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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을 전부 정리하다시피 한 소비에트 러시아 지도부는 동맹을 천명한 헝가리 평의회 공화국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협상을 우선시하자는 위원들의 의견을 따라 중앙집행위는 쿤 벨러를 지원하기 위해 그의 친구인 로잘리아 제믈랴치카와 여러 인사들을 헝가리로 파견했다.
폴란드가 무너지고 독일이 적화, 프랑스가 기이한 변화를 맞는 것을 목격한 루마니아와 유고슬라비아는 헝가리의 영토 내로 신나게 진군하다 말고 황급히 군대를 멈췄다. 그들의 눈에 소비에트 러시아는 불패를 모르는 광기의 붉은 제국이었고, 특히 소련과 그 우호국들과 국경을 접한 루마니아에서는 일부 병력을 황급히 돌려 베사라비아로 재배치하는 촌극까지 일어났다.
개입 소문에 영국에서는 경악해 성명을 발표하며 생제르맹 조약을 들먹였다. 영국은 조약에 의한 루마니아의 모든 영토를 보장할 것이며 루마니아가 공격받으면 마르마라해를 봉쇄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내세웠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터키와의 악화된 관계 운운하며 미적지근한 대응을 보였고, 프랑스의 언론은 이전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루마니아를 ‘나약한 민족’이라며 비하하고 소비에트 러시아를 스파르타식으로 규율 잡힌 전체주의 국가라고 칭송하였다. 동맹도 아니고 적대관계도 아닌 프랑스가 자신들을 칭찬하는지 비난하는지 구분하지 못한 소비에트 러시아 지도부가 혼란에 빠지는 동안, 영국은 실제로 지중해함대를 출격시키기 위해 수병을 동원하고 물자를 준비했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영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 미적지근하게 대응하는 것도 곤란했지만, 영국인들의 염전 사상이 가장 큰 문제였다. 영국과 직할 식민지에서만 150만 명이 죽고 200만 명이 다친 대전쟁이 프랑스와 독일의 붕괴로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영국 정부는 군사적으로 불패를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소련과의 군사적 마찰이 어떤 여파를 불러올지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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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마시오. ‘그들’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닙니다.’ 루도빅 오스카 프로사르의 편지를 받은 존 로스 캠벨은 손을 떨었다. 일주일만 더 빨리 편지를 받았다면, 아니 그렇다 해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독일 공산당과 러시아의 부하린을 비롯한 좌파공산주의 세력이 교육자 역할을 하는 전위당 없는 노동조합은 결국 노동자들의 안위만을 위해 활동하다 보수적으로 전락할 것이라 지적하고, 아나키즘 세력과 트로츠키를 비롯한 레닌주의 세력에서도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성과 순수성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조합은 혁명의 도구로써 이용되다 토사구팽당할 것이라 지적하였다. 캠벨은 이러한 지적을 듣고 영국 사회주의 운동에서 ‘조합주의’를 배격하려 시도하였지만, 어느새 조합주의 추종 세력은 너무나 거대해진 뒤였다.
“여러분, 우리는 특별히 열렬하게 투쟁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얼마 전 여러 명의 하원의원과 함께 보수당을 탈당한 오스왈드 모슬리는 자신보다 한 살 많은 대단한 선동력을 가진 로타 린톤-오만(Rotha Lintorn-Orman)의 휘하로 들어가 무소속 친좌파 연대를 결성하고 노동당과 사회당, 나아가 영국 노동계급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지금도 모슬리는 ‘전브리튼 노동자대회’라는 거대한 대회를 조직해, 자신들의 이상에 혹한 지식인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때로 여러분들은 묻습니다. 민족주의, 기독교, 왕실에 대한 충심, 이 모든 걸 버리고 국제적인 연대에만 힘을 써야 하냐고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믿었던 모든 가치관을 부정해야 하냐고요. 여러분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가치를 부정하지 마십시오. 노동계급의 가치를 부정하지 마십시오! 프랑스를 보십시오. 프랑스의 노동계급이 단결하여 총파업을 선언하자, 배신자 알렉상드르 밀레랑과 그 정부가 어떻게 붕괴했습니까? 오직 강력한 조직력과 단결력만이 반동주의를 이길 수 있습니다!”
