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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정은 장사도 하지 않고, 가게도 열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어떤 장사를 하든지 적자를 볼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는, 그런
모험은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장사를 하지 않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에게는
장사할 만한 밑천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의 별명은 '주인'이다.
주정은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모든 일을 편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
는 매일매일 살이 찌고 있는 것이다.
뚱뚱한 사람은 원래 복이 많다. 복 많은 사람이 장사를 해야 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주인이라고 불렀다. 정말로 그는 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 자신의 모습은 보잘것없지만 부인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는 가장 편안
한 방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장 좋은 술을 마셨다.
그가 또 한 가지 거만하게 생각하는 일은 그가 육소봉보다 게으르다는 것
이다.
그는 크고 넓은 의자에 앉아서 모든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떤 일이든지 천천히 생각한다.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세상에서 어
떤 일이라도 못할 것이 없다.
지금까지 그는 매우 편안하게 살아왔는데, 모두가 그의 뛰어난 능력 때문
이었다. 아무리 많고, 희한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얻으려고만 하면 그는 충분
히 얻을 수가 있다.
한 번은 그가 다른 사람과 도박을 했는데, 그가 이겨서 탁자 50개 위에
차린 제비집 요리와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얻어먹었고, 게다가 50년 된 좋
은 술까지 얻을 수가 있었다.
이것들은 그의 몸에 적어도 다섯 근 정도의 살을 더 찌개 하였다. 지금
그는 어떻게 하면 사람을 하늘로 데려갈 수 있는 연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었다.
전에는 땅 아래를 보고 싶어했는데, 지금은 하늘로 올라가고 싶어했다.
그는 바깥에서 말발굽 소리를 듣고, 그 파란 옷의 두 사람을 보았다.
이번에는 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칼자국의 사나이가 발로 문을 차지는
않았다.
그는 단번에 들어와서는 눈을 부릅뜨곤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주인 마누라는?"
"주인 마누라를 찾는다면, 맞은편에 있는 잡화점으로 가보시오. 주인 마누
라는 거기에 있으니." "여기에도 있어 당신이 주인이니까, 당신의 마누라가
곧 주인 마누라지" "마누라가 <청의루(靑衣樓)> 사람이 자기를 찾아온 줄
알면,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할 거예요." 그는 이 두 사람을 알고 있었다.
청의루는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108개의 건물을 가지고 있는데, 각 층에
는 108명의 사람이 있고 게다가 막강한 힘을 가진 조직이었다.
그들은 사람수가 많을 뿐만이 아니라, 조직이 엄격해서 그들이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성공하지 않는 일이 드물었다.
이 두 사람도 청의루의 제 1층 사람들이었다. 누구도 청의루 제 1층이 어
디에 있는지 모르고, 누구도 그 108명을 직접 본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할지라도, 그들은 이미
강호에서 아주 설치고 다니는 사람들인 것이다.
칼자국의 사나이는 철면판관(鐵面判官)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이 그의
얼굴에 칼을 던졌는데, 칼날이 망가진 일이 있었다. 그 철면이라는 두 글자
도 그래서 생겨났다.
다른 한 사람은 정신 빼는 손, 즉 구혼수(勾魂手)라고 불렸다. 그가 가진
한 쌍의 은갈고리가 많은 사람의 혼을 뺏은 것이다.
주정은 조용히 계속 말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마누라는 지금 중요한 일이 있어, 당신들을 만날 시
간을 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철면판관이 말하였다.
"어떤 중요한 일인가?"
"그녀는 지금 친구와 같이 술을 마시고 있어요. 친구와 술을 마시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어요?" "당신의 그 친구 성이 혹시 육씨
가 아닌가?"
"당신들이 듣고 싶어하는 성이 육씨인 사람은 마누라의 친구이지 내 친구
는 아닙니다." "그들은 어디서 술을 마시고 있나요?"
