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 넘어서 쓰레기를 보다
테트라포드 주변 안전과 바다오염, 제대로 관리해야
요즘 해운대 바다는 맑고 푸른 가을 하늘에 잠겨 너무 아름답다. 해안가에는 해운대의 가을 풍경을 담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해안가에는 거센 파도를 막고 있는 뿔 모양의 구조물이 마치 거대한 조형작품처럼 얼기설기 엮여서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테트라포드라고 불리는 이 시멘트 구조물은 프랑스의 네르피크(Neyrpic) 사에서 1949년에 개발한 콘크리트 블록이다. 주로 바다와 맞닿은 지역에 설치되어 있고, 특히 파도가 센 곳에 설치되어 파도를 막아주고 해안가의 침식을 저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네 개의 뿔로 파도와 조류의 힘을 약화시키는데 무게는 40~70톤 정도이다.
테트라포드가 해안 안전에 큰 역할을 하는 반면, 육중하면서도 개방적인 원뿔 모양의 구조로 인해 해안 오염을 유발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구멍이 숭숭 뚫린 테트라포드 구조물 사이로 낚시꾼들과 관광객들이 각종 쓰레기를 투척해 해안 오염을 일으키고 있으며, 때로는 테트라포드 위에 올라간 사람들이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까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테트라포드 사고로 숨진 사망자만 7명에 이른다고 한다.
테트라포드가 설치된 해안가는 겉으로 보기에는 깨끗해 보이지만 아래쪽 바닥은 온통 쓰레기로 덮여 있다. 얼마 전 청사포 앞 방파제 테트라포드 위에서 바닥을 들여다보았다. 스티로폼 부표 같은 어구부터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술병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쓰레기들이 테트라포드 구석구석에 쌓여 있었다. 지역의 봉사 단체들이 틈틈이 청사포 주변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테트라포드 내부는 안전 문제로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테트라포드는 물고기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다 보니 물고기가 많이 모인다. 그래서 테트라포드가 낚시 포인트가 되어 그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테트라포드 사이에 추락하게 된다면 골절이나 머리 부상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이 찾기도 어려워 익사 사고의 위험도 있다. 음주한 상태라면 더더욱 위험하다. 특히 테트라포드는 파도가 강한 곳에 설치하기 때문에 태풍과 같은 악천후에는 사고의 위험이 아주 높다.
현재 마린시티 일원의 테트라포드와 청사포항 일원 테트라포드는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웃 수영구는 민락항 테트라포드 낚시금지구역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단속하기 위해 계도요원을 별도로 뽑아 내년부터 해경과 합동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테트라포드 위 불법 낚시는 테트라포드 내부를 쓰레기로 오염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거대한 구조물 속에 들어가 있어 눈에 띄지 않을 뿐이지 청정 해운대의 이미지를 위협하고 있을 정도이다.
테트라포드는 해운대 해안가의 풍광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이다. 동시에 바다의 블랙홀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테트라포드 일원의 청소나 관리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봉사에 기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지자체에서 테트라포드 주변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 해안가 오염을 줄이고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