모슬리가 외치자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침묵하는 가운데 비마르크스주의 좌파들이 요란하게 소리치며 호응했다. 누가 보아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열세인 형국이었다.
“그러니 여러분.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간단합니다. 현 정부에 경고하는 겁니다. 유럽 본토에서의 대참사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로이드 조지에게,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인지 알려주는 겁니다! 영국의 노동자여, 단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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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시위가 들풀처럼 일어나기 시작하자 영국 정부는 대혼란에 빠졌다. 프랑스의 붕괴를 계기로 파업 알레르기에 걸려버린 영국 정부는 당장이라도 강경히 진압하자는 자유당과 그랬다가 총파업이 일어나면 영국도 프랑스처럼 되어 버릴 것이라는 보수당의 내분으로 내각이 붕괴할 위기에까지 도달했다.
당연하게도 발칸 반도에 대한 무력 개입은 완전히 무력화되어버렸다. 독일과 러시아는 발트함대와 대양함대의 연합훈련을 북해에서 실시했고, 최신예 바이에른급 전함 4척이 포함된 24척의 전함과 순양전함 다섯 척이 훈련한다고 돌아다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 영국 해군은 이를 갈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독일에 5척, 러시아에 4척씩 건조중단 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독일과 러시아의 순양전함이 영국의 아거스처럼 항공모함으로 개조될 것이라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까지 퍼지자, 영국 해군은 뭘 어떻게 좀 해보라며 내각에 항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보수당 측의 의견을 따르기로 한 로이드 조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사임할 것을 선언했다. 또한 영국의 노동계급에 대한 강한 불신이 생긴 탓에 라인란트에서의 착취를 더욱 강화했다. 적당한 액수의 보상금만 받아 가는 프랑스와는 다르게 적극적인 개입을 결정한 영국은 라인란트의 수반으로 옹립되었던 콘라트 아데나워를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임하고 루트비히 카스를 옹립했다. 미국과 프랑스, 벨기에 언론이 막장스러운 사태를 개탄했고, 카스 또한 자기라고 영국의 주구 노릇을 하겠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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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 벨러의 친구이자 소비에트 러시아의 내무위원인 로잘리아 제믈랴치카는 헝가리 사태를 해결할 특사로 임명되어 너지바러드(오라데아)로 향했다. 실제 국가행정보다는 경찰과 내무군을 담당하는 조직에 가까운 내무인민위원회의 수장이 특사로 온 것에 루마니아와 유고슬라비아의 대표들은 불쾌함과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고, 실제로도 러시아의 요구는 간단했다.
‘바나트 지방과 그 인접한 남부 일부 지방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으며, 대신 베사라비아를 보장해주겠다. 또한 떠나길 원하는 루마니아인을 비롯한 타민족은 재산을 가지고 헝가리를 이탈할 수 있게 해 주겠다.’
루마니아와 유고슬라비아가 항의하자 러시아의 대응은 간단했다. 베사라비아 바로 앞까지 전진 배치된 붉은 군대를 목격한 루마니아는 대혼란에 빠졌고, 전함 4척을 필두로 한 러시아 흑해함대가 콘스탄차에서 목격되자 결국 백기 투항했다.
루마니아 정부와 영국 정부가 총사퇴했고, 거리낄 게 없어진 러시아는 복드 칸의 암살 이후 백군 잔당과 중국의 마적이 마찰을 빚으며 대혼란에 빠져 있던 몽골을 안정화하는 한편 주변국에 마음껏 영향력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신장지역은 반독립 상태가 되었고, 티베트, 아프가니스탄, 이란에는 특사가 파견되어 상호우호조약을 체결했다. 이란의 자생적 공산주의 반란군이었던 길란 소비에트는 사면을 조건으로 이란 정부에 백기 투항했다.