"그 사람이 머물고 있는 청운 여관에서 마시고 있을 겁니다." 철면판관은
그를 아래위로 몇 차례 훑어보고는, 얼굴에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의 마누라가 호색한이라 소문난 다른 사람과 여관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당신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요?" "애들이 오줌을 누려는 거랑, 마
누라들이 서방질하려는 것은 누구도 막지 못하는 것입니다. 앉아 있지 않으
면 어떻게 합니까? 다락에 올라가서 공중제비 돌기라도 할까요, 아니면 땅
바닥에 떼굴떼굴 구르기라도 할까요?" "정말 호탕하시군요. 감탄했습니다."
그는 계속 웃었다. 웃지 않는 것보다 웃는 것이 더 괴롭다는 걸 알고 있
었다. 그가 웃기 시작하자, 칼자국의 사나이는 허물어진 절의 흉악한 비밀을
본 것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주정은 그를 보며 물었다.
"당신은 마누라가 있습니까?"
"없소."
"당신이 만약 나처럼 예쁜 부인을 얻어봐요. 당신도 호탕해질 거요."
육소봉은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가슴에는 술이 가득 찬 술잔을 놓아 두
고 있었다.
그가 가만히 누워 꼼짝도 않고 있자 술도 흐르지 않았다. 거의 죽은 사람
같았다. 눈도 감고 있었다. 그의 눈썹은 짙고 속눈썹도 길었다. 입가에는 팔
자 수염이 잘 다듬어져 있었다.
주인 마누라는 맞은편에 앉아, 그의 수염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큼지막한 눈, 정교하고 도톰한
입술은 잘 익은 수밀도(水蜜挑) 같아서, 누구라도 한입 깨물어 주고 싶은 생
각이 저절로 들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서 가장 멋있는 부분은 그녀의 얼굴도 아니요, 그녀의
몸매도 아닌 다만 그녀의 우아한 자태이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이런 여인에게 관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
는 오히려 육소봉의 이 두 갈래의 팔자 수염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보고 있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이 팔자 수염은 정말로 눈썹과 똑같이 생겼어요.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네 조각의 눈썹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당연해요." "당신을 보
지 못한 사람들은, 두 조각의 눈썹이 입가에 나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할
거예요." 육소봉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가슴 위의 술잔을 삼켜버렸다. 술잔 안에 가득 차 있던 술도 입 속으로 들
어갔다. 벌컥, 소리가 나더니 뱃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그가 다시 숨을 내뱉으니 술잔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주인 마누라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술을 마시는 거예요, 아니면 요술을 부리는 거예요?" 육소봉은 여
전히 눈을 감고 입을 열지도 않고, 손을 내밀어 배 위의 빈 술잔을 가리켰
다.
주인 여자는 술을 따르고는 다시 물었다.
"당신은 나더러 술을 마시자고 해놓고는 왜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기만
하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아요?" "당신을 감히 볼 수가 없습니다."
"왜요?"
"당신이 나를 유혹할까 두려워서요!"
주인 여자는 입술을 깨물고는 말했다.
"당신은 일부러 당신과 내가 떳떳하지 못한 사이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해놓고는, 오히려 내가 당신을 유혹할까 두렵다니 정말 무슨 까닭이에
요?" "당신의 남편 때문입니다."
"그 사람 때문이라구요? 당신은 그가 멍청하다는 걸 몰라요?" 육소봉은
여자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
"언제라도 사람을 시켜 그를 없앨 수도 있지만,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을
알고 있고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주인 여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주정은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너무 많은 비밀과 이상한 물건들을
얻어 왔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그의 입이 무거운 것을 믿고 있었지만, 죽은 사람의
입이 더 무겁지 않겠는가? 사람을 죽여 시체를 없애고 흔적을 없애는 일은
그런 사람들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육소봉이 말했다.
"그가 죽고나면 당신은 그를 위해 일 년을 과부로 수절해야 하는데....." 주
인 여자는 눈을 치켜 뜨고는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반금련(潘金蓮)인 것
같아요?" "당신이 반금련이라 해도, 애석하게도 나는 서문경(西門慶)이 아니
지 않소!" 주인 여자는 그를 노려보고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돌리고 가버렸
다. 육소봉은 그녀를 잡으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러나 주인 여자는 문을 나가자마자, 갑자기 되돌아와서는 침대 머리맡
에 서서 두 손을 허리에 대고는 차갑게 말했다.
