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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려타곤(懶驢 坤) 36-6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북해라 불리는 땅 위에 세워진 거대한 얼음의 건물 하늘 위로, 하얀 옷을 입고 있는 두 명의 노인이 무서운 속도로 서로를 향해 충돌하고 있었다.
쿠--우--웅!
묵직한 굉음과 함께 두 노인을 중심으로 사방의 모든 것이 깨어지고 부서지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물기둥이 치솟아 오르고 다음 순간 사방으로 해일이 퍼지기 시작했다.
'으헉!'
빙궁을 향해 전속력으로 몸을 날리고 있던 소구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멈춰 세우고 바로 몸을 돌려 세웠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요!"
그대로 도망치려고 하던 소구의 귓가에 사람 살려라고 소리치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빙궁이라 불리던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곳의 허공에는 청색과 금색의 빛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었다.
"무--무섭다!"
소구의 입에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나름대로 자신의 실력에 한껏 자신하고 있던 소구는 지금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의 공격은, 단 일수도 자신이 받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본 상태였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는 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소구였다. 그러나 급류에 휘말린 채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세 사람을 발견한 순간 소구는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한 명은 어머니였고 나머지 둘은 아내들이었다.
"이런 제기랄!"
소구는 쌍소리를 내뱉으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허공에는 소구의 실력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강기(綱氣)가 끊임없이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건물이 부서지고 바닥을 이루고 있던 얼음도 모두 산산 조각나 바다로 변해 버린 그 장소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었다.
몸 속의 피까지 얼려버릴 것 같은 북해의 차가운 바다 속 소용돌이 속에서 소구는 어머니와 아내들을 구하기 위해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소용돌이는 구하려고 하는 세 사람을 점점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고, 소구의 몸은 아직 멀리 떨어진 상태였다. 소구는 세 사람을 구하려면 거추장스러운 극악검과 혼천경을 모두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것은 절대로 버릴 수 없는 물건이었다.
소구는 물속에서 허공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다음 순간 물속에서 극악검과 혼천경이 무서운 속도로 두 사람을 향해 날아가고, 그 광경을 보던 소구는 다시 아래로 시선을 던지고 어머니와 아내들을 향해 몸을 수직으로 세우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싸우던 두 사람 구정문과 북해의 노인은 물속에서 그들을 향해 쏘아진 두 가지 물건에 담긴 힘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서로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그들은 싸움을 멈추고 소용돌이치고 있는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막상막하의 상대와 싸우고 있는 지금 물속에 있는 누군가가 어느 쪽의 편에 서는 가에 따라 그들의 승패는 갈라질 것이 뻔했다.
"푸아!"
잠시 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물속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양 옆구리에는 아내들을 끼고 등에는 어머니를 업고 있는 상태로 물 밖으로 튀어나온 소구는 자신을 바라보는 두 노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부님!"
혼천문의 구정문을 발견하고 소구는 놀라 소리쳤다. 그리고 물속에서 튀어나온 것이 누군지 알아본 구정문은 그대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 하하하! 내 제자다! 이로써 절대쌍천은 일천이 되고 무림에는 혼천의 이름만이 남을 것이다! 푸하하하!"
지금까지 싸워온 상대를 바라보며 구정문은 그렇게 소리치며 연신 대소를 터트리고, 또 다른 절대쌍천 고독문의 후예인 북해의 노인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구정문을 바라보며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소구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이야, 너의 이름이 방소구라 하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어르신이 제 선조 어르신 맞습니까?"
"허허, 기특한지고--, 네가 존장을 알아보는 구나. 지금 우리 둘은 쌍천을 일천으로 만들기 위한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너는 어느 편에 설 것이냐?"
구정문은 북해 노인의 말을 듣고 눈을 끔벅이며 소구를 바라보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게 된 탓이었다.
그리고 소구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두 분 때문에 제 어머니와 아내가 지금 생명이 위험합니다! 어서 고쳐줘요!"
그렇게 소리치고 철퍽 철퍽 하는 물 튀기는 소리를 내며 걸음을 옮기면서 소구는 투덜거렸다.
"다 늙어서 무슨 싸움박질이야--, 나 참 애들도 아니고---."
등평도수(登萍渡水)의 신법을 사용해 물위를 걷고 있는 소구의 뒷모습을 보면서 구정문과 북해의 노인은 서로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한 사람에게는 제자였고 한 사람에게는 자손인 아이가 하는 말이었다.