아쉬울 게 없었던 유고슬라비아와는 달리 루마니아는 대혼란에 빠졌다. 이윽고 ‘프랑스 노선’에 경도된 전위조국당과 게오르게 칸타쿠지노 그러니체룰 장군이 정권을 잡고 좌우 모두를 적대하며 조합주의 국가건설을 시도했다. ‘실패한 민족’인 루마니아인에 대한 프랑스의 반응은 이번에도 미적지근했지만, 조합주의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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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 1920년 7월, 최초로 러시아에서는 ‘정치협상회의’라는 이름으로 바뀐 직선제 입법부 선거가 열렸다. 3년 가까이 연기된 선거에서는 체카의 면밀한 감시와 통제하에 ‘혁명에 협조한 단체’ 및 ‘사회주의 체제에 반대하지 않는 단체’만 참가하는 것이 허가되었다. 공산당, 사회민주노동당, 사회혁명당, 전러시아 아나키스트 조직연맹, 노동인민사회당, 전러시아 노동조합총연맹, 총 6개의 단체와 우크라이나 및 자캅카스의 지역정당이 복잡한 연대 과정을 거쳤고, 결과적으로는 통일전선 형 원내교섭단체인 ‘혁명적 사회민주주의 전선’이라는 이름 아래 아제르바이잔 평등당, 조지아 민족민주당, 노동인민사회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치단체가 선거 단일화를 거쳤다.
혁명적 사회민주주의 전선, 이른바 전선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애써 구상해 놓은 정협이 해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사실상의 실무책임자인 일리야는 면밀한 조치를 취했다. 모든 지역구에서 혁명사민전선의 후보 둘, 전선 외 후보 한 명을 합해 세 명이 출마하는 중선거구를 채택했고, 후보가 미달하여 두 명만 출마할 때 소선거구를, 아예 한 명만 출마할 때 찬반투표를 시행하게 했다. 사실상 조직력이 뛰어난 전선 측 후보가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비례대표제는 있지도 않았다. 대신 ‘정협 조직법’에 의해 언론인, 예술가와 교육자, 소수민족 대표와 종교단체 대표, 붉은 군대와 내무위원회 소속 민경民警에 일정 의석을 할당하게 되어 있었는데, 결국 집권 정당에 유리한 구조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선 측 후보가 88%의 의석을 점유한 상태에서 개회된 정치협상회의는 제한된 권한만을 부여받게 되었다. 중앙집행위원회 및 인민위원평의회와 기타 중앙기관에 대한 탄핵‘결의’와, 영토 변경의 승인, 헌법의 제정 및 개정, 횡적 연대에 입각한 의견 수렴 및 정치 자문, 정협 자체 선거방식의 변경 등이 권한 전부였다.
정협의 사무총장으로 위촉된 일리야는 퇴임한 원로 우대나 신진 정치인의 지원 목적으로 꾸려진 당선자 명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산당의 대표로 민족위원장 스탈린이 차리친에 출마해 당선된 것은 의외였지만, 스탈린이 헌법 제정의 실무를 맡았다는 걸 생각하면 이상한 일만은 아니었다.
