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의 개장은 롯데 30년 숙원의 달성이자 새로운 50년의 출발을 의미한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총 4조원이 투입된 롯데월드타워는 1987년 사업지 선정 후 특혜 의혹과 안전 문제 등 우여곡절을 거쳐 30년만에 완성됐으며 관광객 유치, 생산 유발, 일자리 창출 등 연 10조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데 어떻든 간에 잘 되서 우리 경제에 도움이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롯데월드타워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인 500m 높이의 전망대 '서울스카이'와 하루 최고 숙박비가 2000만원인 6성급 호텔 '시그니엘 서울', 최고급 오피스텔 '시그니엘 레지던스' 등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롯데물산 박현철 대표는 "'언제까지 고궁만 보여줄거냐'는 롯데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오랜 염원"이라며 "파리 에펠탑처럼 대한민국의 관광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새로운 경제엔진으로 우뚝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세계 최고의 높은 빌딩으로 그 이름을 자랑했던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931년 381m로 완공되면서 이후로 1973년 세계무역센터가 세워지기 전까지 40여 년 동안 그 순위에 변함이 없었습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처음 설계안은 건설비에 상응하는 임대 수익이 가능한 경제적 높이인 80층으로 계획했다고 하는데, 여기에 추가적으로 81~85층 사무용 5개 층과 86층 전망대, 그리고 17층 높이에 해당하는 61m 구조물이 더해졌던 것입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엘리베이터가 80층까지 운행하는 것과 81층부터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로 분리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하는데, 경제적 판단에 덧붙여진 세계 최고(最高)를 향한 목표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고,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완공 후 첫해 전망대에서 얻은 수익은 그 해 건물 임대로 벌어들인 수익보다 많은 100만 달러였다고 전합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갖고 있는 기록 중 가장 놀라우면서도 높이에 가려 보다 덜 알려진 것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첫 철골 구조 기둥이 세워진 1930년 4월부터 86층 철골이 세워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102층 구조물이 완성되기까지는 단 11개월이 걸렸을 뿐입니다. 건축가와 첫 계약을 한 1929년 10월부터 오프닝 행사가 열리는 1931년 5월까지 짧은 기간 동안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계획 및 설계, 엔지니어링, 건설, 임대 준비까지 모든 과정이 끝났다고 합니다.
1개층을 건설하는데 불과 1.4일이 걸렸을 뿐인데 이것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규모를 생각할 때 더욱 대단한 것입니다. 철골 구조는 12일, 콘크리트 바닥은 4일, 외부 금속 마감은 35일 등으로 공사 기간이 단축됐고 건설 비용도 약 2500만 달러로 처음 예산에서 200만 달러가 줄었습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건설 과정에서 이런 성공을 거둔 것은 협업(team-design approach)과 건설사인 스타렛 브라더스 & 에켄(Starrett Bothers and Eken)의 천재적인 건설관리 덕분이라고 합니다.
발주자, 설계사, 엔지니어사, 건설사 등 많은 주체가 참여하는 건설사업은 각 영역간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며, 지금도 건설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입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건축회사인 쉬리브, 램 & 하먼(Shreve, Lam and Harmon)과 건설사인 스타렛 브라더스 & 에켄, 그리고 발주자와 각 분야 전문가들은 건설 계획부터 문제 해결까지 한 팀으로 일을 했다고 합니다. 큰 손실로 이어지는 설계 오류나 건설 지연없이 촉박한 기간 내에 완공이 가능했던 것은 이러한 협업이 바탕이 된 것입니다.
건설 기간을 줄이려는 의지는 설계가 완성되기 전에 공사를 시작하는 모험적 방법을 택하도록 했는데, 패스트트랙(fast track)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이후 거대 프로젝트에서 유용하게 사용됐습니다.
이 패스트트랙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촉박한 완공일을 맞추는데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실패 위험이 높은 이런 공법으로 성공을 만들어내기까지는 건설사의 뛰어난 건설관리 능력과 의지가 필수적이었을 것입니다.
롯데월드타워의 공사기간 중 여러 사고와 끊임없는 잡음 등을 생각하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건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건축산업과 기술은 그런 선진공법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