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점이나 한류 매장 앞에서 손님들에게 손가락질과 욕설도
지난 7일 오후 4시쯤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앞에서는 극렬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규탄하러 이곳을 찾은 한국 대학생 17명을 일본 경찰이 막아섰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우경화와 재무장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꺼내든 대학생들은 즉각 일본 경찰에 제지당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연신 “아부나이요(危ないよ·위험해)”를 외쳐댔습니다.
실제 이날 야스쿠니 인근은 일본 극우 집단의 ‘집합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등 극우단체들은 이날을 미리 ‘긴급 행동일’로 지정하고, 한국 대학생들이 도착하기 4시간 전부터 곳곳에 집결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내건 구호는 “한국인의 습격으로부터 야스쿠니를 지키자!” 일본 경찰은 이날 100명이 넘는 경비 병력을 투입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날 일본 우익들 가운데 상당수가 20∼30대 청년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일장기를 지닌 채 멀찍이서 한국 대학생들을 태운 버스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경찰과 대학생들의 대치가 이어지던 도중 대형 일장기를 든 남성이 도로로 뛰쳐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이날 야스쿠니 인근은 일본 극우 집단의 ‘집합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등 극우단체들은 이날을 미리 ‘긴급 행동일’로 지정하고, 한국 대학생들이 도착하기 4시간 전부터 곳곳에 집결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내건 구호는 “한국인의 습격으로부터 야스쿠니를 지키자!” 일본 경찰은 이날 100명이 넘는 경비 병력을 투입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날 일본 우익들 가운데 상당수가 20∼30대 청년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일장기를 지닌 채 멀찍이서 한국 대학생들을 태운 버스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경찰과 대학생들의 대치가 이어지던 도중 대형 일장기를 든 남성이 도로로 뛰쳐나오기도 했습니다.
- 지난 7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 앞 도로에 난입한 일본 우익들./안준용 특파원
과거 이른바 ‘넷우익(인터넷 우익)’에서 시작된 일본 젊은이들의 우경화가 요즘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취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는 전쟁을 치른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고 망언을 한 모미이 가쓰토(籾井勝人) NHK 회장에 대해 일본인 57%가 ‘회장직에 부적합하다’고 응답했지만, 20대 남성에서는 ‘적합하다’는 응답이 더 많았습니다.
일본의 20대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관한 산케이(産經)신문 조사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43.2%)이 부정적 응답(41.6%)보다 많았죠. 이런 경향은 지난 9일 도쿄도지사 선거로까지 이어져 일본의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극우 후보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의 20대 득표율이 24%(2위·아사히 출구조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일본 젊은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극우 작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영원의 제로(永遠の0)’는 7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관객 수 5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아마존닷컴에는 가미카제 자살특공대를 미화한 이 소설을 찬양하는 댓글이 1000개를 넘어섰습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햐쿠타는 일본의 난징(南京)대학살과 도쿄 전범 재판을 부정하는 등 망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일본 도쿄 신오쿠보에서 벌어진 혐한 시위./안준용 특파원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학)는 “2009년부터 3년간 젊은이들이 직접 눈으로 지켜본 민주당 정권의 실정(失政), 일본 언론으로부터 전해듣는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군사적 위협이 불만과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 젊은이들에 대한 근현대사 교육 부재도 우경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일본 고등학교에서 일본사는 선택과목에 불과하고, 일본의 전범 행위를 인정하는 양심 있는 교육자 숫자도 현장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미야 타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개별 차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일본 대학생들이 일본의 식민지배 등에 대해 잘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언론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기) 관련 기사에 줄을 잇는 ‘혐한 댓글’이나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인터넷 글들은 젊은이들의 이런 역사 인식 부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일본의 한 여대생은 제게 “한류 가수는 알아도 위안부 문제는 배운 적도 없고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서도 유독 해외 유학생이 적기로 유명합니다. 그마저도 2004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 2010년에는 5만8000명 수준까지 떨어졌죠. 한편에선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자국 일본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이 부족한 만큼 역사 교육 부재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요즘 일본 내 한국 유학생들은 이런 분위기를 직접 체감하고 있습니다. 도쿄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학교 내에서 독도나 위안부 얘기를 꺼내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기시돼 있다”며 “최근 한국 학생이 독도 문제를 언급했다가 일본 학생과 크게 언쟁을 벌인 일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내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2030세대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특별한 대안은 없는 실정입니다. 최근 요미우리(讀買)신문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여전히 60%에 달하고,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동력 상실로 당장은 경기 회복의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한·중·일 3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데다 아베 정권이 ‘애국심 고취’라는 명목 하에 초·중·고교 전반에 자국 위주의 역사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2030의 우경화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