"계속 싸우겠소?"
"그만 두지요. 어차피 몇날며칠을 계속 싸워도 승패가 나지 않는 다는 것은 우리 둘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합의는 이루어졌고 두 노인은 황급히 소구의 뒤를 따라가면서 소리쳤다.
"제자야, 같이 가자!"
"얘야, 잠깐 거기 서라!"
북해라고 해서 모든 곳이 얼음과 눈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마른땅에 온천이 있는 동굴 속에서 머물 수 있게 된 소구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정말로 아주 오랜만에 휴식이라는 것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해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 소구의 선조인 북해 노인이라고만 불리는 노인이 안내해준 동굴 속에 머물게 된 여섯 사람은 각각 여자와 남자끼리 갈라져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태였다.
"아무도 귀찮아서 안 하던 일을 네가 했구나."
동굴 속에 동그란 연못 같이 파인 곳에 두 노인과 몸을 담그고 있는 소구는 사부의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부를 바라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냐?"
"조사님들 모두 극악봉을 검으로 깎을 능력을 갖고 있었단 말이죠?"
"이놈아, 명색이 절대쌍천이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이걸 검으로 못 깎을 사람이 혼천문에 존재하겠냐?"
"하지만--, 전에 듣기로 아무도 깎지 못했다고---?"
"당연하지. 십년이 걸릴지 이십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에 매달릴 사람이 누가 있냐? 무기가 없어도 천하에 이기지 못한 놈이 없는데 뭐 하러 그런 귀찮은 일에 매달려?"
사부 구정문의 말에 소구는 허탈한 얼굴로 사부의 손에 들린 극악검을 바라보았다.
"혼천문의 역사가 얼마나 된다고 하셨죠?"
"한 천년 넘었지?"
"그 동안 단 한 사람도 그걸 검으로 깎을 생각을 안 했단 말이죠?"
소구는 이를 갈면서 물었고, 그런 제자의 모습을 보면서 구정문은 바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제자의 실력으로 극악봉을 검의 형태로 바꾸려면 지난 십여년 동안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극악봉에만 매달려 있지 않았다면, 극악봉이 검의 형태가 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억울하냐?"
약올리듯 구정문은 물었고, 소구는 이를 악물었다. 극악봉을 검으로 바꾸기 위해 십 년 동안 먹을 것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던 것이 억울했다. 혼천문의 조사들 중 단 하나라도 저것을 검으로 바꿀 생각을 했다면 자신이 십년 동안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푸하하!"
옆에서 사부와 제자의 대화를 듣고 있던 북해 노인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천하에서 가장 게으른 문파로다! 푸 하 하 하! 무려 처--천--년--을---, 푸 하 하 하!"
천하에서 가장 게으른 문파가 되어버린 혼천문에 소속되어 있는 두 사람, 구정문과 방소구는 성난 얼굴로 북해 노인을 바라보았다.
"웃지 마시오! 당신 또한 만만치 않잖소?! 제가 구하기 귀찮다고 무려 백년이 넘는 세월을 북해로 제자가 오길 기다린 주제에---."
구정문이 떨떠름한 얼굴로 소리치면서 말하자, 여전히 웃음이 얼굴 가득히 있는 북해 노인이 말했다.
"말이 천년이지, 그게 얼마나 긴 세월인지 모르시는가? 자신들의 문파에 있는 유일한 무기를 천년이나 손 볼 생각도 안 하다니--? 푸 하 하 하!"
말을 하다말고 또 다시 비웃음이 가득한 웃음을 터트리는 북해노인이었다.
"아니 여기서 또 해보자는 겁니까?"
구정문이 참지 못하고 벌거벗은 상태로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우고, 북해 노인도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구정문을 노려보았다. 무림의 절대쌍천이 다시 싸움을 벌이는 것을 말린 것은 소구였다.
"볼품없는 그 몰골로 싸운다고요? 벌거벗고요? 여기엔 두 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여기가 부서지면 북해에 쉴 곳도 없을 텐데요?"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말하는 소구의 말을 듣고 두 노인은 얌전히 물 속으로 몸을 담그고 머리만 내민 상태가 되었다. 소구의 말처럼 하얀 옷을 입고 하얗고 긴 수염을 휘날리고 허공을 오가며 싸울 때에는 둘 다 신선 같은 모습이겠지만, 삐쩍 마르고 주름살 가득한 몸뚱아리에 사타구니에 달린 두 방울을 덜렁거리며 싸우는 모습을 여자들에게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끄--응, 나이 많은 내가 참도록 하지. 젊은 사람이 그럼 못 쓰네."
