀쌀맞게 대하는 바람에 오기로 심리전을 벌이다가 마음이 빼앗기는데 그 여자가 유부남과 결혼해 버리자 그는 노라와 동거한다. 그러나 밀드렛이 배신당하고 돌아오자 그는 노라에게서 진정한 애정을 느낄 수 없어 ‘과부와 더불어 행복하기보다 밀드렛과 더불어 불행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노라를 버리고 밀드렛을 받아들인다. 밀드렛과 파리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워 놓은 어느 날, 친구 그리필드에게 밀드렛을 소개시켜 주고 함께 극장엘 갔는데 가운데 앉은 그녀는 손을 양쪽에 하나씩 주고 있었다. 그녀는 필립에게 돈을 타서 그 친구와 파리 여행을 즐긴 후 돌아오나 곧 집에서 나가 버린다.(그후 밀드렛은 그리필드에게도 버림받고 유부남과 사이에서 낳은 아기를 기르며 창부생활을 하며 연명하다가 아기가 죽는다)
한편, 필립은 병원에 근무할 때 환자로 입원한 소프 샐리네 가족을 알게 되어 그 집에 자주 들른다. 열입곱살의 큰딸 샐리를 만났을 때부터 마음이 이상스럽게 동요되었다. 샐리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저녁에 홍차를 사러 마을에 갔다 오는 길에 필립은 샐리의 처녀성에 이끌려 정을 통한다. (그 전에 필립은 밀드렛이 매춘부가 되어 고생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몇 번이나 도와주려고 허우적거린다. 이때 내가 주인공 필립에게 욕을 해대었다. 유부남과 놀아나고 친구랑 놀아나고 매춘부까지 하며 놀아나도 그녀 곁은 떠나지 못하는 필립의 마음이, 정 들인 인간에 대한 굴레인가? 하다 화가 나서 굴레라는 단어 뜻을 다시 찾아보았다.
굴레- 말이나 소 따위를 부리기 위하여 머리와 목에서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이란다. 이 여자한테 얽어매인 줄대문에 필립은 생활이 파괴되고, 인생, 사랑, 죽음의 무의미함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병원에서 처녀가 다 된 샐리를 알게 되어 서로 사랑하게 된 일이다. 비로소 필립은 허무한 사랑에 끌려 다니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됨을 의미한다. 필립이 끌려다닌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욕정이라 하고 싶다. 그런 욕정의 늪에 빠져들면 쉽게 헤어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굴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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