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생각 끝에,
마땅히 글 소재도 없고 해서,
제가 요즘에 작업하고 있는 그림('남미 방랑기' 연작)에 대한 얘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제일 현실적이자, 생생할 것 같기도 해서입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요즘, '부활절(라빠 누이) 섬' 그림들을 몇 점 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막 시작해놓은 '아나께나(Anakena)' 해변에 관한(본 제목은 '한 낮') 그림이 있는데요,
남태평양 절해고도인 그 곳은 조그만 섬인데도, 같은 해안선에서도 어느 쪽에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바다 모습을 보여주던데요,
의외로 아주 평화롭고 따스하게 느껴지던 해변이어서 제 관심을 사로잡았던 곳인데(아래 사진),
움푹하게 파여(만) 아주 조용하면서도 깨끗한 해변이 마치 '낙원' 같아서,
그림으로도 옮겨보고 싶었던 건데요,
제 얘기는 그 그림이거나 풍경에 대한 게 아닌,
그 풍경을 그리는 과정에서 일었던 제 느낌을 여러분께 알려드리려고 한답니다.
아무튼 저는 거기서 약 한 달을 머물면서 몇 장의 드로잉을 해가지고 나왔는데,
그 드로잉들을 큰 유화로 재생산하는 작업을 지금 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그 '아나께나' 해변을 소재로 한 드로잉(아래.)도 있답니다.
그러니까 특히 이 그림은 현지에서는 그저 연필로 간단한 드로잉(여기서는 밑그림)을 했고,
1년 반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유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밑그림'은 위와 같지만, 원래 제 생각(계획)은,
그 아나께나 해변 풍경이 바탕에 깔린 상태로, 그 위에 위 밑그림을 덧붙이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답니다.
그러니까, 이제야 그 생각을 바탕으로 본 그림도 그리게 된 것인데요,
(그 과정은 나중에 동영상으로도 나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 한 장면만을 보여드리겠습니다.)(아래)
그러니까 원래의 그 해변 풍경에(아래),
'밑그림'으로 그려왔던 현지의 '모아이 석상'을 첨부하는 식이지요.(아래)
그런데 실제로도 그 해변 언덕 위에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모아이 석상들이 있거든요?
그렇게 해서 나온 게, 바로 위의 '또 하나의 본 밑그림'인 거지요. (위)
그렇다면 이제, 위 밑그림을 가지고 본격적인 유화 작업을 해야 하는 거지요. (아래)
그림의 가로 세로 비율도 그렇고 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캔버스 중에서도 좀 큰 편인 80호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면 여기(캔버스)에도 '아나께나 해변'의 풍경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일단 가벼운 터치로 풍경을(유화) 그리면서 시작되었답니다. (아래)
그러다 보니,
풍경을 그리면서도 저는,
아, 평화로운 해변이다. 그리고 아름답기까지 하구나! 하고 있었답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여러분은 안 그렇습니까? 그리고 사실 그 현장도 뭔가 '낙원' 같은 느낌도 드는, 때묻지 않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해변이었구요.)
그러다 보니 또,
수채로 밑그림을 그릴 때도 느꼈던 거지만,(윗 사진을 다시 가져옵니다. 아래)
저는,
나도 이런 풍경화를 그릴 수 있는데...... 하고도 있었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요,
저는 그림을 그려오면서도(평생), 늘... '꽃 그림'과 '풍경화' 같은 건 잘 안 그리는 화가 아닙니까?
(평가 절하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그것만으론 제 성이 차지 않아서랍니다. 추구하는 게 달라서이기도 하지요.)
막상 그리면 그리기는 하는데, 일부러 자청해서 그런 그림들을 그려오지는 않았다는 말인데요,
(그 자체의 그림 보다는, 항상 뭔가 제 자신이거나 인간의 얘기를 접목할 때에나 (마지못해?)하나씩 풍경화를 그려왔던 거지요.)
그러니 이번에도 저는 풍경을 그리면서는,
이런 풍경화를 그렸으면, 그림이 더 잘 팔렸을 수도 있는데...... 하기까지 했는데요,
그건 일종의 제 지금의 상황에 대한 푸념일 수 있고,
사실 저는요,
저런 풍경화를 그릴 때는, 정말 별 (심적)부담없이 가벼운 터치로 쓱쓱쓱... 그려나가거든요?
그래서 생각해 보니, 그건 아마... 본 그림이 아닌, '밑그림 용'(?)이기 때문에 그런 거 같드라구요.
아마 저 상태로 끝낼 그림이라면, 그토록 부담없이는 못 그릴 것 같은데,
저렇게 그린 뒤, 그 위에 다른 뭔가를 집어넣어야만 하기 때문에(주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유화 역시, 며칠 뒤 지금까지 칠한 물감이 다 마르면, 그 위에 모아이 상 등을 그려야 하니까요. 그러면 이 풍경은 일정 부분 가려질 것이구요.)
풍경은 그저 보조적인 역할이면 된다는 속셈이라서 그럴 겁니다.
이렇게, 요즘에 제가 이런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과,
작업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또 다른 얘기를 여러분께 밝혀드렸습니다.
첫댓글 이 그림 마음에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