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해 까지만 해도 우리 가정은 그런데로
어려워서 죽을 먹어야
할 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탄광에 다니시던 아버지께서 갱사고를 당하시면서
자리에 누우셨고,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농사만으로
열 식구가 넘는 식구들을 부양하려니 당연 살림은 어려웠고
아이를 보아주던 할아버지는 남의 품일을, 할머니는 성냥을 머리에 이고
이 마을 저 마을로 행상을,
그리고 어머니는 아침부터 밤까지 들에서 일을 하셔야만 했다.
사촌 동생까지 와있는 우리집에 아이들은 바글거리고....
5학년이 되고 농사일 누에치는 일이 바빠지면서
나는 자연스레 동생들을 돌보느라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5학년 한해동안 학교에 간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나는 늘 학교에 가고 싶어 동생들을 끌고 학교가 보이는
높은 동산에 올라가서 저 멀리 손톱만하게 보이는 학교를 내려다 보고
눈물을 흘렸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내색을 하면 엄마는 또 얼마나 가슴아프시겠는가.
그리고 나는 학교를 포기 하였었다.
<고향집과 동생들>
그런데 6학년이 되면서 담임 선생님이 새로 바뀌시고
가정 방문을 오시었다.
키가 자그마시고 얼굴이 약간 얽으신 선생님은 나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설득하셨다.
그러나 아직 기저귀를 한 동생을 돌 볼 사람이 없어서 대책을 세울 수 가 없었다.
그 때 선생님께서
아이를 업고 학교에 보내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함께 보아 주시겠다는 약속을 하시며...
다음날부터 막내 동생을 등에 업고
머리에는 책보를 이고. 손에는 기저귀 가방과 점심 도시락을 들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였다.
학교도 가까운 게 아니라 10리가 넘는 길이었지만 학교를 갈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내 발걸음은 하늘을 날았다.
그러나 막상 학교에 가긴 갔지만 아장 아장 걷기 시작한 동생은
공부시간에 여기 저기 내 친구들의 책상 밑으로 기어다니고,
점심 시간이 되면 나는 장아찌 반찬에 강냉이 밥을 싸서 다녔는데
"쌀 밥 싸알 밥...."하며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또 수업시간에 기저귀에 똥을 싸서 냄새를 피우고,
점점 친구들의 눈총을 견디기 어려워졌다.
남자 친구들은 나에게 '똥싸배기 댁'이라고 별명을 부쳐 주었다.
"야 똥싸배기 댁 제 또 똥 쌌나보다."
하고 늘 놀려 먹었지만 그것 보다는 점심 시간이 되면 맛있는 반찬을 먹고 싶어하는
동생 때문에 아이를 업고 혼자 교실뒤에 가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은 도시락하나를 들고 나를 찾아오셨다.
"내일 부터는 아이 업고 힘들게 도시락 싸지 말고 그냥와 "
하시며 건네 준 도시락에는 하얀 쌀밥에 아이가 그렇게 먹고 싶어하는 소세지 반찬이 들어
있었다.
그날부터 선생님께서 건내주신 도시락으로 나는 친구들과 같이 점심을 먹을 수가 있었다.
물론 선생님은 아이들 몰래 내 책상속에 도시락을 넣어 놓으셨고.
어느날은 아이가 몸이 아픈지 자꾸 칭얼 대어서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그 날 따라 공책 필기가 많았던 날이어서
필기를 할 수 가 없자 선생님께서는 내 동생을 등에 업고
칠판 필기를 계속 하셨다. 그러자 아이는 그 등이 넓고 편했는지
새근 새근 잠이 들었다.
<가운데 제일 작은아이가 나다. >
30년 전 그 선생님은 아직도 교직에 계시다.
홍천에 있는 시골 초등학교에 계시는데
작년 가을 남편과 선생님을 찾아 뵈었을 때의 모습이다.
지금은 교장연수 중이시라 올해는 찾아 뵙지 못 하였다.
똥싸베기 동생은 지금 수원에서 공무원으로 살고 있고
두 아들을 둔 가장이다.
첫댓글 빛바랜 사진들과 글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
빛바랜 사진들은 그 것 만으로도 감동이 되더군요 제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것도 계수나무님 반갑습니다. 오늘 야영하러 해발 1300고지에 가는데 달밤에 계수나무를 꼭 볼 수 있기를요
그렇지님의 글을 읽으며 저도 잠시 아련한 추억속으로 빠져들게 되네요. 저는 장날마다 언니랑 번갈아 학교를 빠졌던 일이 있었거든요. 엄마가 장에 가시면 어린 막내 때문에... 우리 막내도 지금은 두 아이를 둔 어엿한 가장이 되었고 제일 효자랍니다.ㅎㅎㅎ
밥줘 -닉네임이 참 특이 하시네요 누가 맨날 밥줘 하나봐요 우리 사촌형부 별명이 밥줘인데 ㅎㅎ 밥줘님도 저랑 같은세대 이신가 봅니다.
