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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소봉(陸小鳳)
고룡 저
박영창 옮김
1 - 7권
1993년 9월 1일
도서출판 서적포
朴永昌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를 졸업했으며
현재 중국어 번역가, 평론가,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무림파천황, 구마경 등의 창작소설과 <천룡팔부>
<소오강호> <명황성> <청강만리> <녹정기> 등의
다수의 번역서가 있다.
역자 서문
이 작품은 대만의 작가 고룡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육소봉전기(陸小鳳傳奇)를 완역한 것이다.
고룡은 무협소설을 일반 문학 작품의 수준으로 끌어 올린 탁월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유려한 문체, 추리 소설적 기법, 산뜻한 주제, 참신한 이야기 전개, 살아 움직이는
등장인물들의 개성, 한번쯤 인생을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내용 등으로 대만의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육소봉은 웅장한 구성, 개성을 달리하는 수많은 등장인물,
신비에 가려진 비밀들, 독자들의 예측이 모조리 빗나가는 추리 소설적 기법,
끝없는 인간의 욕망, 뜨거운 사랑과 살기어린 질투, 기상천외한 음모,
우정과 애정 사이의 갈등, 남자를 배신하는 여자의 심리 등을 잘 묘사하고 있다.
고룡은 이 작품말고도 <초류향전기> <절대쌍교> <다정검객무정검> <유성호접검>
<구월응비 <대인물> <노검겅화> <천애명월도> <검객행 <도화전기> <백옥노호>
<소십일랑> <신검일소> <영웅무루> <신월전기> <원월만도> <장생검> <벽옥도>
<공작령> <다정환> <패왕창> <칠살수> <검화연우강남> <풍령도성> <변성도성>
<실혼인> <유협록> <창궁신검> <안령도> <표향검우> <칠종무기> <검현록>
<완화세검록> <살기엄상> <풍운제일도> <채환곡> <환락영웅> 등 50 여종이나
되는 작품을 남기고 1985년 알콜 중독으로 사망하였다.
그의 작품은 작품마다 특색이 있는데 학자들은 <육소봉전기>를 최고로 친다.
그 이유는 수많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특이한 개성을 지니고 살아 움직이는 까닭이다.
.....
1993년 9월
박영창
서장
육소봉, 그는 우리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의 전기(傳奇)적인
일생 중에는, 있을 수 없는 기이한 사람들과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상
하고도 환상적인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듣더라도 흥미진진한 환상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럼 먼저 육소봉의 주위에 있는 기기묘묘한 사람 몇을 소개하고, 그런
후에 육소봉과 그들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활극과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웅노파의 군밤
보름달, 안개, 짙은 안개 속으로 보름달이 떴다. 달빛은 처량하고 흐릿하
여 사람의 마음을 슬프게 했다.
장방(張放)과 그의 친구들은 달빛을 받으며 짙은 안개 속을 터벅터벅 걷
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멀리서 화물을 부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술까지 거나하게
걸친 그들은 며칠간의 긴장과 피로가 모두 풀려진 상태였다. 이렇게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었을 때, 그들 앞에 웅(熊)노파가 나타난 것이었다.
웅노파는 유령처럼 안개 속에서 홀연히 나타났다.
노파는 큰 돌을 등에 지고 있는 것처럼 비틀거리고 있었고 허리는 금세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두터운 천을 두른 큰 대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그 바구니 안에 뭐가 있는 거요?"
장방의 친구 중 한 사람이 물었다. 지금 그들은 기분이 느긋했기 때문에
어떤 일에라도 흥미가 있었다.
"군밤이라오."
웅노파의 주름진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향기롭고 따끈한 군밤이라오. 한 근에 10문(文)입죠." "다섯 근 주쇼. 한
사람에 한 근씩."
군밤은 따끈했고, 달고 향기로웠다.
장방도 군밤을 하나 먹었다. 그는 군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술까
지 많이 마신 후라 먹자마자 그만 속이 거북해 토할 것만 같았다.
그가 막 토하려고 할 때쯤 동료들이 갑자기 쓰러지는 걸 보았다. 그들은
쓰러지면서 몸이 즉시 뻣뻣하게 굳었고, 입에서는 거품처럼 하얀 액체가 흘
러나왔다. 하얀 액체는 피에 섞여 벌겋게 변했다.
