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하신 하나님의 사랑 나눔
주말 이른 시간에 부고를 받았다.
지난날 함께 한 시골교회 김 목사님(70세)의 별세였다.
젊을 때 쌀가마니 지고 산 오를 정도로 힘센 장사의 부음(訃音)에 놀랐다.
두 달 전, 지인에게 김 목사님 부부가
구례 새미소 요양병원에 입소한 소식을 들었다.
인생 끝자락을 향한 분들 대상으로
병원에서 예배 인도하고 싶은데 보면대가 필요한 상태였다.
그 열정을 인정하고 격려차 방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다려 주지 못하고 당뇨 합병증으로 투석 받다 세상을 떠났다.
마음의 빚으로 남아 조문하고 싶었다.
7월 첫 주일이 맥추 감사절과 교회 설립 기념 주일이라
생각이 바빠 저녁으로 미뤘다.
우선 교회 설립 31주년 축하 화분을 보낸 자매에게
강단 사진 첨부하여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미선아 고맙다.
강대상 화분 아빠와 함께 난 집에서 예쁜 꽃으로 골라 심었다.
네 후원하는 손길에 강단 분위기가 화사하다.
화려한 꽃이 성도들에게 빨리 좀 와서
봐 달라고 손짓하며 기다리는 눈치다.
아빠와 점심으로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대함도 감사할 일이었다.
구미에 당기는 음식을 먹어줘야
입맛이 돌아온다는 아빠의 유혹에 따라갔다.
무조건 곱빼기로 시킨 덕에 내 배를 남산만큼 키웠다.
늘 건강하고 뜻하는 일을 온전히 이루길 기도할게.. 행복한 날 보내렴.’
‘목사님, 감사합니다.
요즘 집에서 키운 화분을 예뻐해 주고 관리했더니 무럭무럭 크네요.
이런 맛에 꽃을 가꾸나 봐요.
건강 잘 챙기세요.
내려가면 또 연락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강단에 엎드려 기도하는데 그동안 이 교회 위해
헌신한 분들의 얼굴이 스쳤다.
눈물겨운 일이고 감개무량해도 참아냈다.
‘10년 후에도 목사님 설교 들을 수 있나요.’
격려한 집사님 말씀에 책임감을 느꼈다.
은퇴 장로님이 참석하여 대표 기도 드리고
새로운 얼굴이 뒷좌석에 앉아 은혜받음도 힘이었다.
권사님들이 떡과 과일을 챙겨 나눔도 기쁨이었다.
예배 마치고 김 권사님 내외를 옥천면옥으로 모셨다.
심한 독감으로 입맛을 잃어 뚝배기 갈비탕 한 그릇씩 나눴다.
맛집이라 줄 서서 마냥 기다리다 먹는 늦은 점심이 되어 버렸다.
전에 행하던 대로 맥추절 헌금은
선교사님 자녀 장학금으로 일백만 원을 채워 보냈다.
그래도 감사한 일은 지난달 마이너스로 넘어온 재정이 제자리를 잡았다.
저녁 약속에 갔다 혼자 조문 길에 나섰다.
한가한 섬진강 주변 길은 여름밤의 풀벌레 소리로 가득 찼다.
맑고 찬 공기에 피곤이 풀렸다.
장례식장 파리가 졸았다.
세 자녀 부부와 동생 목사님이 전부였다.
외롭게 떠남이 슬펐다.
방명록에 두 분 목사님 다녀간 흔적만 보였다.
빈익빈 부익부였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조문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이 죽으면 조문객이 없다’는 옛말이 맞았다.
상주에게 부친의 삶을 묻고 하나님의 위로가 깃들길 바랐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나오며 아버지가 그토록 자랑한 딸
서울대 화공과 출신 ‘현숙이가 누구냐’ 물었다.
상주가 ‘우리 집 자랑 장녀’란 말에 웃었다.
밤길 운전 졸리지 않게 옥수수 차 한 병을 내밀어 받았다.
목요일, 여수 매형 가정 심방 날을 잡았다.
두 통장 잔액을 긁어 봉투에 담았다.
농산물 센터에서 수박, 참외, 바나나, 토마토를 샀다.
가는 길목에 이모에게 전화드렸다.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며 점심 먹게 가자고 차를 탔다.
‘하늘 천 숯불갈비 식당’에 주차하고 들어갔는데
갈비탕 주문하고 결재해 버렸다.
지난 삶을 나누며 이모의 외로움을 달랬더니
오히려 어머니 모시며 고생한다는 말씀을 계속하셨다.
음식을 골고루 잘 드셔서 보기 좋았다.
여수 누님 집을 찾아갔다.
매형이 반갑게 영접하여 놀랐다.
우울증, 불면증에 시달리며 약으로 버틴 분,
건강 염려증에 속앓이 하며
약 중독으로 정신이 몽롱하면 전화받기 싫어 한 분,
대인 기피증이 생겨 누구든 만나길 거절한 분이
날 기다림은 하나님의 은혜였다.
성경 말씀을 나누다 4영리로 복음을 제시해 영접시켰다.
큰 글 성경을 선물하고 식탁에서 기도드릴 때 눈물을 비췄다.
오랜만에 거실 대화가 오가고 기쁨이 흐름에 누님이 놀랐다.
정성껏 차린 식탁 나눔이 풍성하고 기름졌다.
지하 주차장까지 배웅하며 운전석에 앉을 때
안쪽 주머니에 용돈 봉투를 넣었다.
다음날, 아침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누님, 야간 운전이 점차 힘들어 휴게소마다 쉬며 늦게 왔네.
매형 얼굴이 생각보다 좋아 마음이 놓였네.
대접 잘 받고 힘이 되는 대화할 수 있어 행복했네.
뭔 용돈을 크게 담아 자빠질 뻔했네.
소파 방석 아래 두 분 식사할 봉투 넣어 뒀어.
오늘 행복한 출발되길 바라며 매형에게 고맙다고 전하게.
운동 다녀와서 전화드릴게..’
거액을 받고 기도하는데 지난날 교회 개척에
도움 준 어머니, 아내, 세 자녀가 눈에 밟혔다.
용돈을 나눠 보내고 카톡을 날렸다.
‘아침 하늘이 울상이지만 흡족한 비를 주려는 모양이다.
30년 목회의 길, 바다의 부유물처럼 밀려든 감동의 연속이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코너로 밀어붙일 때 감격하여 그 명령을 따랐다.
아픔과 상처의 흔적도 보이지만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였다.
삶의 질곡 속에 세 자녀로 견디며 자리 지켜 준 일이 감사하다.
엊그제 투병 중인 여수 고모부 방문하여
위로하고 나선 길에 너무 큰 용돈을 받았다.
혼자 쓰기 과분해 목회자의 아들딸로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한 부분의 작은 보답이라 여기렴.
보낸 용돈 주말 외식비로 써라.
오붓한 식사 한 끼 나누며
여전하신 하나님의 사랑 속에 행복하길 바란다.’
2023. 7. 8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