"정말 내가 당신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거예요? 도대체 나
를 바보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럼 아니었나요?"
주인 여자는 큰소리로 말했다.
"당신과 그가 틀어지고 나서, 그가 다른 사람에게 죽임을 당할까 봐 두려
워서, 일부러 나와 당신이 잘지내고 있는 사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다
니. 과부가 될 생각이 없으니 난 결백한 걸 밝히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죽이려 한다면, 당연히 당신이 그를 보호하시겠지요?" 그녀는 더 화가 나서
는 목소리도 더 커졌다.
"그러나 왜 당신은 내 입장은 생각지 않는 거예요? 내가 왜 그런 누명을
뒤집어써야 하죠?" "당신의 남편 때문이지!"
주인 여자는 갑자기 말을 하지 못했다. 여자가 자기 남편을 위해서 희생
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가 아닌가.
육소봉이 조용히 말했다.
"당신의 남편이 당신을 믿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
든 당신은 그것에 상관할 바가 아니오!" 주인 여자는 입술을 깨물고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당신은 정말 그가 나를 믿는다고 생각하나요?"
"그는 멍청하지 않소!"
주인 여자는 그를 노려보고는 말했다.
"그럼 그가 당신을 믿는다는 말이에요?"
육소봉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당신은 왜 그에게 가서 물어보지 않는 거요?"
그는 또 한숨을 쉬고는 가슴 위의 술을 마셔 버리고 중얼거렸다.
"청의루의 사람들이 그리 멍청하지 않으니, 지금쯤 여기 도착했을 거요.
당신은 빨리 가보시오!" 주인 여자의 눈에는 또다시 친절한 기색이 나타났
다.
"그들은 당신을 찾아내서 어쩌려는 거죠?"
"그것은 내가 그들에게 물어볼 일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내가 그들이 찾
아올 수 있게 하지 않지요!"
주정은 그의 큰 의자에 앉아서는 속으로 또 무슨 허튼 생각을 하는지 멍
하니 있었다.
주인 여자가 즐거워하며 두 손가락으로 작은 손수건을 집어 들고는 엉덩
이를 흔들며 걸어 들어왔다.
그의 눈앞 두 발자국까지 왔는데도, 주정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주인 여자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나 왔어요!"
"벌써 봤어!"
여자는 얼굴에 일부러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소봉과 그의 방안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더니, 지금 머리가 어지
러워요!" "알고 있어!"
여자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
"우리들은 술만 마셨지, 다른 짓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알고 있어!"
여자는 갑자기 소리를 꽥 질렀다.
"당신은 시시한 것만 알고 있어요!"
주정은 조용히 말했다.
"시시한 건 몰라!"
여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내가 다른 남자랑 그의 방에서 반나절이나 술을 마셨는데도 당신은 조금
도 질투를 하지 않네요. 이건 무슨 어리석은 생각이죠?" "나는 어리석지 않
기 때문에 질투하지 않는 것이오!" 여자가 손을 허리에 대고 쏘아붙였다.
"그가 그렇고 그런 남자이고, 난 이렇게 이런 여자예요. 작은 방에 같이
있었는데, 어떻게 정말로 거기서 술만 마시고 있었을까요?" 그녀는 쌀쌀맞
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당신은 그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성인(聖人) 인가요? 부
처님인 줄 알아요?" 주정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가 나쁜 놈이라는 걸 알아. 그러나 나는 그를 믿어!" 여자는 더더
욱 화가 치밀었다.
"당신이 질투하지 않는 것은 단지 그를 믿기 때문인가요? 나를 믿어 서가
아니라요?" "당연히 당신도 믿어서지!"
"그러나 당신은 그를 더 믿죠?"
"우리들은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는 걸 잊지 마!"
