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수요일, 인사동 6 길 섬진강에서 모이는 이수회에 참석하러
11 시 전철에 올라타고서야 예약을 담당하는 총무에게 참석문자를 보냈다.
요즈음 컨디션이 예측 불가로 뒤죽박죽이라, 최소 하루 전에 참석여부를 알려줘야 마땅함에도,
당일 시간이 되어서야 스스로 참석여부를 확신할 수 있으니, 미안한 일이다.
재첩국에 막걸리로 거나하게 취하는 점심을 마치고 헤어지는데,
음식점 현관에 구두가 즐비하게 나와있어, 내 것을 찾는 중,
뒷 부분이 터져 노란색 충전제가 삐져나온 구두가 처량해 보인다.
마침 헌재소장 직무대행으로 직장생활을 마감할 수 있어 관운이 좋았던 송군이
왜 내 구두는 보이지 않냐며 구두를 찾으니, 종업원이 신발장에서 꺼내준다.
언뜻 보니, 광고에 나오는 품위 있는 정장구두였다.
그래서 소생이 구두가 좋아서 잃어 버릴까 소중하게 보관해 준 것일거라고 하면서,
장례식장에는 절대로 신고 가지 말라고 충고를 해 주었다.
아닌게 아니라 한번 잃어버려 낡은 구두를 신고 온 적이 있다고 한다.
소생도 장례식장에서 새로 사 한번 신은 금강구두를 잃어버렸으나, 남기고 간 낡은 구두를 신고 오기도 싫어
슬리퍼를 끌고, 마침 기사 딸린 차를 가지고 온 한 변호사의 차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더 나쁜 기억은 30 대 잘나가던 때, 프랑스 파리 출장 중 발리점에 들려 쇼핑들을 하는데,
소생은 그 가격에 엄두가 안나 포기하고, 꿩 대신 닭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바로 그 옆 가게에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신는 가죽창이 달린 편안한 고급 신사화를 하나 사서
직장에 처음 신고 나갔다가 마침 율산에 같이 근무했던 후배가 찾아와서
신발 벗는 후줄근한 음식점에 갔다가 그 날로 잃어버린 아쉬웠던 기억도 있다.
그 사건 이후 명품은 나에게 인연이 없나보다 하고,
파리에서 불시에 찾아 온 뼈속 까지 시린 유럽의 가을 추위를 피하려고 충동구매를 했던,
영국 산 버버리 코트의 라벨을 떼어버렸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바바리 코트는 30년간 잘 보존해 오늘 까지 소생에게 충성을 바쳐 오고 있으니 신통한 일이다.
각설하고, 귀가 길에 우리동네 구두수선 컨테이너에 들러 수선을 의뢰하니,
다른데 맡겨 박음질을 해야 하니 몇시간이 걸릴거라고 한다.
이왕 고치는 김에 겨울이 다가오니, 닳은 뒷굽을 간단히 때우는 방법이 있을지 물으니, 징을 대면 되겠다고 한다.
그래서 요즈음에도 쇠징을 대냐고 했더니, 고무징이라고 한다.
일만 오천원에 수리를 맡기고 저녁에 찾으러 갔더니, 구두 몇켤레 있냐고 물어
신사화와 캐쥬얼 합이 두켤레라고 했더니,
남자가 좋은 구두 네켤레는 있어야 교대로 신어 오래 잘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노인은 특히 발이 편해야 하니, 용돈 받으면 눈 딱 감고 좋은 구두로 네켤레를 사라고 한다.
그리고 지하철 무료 사용권은 받았냐고 묻는다.
군모를 눌러 써 나보다 젊은이로 보았는데, 모자를 벗어 대머리를 보여주며 자신은 45년 생이라고 하면서,
술.담배는 아직하냐고 물어 그렇다고 했더니, 그러면 건강하게 오래 못 산다고 대신 매일 운동을 하라고 한다.
좋은 구두 네켤레를 한번에 살만큼 용돈을 주는 자식이 없고, 매일 운동만 하고 살 만큼 정신적 건강함이 없을지라도,
등산화와 운동화를 합하면 그럭저럭 소생도 합이 네켤레가 되는 셈이라고 속으로 웃었다.
이 사람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전에 이 구두를 대수선 할 때, 그의 사회활동 이야기와 가족이야기를 했었는데,
자식들이 외제차를 타는데, 역시 차는 좋은 걸 타야 되겠더라고 소생에게 자랑하던 기억이 난다.
첫댓글 구두도 겨울구두를 여름에 신으면 발냄새가 심합니다. 겨울용 두 켤레, 여름용 두 켤레는 구비함이 좋습니다. 신발에 대해 무심한 축이 있긴 합디다. 어떤 이모군도 지갑엔 수십만원이 있어도 신발은 옆이 터진 낡은 구두를 신고 다니더군요. 강남의 돈많은 사람들에게 간혹 보이는 현상이지요.
남성 정장과 구두는 계절용에서 냉난방과 자가용의 일반화로 인한 사계절용으로 판촉 변화.
다시 전기사용 억제에다 BMW 노인이 되니, 계절용이 따로 필요하게 되었구먼요.
다 좋은데 강원으로 내려간 회원이 생긴 마당에 습관성 강남타령 후렴은 이제 그만 두시지요. 안 지겨운가요?
"중놈이 하나면 됐지" - 某스님 어록
@jays 짚신 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