북해 노인이 그렇게 말하자, 구정문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나이가 들었으면 나이 값을 하셔야죠? 사정도 모르시고 그렇게 비웃을 수 있습니까?"
구정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어디 그 사정이라는 것을 좀 들어보자고. 어디 천년 동안 그것을 손 데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로 궁금하다는 얼굴로 북해의 노인이 물었다. 대대로 초극(超克)의 고수를 뱉어내는 혼천문의 역대 문인들이 게으른 사람일리 만무했다. 말이 초극의 고수이지 그 경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기자신을 극복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경지가 바로 초극의 경지였기에, 혼천문의 문인들이 절대로 게으른 사람일리 만무했다. 그래서 북해의 노인은 이유가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고 그 말고도 궁금한 사람은 또 있었다.
꽁꽁 얼어서 온천 속에 담겨져 있던 세 여자는 건너편 벽에서 떠들어대는 세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깨어난 상태였다. 건너편에는 전설로만 전해지는 절대쌍천이 모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들은 노인들의 대화를 숨을 죽이며 듣는 중이었다.
구정문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손에 들린 극악검을 북해노인에게 집어던지고, 북해 노인은 비명을 내질렀다.
"으 헉! 뭔 놈의 검이 이리 무거워?!"
"바로 그게 이유입니다. 그것도 많이 가벼워진 상태죠. 원래 그것은 길쭉한 몽둥이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소구가 그 모양으로 바꾼 것이죠."
"그것만으로는 이유가 부족해."
그 때까지 입을 다물고 노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소구가 입을 열었다.
"그게 이유 맞아요. 혼천문이 검술 수련 도구가 바로 그것의 전신인 극악봉입니다. 천하에서 가장 무거운 몽둥이를 들고 열살 때부터 수업을 받아야 하죠. 내공이 완성된 지금이야 그것을 들고 얼마든지 어떤 초식이든 사용할 수 있지만--."
소구가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던 구정문이 바로 말을 이었다.
"소구의 말처럼 내공이 완성되기 전에는 들기조차 힘든 그것을 가지고 검술을 수련해야 하는 혼천문입니다. 검술의 수련이 끝나고 나면 그것에 모두가 이를 가는데---."
"허허, 말 그대로 극악한 무게로다! 이것을 들고 열살 때부터 수련을 해야 한다고?"
"그렇지요. 그러니 누가 그것을 다시 손에 쥘 생각을 하겠습니까? 소구가 별종이라 그것을 검으로 만든 것이지, 그렇게 무거운 검을 누가 사용하겠습니까? 아무리 무공이 완성되었다 해도 무게에 눌려 동작이 둔해질텐데요?"
구정문의 말에 북해 노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내 자손이지만 멍청하군. 아무리 단단하고 날카로운 검이지만 이렇게 무거워서야---, 전혀 쓸모없는 검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북해 노인이 소구를 향해 극악검을 던져주었다.
극악검을 받아들면서 자신을 멍청하다고 하는 선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아버지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윗대의 조상인지라 소구가 선택한 호칭이 어르신이었다.
"어르신, 거울도 주세요. 그 거울을 깨려고 이걸 검으로 만든 겁니다."
"거울? 아 그 괴상한 거울?"
"네."
"넌 참 쓸모없는 것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구나. 모습도 비춰지지 않는 거울이라니--?"
"그게 혼천경이라는 마물이죠. 사람의 영혼을 가두는 힘이 있는 사악한 물건입니다."
소구의 말에 북해노인은 자신의 한 손에 쥐고 있는 붉은 빛을 은은히 뿜어내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한 조각이 빠져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북해 노인은 연못에서 밖으로 손을 뻗어 벗어놓은 자신의 옷 속에서 또 한 조각의 붉은 유리조각을 꺼내어 거울을 맞추었다.
눈이 부시도록 붉은 빛이 한순간 동굴 안을 가득 채웠고 허공에 거대한 아수라의 무늬가 드리워졌다.
