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만들고 상미 씨는 단골 옷 가게 언니에게 보여 드리고 싶다고 했다. 직원은 나가는 길에 한의원에도 들러 이력서를 지원해 보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했고, 상미 씨는 망설임 없이 “좋아.”라고 했다.
증평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장대비가 쏟아졌다. 잠시 망설여졌다.
“상미 씨, 비가 많이 오는데 어떡해요.”
“아.” 우산이 있어 괜찮다고 한다.
“상미 씨, 설마 비가 우산을 뚫고 들어오겠어요.”
“하하하.”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하네요. 취미활동 알아볼 때는 겨울이라 추웠는데, 이제 일자리를 찾아다니려니 장마철이네요.”
“맞다.”
“겨울에도 좋은 추억 만들었잖아요. 이번 여름도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더우면 시원한 음료 한잔 마시면서 함께 뛰어봐요.”
“알았다.”
그 말을 하다 보니 얼마 전 단기사회사업 연수에서 보았던 영상이 떠올랐다. 철암도서관 학생들이 인천 여행을 갔던 모습이다.
비가 쏟아지는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학생들은 젖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길에는 빗물이 냇물처럼 흐르고, 양손에는 신발을 들고, 바람에 우산이 뒤집혀도 모두가 해맑게 웃으며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그 상황을 즐기자.”
증평은 자주 왔지만, 늘 우체국 앞에서만 내렸기에 군청 앞에도 버스정류장이 있는 줄 알았다. 상미 씨는 내려야 한다고 했고, 직원은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리면 문구점이 더 가까울 것 같다고 했다.
증평 주민인 상미 씨 말을 들을 걸 그랬다. 한참을 더 가서 도서관 앞에서 내렸다. 다시 걸어왔다. 문구점까지. 비도 오는데…. 보강천을 걸어가는 상미 씨의 뒷모습이 이뻐 보인다. 사진으로 한 장 남겼다.
문구점에 들렀다. 사업장에 포스터 이력서 한 장만 전달하기에 조금 성의가 부족해 보여 이력서를 넣을 화일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상미 씨, 사장님께 이력서 넣을 건데 좋은 화일이 있는지 여쭤보세요.”
상미 씨는 포스터 이력서를 보여 주며 사장님께 설명했다. 옆에서 직원이 도왔다.
“이거면 괜찮지 않을까요?”
“좋아.”
“감사합니다.”
“일자리를 찾고 계신가요?”
“맞다.”
“상미 씨, 제가 사장님께 설명해 드려도 될까요?”
“냐.”
“최상미 씨가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초중리에서 거주하고 있어요. 혹시 사장님께도 이력서 한 장 드려도 될까요?”
“네.”
“알았다.” 사장님께도 이력서를 전달했다.
“혹시 상미 씨가 일할만한 곳이 있을까요?”
“저희는 둘이 하면 돼서요.”
“일.”
“주변에 상미 씨가 일할만한 곳 있으면 연락해 주세요.”
“네. 이거 보관해 놓을게요. 좋은 일자리 구하세요.”
“응원해 주시는 거죠. 감사합니다.”
“안녕.” 상미 씨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문구점을 나와 단골 옷 가게에 갔다. 포스터 이력서를 들고 자랑하듯 언니에게 준다.
“상미 씨 일자리 찾아.”
“맞다.”
언니는 커피를 주며 말했다.
“상미 씨는 미용실에서 일해도 잘할 거 같다. 머리 감겨주고, 파마할 때 옆에서 롯드 집어주고.”
“상미 씨, 어때요? 미용실 이용해 보셔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고 있죠?”
“냐.”
“언니가 상미 씨를 오래 봐 왔기에 상미 씨에게 어울리는 일을 추천해 주시네요.”
“고” 상미 씨는 언니에게 고맙다고 했다.
“근데 상미가 우리 집에서 할 일이 없어서. 미안하네.”
“아냐.”
“상미 씨가 오가며 들리고, 커피도 마시고, 같이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죠.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내가 더 고맙죠. 상미 씨 잘할 수 있다. 이 이력서 가게에서 잘 보이는 곳에 둘게.”
“하하하.”
“감사합니다, 사장님.”
옷 가게를 나와 근처 병원을 찾았다. 근처를 둘러보니 병원이 생각보다 많았다.
“상미 씨, 우체국 근처에 병원이 많네요.”
“많다.”
“버스정류장 가까운 곳부터 방문해 볼까요?”
“좋다.”
“00 한의원 가 볼까요?”
“냐.”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직원은 진료받으러 온 손님인 줄 알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상미 씨는 준비해 온 이력서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일”
직원은 이력서를 살펴본 뒤 말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일하실 자리가 없어요.”
상미 씨는 아무 말 없이 직원을 바라보았다. 진료실 안에서는 원장님이 환자를 진료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우리는 원장님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추후 일할 자리가 생기면 연락을 부탁드린다고 직원에게 정중히 말씀드렸다. 직원도 알겠다고 답해 주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한의원을 나서며 상미 씨와 함께 인사를 드렸다. 당장은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지만, 상미 씨는 준비한 이력서를 직접 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한 걸음을 내디뎠다.
2026년 7월 08일 홍은숙
이력서를 만들었으니 먼저 둘레 사람에게 찾아가 인사하고 소문 내야지요.
비가 많이 와서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그 상황을 즐기자" 멋진 말입니다.
먼저 문구점을 들러 이력서가 정성스럽게 보일 수 있는 파일을 구매했군요.
사장님이 이야기를 듣고 응원해 주셨네요.
상미 씨 단골 옷가게에 찾아가니 커피 주시며 상미 씨가 미용실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추천해 주셨군요.
용기 내어 한의원도 가봤구요.
상미 씨의 구직을 통해 이웃과 인정을 살리는 일이 풍성하길 바랍니다.
두 분을 응원합니다. -다온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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