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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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문학관은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에 위치하고 있지요.
사위(김지하)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언도 받고 원주 교도소에 수감되자 아이 둘 딸린 외동딸이 자주 면회갔고, 이를 안쓰럽게 여긴 박경리 선생이 아예 이곳 으로 이사와 정착한 것이라고 합니다.
6․25동란중 남편의 행방불명, 곧이어 어린 아들의 병사, 1970년대 유일한 혈육인 딸의 남편인 사위는 사형언도를 거치면서, 낮에는 호미를 들고 일하고 밤에는 원고지에 만년필 꾹꾹 눌러 글을 쓰셨다지요. 그러다보니 “자신의 삶이 행복했으면 소설 을 쓰지 않았을것이다.”라는 말씀이 비장하게 들립니다.
박경리 선생님은 생전에 어느 강연장에서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은 일이 있었답니다.
거친 풍파를 겪은 삶에 대한 회한을 진솔하게 토로하면서 수록된 글 <일 잘하는 사내> 를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대신 하였다지요.
그러고 보니 두 마리 오리가 다정하게 물 마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진속의 박경리 할머니 모습이 찡합니다.
그러하기에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는 말씀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24.9.3.화.
일 잘 하는 사내/박경리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맺힌 한이 있어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꺼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희귀 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