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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게임=서형욱] 상하이(중국)= 아마도 축구 좀 본다하는 국내 팬들 가운데 아직도 중국 프로축구를 무시하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지난 수 년 간의 투자를 통해 중국 슈퍼리그는 자국 대표팀의 초라한 위상을 뛰어넘는 아시아 대표 리그 중 하나로 자리잡아가는 중이다.
중국 슈퍼리그를 대표하는 클럽 광저우 헝다 에버그란데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한다. 5년 연속 리그 우승, 그리고 그 사이 두 차례나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성적은,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업이라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톱' 광저우 헝다에 도전, '급부상' 상하이 SIPG
중국 리그의 무서움은 거액의 투자로 인한 성장세가 광저우 헝다 한 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클럽들이 거부(巨富)들의 투자를 받아 안정된 여건 속에 팀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중이다. 그 중 광저우의 대항마로 가장 주목받는 팀이 바로 상하이 상강이다.
2015시즌 중국 슈퍼리그에서 광저우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친 상하이 상강(이하 SIPG)은 아쉽게 승점 2점 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시즌 거의 절반에 걸쳐 광저우와 1~2위를 겨룬 SIPG는 2015시즌이 1부리그에 맞이하는 고작 세 번째 시즌인 (어떤 면에서는) 풋내기인 팀이다. 그런 SIPG가 지난 5년간 리그를 지배해 온 광저우 헝다의 위상을 위협하는 성과를 낸 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변화였다.
1부 리그 진입 첫 시즌(2013) 9위, 두번째 시즌 5위, 지난 시즌 2위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SIPG의 다음 목표는 우승이다. 그리고, 그 목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인다. SIPG의 사상 첫 본선 출전이 될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내친 김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플레이오프에 진출 중인 SIPG는, 본선에 오를 경우 수원 삼성과 한 조에 속한다.)
SIPG의 급부상이 계속될 것이라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두둑한 돈주머니다. 중국 축구계에서 SIPG 사실 낯선 팀이다. 상하이 선화, 상하이 선신에 이어 상하이 내에서도 세 번째 클럽쯤 되던 팀이 SIPG의 전신인 동야였다. 2005년 창단 이래 하위 리그를 전전하던 상하이 동야는, 중국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수젠바오가 설립한 작은 클럽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 조본 그룹이 3천만 위안(약 55억원)을 투자해 2부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1부 리그로 승격했고, 곧이어 2013년 현 소유주인 SIPG(Shanghai International Port Group, 상하이국제항만그룹[上港/상강])가 경영에 참여해 투자를 확대하면서 점점 빅 클럽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 말, SIPG가 팀을 완전히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다.
SIPG로의 변신, 그리고 도약의 시작
SIPG가 인수한 뒤 팀 이름은 상하이 상강(SIPG)로 변경되었고 팀은 새로운 감독 스벤 예란 에릭손과 함께 2015 시즌을 준비했다. 한때 '세계 최고 연봉'으로 주목을 끌었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다리오 콘카를 영입한 것은 상징적인 움직임으로 꼽힌다. 광저우 헝다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콘카이기 때문이다. 광저우를 떠나 브라질에서 1년 여를 보낸 콘카는 SIPG에 입단하며 중국 리그로 복귀했다. 이어, 1월 아시안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중앙수비수 김주영을 FC서울에서, 광저우 푸리에서 맹활약한 브라질 공격수 다비, 코트디부아르 청소년대표 출신의 젊은 윙어 쿠아시를 영입한 것도 팀 전력 강화에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SIPG의 위용을 떨친 계기는 가나 국가대표 공격수인 아사모아 기안을 영입한 것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잉글랜드를 거쳐 3년간 UAE의 알 아인에서 뛰며 겨기당 1골 이상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이던 기안은, SIPG가 선두 경쟁 중이던 2015년 여름 상하이에 합류해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팀의 준우승에 기여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시즌 SIPG의 예산은 8천만 달러, 한국돈 1천억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K리그 클래식 전체 구단 운영비의 절반이 넘는 액수로 추정될만큼 엄청난 금액이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게 된 2016 시즌에는 그 이상의 예산이 배정된 것으로 추측된다. SIPG의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유럽 언론들은 SIPG가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야야 투레(맨체스터 시티), 로빈 판 페르시(페네르바체) 등을 영입하려 한다는 보도를 내보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SIPG의 자금력이 이런 루머에 어색하지 않을만큼 막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 축구의 변화를 멀리서 관찰만하기에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최근 상하이로 건너가 변화의 중심에 선 상하이 SIPG 구단사무실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만난 SIPG의 수이궈양 단장은 차분한 어조로 SIPG 구단의 현재와 미래를 들려줬다. 상하이 축구협회에서 오랫동안 행정을 담당해온 수이 단장은 SIPG 구단의 비전을 세우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다. 다음은 수이 단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광저우 헝다, 존중하지만 따라잡아야 할 목표"
"루니, 판 페르시 영입설은 루머"
Q. 요즘 중국 프로축구의발전상이 놀랍다. 그 중에서도 상하이 SIPG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SIPG는 광저우 헝다의 리그 독주 체제를 위협할 가장 강력한 상대로 꼽힌다. 이러한 인식에 공감하나?
