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시험 후에 예수께서 몇 명의 제자들과 어떤 혼인 잔치에 참석했다. 그 결혼식의 혼주는 예수님과 마리아와 친척이었다. 마리아는 분주한 잔치에 손을 거들고 있었는데 혼인이 끝나갈 무렵 포도주가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요 2:1)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요 2:2)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례에 청함을 받았더니 (요 2:3)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무슨 의도로 마리아가 예수님께 이런 말을 했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마리아는 아들에 대한 남다른 기억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남편과 함께 아들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자주 되뇌곤 했는데 이제 남편은 그녀의 곁에 없었다. 아이를 잉태할 때 천사가 그녀에게 전해준 기별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그녀는 이제 아들이 세상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들의 옆에는 스스로 제자들이라고 자청하는 건장한 젊은이들도 아들을 보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기대는 동상이몽 딱 그런 것이었다. 예수님의 계획은 이 세상에서 위대해 짐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아닌 고난과 시련을 겪고 마침내 목숨을 많은 사람을 위한 대속 제물로 내어 주심으로 인류의 구주가 되는 것이었다.
(요 2:4)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마리아의 때와 예수님의 때는 시기도 달랐고 내용도 달랐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연약한 어머니의 요청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하인들에게 마리아는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예수께서는 여섯 개의 돌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고 명령하셨다. 그리고 가득 채워진 항아리에서 이제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주라고 말씀하셨다. 돌항아리를 가득 채웠던 물은 포도주가 되어서 흘러넘쳤다. 이것이 예수께서 행하신 첫 번째 이적이었다.
(요 2:9)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연회장이 신랑을 불러 (요 2:10) 말하되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 하니라
이 첫 번째 이적은 예수님의 향후 사역의 성격과 방향 그리고 그분을 따라는 사람들의 삶에 나타날 열매를 미리 보여주는 예시였다. 세상은 언제나 남을 속이고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이나 끝이 안 좋고 예수님의 세상은 갈수록 더 좋은 포도주처럼 달콤한 만족을 줄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으로 예수께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경험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그분의 세상이다.
과정은 어렵고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예수님의 세상과 그분이 다스리는 가정은 갈수록 더 달고 맛있는 세상이 될 것이며 마침내 영원히 행복한 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를 위하여 더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신 주님은 마지막 만찬에서 그분의 잔을 나누어 주시면서 이것이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라고 하셨고 제자들에게는 너희도 나의 잔을 마실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그분의 잔은 어쩌면 쓰고 힘든 고난의 잔이다. 그러나 그분은 더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시고 아버지의 나라에서 마침내 함께 마시게 될 것을 암시하셨다.
(마 26:29) 그러나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이제부터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새것으로 너희와 함께 마시는 날까지 마시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언젠가 우리는 그 새 포도주를 마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에 그 잔치의 주인이신 신랑에게 정말 주님은 더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다고 고백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 때론 우리의 삶에 포도주가 떨어지고 때론 마시기 너무 써서 고개를 저어야 하지만 더 나은 포도주를 준비하시는 주님을 믿고 인생의 쓴맛도 믿음으로 맛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기 기도합니다. 그날에 아버지의 집에서 마실 천국산 포도주로 신랑이 되신 주님을 찬양할 그 날을 바라보며 고난의 쓴 잔으로 더 연단이 되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