웅노파는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름진 얼굴에는 말할
수 없이 음흉하고도 무서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이 망할 놈의 할망구, 군밤에 독을 넣다니!"
장방은 이를 악물고 기어서라도 노파에게 가려고 했지만 이미 온몸의 힘
이 모두 빠져 있었다.
그는 어떻게든 노파의 목을 졸라 죽이려고 했으나 노파의 발 앞에 이르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땅에 처박고 엎어졌다.
그는 노파의 회색 솜치마에 가려진 발을 보았다. 이상하게도 새색시처럼
색깔이 고운 꽃신을 신고 있었다.
그런데 신발에 수놓아져 있는 문양은 원앙이 아니라, 한 마리의 부엉이
녹색 눈동자의 부엉이였다. 그것이 장방을 노려보며 그의 우매함과 무식함
을 비웃는 것 같았다.
웅노파는 키드키득 웃으며 기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녀석! 꽤 밝히는군. 죽는 그 순간까지도 여자의 아랫도리를 훔쳐보려
고 안달을 하다니 쯧쯧." 장방은 힘겹게 고개를 쳐들곤 물어보았다.
"도대체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길래 우리들을 이렇게 죽이려고 하느냐?"
"멍청한 녀석, 나는 너희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너희들과 무슨 원한
이 있겠느냐?" "그럼 왜 우리들을 해치려는 거냐?"
장방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웅노파는 음흉하게 말했다.
"이유는 없어. 단지 내가 누군가를 죽이고 싶기 때문이야." 웅노파는 고개
를 들어 짙은 안개 속의 보름달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달이 둥글 때면 나는 살인을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 후후후!" 장방은
분노와 공포에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갑자기 웅노파는 유령처럼 사라져버렸다.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 것이
다. 밤 안개는 더욱 짙어졌고, 달은 더 둥글어졌다. 웅노파가 사라진 뒤 그
곳에는 짙은 안개 속에 스산한 바람이 휑하니 맴돌았다.
노실화상(老實和尙)
석양이 지고, 갈바람이 갈대숲을 흔들고 있었다. 강기슭은 아득하고 멀어
인적이 없다. 멀리서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강가에 있는 배의 돛대에 내
려앉았다. 이곳은 한적한 나루터인데 지금 마지막 배 한 척이 떠나려 하고
있었다.
배를 젓는 사공은 수염이 하얗게 센 늙은이였다.
20년 동안, 그는 매일 강기슭을 기점으로 이 낡은 배를 저어가고, 다시 저
어오곤 했다.
그를 즐겁게 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술을 마시는 것과 도박만이 그가 즐
기는 유일한 오락이었다.
그러나 오늘 저녁에는 결코 도박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왜냐하면
배에 탄 사람들 가운데 중이 한 명 끼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중은 어리숙해 보였지만 옛부터 중을 보면 노름에서 돈을 잃는다는 속
설이 있다. 뱃사공은 이제까지 그런 경험이 몇 번 있었다.
그 중은 단정하고 예의바르게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떨어뜨리
고, 자기 발을 보고 있었는데, 발은 매우 더러웠고 더러운 발에는 다 떨어진
짚신이 신겨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와 멀리 떨어져 앉았다. 그의 몸에 득실거리고 있
는 이가 자기들의 몸으로 옮겨 올까 두려운 까닭이었다.
늙은 중도 감히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지 못하였다. 그는 어리숙할 뿐만
아니라 매우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강도들이 배 위로 뛰어들 때도, 그는 고개도 쳐들지 않은 채 나룻배 위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는 것만 듣고 있었다. 네 명의 강도는 배
위로 뛰어올라 오자마자 무턱대고 엄포를 놓았다.
"우리들은 수사방(水蛇幇;물뱀파)의 호걸들이다. 너희들의 생명에는 아무
런 관심도 없다. 단지 너희들 주머니 속에 든 돈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니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돈이나 패물을 모두 내놓아라. 그리
하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야." 노을이 그들의 칼을 비추자 그 칼 빛이 배
안에 섬뜩하게 번쩍였다.
