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출범 23년째를 맞는 한국프로야구는 샐러리맨들의 꿈인 1억원이 그다지 많게 느껴지지 않는다. ‘연봉 1억원 대중화 시대’다.
91년 해태 선동열이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연봉 1억원 시대(1억500만원)를 열었을 때 모든 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 연봉 1억원은 ‘사건’이었다. 그 뒤 96년까지 연봉 1억원대 수입을 기록한 선수들은 매년 한자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99년에 19명의 억대 연봉자가 탄생한 이후 2000년 31명, 2001년 44명, 2002년 55명, 2003년 65명 등 매년 10명 안팎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 정민태, 심정수와 두산 김동주 등이 20일 현재까지 연봉 재계약을 하지 않은 가운데 올 시즌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는 75명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등록선수가 460명 안팎이 될 것이라고 보면 7명 중 1명은 억대 연봉자인 셈이다.
‘돈잔치’를 맨앞에서 이끄는 구단은 삼성이다.
삼성은 팀내 최고액 연봉자인 임창용(5억원)을 비롯해 프리에이전트(FA) 계약자인 양준혁(3억3000만원) 등 연봉 1억원을 넘어선 선수가 무려 16명이나 된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지난해 억대 연봉자 9명에서 이승엽과 마해영이 일본과 기아로 둥지를 옮겼지만 8명이 새로 억대 연봉에 가입했다. FA 박종호까지 가세하면서 16명이 됐다. 연봉 1억원을 받지 않고서는 감히 선발 라인업에 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삼성에 이어 억대 연봉자가 많은 구단은 기아와 SK.
기아는 이종범이 4억8000만원으로 팀내 연봉킹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프로 3년생으로는 처음으로 1억원 연봉시대를 연 스물한살의 김진우까지 모두 12명이다. SK도 LG에서 영입한 이상훈이 6억원을 받았고, 현재 연봉협상 중인 이진영과 이호준이 1억원 돌파가 확실해 기아와 같은 12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승팀인 현대는 정민태가 올 시즌 8개 구단 중 최고연봉을 예약한 가운데 지난해 3억1000만원을 받았던 심정수도 대폭 상승을 요구하며 아직 도장을 찍지 않았다. 김동수, 박진만 등 현재까지 미계약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현대의 억대 연봉은 11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두산은 8명, 한화, LG는 7명, 롯데는 6명이 올 시즌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3년 연속 꼴찌팀인 롯데의 최고 연봉자는 올 시즌 2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FA 정수근. FA를 제외한 팀내 최고는 1억4000만원에 불과(?)한 포수 최기문이다.
참고로 올 시즌 3억원대 이상을 받는 선수는 8개 구단을 통틀어 11명이다. 삼성과 기아가 나란히 3명씩으로 가장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