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날.
시장 사람들은,
시장조합장님은 장소를 빌려 주시고, 둘이 들기도 벅찬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주셨다.
트럭 위에 사다리를 놓고 그 위에 올라가 기둥에 스크린를 묶는 작업인데 조합장님 혼자서 다 해 주셨다. 그런데도 “또 도와줄 거 없어? 도와 줄 거 있음 말해. 할 수 있는 데로 다 해 줄게.” 하신다.
조심스럽게 돗자리와 전기를 쓸 수 있냐고 여쭈니 좋다고 하신다.
돗자리도 넉넉히 챙겨주시고, 전기도 맘 놓고 쓸 수 있도록 해주시고,
영화 상영이라는 것 미리 챙기시고 시장 조명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시장 상인 분들도 웃는 얼굴로 “고생하네.”하며 맞아 주신다.
6시에 시장 문을 닫는데 5시부터 장소 셋팅을 시작해도 뭐라고 한 마디 안하시고
오히려 일찍 가게 문을 닫아 주시기도 한다.
짐을 나르기 위해 좁은 시장 골목으로 트럭이 들어가면
얼굴에 구김살 한 번 없이 자신의 자판을 걷어 주신다.
한 번도 아니고 두 세 번인데도 여전히 웃는 얼굴,
그 모습을 보면서 추억의 다방이 우리만의 행사가 아니라
모두의 행사로 여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시장 안 조명을 거의 다 꺼야 한다.
아직 가게를 닫지 않은 가게 가서 양해를 구하니 자신의 가게 앞에 있는 환한 조명을 꺼주신다.
그 조명을 끄는 건 오늘 장사를 접겠다는 의미인 줄 주인은 알고 있지만
“영화 안 보이는 구나. 꺼요.”라며 불을 꺼주신다.
영화 보는 바로 앞에 가게가 있는 세탁소 아저씨도 일찍 문 닫아 주시고,
항상 가게 앞에 묶어 두었던 개도 다른 곳으로 옮겨 주었다.
차 마실 물이 없어서 진흥슈퍼 물 좀 달라고 부탁드리니
차를 충분히 마시고도 넘칠 정도로 물을 주신다.
손이 더러워 손 좀 씻을게요 하고 불쑥 들어가도 씻으라고 해주셨다.
그것도 모자라 저녁 밥 먹으라고 계속 권하신다.
철암 시장 42-2번지 가게 주인아저씨.
추억의 다방 마치고 짐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그걸 다 도서관으로 옮길 수도 없었다.
마침 비어 있는 가게를 발견하고 주인아저씨를 찾아 갔다.
아저씨를 만나서 추억의 다방이라고만 이야기했는데도 이미 알고 있다고 하신다.
그래서 수월하게 짐 놓을 공간으로 가게를 써도 되느냐고 여쭈니 그러라고 하신다.
따로 도울 건 없지만 그거라도 돕겠다고 하신다.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함께 해주셨다.
영화가 시작되자 오셔서 이곳저곳에 자리 잡으시고 영화를 집중해서 보셨다.
주민자치위는,
위원장님께 추억의 다방한다고 연락드리니 동사무소에 만나자 하셔서
동장님도 소개시켜 주시고 동사무소도 함께 추억의 다방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셨다.
자치위에서는 추억의 다방에 쓸 차와 과자를 지원해 주시기로 하셨다.
구판장 사장님께서 주민자치위 부위원장님이시니까
그 곳에서 필요한 물품들은 맘껏 가져다 쓰라고 하셨다.
마을에 이런 행사가 있는데 잘 해보자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총 15만원치나 되는 차와 과자를 마을 주민들이 영화 보면서 맘 껏 즐길 수 있도록 후원해 주셨다.
오늘의 차는 커피, 녹차, 쌍화차, 동의한자, 아이스티다.
과자도 제크, 에이스, 초코칩쿠키, 롯데센드도 있다.
영화 보러 온 사람들 모두 따뜻한 차를 마시고, 과자도 한 접시 들고 한 층 더 재미있게 영화를 봤다.
홍보도 신경 써 주셨다.
