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타석, 한 타석. 한 구, 한 구. 끊임없이 누적되는 기록. 하지만 숫자를 읽고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기록에 담긴 의미를 쉽게 알 수 없습니다. 2017년 KBO리그를 더욱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복잡한 기록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지난주 목요일 SK 나주환이 12년 만에 포수 마스크를 쓰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포수가 아닌 야수가 포수로 교체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포수의 수비를 객관화, 수치화하여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영역 중에 하나로 꼽힐 정도로 포수의 포지션은 야구에서 중요하고 또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고 포수를 평가할 방법이 아예 없을까?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포수를 평가하는 여러 항목으로 특정한 영역에서 우수한 자원을 선별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루저지, 포수 평균자책점(CERA), 블로킹, 견제 영역마다 우수한 포수를 선별하여 보았다. 또, 아직까지 대중화 되지는 않았지만 프레이밍을 수치화 하여 포수별 공헌도를 객관화 할 수 있었다.
기본 중의 기본, 도루저지율
포수를 평가하는 제1의 항목 중 하나, 도루저지율. 한때 20% 후반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한 시즌(2009년 28.1%)이 있었을 정도로 몇 팀을 제외하면 포수다운 포수조차 구경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들어 30% 중반의 도루저지율을 보이며 안정세에 들어섰다. 심지어 올해는 이 부분에서 최하위를 머무르고 있는 kt조차도 27.0%를 기록하고 있다.
퍼센테이지와 같은 '비율 스탯'만 맹신하면 '도루시도'라는 '누적 스탯'의 의미를 놓칠 수 있다. 도루저지율이 낮은 포수와 그런 포수가 있는 구단은 더 많은 도루시도에 노출이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도 kt는 리그 평균(58.1회)보다 10회 이상 더 많은 도루시도를 받았다. 도루저지율 38.3%로 2위를 기록 중인 삼성을 상대로 한 도루 시도가 평균보다 적은 47회에 그쳤다는 것이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한편 KIA는 40%가 넘는 값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예년과 달리 KIA 포수진의 높은 도루저지 능력을 몰라서 그랬는지 KIA를 상대로 한 도루 시도는 그 저지율에 비하면 조금 많은 편이다. 물론 이런 도루저지율 자체가 KIA 기준으로는 꽤나 낯설다.
사실 KIA는 이전 4년 동안 30%도 넘지 못 하는 도루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2013년은 22.8%로 최하위, 2014년은 28.3%로 8위, 2015년은 28.6%로 9위, 2016년은 26.5%로 10위였을 정도로 도루저지와는 인연이 없던 KIA가 올 시즌 도루 저지 최상위 구단으로 탈바꿈 한 것이다. 그런 데에는 '대놓고 복덩이' 김민식의 기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KIA 김민식은 100이닝 이상 포수 마스크를 쓴 선수 중에서 도루저지율 47.5%로 2위에 올라있다. 200이닝 이상으로 기준을 높이면 2위 삼성 이지영의 35.3%보다 10% 포인트 이상 앞선 1위로 올라선다. 뿐만 아니라 특히 '플러스콜' 이라는 기록에서는 높은 프레이밍의 능력으로 2위에 올라 있다. 쉽게 말하면 스트라이크 콜을 리그 평균보다 더 많이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그것도 리그 2위에 해당하는 누적치로.
플러스콜 = 리그 평균 포수보다 S존 밖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받은 비율[가점 요소] - 리그 평균 포수보다 S존 안의 공을 볼로 받은 비율[감점 요소]
비록 S존 안의 공을 볼로 받은 비율이 리그 평균 5.8%보다 0.3% 높은 6.1%를 기록해서 감점 요소가 있었지만, S존 밖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받은 비율이 14.2%로 리그 평균보다 2.1% 높아 감점 요소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던 터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즉, 도루 저지와 함께 프레이밍으로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한화 최재훈은 이 부문에서 +68.9라는 값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는데, 공교롭게도 트레이드로 팀을 맞바꾼 선수들이 프레이밍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었다.