"정말 끔찍한 마기(魔氣)로군."
구정문은 동굴 안을 가득 채운 마기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을 하는 사이, 동굴 안을 채우던 마기는 다시 거울로 빨려 들어갔다.
"사부님."
갑자기 자신을 다정하게 부르는 제자의 목소리에 불안을 느끼면서 구정문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제가 검을 만들었으니 저걸 깨주시겠지요? 단지 칼질 한번이면 됩니다."
"혼천일검은 너도 터득하지 않았느냐?"
"극악검과 마찬가지로 저 놈의 거울도 세상의 그 무엇으로도 깨지지 않는 놈입니다. 십이성의 혼천일검과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날카로운 극악검이 필요합니다. 둘 중의 하나는 준비되었고 이제 칠성의 수준에 이른 저의 능력으로는 힘듭니다. 해 주시겠지요?"
구정문은 대답하지 않고 물속으로 머리까지 집어넣고 생각했다.
'어쩌지? 지금 나의 경지가 십이성 대성한 것인지 알 수 없는데--? 깨지 못하면 그게 무슨 망신일까?'
단지 한번 칼을 휘두르는 일이라면 별로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극악검과 같은 강도를 지닌 것을 가루로 만드는 일이라면 절대로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그가 물 속에서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북해 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 검을 이리 다오. 내가 한 번 해 보지."
소구는 대답을 망설이는 사부의 모습에 실망하다, 반갑다는 얼굴로 얼른 검을 넘겨주려다 황급히 손을 다시 뒤로 뺐다.
"조금 있다가요. 밖에 나가서요. 여기서 또 내공을 운용하다 동굴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모두 벌거벗고 있어야 할겁니다."
북해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온천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고 밖으로 나가 옷을 입기 시작했다.
"건너편에 있는 아이들도 모두 깨어난 상태니 어서들 나와 옷 입고 나가자."
그래서 세 명의 남자가 모두 동굴 밖으로 나가고, 바로 잠시 뒤에 소구의 어머니와 두 아내 또한 동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온천 욕은 언제해도 기분 좋군. 시원해."
북해의 한없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키며 구정문이 말을 하는 사이 북해 노인은 신중한 얼굴로 자신의 손에 들린 두 가지 물건을 바라보았다.
"차 앗!"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허공 높이 거울이 던져지고, 북해 노인의 전력이 담긴 일검이 허공을 갈랐다.
'팅!'
허공을 가르는 거대한 푸른 강기는 구름까지 베어버리고 있었지만, 거울만은 깨지지 않고 한 줄기 맑은 소리를 내며 다시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푸 하하 하! 고독문의 검도 별 것 아니로군!"
구정문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맘껏 비웃음을 날리고 있을 때, 북해노인의 손에 들린 극악검이 그를 향해 날아갔다.
"네가 해봐!"
북해 노인의 고함 소리를 들으며 한 손으로 검을 받아든 구정문의 몸은 그대로 허공으로 치솟아 올라갔다.
"하 앗! 혼천일검!"
대갈일성(大喝一聲)을 터트리며 검을 휘두르는 구정문이었다.
그러나 절대쌍천이라 불리는 두 사람의 무공으로도 거울은 깨지지 않았고, 소구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자신의 손에 들린 두 가지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험 험, 금은 좀 갔으니까 네가 계속 두들겨 패다보면 그 거울이 완전히 가루로 변하는 날이 올게다."
"나도 나이가 하도 들어서 몸이 예전 같지 않구나."
자신만만하던 두 노인은 연신 헛기침을 토하면서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동안 동굴의 입구에서 꼼짝 안하고 구경만 하고 있던 세 여자가 옆으로 다가왔다.
"이제 모두 끝났죠?"
잔뜩 화가 난 얼굴의 장봉화가 북해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그래. 봉화야 화 풀어라. 내가 다시 멋지게 집을 지어 주면 되지 않느냐?"
"됐어요! 이제부터 소구 집에 가서 살 겁니다!"
그렇게 소리친 장봉화는 소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소구야, 어서 집으로 가자!"
"예? 저희 집으로요?"
"그 동안 추운 곳에만 있었더니 일년 내내 따뜻한 네 집에서 지내고 싶구나."
"예, 방은 많으니까 지내실 곳은 많지요."
