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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야 사랑해! 성희야 사랑한다. 성희야 정말 사랑한다.”
환갑이 넘은 늦깎이 신랑의 우렁찬 만세삼창에 하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두 사람은 주름이 깊어진 두 손을 꼭 맞잡고 버진로드를 천천히 행진했다.
이 특별한 결혼식의 주인공은 정신장애인인 신랑 이경남(62세) 씨와 신부 김성희(54세) 씨다.
대구광역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원장 정순천, 이하 행복진흥원)은 남구장애인자립주택에 살고 있는 이들 장애인 부부를 위해 지난 19일 결혼식을 열었다.
지난 19일 결혼식을 올린 이경남‧김성희 부부. ©대구행복진흥원
두 사람은 행복진흥원 소속시설인 희망원에서 동료 거주인으로 만나 무려 24년간 인연을 이어오다가 2021년 9월 함께 탈시설해 올해 2월 혼인신고와 세대 합가를 마쳤다.
부부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 결혼식은 상상만 할 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소식을 접한 행복진흥원 정순천 원장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정순천 원장은 “장애도 나이도 긴 세월도 모두 뛰어넘은 두 분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두 분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기 위해서 지역의 기업들과 뜻을 모아 결혼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신랑 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오무선 뷰티컴퍼니’에서 화장과 머리손질, ‘백현주 한복연구소’에서 한복드레스를 후원하는 등 지역사회 곳곳에서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치르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특히 이날 결혼식에는 두 사람이 자립하는 과정을 지켜본 희망원 식구들과 자립주택 동료 입주장애인들을 비롯해 대구시청과 남구청, 지역 유관기관, 행복진흥원 직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신랑 이경남 씨는 “성희 씨와 같이 살 수 있는 것도 꿈만 같은데 결혼식까지 하게 되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도움주신 분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남은 평생을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행복진흥원은 그동안 두 사람의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희망원에서는 자립프로그램을 통해 음식만들기, 돈 계산하기, 전화걸기 등 기초적인 일상생활 영위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남구장애인자립주택으로 입주한 후에는 독립된 주거환경에서 전담 코디네이터가 사례관리를 통해 일상생활 및 일자리, 사회참여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
행복진흥원은 향후 두 사람이 자립주택에서 충분한 연습을 마치고 지역사회에 완전히 자립할 수 있도록 영구임대아파트로 주거이전을 돕고 복지관 등 지역자원과 연계를 통한 단계적인 연착륙도 지원할 계획이다.
행복진흥원 정순천 원장은 “수십년 간 시설에서 생활했던 장애인이 사회로 나와 보통의 가정을 꾸리며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탈시설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시설 거주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