배 안의 남자들은 부들부들 떨었고, 여자들은 소리내어 울었다. 지닌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떨었고, 눈물도 더 많이 흘렸다.
늙은 중은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자기 발만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이
상한 모양의 발이 보였다. 뾰족하고 큰 신발을 신은 커다란 발이 그의 앞에
우뚝 섰다. 이 큰 발의 주인이 말했다.
"네 차례다. 빨리 내놓아라."
중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이,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제게서 무엇이 필요합니까?"
"아까도 말했잖아, 돈이면 돼, 돈 말야. 모두 다 내놔!" "저는 가진 게 아
무것도 없습니다요."
중의 머리는 더 깊이 수그러들었다.
그 강도가 발길질로 그 중을 차려고 하자 옆에 있던 그의 다른 패거리들
이 그를 말렸다.
"이봐! 잠깐만, 이 지저분한 중한테는 땡전 한푼 없을 것 같다, 그만 빨리
돌아가자!" 그들은 올 때도 빨리 왔지만, 갈 때도 순식간에 가버렸다.
배 위는 갑자기 술렁거리며 소란해지기 시작했다.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
도 있었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강도를 욕하는 것
이 아니라, 중에게 욕을 했다.
"그봐, 중을 봤으니 재수가 없지!"
그들은 욕을 하면서도 중이 듣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중은 고
개를 푹 수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매우 불안해 보였다.
그러다 느닷없이 그 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뱃머리로 달려갔다.
뱃머리에는 배가 강기슭에 닿았을 때 사다리로 쓰는 판자가 하나 놓여 있
었다.
중은 그 나무 판자를 쳐들더니, 주먹으로 살짝 쳤다. 세 치 두께의 나무
판자는 대번에 대여섯 조각으로 갈라졌다.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중이 첫 번째 나뭇조각을 던
지자 나뭇조각이 물 위에 떨어졌다. 그리곤 그는 날아서 발 끝으로 그 나무
판자 위에 가볍게 올라섰고, 두 번째 조각을 이어서 던졌다. 그리곤 한 마리
의 물을 차는 잠자리처럼 날렵하게 두 번째 조각 위로 올라서는 것이었다.
수면에 네댓 개의 나무 판자를 던지며 그는 도적들의 빠른 배를 뒤쫓기 시
작하였다.
물뱀파의 강도들은 오늘의 수입을 계산하고 있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신선
처럼 날아와 가볍게 뱃머리에 앉는 것을 보았다. 그는 바로 아까 보았던 그
지저분한 중이었다.
이렇게 물 위를 나는 경공술을 그들은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다. 아
니,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 경공술의 주인공이 바로 그 중이란
데 대해 그들은 더욱 놀랐다.
(이 중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우리들이 재물을 다 모은
후를 기다려 뺏으려고 한 것이 분명해.) 강도들의 손에는 땀이 흥건히 고이
며 이 중이 원하는 것이 목숨이 아니라 돈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중은 그들 앞에 무릎을 꿇더니, 공손하게 말하는 것
이었다.
"저는 원래 네 냥의 은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요. 새 옷과 새 짚신을 사
려고 한 것이었습지요." 그는 몸에서 은전을 꺼내 그들 앞에 내놓고 말을
이었다.
"출가한 사람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나는 방금 당신들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게 다 탐욕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에게 용
서를 비는 것이니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모두들 놀라서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중은 고개를 떨구었다.
"당신들이 저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무릎을 꿇고 움직이지 않겠습
니다." 누구도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마침내 한 명의 강도가 용기를 내
어 말했다.
"좋아요, 우..... 우리들은..... 당신을 용서합니다." 그 음성은 아주 나직하여
잘 들리지도 않았다. 중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나면서, 갑판에 퉁, 퉁, 퉁,
머리를 찧으며 절을 하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돌연 허공으로 훌쩍 뛰어올라
강기슭으로 날아가더니 갑자기 사람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강도들은 뱃전에 멍하니 서서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가 놀라 떠들어 댔다.
"너희들은 정말로 그가 중처럼 보이냐?"
"중이 아니면 뭐겠어?"
"산 보살인가 봐, 틀림없는 산 보살이야."