의장으로 선출된 멘셰비키 원로 레프 데이치는 스탈린이 직접 도안한 국기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맹’이라는 국명, 그리고 헌법을 승인했다. 러시아와 자캅카스, 우크라이나가 가맹국이 되었고 각자의 국명은 유지하게 되었다. 특이한 것은 외무부위원 바레츠노프의 제안으로 ‘소비에트 연맹은 기존의 러시아를 단순히 계승한 것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적인 각 가맹국 간의 연합’이라는 조항이 헌법에 명시되며 ‘옵저버 제도’가 탄생했다는 것이었다. 일반 가맹국이 군사, 외교, 사회 안전, 통화를 제외한 부문에서 자치를 누린다면 옵저버는 통화 정책에서 특별한 환율을 적용, 각국의 무비자 입국 정도가 우대 전부였다. 이는 소련의 영역이 구 러시아 제국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란 일종의 수사였다. 핀란드, 갈리치아-로도메리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가 옵저버 가입을 천명하며 소련은 연방 국가이자 국가연합이라는 이중체제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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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어차피 프랑스나 영국, 미국 등은 중국에서의 이권을 유지하기 위해 힘쓸 테고, 그런 면에서 프랑스와 소련이 손을 잡지 않은 것은 다행 아니겠습니까?”
‘진란’이라는 중국식 이름을 짓고 중국어 공부에 힘쓰는 카튜셰프는 자신과 만난 국민당 좌파 인사들을 달래가며 설명하였다. 중국 내의 독립된 마르크스주의 운동을 거부하고 국민당 내에서 삼민주의 이론에 근거해 활동하라는 소련의 지령에 반발한 인사들은 불만이 많은 표정이었다. 거기다 리쭝런, 랴오중카이를 비롯한 개량주의자들 또한 소련이 중국 국민당을 공산당 노선으로 개조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자들을 가입시키는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의심하고 있었다. 카튜셰프는 랴오중카이를 우대하는 한편 리쭝런의 중도 좌익 이론이 진짜 삼민주의 이론이자 중국에 적합한 이론이라고 치켜세워주었다.
다만 연말이 되었을 때, 카튜셰프는 상하이에서 찾아온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일본인을 만나게 되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진란 동지. 중국어를 하신다니 다행이군요.”
“저도 반갑습니다. 일본식으로…. 기타 잇키 동지. 맞습니까?”
기타 잇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튜셰프와 악수를 했다. 일행으로 함께 찾아온 오카와 슈메이와 미쓰카와 가메타로 또한 고개를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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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대사관이 1990년 서울에 설치되었을 때, 소련 측에서 제안한 공식 번역명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맹’이었다고 합니다. 1년 후 그때 붕괴되지 않았다면, 차츰 표현도 연맹으로 변경되었을 듯 합니다.
이전에 올린 세력분포에 오류가 상당히 많은데, 새삼 고치기도 그래서 그냥(...) 진행중입니다.
첫댓글 여기서는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이 아데나워를 끌어내렸네요?
그리고 기타 잇키랑 오카와 슈메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도 일본 내전 일으킬거니?
프랑스는 '돈만 주면 됨' 상태로 라인란트를 방치중입니다. 식민지 재편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이제 무대는 아시아로...
여기서는 союз가 아니라 содружество려나요..? 주권국가연맹 할때 그…
싸유즈가 원래 연맹입니다 ㅋㅋ
'1차'대전...? 앗...!
첫번째로 구분짓는다는건...ㅠㅠ
유럽의 절반이 공산화되었고 독일도 패전국 취급을 받지도 않으니 자기들도 이미 알겠죠(...)
농담이고 역시 좀 그래서 대전쟁으로 수정했습니다.
순식간에 끝난 루마니아 사태... 덕분에 표트르의 삽질도 묻히고!(..)
rp 소설(플레이어 잘 안나옴(?))
이렇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음흉한 선거법까지 도입하다니... 일리야는 어떻게 되어가는건지 궁금하네요. 이미 중재자가 아닌건지도?(..)
그런데 다음 화는 언제 올라와요?
바쁘신가 보죠.
저도 지금 갑자기 다들 바빠지셨는지 연재고 뭐고 못하는데 그거랑 같은듯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1은 바쁨이고, 2는 전개상의 한계인데, 둘이 시너지 효과를 내니 난감해지네요. 일단 내일 중 한 편 올릴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