님의 이야기 듣고...우리답사팀은(분주령) 많은 감동과.. 우리들 마음속에 들어있는 풍금소리도 함께 들었답니다.지금은 옛날이야기처럼 담담하게 말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군요.. 앞으로는 행복만이 기다릴 것 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훌륭하신 선생님을 만나셨군요. 사랑하는 식구들과 더욱 행복하십시요...
이글을 읽고 어떤분이 내마음의 풍금이라는 영화를 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보았는데 정말 제 어린시절을 보는 듯 했답니다. 그 때는 다들 그렇게 살았나봐요
그렇지님...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요새 열심히 읽고 많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답사때 한번 뵙고 싶군요 .... 조그만 선물 드립니다..우수회원 등업꽝...!!
우와 ~영광입니다. 우수회원 더욱 열심히 해야지요 그런데 저 콩농사 다 지을 때 까지만 봐주세요 열심히 못하더라도
동네 분의 옥수수를 팔아주시는 자연과 벗 삼은 그렇지님! 어릴때의 받은 선생님의 사랑으로 주위에 그렇게 사랑을 뿌리시나 봅니다.. 사랑이 흘러흘러 여기 서울까지 전해져옵니다....
토끼여행님 과찬 감사합니다. 늘 감사하면서 살고 부족해서 아쉬워 하면서 삽니다 모놀가족을 만나게 되어서 참 기쁘네요
님의 진솔한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 선생님! 늘 건강하세요...모놀에 오면 행복할 수 밖에 없다니까요~ 그렇지님, 행복바이러스 퍼뜨려 주셔서 감사^.~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이 전해지는 따뜻한 사랑이 있는 모놀인것 같습니다.
저 황둔찐빵 무지 좋아한답니다..그곳에 사시는 군요. 늘 행복하게 사십시요.
황둔찐빵을 아시네요 아시는 분 만나면 무척 반갑더라구요 황둔 오시면 찐빵 쏘면 되네요 그쵸
아이고~~ 행복해라~~
저도 모놀과 정수를 알게 되서 정말 행복합니다 님들이 너무 많아서 헷갈리는 중이에요 곧 알게 되겠지요 저도
음.........감동적입니다요~!! 정말... 정말.. 지금도;; 저런, 선생님이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여~~^^;
그 선생님은 아직도 교직에 계시니 행복하지요 지난번에는 교육장 표창도 받으셧다니 아직도 그 마음으로 사시나 봅니다
분주령답사때 인덕원참새님이 말씀하시던 그분아니신가요? ...그때 정말 가심이 찡했는데...
엘리사벳님 반갑습니다 저도 참새님께 말씀 들은 적 있어요
그렇지님....진짜 훌륭한 선생님을 두셨군요.....옛 이야기 감동적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교직에 계실 겁니다.
좋은 선생님과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님 모두 멋지십니다.
마음이 참 훈훈하게 하는 빛바랜 사진을 보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훌륭한 스승을 두셨으니 얼마나 좋으세요.....정말 글씨 하나 하나 잘 씹고 되새기면서 기분좋게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지님~ 아픈 기억이 좋은 추억거리를.... 훌륭하신 은사님~ 그제자 그렇지님 찾아뵙고 사진 찍으신 모습이 넘 부럽습니다 행복하시길~~~
힘들었지만 애틋한 정이 남아있는 우리네 언니들의 인생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행복하게 살 수 있는것 같네요.몇남매씩 두고 언니들이 업어 키우고 가르치고 그맘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님 덕에 옛생각에 잠겨보네요.
그렇지님 ... 저도 동생 업어 키운 것 원(?) 없이 업었지요. 그 모습 보고 동네 아줌마 "아기가 아기를 업었네..." 이제는 옛 이야기 처럼 잔잔히 들려 줄 수 있으며 그리움이네요. 콩 농사 잘 되고 있지요?
동생업고, 도시락들고 학교가는 모습 ... 그런 열정으로 지금도 살고 계시죠? 사진의 모습이 너무 예쁩니다. 좋은스승 한 분만 계셔도 인생이 행복하다고 하잖아요. 님은 복 많은 분이십니다. 내내 행복한 날만 이어졌으면...
소설같은 이야기네요...혹시 내 마음의 풍금의 스토리 제공자가 그렇지님 아닐까?...ㅎㅎ..나초등학교때 선생님도 그랬었지요..산골사는 아이네 집까지 중절모 쓰시고 찾아가시고..학생이나 선생님이나 그땐 참 순수 했었지요..중절모 쓰시고 찍은 사진, 암만 찾아도 안 보이네요..선생님집에 갔다가 훔쳐 왔는데..ㅋㅋ
옛날 이야기 하며 산다는말이 지금에 그모습이시네요, 늘행복하세요,
저희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겠습니다. 존경스럽습니다. 모두들
감동입니다. 님의 마음속에 늘 자리해 계시는 선생님과 함께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산 좋고 물 맑은 강원도 선생님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