그런 행사에는 사람들 많이 와야 한다시면서 통장님들 한테 연락도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통장협의회는,
도서관에서 숙소로 가는 길.
저 쪽에서 흐릿한 마을 방송 소리가 들린다.
오늘 7시에 철암시장에서 추억의 다방을 한다는 내용의 방송이었다.
통장협의회에서 각 통장님들께 연락해서 마을 방송을 하셨다.
부탁드리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잘 해주신다.
새마을부녀회는,
추억의 다방 기획서를 보시고는 조언도 해주시고,
마을에서 추억의 다방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단체도 여러 군데 소개시켜 주셨다.
주민자치위, 동장님을 만나보라는 것도 새마을 부녀회장님께서 알려주신 정보다.
부녀회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과 때 쓸 기구와 마지막 날 떡을 해주시기로 하시고,
역시 홍보도 신경 써 주신다.
그리고 아이디어도 주셨다.
경로당에 자장면 봉사하는 날 와서 서빙도하고 추억의 다방 홍보도 하면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하셨다. 경로당에 자장면 봉사하는 날 직접 가서 서빙도 하고,
홍보도 했는데 새마을 부녀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추억의 다방을 알려주셨다.
동사무소는,
동에서 하는 일이니 동사무소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도 말씀해 주셨다.
동장님께서는 음향시설은 자신이 책임지시겠다고 하셨다.
사무장님도 꼼꼼히 안내문을 읽으시고, 준비와 진행상황을 하나하나 챙겨 시고,
아직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도와주면 되느냐고 물으신다.
음향시설은 아는 가게에 무료로 대여해 주실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벤트 업체에 2일 동안 음향 기사님이 오셔서 직접 음향 시설 담당해주는 걸로
비용도 20만원이나 들었는데 모두 동에서 지불하셨다.
동의 행사에 동사무소가 직접 나서서 챙기는 게 당연한데도 좋아 보였다.
추억의 다방에 필요한 다과 도구, 탁자는 동사무소 트럭으로 직접 시장 안까지 가져다 주셨다.
임병옥주사님께서 짐 나르고, 운전도 해주셨는데 필요한 거 있음 말해요 라는 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태용기사님께서도 시작 전에 오셔서 진행 상황 보시고, 격려해 주시고 가신다.
이젠 어엿한 대학생이 된 주희와 현숙이도 추억의 다방에 와서 한 몫 하고 간다.
사진전시 도와주고, 다과 팀 물 떠다주는 것도 하고 옆에서 듬직하게 서서 부탁하는 것들 잘 해주었다.
야영 마치고 온 인성이는 피곤도 잊고 같이 사진 전시하고,
오신 어르신들 찾아다니며 차 주문 받고 타드렸다. 가희도 어른들 차 타서 대접해 드렸다.
돗자리 깔았는데 돗자리에서 먼지가 참 많이 쌓여 있었다.
기영, 근영, 현주가 걸레도 직접 빨아서 권대익선생님과 돗자리 깨끗이 닦아 주었다.
추억의 다방 - 마을 이야기 1.hwp
음향기사님도 부탁드린 장비 모두 챙겨 오셔서 음향장비 말고도 다른 장비 위치도 봐 주셨다.
영화 상영하는 내내 영화 음향에 신경써주셨다.
영화 시작되기 전 차와 과자 준비하는 시간,
아이들은 돌아다니면서 동네 어른들한테 “무슨 차 드실래요?”하며 묻고
어른들은 아이들 칭찬해 주시고 자신이 마실 차 부탁하신다.
영화가 시작되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영화 <꽃 피는 봄이 오면>이 상영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다 보진 않았어도
잠시 들러서 쉬고, 차 마시고, 과자 먹고, 옆 사람과 이야기도 나눈다.
다른 누구는 또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영화를 본다.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트럼펫 연주 소리만큼 평온하게 흘러가는 추억의 다방 첫 째날.
첫댓글 상상을 하니, 그 가슴벅찬 꽉찬 공간이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멋있고,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트럼펫 연주 소리만큼 평온하게 흘러가는 추억의 다방 첫 째날.'
영화의 여운이 길었어요. 영화 속 마을이 우리 마을과 닮았어요.
그렇죠. 이거죠. 나눠주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