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은 71년에 이탈리아의 Cetra에서 발매되었지만 처음 듣게 된 것은 온통 최루탄 가스로 자욱했던 87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음악 다방에서 겨우 최루탄 먼지 털어내고 쳐박혀있던 시절, 우연히 이들의 노래를 듣고선 세상에 이런 음악이 다 있었구나는 절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음악다방 DJ에게 부탁해서 테이프로 복사해서 릴이 늘어질때까지(좀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듣곤 했습니다.
군대에서 전역했을 무렵 쯤 성시완, 전영혁과 같은 희대의 전투사들에 의해 이들의 음악이 소개되고 또 라이센스로도 발매되기도 했습니다. 나름대로 충격이었지만 음질 수준은 뭐 거의 잡음없는 해적반 수준이었고 그 옛날 음악다방에서 듣든 것과는 아주 다른 음색이었습니다. 그나마 라이센스도 과분한 행운이었지만..... 이들의 오리지널 초반은 그야말로 가문의 자랑거리이자 압도적인 컬렉션, 내지는 넘버 원 컬렉션이기도 했습니다.
훗날, 먼 훗날, 아주 먼 훗날 정말 좋은 세상이 오면 언젠간 이들의 연주를 실제로 볼 수 있겠지라는 기대를 가졌지만 결코 그럴리 없을 것이란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 포기했던...음악이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박제된 희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무려 20년이 지난 2007년,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 이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당시 한국외대에서 강의하던 시절이었는데.... 수강생 중 몇몇과 아주 친해져 일본에 같이 가기로 했던(일본에는 몇 차례 다녀갔고 또 일본 공연 일정이 잡혀있었음) 찰나, 내한 공연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틀간 두번의 공연장을 모두 찾았는데 제 강의를 들었던 그리고 당시 엘지 아트센터에 근무했던 학생의 도움으로 백스테이지에서 그들의 리허셜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서늘한 바이얼린 카텐자가 1월 겨울과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백스테이지에서 받은 멤버들의 사인과 백업 세션들의 사인.
기타리스트 니코가 이 그림을 보고 말했습니다. "이거 우리도 본 적 없는 대형 그림인데... 우리도 이런 것 만든 적 없는데..... "
그렇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인쇄한 것(무려 10만원이나 합니다)입니다.
비토리오가 말했습니다. "우하하하...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것이야. 이렇게 큰 사진에... 와우... 사인하는 것은 처음이야. . "
다른 멤버들도 환호를 하더군요. 예. 세상에 딱 하나 뿐인 초초대형 그림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라인업.
비토리오 데 스칼지 (VIttorio de ScalziI, 보컬, 기타, 플룻)
지오르지오 다다모(Giorgio D'Adamo, 베이스)
니코 디 팔로 (NICO DI PALO, 보컬, 리더 기타)
마우로 치아루기(Mauro Chiarugi, 드럼)
뉴트롤즈는 양대 리더라 할 수 있는 비토리오(왼쪽)와 니코(3번째)의 권력 싸움과 맴버들의 군입대 등으로 수없이 분열하고 합치기를 반복한.... 종 잡을 수 없는 그룹이기도 하지만 Concerto I을 발표했던 71년이 전성기 뉴트롤즈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드러머는 이미 작고하셨고 리더 기타리스트였던 니코는 스포츠카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어 더 이상 아다지오의 선율을 이끌던 그의 기타 연주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근래에 뉴트롤즈는 부활해서 비토리오의 지휘 아래 젊은 신예 뮤지션을 백업맴버로 영입하고, 니코가 키보드와 보컬을 담당하고 레떼 에 미엘레 출신의 명드러머 알피오 비탄자를 영입해서 Concerto III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Concerto Grosso Per 1은 뉴트롤즈의 제3집 음반인데 이 음반은영화 La Vittima Desigrata의 사운드트랙이기도 합니다. 작곡과 오케스트라 편곡은 루이 엔리케 바칼로프(Luis Bacalov)가 담당하고 뉴트롤즈가 록으로 바로크 음악과의 융햡을 이루어 낸 명반입니다.
앨범의 A면은 4부작으로 17세기의 합주곡의 형식을 빌어 클래식과 록을 접목시킨 Alegro, Adajio, Cadenza Andanta Con Moto, Shadows(Per Jimi Hendrix)과 같은 네곡의 연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90년대 초반 성시완, 전영혁과 같은 전문 평론가에 의해 널리 소개되어 널리 알려진 곡은 두 번째 트랙인 아다지오입니다. 이 곳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바이얼린의 애잔한 선율 그리고 현악기의 선율을 이어받은 니코의 환상적인 기타 솔로와 보컬로 유명한 곡이기도 합니다.
네 곡 모두 아다지오와 동일한 테마로 구성된 일종의 변주곡인데 그 중에 첫 번째 곡은 바이얼린의 피치카토와 현악기와 기타가 등장하는 일종의 서곡이고 두 번째의 아다지오는 국내에서 사랑받는 명곡이며 세번째의 카덴자는 제목대로 바이얼린 솔로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마지막의 Shadow는 동일 멜로디에 니코의 광기(?)어린 헨드릭스적 기타연주가 메인테마를 이끄는 락의 명곡이기도 합니다.
2번째 트랙 Adajio
애절한 바이얼린 솔로와 그것을 잇는 니코의 처절한 기타연주 그리고 니코의 애잔한 보컬이 이어지고 비토리오가 중반부 이후의 보컬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햄릿의 3막 1장에 나오는 To dir, to sleep, Perchance to dream(사는 것, 죽은 것, 아마도 꿈이겠지)를 감싸고 있는 이 운율이 이음반 전체의 테마인데, 전체적인 아름다운 선율 외에 조르지오의 서정적인 베이스 연주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Wishing you to be so near to me
Finding only my loneliness
Waiting for the sun to shine again
Find that it`s gone to far away
To die, to sleep
May be to dream
To die, to sleep
May be to dream
May be to dream, to dream...
3. cadenza-antante
록과 오케스트레이션의 절묘한 결합으로 17세기 협주곡을 재현한 명곡 중의 명곡이 아닐까 합니다. 제목 그대로, 피치카토의 물결을 이룬 바이얼린 솔로가 서두를 열고 보컬과 현악,기타가 이어지는 이러한 변주적 합주의 편곡은 가히 감탄할 정도의 센스가 아닐까 합니다.
훌륭한 곡은 지금 들어도 새로운 것이라는 지론이 들어 맞는 곡 같습니다.
4. Shadows
니코는 지미 헨드릭스의 Little wing로 기타의 서문을 열고 아다지오의 테마를 사이키델릭하게 변주하고 있습니다. 한쪽 팔을 잃은 니코의 광기어린 연주를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4집 Concerto Grosso Per II.
두 번째 트랙의 Andante: Most dear Lady가 숨은 명곡일 듯합니다.베아트리체를 사모하지만 이룰 수 없는 단테의 마음같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역삼동 라이브에서 ... 비록 일흔살이 넘었지만 청년 시절의 그 감성으로 온통 땀흘리며 부르던 비토리오의 보컬에 울컥해서 몇일간 굶고 ... 좋아하던 맥주도 끊었던 것 같습니다.
첫댓글 명품 해설과 함께하는 이른새벽 명품 곡
잘 듣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