여자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신들은 그렇게 오랜 친구이면서, 왜 갑자기 원수처럼 지내는 거죠?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왜냐하면 그가 나쁜 놈이고, 나도 나쁜 놈이기 때문
이지!" 여자는 그를 바라보면서 키득키득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신들 두 나쁜 놈들이 하는 일을, 나는 하나도 모르겠어요. 갈수록 더
엉망이 돼가는 것 같아요." "나쁜 놈들이 하는 일이니까, 당신은 당연히 이
해 못하지, 당신은 나쁜 놈이 아니니까!" "당신이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이
것이었군요!"
주정은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당신은 아무리 해도 작은 나쁜 놈밖에는 안 돼. 아주 작은 나쁜 놈!"
육소봉은 여전히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있고, 그의 가슴에는 여전히 가
득 찬 술잔이 놓여 있다.
이 잔은 여자가 가고 나서 그가 다시 채워놓은 것이다. 술을 따르기 위해
일어서지도 않았다.
이 침대는 아주 부드럽고 편안해서, 지금 그를 침대 아래로 내려오게 할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했다.
그의 외투는 침대 머리맡 옷걸이에 걸려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불문하고 어디서든 그는 항상 이 외투를 입는다. 이 외
투를 보기만 하면 반드시 그가 주변에 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철면판관과 구혼수는 창을 통해서 이 외투를 보았다.
그들은 창문을 통해 침대머리로 가서, 침대에 누운 육소봉을 바라보았다.
육소봉은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었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 마치 숨도
쉬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철면판관이 날카롭게 물었다.
"당신이 육소봉인가?"
그러나 침대 위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구혼수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 사람 죽은 게 아닐까요?"
철면판관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이런 사람들은 오래 살기가 힘들지!" 육소봉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그들을 한 번 보고는, 다시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이상하군, 내가 방금 방 안에서 사람 같은 걸 봤는데!" 철면판관이 큰소
리로 말했다.
"여기 두 사람이 있다!"
"방 안으로 사람이 들어왔다면, 왜 내가 방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
을까?" 구혼수가 말했다.
"우리들이 문을 두드리지 않았기 때문이지."
육소봉은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을 한 번 바라보았다.
"당신들이 정말 사람이오?"
철면판관이 대답했다.
"사람이 아니면 귀신이냐?"
"믿을 수가 없군."
구혼수가 말했다.
"무엇을 믿지 못한다는 거지?"
"사람이라면, 방에 들어올 때 먼저 문을 두드려야 하는 법, 짐승들이나 창
문으로 들어오는 것이오." 구혼수의 얼굴색이 변하면서, 갑자기 그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그는 관내(關內)에서 갈고리를 쓰는 4대 고수일 뿐만 아니
라, 이 뱀가죽으로 만든 채찍에는 매우 깊은 내공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육
소봉이 손가락 두 개를 사용하여 늙은 거지가 빈대를 잡듯이 가볍게 단번에
채찍을 잡았다.
이것은 화만루가 그에게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그가 화만루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구혼수의 표정은 최일동의 칼날이 붙잡혔을 때와 마찬가지로 붉어졌다.
하얘졌다, 파래졌다 했다.
그가 힘을 다 써도 채찍을 육소봉의 손가락에서 빼낼 수가 없었다.
육소봉은 오히려 편안하게 누워 있었고, 가슴 위의 가득 찬 술잔에서는
한 방울의 술도 흘리지 않았다.
철면판관이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크게 웃으며 말했다.
"대단하오. 정말 대단한 무공이오. 육소봉의 명성이 거짓이 아니었군요."
구혼수도 갑자기 웃으며 손의 채찍을 놓고는 말했다.
"내가 이렇게 한 것은 당신이 정말 육소봉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려한 것이
었습니다!" 철면판관이 말했다.
"세상의 기풍이 날로 나빠지고, 사람들이 옛날 같지 않아, 강호에도 가짜
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육형은 우리들의 실례를 괴이하게 생각지
마십시오."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면서 말을 했다. 육소봉은 이미 잠이 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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