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잠에서 덜 깬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처럼
생의 정수리가 얼얼하다. 그토록 바라던 태평성대는 헛말처럼 허공을 돌아다녔다.
자 이제 심판의 때가 왔다. 안하무인 멋대로 나라를 떡주무르던 저 무능한 대장장이를
붉은 쇳물에 다시 녹여 시칠리아의 암소처럼 통곡하는 소리를 들을 때다.
선택은 마음대로다. 지리멸렬함에 속아 허송세월을 보낸 나야말로 저 늙은 암소를
단단히 쇠스랑에 묵어 야멸찬 단죄를 하리라.
모든 주권은 나에게서 오는 것이지 타자에게서 오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 두자.
한 번 솎은 것만으로 충분하다.
다시 무너진 집을 손 봐야 할 때다. 담을 쌓고 거리의 풍경이 보이도록
창을 열어야 하리. 밀실이 아닌 광장으로 나가 조용히 크레파스빛 바다를 보아야 하리.
냉정하게 따져 물어야 하리.
잠에서 깨어났더니
아비규환이 따로 없어
세상은 보이는 대로 흘러갈 뿐이지만 봐라,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게
생을 파고들며 후비는 빈정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면 그게 어찌 삶이겠느냐
생사의 경계가 희망과 불망의 경계가 오늘과 내일의 경계가
자칫 헛디딜 때마다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보지 못하느냐
왜 너는 자꾸 여기라고 말하는 거니
나는 저기를 보고 있는데
끊임없이 삶은 미끄럼틀을 타지만 그것은 그대로 내버려 둘일
차연은 언제나 꿈꾸는 자 선택은 당신의 몫
새로운 세상을 갈아탈 것인가?
개처럼 네다리로 바닥을 따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