소구는 어머니와 곁에 서 있는 두 아내를 바라보았다.
'살았다. 끔찍한 북해에서 계속 지내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여기는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아--.'
취하와 취앵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들을 데리러 와 준 남편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러나 지금은 옆에 시어머니가 있으니 할 말은 많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현명했다.
소구는 반가움이 가득한 아내들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해에서의 볼일도 이제 모두 끝난 것이다. 어차피 거울을 깨는 일은 자신이 하려던 일이었으니 아쉬워 할 이유도 없었다.
"사부님, 어르신, 그럼 저는 이만 떠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구는 어머니는 업고 양 옆구리에는 아내들을 들고 혼천경은 가슴속에 집어넣고, 극악검은 이빨로 문 상태가 되어 그대로 남쪽으로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사부와 선조의 싸움에 말려들어 가족들이 위험해질 것이 뻔한 일이었다. 자신으로 인해 잠시 휴전상태가 된 것이지 두 사람의 싸움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소구였다.
광동성의 불산에 있는 백초당에 소구 일행이 도착한 것은 한 여름이 되어서였고, 소구는 놀란 눈으로 자신의 집에 만들어 놓은 인공 연못 위의 정자에 앉아서 바둑을 두고 있는 두 노인을 바라보았다.
"소구야 이제 오냐?"
"늦었구나."
흘깃 소구를 향해 고개를 돌린 두 노인은 그렇게 한 마디만을 내뱉고 다시 바둑판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한 동안 말도 못하고 멍하니 두 노인을 바라만 보고 있던 소구가 소리쳤다.
"뭡니까?! 두 분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너로 인해 쌍천은 하나가 되었고, 우리는 이곳에서 살 생각이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구정문이 말하고 소구는 울상을 지었다.
'이제부터 편하게 지내려고 했더니---. 또 밤이고 낮이고 수련만 하는 생활을 해야 되는 것은 아니겠지?'
"너는 어차피 나의 무공 또한 배워야 할 처지다. 인연이 이상하게 되어서 내 앞에 앉아 있는 구 사부에게 가게 되었지만, 너는 태어나기 전부터 내 제자가 되기로 예정되어 있던 몸이다."
북해 노인의 입에서도 한 마디가 흘러나오고, 소구는 기운이 쭈욱 빠진 얼굴로 대답했다.
"예."
자신의 능력으로 반항하고 도망쳐봐야 저 두 사람의 눈에는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이라는 것을 소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자신의 집에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선 소구는 침상에 피곤한 몸을 누이면서 생각했다.
'이걸로 됐어. 아무도 불행해지지 않았으니 이걸로 족해. 거울은 언젠가 내 능력이 올라가면 깰 수 있을 날이 올 것이고---.'
그리고는 깊이 잠들어 버리는 소구였다.
쿵 쿵 하는 나무 찍어대는 소리가 귓가를 울리면서 눈을 뜨게 된 소구는 멍한 얼굴로 머리 위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명히 잠든 곳은 불산에 있는 자신의 집이었건만 깨어난 곳은 숲속의 한 가운데였고, 그곳은 숭산에 있는 만상금쇄진의 외곽에 해당하는 지역이었다.
'뭐지? 왜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일까? 나는 또 다시 꿈속을 헤매고 있는 것인가?'
소구는 엉금엉금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몸에 일어서서 걸을 기운이 전혀 없으니 기어서라도 가야했다. 가만히 있으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으니 그렇게라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삶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거울 속의 세상
거울 밖으로 나가려
깨지지 않는 거울을
두들기고 또 두들긴다
억지로 거울을 깨보니
또 다른 거울 속의 세상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영혼
아픈 현실이 싫어
꿈속으로 도망쳐 보니
꿈은 또 다른 현실
여기 있는 내가
행복하기만 하다면
꿈속에 있어도 좋은 것을--
현재의 꿈이 너무 슬퍼
다른 꿈을 꾸고 싶어
거울을 찾아
슬픈 꿈을 깨버리고
행복한 꿈을 꾸려 한다----.
뇌려타곤(懶驢 坤) 끝
기나긴 여정의 끝이 꿈속 이었네요~
그동안 끝까지 애독헤 주시고 댓글로서
응원해 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읍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함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연재하심에 감사드림니다
즐감하였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잘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
즐~~~~감!
즐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즐감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감사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고하셨읍니다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