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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갑사 본존불本尊佛을 향하여 / 송기흥
불갑사 대웅전 앞뜰에 아름드리 목백일홍 한 그루 꽃송아리 만발이다 그 무슨 비밀한 소원이 있어 해마다 찾아와 백일 기도를 하나 사방팔방으로 입술이 타도록 발원을 하나 둘러보면 세상사 이? 게 너무 많아 무엇을 빌어야 할지, 나도 누구한테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본 적 있던가 그런데 가만, 저 황홀한 손끝으로 부처님 코앞에서 꽃보시를 하는 저 나무보살의 속내를 어찌해야 할지 복전함에 지전을 넣고 오체투지 절을 해대는 아지매보살 할머니보살들은 또 저 주름살 탱탱하게 펴지도록 무슨 복을 내려줘야 할지 지그시 눈꺼풀을 당기는 본존불의 상호에 진땀이 배어 나는 듯하다 아무렴, 바람이나 쐬자고 여기까지 찾아온 우리도 사는 게 이마에 땀나는 일이기야 하지만 산문 밖 소식도 흉흉한 터에 파업이라도 할 참인지 오뉴월 땡볕에 이래저래 부처님 노릇도 고역일 터 그 눈치를 챘는지 저 목백일홍 보살님도 제 몸을 뒤틀어 한 소끔의 꽃비를 흩뿌려 보는 여기는 이런, 불경한 생각 들 법도 한 폭폭 찌는 복날의 인적 뜸한 절간이지 않은가
- 송기흥 시집 < 흰뺨검둥오리 >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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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