수이 단장 | 광저우 헝다는 슈퍼리그를 5년 연속 제패한 팀이다. 그러한 성과에 대한 존중심(respect)을 갖고 있다. 우리가 모든 면에서 따라잡아야 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Q. 도시는 다르지만, 두 클럽의 규모가 압도적이라 이런 흐름이라면 중국판 '엘 클라시코' 같은 라이벌 형성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
수이 단장 | 두 도시는 경제적으로도 라이벌 관계다. 축구적으로 그런 관계로 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리그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두 팀은 구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광저우 헝다의 경우, 팀 성적은 좋지만 (자국 선수들도) 다른 도시에서 데려온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우리(SIPG)는 상하이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자국 선수들이 구성되어 있다.
Q. 이를테면, 광저우 헝다는 레알 마드리드, 상하이 SIPG는 바르셀로나 같은 구분이 가능하다는 뜻인가?
수이 단장 | (웃음) 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상하이 출신 선수들을 우리가 직접 키워 데뷔시키는 쪽에 더 관심을 둘 예정이다. (상하이 SIPG는 모태가 된 수젠바오 축구클럽을 통해 다른 중국 클럽들에 비해 앞선 유스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Q.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참가하게 됐다. 경기 수도 늘어나고 신경 쓸 것이 많을 것 같다.
수이 단장 | 일단, 플레이오프 통과에 집중하고 있다. (2월에 열리는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야 조별리그에 진출한다.) 더 큰 목표는 그 뒤에 말해야 할 것 같다.
Q. 한국에서도 상하이 SIPG의 성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K리그는 투자가 크게 줄어 시장이 위축된 느낌이다. 그래서 투자가 상대적으로 활발한 중국 리그의 움직임이 K리그에 신선한 자극이 되길 기대하는 시선이 있다. SIPG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진출하면 수원 삼성과 맞붙는데 그 시합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수이 단장 | 챔피언스리그 첫 시즌이라 여러모로 조심스럽다. (무작정 영입하는 것보다는) 선수 육성과 발굴에 힘쓰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게 목표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경험을 쌓는 데에 더 의미를 두려 한다.
Q. 최근 외신에서 루니와 판 페르시 같은 선수들을 영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화제였다. 사실인가?
수이 단장 | 우리 구단이 우선하는 정책은 중국 선수들의 성장을 독려하는 것이다.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이 합류해 자국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배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 외국 선수들과 관련해서는 그런 면을 많이 감안한다. 우리 팀에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이적설 루머에 관해 답하자면, 아직 아무런 접촉도 없었다.
Q. 한국에서 영입한 김주영의 첫 시즌은 어떻게 평가하나? 새로운 한국 선수의 영입 가능성은?
수이 단장 | 센터백으로 뛰면서 매우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앞으로도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 외국인 선수는 1명만 쓸 생각이다.
Q. 지금 중국 축구 시장은 매우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5년 뒤, 10년 뒤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을까?
수이 단장 | 지금은 중국 축구 역사에서 여러모로 황금 같은 기회(golden opportunity)의 시기다. 언제까지 계속될 지 장담할 수 없지만 가능한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FIFA랭킹을 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국의 FIFA랭킹(84위)은 너무 낮다.
Q. 그렇다면, 상하이 SIPG의 미래는 어떨까?
수이 단장 | 이제 첫 해가 지났을 뿐이다. 목표는 길게 잡고 간다. 유스 시스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성적 역시 꾸준히 유지해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슈퍼클럽으로 인정받는 팀이 되고자 한다.
기사제공 서형욱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