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미국인터넷 신문에 실린 미담 한 자락입니다.
젊은 랍비 부부가 중고책상을 샀는데 사이즈가 좀 커서 윗판을 줄이려고 떼어냈답니다.
그랬더니 책상 속 바닥에 조그만 백이 하나 보이는 겁니다.
꺼내 열어보니 백달러묶음 열뭉치 총액 구만수천불이 들어있었습니다.
랍비는 책상의 전주인(투시?)에게 연락을 했고 투시가 그 책상을 직접 조립한 사실을 확인했고 백속의 돈을 알려주었죠.
그 돈은 투시가 유산으로 받은 돈이었는데 책상 설합에 넣어둔 후 백이 설합뒤로 넘어가 구석에 숨은 줄도 모르고 다른 곳에 있겠거니 하고 책상을 처분했던 겁니다.
돈은 투시에게 반환되었고 투시는 사례금을 감사의 말씀과 함께 랍비부부에게 주었답니다.
읽고 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만원권 스무 묶음이 책상속에서 발견되면 어찌할 건가?'
그야 물론 백은 수거함에 버리고 내용물은 "찾은 자가 임자!"라고 꿀꺽 삼켜버릴겁니다.
다음 혹시 위조지폐가 아닌지 세심하게 조사한 후 내 통장에 입금하겠지요.
그러나 돈을 발견했을 때 아내가 옆에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습니다.
나보다 도의심이 강한 아내는 돈의 반환을 주장할 터이고 나도 양심없는 남편으로 낙인찍히지 않고 체면을 지키기 위해 일억원의 손해(?)를 감수할 겁니다.
그러니 나의 정직함의 한계는 이 정도에 불과한 것입니다.
공상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이번 공상은 씁쓸하군요.
어제는 일본의 시마자끼 도오송이 1906년 발표한 "파계"를 읽었습니다.
주인공 세가와 우시마쯔는 천민출신으로 "출신을 숨겨라!"라는 부친의 계율을 지키며 교원생활을 합니다.
그는 천민에 대한 차별대우를 목도하며 울분을 느끼나 그의 저항은 백장출신의 사상가인 이노꼬 렌따로오의 저서들을 사서 읽으며 이노꼬씨를 존경하는 정도의 소극적 저항에 그치고 자신의 출신이 발각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젖어 삽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세가와가 백장출신이라는 소문이 좁은 이이야마 읍내에 퍼지고 교장은 세가와의 정직을 장학관과 모의합니다.
때마침 이이야마 대의사 선거유세가 시작되고 이노꼬씨는 다까야나기라는 후보자가 돈을 바라고 천민출신 대부호의 딸과 결혼하고는 도꾜 명문가에 장가들었다고 떠드는 행태를 천민자존심에 대한 모욕이라고 위선을 비난하는 연설을 한 후 피살됩니다.
세가와는 이노꼬씨의 죽음에서 깨달음을 얻어 부친의 유훈을 깨뜨리고 천민출신임을 밝힙니다.
그는 학생들앞에 무릅꿀고 감히 천민이 선생이 되어 가르친 죄를 용서해 달라고 사죄합니다.
세가와가 사직원을 내자 학생들은 선생님이 천민이면 어떠냐 라고 하며 계속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오늘 새벽 나의 허황된 꿈속입니다.
호화스런 고교동창생 모임에 내가 있는데 문제는 내가 아끼던 로렉스 시계와 백금에 3부다이아몬드가 박힌 결혼반지를 그 곳에서 잃어 버린 것입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는데 누군가 이게 아니냐고 누런 로렉스 금시계를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그 금시계에는 고등고시에 붙어 현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친구 모군의 이니셜이 새겨저 있었습니다.
나는 맞다고 대답하고 그 시계를 받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같이 있었다면서 큰 금강석이 끼어진 반지, 금팔찌와 목걸이까지 주는 것이었습니다.
옆의 어떤 부부가 다가오더니 평소 존경해 왔다고 말하면서 옥팔찌를 주기에, 이건 굉장히 좋은 옥이군요 라고 답했더니, 부부는 진가를 알아봐 주셔서 고맙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는데 어떤 동창이 여기 시계와 반지가 있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의 스테인레스 스틸 로렉스시계와 결혼반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주위의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나는 나의 잘못을 고백했습니다.
이 시계와 반지가 제가 잃어버렸던 것이라고, 저는 유실물횡령죄를 범했으니 원하신다면 저를 고발하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꿈은 깨어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던 것이 그 형태를 바꾸어 나타나는 것이라는 설이 맞는가 봅니다.
남이 잃어버린 돈을 횡령한다는 생각과 여러 사람앞에 자백하는 책의 내용이 합쳐져서 이런 꿈이 꾸어지게 되었겠죠?
새벽 네시, 차가운 방안에서 곰곰 꿈을 새겨보니 내 양심의 혼탁함이 서글펐습니다.
수 십년간 읽은 책들이 수 백권을 넘을 터인데 그것들이 나에게 끼친 좋은 영향과 감화가 겨우 이 정도인가 ?
나의 정직은 결국 법에 의한 처벌과 사회에 대한 체면에 의해 규율되고 유지되는 피상적인 정직에 불과한 것만 같았습니다.
홀로 있어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스스로 삼가한다는 愼獨의 어려움, 언제나 이런 경지에 다다를지.
사실 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쇠도끼를 잃어버린 나뭇꾼같은 깨끗하고 소박한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그 마음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저 천지신명께 나의 마음을 황금이나 금강석에도 흔들리지 않게 무쇠처럼 바위처럼 굳게 해주십사 기도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갔습니다.
평소 기상시각인 아홉시까진 다섯시간이나 남았으니까요. (끝)
첫댓글 꿈을 꾼다는 건 두뇌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증거고, 개꿈꾸고 윤리적 갈등에 빠져 도덕재무장하려는 걸 보니 공의 여생이 창창하다는 걸 자랑하는 것같네. 띠 하나 차이가 이런 차이를 두다니....
나도 요런 생각도 할 줄 안다는 것을 과시하려고 했더니 참! 뭐 뜰브시요?
@normun 술병나서 술먹자는 말도 못하겠고, 하여튼 떨브요
@normun 정체를 밝혀라! 허튼놈이냐? 꿈꾸는 놈이냐? 순식간에 조회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니 허튼꿈 꾸는 놈들이 무지 많은 모양이다...............
@amadeus 맞습니다. 그것보다 NM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 음모의 냄새가 짙습니다. 하루 빨리 특검을 실시해야 하겠습니다.
@자유인 채권자의 술병을 핑게로 채무자들이 상환을 한달 이상 끌면, 술빚에 이자( 안주 한접시 추가)를 붙여 받기로 합시다.
學而時習이나, 頓悟漸修란 말이 같은 야그이리라고 소생도 평소에 강변해 오고 있습니다.
안다고 그대로 실천이 된다면 聖人. 부처가 이미 된 사람이고, 실패하고 넘어지면서도 그 길을 가려는 의지가 있으면 선비요. 보살이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