느낌 있는 두산과 물음표의 LG
포수를 평가하는 항목 중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플러스콜 외에도 CERA(포수 평균자책점)이라는 기록이 있다. 투수 기록에 투구이닝과 자책점이 있는 것처럼 포수 기록에도 포수 수비이닝과 포수 자책점을 구분 지을 수 있다면 포수 평균자책점을 산출할 수 있는 것이다.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포수의 리드를 수치화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으며, 위기관리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ERA = 투수 자책점 / 투수 투구이닝 * 9
CERA = 포수 자책점 / 포수 수비이닝 * 9
LG 유강남이 3.51의 값으로 포수 평균자책점 최소 1위에 올라있다. 아무래도 LG가 평균자책점 리그 최소 1위인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요소가 되지 않았다는 것 정도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LG의 평균자책점은 3.55이며 유강남의 평균자책점은 3.51로 LG에 해를 끼쳤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NC 김태군, 두산 양의지는 LG 유강남보다 후순위에 있지만 소속 구단인NC(4.31), 두산(4.42)의 평균자책점과 비교했을 때 투수를 더 잘 리드했다고 볼 수 있다. CERA도 그 소속 구단의 투수진의 능력과 동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수가 투구한 공이 뒤로 빠져 주자가 추가 진루한 경우에 공이 빠진 것에 투수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폭투'로, 포수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포일'로 기록하는데, 이 폭투의 경우에도 포수에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하여 9이닝 당 얼마나 많은 폭투와 포일을 허용 했는지를 나타내는 별도의 지표로 포수의 블로킹 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블로킹 능력이 뛰어난 포수는 폭투가 될 공마저도 막아내기 때문이다.
Pass/9 = (폭투 + 포일) / 수비이닝 * 9
위와 같은 공식에 따르면 두산 양의지(1위), 박세혁(3위)은 완벽에 가까운 블로킹 능력을 보이고 있다. 리그 전체 평균이 0.504로 2경기 당 1개의 폭투 또는 포일이 기록되고 있지만, 두산 양의지와 박세혁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동안에는 3~4경기 당 1개의 폭투 또는 포일이 기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포수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최소 1위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한 LG 유강남은 블로킹 부문에서는 최다 2위에 오르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CERA에서 낮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유강남의 포수 리드 능력에 물음표가 붙었던 이유도 이러한 다른 수비 영역에서 부실함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견제는 투수만의 영역? 포수도 견제한다!
포수를 평가하는 제3의 방법으로 견제와 견제사가 있다. 주자를 묶어두는 것은 주로 투수의 역할이겠지만 포수 역시 주자를 묶어두는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록만으로 평가한다면 주자 묶어 두기라는 역할에 가장 충실한 포수진은 SK였다. 포수가 주자 견제를 가장 많이 시도한 횟수도 SK, 그 견제로 아웃까지 만들어낸 횟수도 SK가 가장 많았다.
이러한 데에는 주전 포수 이재원의 활약이 가장 컸다. 이재원은 도루저지라는 평가 항목에서는 두드러진 활약을 하지 못 했으나 포수 견제라는 평가 항목에서는 압도적인 능력을 보이며 투수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었다.
특히 이재원은 포수 평균자책점(CERA), Pass/9(폭투, 포일), 견제 항목에서 고른 활약을 하면서 종합적으로 상위권에 올라 SK 투수를 안정감 있게 이끌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도루저지율이 리그 평균에 못 미치는 23.8%라는 것이다.
반면 kt는 포수 도루저지율도 최하위로 뒤쳐져 있었는데, 포수의 견제, 견제사 영역에서도 최하위로 별 소득이 없었다. 특히나 윤요섭과 장성우는 견제로 기록될 행위가 단 1차례도 목격되지 않으면서 그 책임을 분담하지 못 하고 있다.
끝으로
도루저지는 KIA의 김민식, 위기관리는 NC의 김태군과 두산의 양의지, 블로킹은 두산의 양의지, 견제는 SK의 이재원이 영역별로 우수한 자원으로 분별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 프레이밍이라는 미지의 영역에서는 한화의 최재훈과 KIA의 김민식이 보다 앞서 있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두산의 양의지와 KIA의 김민식이 수비로는 단연 발군이라고 평가할 수가 있겠다. 실제 스탯티즈의 WAA(평균대비수비승리기여)도 이 두 선수를 각각 2위와 3위로 선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