이튿날 아침, 사람들은 물뱀파의 강도 여덟 명이 모두들 그들의 소굴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모두들 편안히 죽어 있었다. 상처도 없고, 독에 중독된 흔적도 없었다. 그
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서문취설(西門吹雪)
서문취설은 그의 칼날에 묻은 피로써 그의 전부를 말한다. 즉, 그들 칼날
에 인생의 승부를 거는 무검의 협객인 것이다.
대야의 물은 아직 따뜻했고, 말리향은 아직 남아 있었다.
서문취설은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았다. 그는 전신을 깨끗이 씻었다. 소
홍(小紅)은 머리를 빗어 묶고, 소취(小翠)와 소옥(小玉)은 그의 손톱과 발톱
을 다듬고 있었다.
소운(小雲)은 벌써 한 벌의 옷을 준비해 놓았는데, 속옷에서 버선까지 모
두가 눈처럼 하얀 색이었다.
그녀들은 모두 이 고을의 명기(名妓)여서, 예쁘고 젊으며 모두가 남자 시
중드는 일을 잘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시중을 들었지만
그는 그녀들을 집적거리지 않았다.
그는 삼일째 목욕재계를 했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신성하
다고 여기는 일을 하러 갈 준비를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 사람을 죽이려 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홍도(洪濤). 서문취설은
그를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다. 단지 그가 조강(趙剛)을 죽였기 때문에
그를 죽이려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 조강이 정직하고, 의기가 넘치고
진정한 호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문취설은 천리를 멀다 않고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말을 타고 사흘을 달
려와 이 낯선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그는 삼일 동안 목욕재계를 하고,
얼굴도 보지 못한 낯선 사람을 죽이러 가야 하는 것이다.
홍도는 서문취설을 보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과 이런 일이 일어
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서문취설은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는, 조용히 홍도가 칼을 빼기를 기다리
고 있었다.
강호(江湖)의 사람들은 홍도를 섬전도(閃電刀;번개칼)라고 부르는 것을 알
고 있었다. 그의 칼이 정말로 번개처럼 빠른지는 알 수 없지만, '한칼에 9주
를 제압하는' 조강조차도 그의 칼 아래 죽지 않았던가! 홍도가 조강을 죽인
것은 '일도진구주(一刀鎭九州)'라는 다섯 글자가 못마땅했기 때문이었다.
그 글귀가 목숨 하나라니!
홍도가 서문취설에게 왜 왔느냐고 묻자 그는 두 마디로 대답했다.
"너를 죽이러!"
"왜지?"
"조강 때문이다."
"당신은 조강의 친구인가?"
서문취설은 고개를 흔들었다.
홍도가 다시 물었다.
"당신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 이렇게 천리를 멀다 않고 달려와 나
를 죽이려 하는 저의가 뭔가?"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사람을 죽이
러 온 것이지, 말을 하러온 것은 아니라는 뜻 같았다.
홍도의 얼굴색이 변하였다. 홍도는 이 사람의 검법과 성격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서문취설의 성격은 기묘하였고, 검법 또한 기이했다.
그가 사람을 죽이기로 결심하면,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라
는 각오로 임했다.
지금 홍도도 자기에게 이 두 가지 길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
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서풍이 거리를 스쳐가고, 나뭇잎은 쓸쓸히 떨어졌다. 높은 담장 안의 정원
에는 한 무리의 까마귀가 저녁노을이 찬란한 서쪽 하늘로 날아갔다.
홍도는 별안간 칼을 꺼내어, 번개처럼 일격을 날렸다. 조강도 그의 이 옥
련환(玉連環)이라는 칼 솜씨에 죽었다. 그러나 그의 이 옥련환도 세상의 다
른 모든 검법처럼 허점은 있었다.
서문취설이 한칼로 옥련환의 허점을 찔러 홍도의 목을 꿰뚫었다.
칼을 뽑자 피가 콸콸 뿜어져 나왔다.
서문취설이 칼날을 밑으로 내리자 붉은 피가 칼날을 따라 방울져 흘러내
리며 낙엽 위로 떨어졌다.
낙엽은 바람에 흩어지고, 서문취설은 서풍이 부는 노을 속으로 유유히 사
라져갔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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