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석동으로 이사온 이래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슬픔이 이렇게 큰지 몰랐었다.
매일처럼 가슴의 통증으로 새벽에 깨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의 행복 같은 건 원래 없는 것이다.
한동안 새벽 통증과 함께 호흡곤란이 길어져서 이대로 떠나는가보다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만 숨을 쉬는 동안엔 가슴 안에 쌓이고 쌓인 이 슬픔과 한스러움만은 풀리지가 않는다...
그래,
과거는 어떤 것이든 과거 때문에 사람들은 힘들어하고 불행해진다.
과거를 버리지 않는 한 인간은 불행해진다.
또,
그가 누구였든지간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고 괴로워한다.
타인과 관계는 무엇이 되었든 괴로움의 원인이다.
지나온 시간과 알게 된 사람들,
다 덧없고 무의미한데 무얼 하고 무얼 하지 않는단 말인가?
얼마 전에 리아의 개인 세션을 마친 아무개가 한참 울었다.
그 분이 눈물을 훔치며 말하기를,
“오늘은 세션 에너지가 전에 비해 훨씬, 엄청 나게 맑고, 선명하게 잘 느껴졌어요.
마치 배고픈 어린 아이가 엄마의 젖을 쭉쭉 빨아들이는 것처럼
그 따뜻함과 사랑의 에너지가 너무나 선명하고 구체적인 질감을 가지고
온 몸 구석구석 세포 하나하나까지 흡수되는데...
너무 맑고, 진하고, 무한한 사랑과 치유, 회복의 힘을 나한테 주는 것 같았어요.
아, 리아님이 지금까지 실은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
깨달아지고 나니 더더욱 눈물이 납니다... ”
이 분은 세션 한 지는 꽤 되었지만 아주 바쁜데다 근무 시간도 들쭉날쭉하여
약속 시간이 변경되거나 무산되기 일쑤여서
어떤 때는 아예 그만 두기로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분이었다. 내가,
“그건 당신이 어찌됐든 세션이나 명상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입니다.
처음의 당신은 온몸에 이것저것 갑옷딱지를 둘둘 말은 것 같은 상태였는데
그것들이 점점 떨어져 나가면서 오늘 같은 일도 생기는 거죠.
계속하다 보면 더더 생각지도 못해본 또 다른 일이 일어날 겁니다.
아무튼 계속 와주셔서 감사해요.”
이러한 일은 어찌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모순이다.
마주 치기 싫은 고역이다.
한 편에서는 슬픔과 한맺힌 가슴으로 새벽에 신음을 하며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더니
또 다른 편에서는 무한한 사랑과 생명 에너지의 나눔이라니!
슬픔과 한스러움과 허망함 속으로 깊이 굴러 떨어질수록 더욱 깊고 명징한 사랑과 생명,
빛의 에너지가 나오는 것일까?
괴로움에 잠 못이루는 자들이여,
그렇다면 더욱 괴로움과 슬픔과 한스러움 속으로 들어가보라.
더더욱 잠을 못이루어 보라.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죽기 밖에 더하겠는가?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