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의 중립외교(?)의 프로토 타입(고려 ver) 4

[배달민족]

고려에 금나라의 사신이 온 것은 지난번 1119년 천리장성 보수건으로 접촉한 이후 7년 뒤 1126년의 일이었습니다.

이때 고려의 왕은 인종.

금나라의 사신이 온것은 인종4년의 일인데, 하필이면 이때 왕이 외조부이자 장인(;;)이었던 이자겸을 치려다가 이자겸의 당여였던 척준경(예 그 소드마스터 척준경입니다)에게 역공을 당해, 이자겸의 집으로 끌려와 있던 처지였습니다(이자겸의 난이라 부르죠).

사신이 이자겸의 난이 일어난지 한 달 뒤에 오는데, 이번에는 아예 군신관계를 맺자고 요구를 하는 고압적인 국서를 가지고 옵니다. 그러자 이 일에 대한 가부를 논의 했는데 모두 반대했지만 이자겸과 척준경만 찬성하자고 하였고, 왕은 당연히(?) 이자겸의 요구를 수용합니다.

모든 관리들을 소집해 금나라를 상국으로 대우하는 일의 가부를 의논하게 하자 모두 불가하다고 했으나 이자겸과 척준경만이 찬성하고 나섰다.

“금나라가 과거 소국(小國)일 때, 요나라와 우리나라를 섬겼습니다. 그러나 지금 금나라는 급격히 세력을 떨쳐 요나라와 송나라를 멸망시켰으며,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군세 또한 막강해 나날이 강대국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와는 국경이 맞물려 있으니 형편상 상국으로 대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은 선왕대부터 전해온 외교원칙이니 사신을 보내어 먼저 예를 차리는 것이 옳습니다.”

왕이 그 말을 따랐다.

이자겸이 왜 굳이 이렇게 하였을까?

어쨌든 전쟁을 하지는 않았으니 다행한 일이기는 한데, 일각에서는 자신의 정권안정을 위한 매국적인 행위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1125년에 요나라가 멸망한 사실이 이미 고려에 전해진 상태였고, 송나라도 이때 쯤되면 거의 망할 각이었습니다.

이자겸이 1122년 경부터 자신의 사람들을 통해 개인적으로 송나라에 표문을 올리기도 하였던 것을 보면, 당시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어느정도 파악하기는 하였을 것입니다 

이자겸이 개인적으로 자기 부(府)의 주부(注簿) 소세청(蘇世淸)을 송나라로 보내 표문을 올리고 토산물을 바치며 스스로를 지군국사(知軍國事)라 칭했다.

고려사 이자겸 열전.

결국에는 4월에 금나라에 칭신하는 사신을 파견하고 금나라에서도 회답을 함으로서, 군신관계가 성립이 됩니다.

한편 당해 7월에 송나라로 부터도 사신이 도착합니다. 그런데 사신이 전하는 내용은 요나라가 1114년 여진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와 마찬가지의 내용으로 "힘을 합쳐 금을 치자" 였습니다.

(상략) 금나라인들이 무도하게도 곽약사(郭藥師)의 배반을 틈타 연산(燕山)을 함락시키고 변경을 소란하게 만들다가 결국 우리 도읍 부근까지 침략해 왔다. 짐이 즉위한 초기에 이런 경천동지할 일을 당하는 바람에 그대 고려국왕에게 미리 통보하지 못했다  (중략)  이제는 천하의 군사를 동원해 추악한 오랑캐들의 죄를 묻고자 하니 고려국왕은 군대를 지휘해 우리 군대와 협력해 적에게 천벌을 내리도록 하라.
천자에게 죄를 지은 자를 정벌해 우리 조정에 포로로 바침으로써 중국이 고려에 여러 대 동안 베푼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큰 충성에 해당된다. 또한 포악무도한 자들을 토벌해 난리를 평정시킴으로써 오랑캐 땅 너머에까지 위세를 떨치는 것은 큰 의리에 해당된다. 또한 적도의 소굴을 뒤엎어 국토를 확장함으로써 교만하고 무례한 오랑캐에게 보복을 가하는 것은 큰 위엄에 해당된다. 군사를 일으키기만 하면 세 가지 이로움을 다 얻을 수 있으리니, 왕은 무엇이 거리끼기에 선뜻 나서지 않는가? 짐은 왕에게 높은 벼슬과 후한 선물을 아낌없이 내릴 것이니 잘 생각해보도록 하라.

인종4년 1126년 7월

 이때 송나라의 황제는 흠종으로 고려사에 도군태상황제(道君太上皇帝)로 기록되어있는 휘종의 아들이었죠. 이미 이때 쯤 되면 금나라의 군대가 개봉 근처까지 와있던 시점이었습니다. 송으로서는 고려가 금을 공격해서 금의 주의를 분산시키자는 계산이었겠죠.

 하지만 그대로 고분고분 따를 고려가 아니었죠. 물론 금나라와의 군신관계를 주도했던 이자겸도 숙청당했지만(5월에 영광으로 귀양갑니다. 그때 영광굴비를 진상하여 영광굴비가 유명해졌다는 전설이....), 어쨌든 이미 금나라와의 군신관계를 맺은 뒤였고, 또한 고려로서도 명분상으로 송나라를 섬기고는 있었지만 굳이 남의 전쟁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습니다.(참고로 요나라가 있을때도 송나라와 요나라를 명분상으로 섬기고 있었고, 금나라가 성립된 이후에도 송과 금을 둘다 명분상으로 섬기는 모습을 취합니다). 

 그래서 '우린 가난하고 군사도 없어서 전쟁 못해요' 라는 죽는 소리만 회답으로 보냅니다.

 (상략) 저희나라는 대대로 후한 은덕을 입었기에, 충성을 다해 상국에 보답하려는 뜻을 늘 지녀 왔으니, 어찌 황제의 명령을 충실히 지키려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갑작스런 조서를 받들고 보니 흐르는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으며 분부에 따라 군대를 동원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다만 저희나라는 본래 강성한 나라가 아닐 뿐더러, 최근 온갖 천재지변을 겪는 통에 국가 재정이 소진되어 버렸으니 군량의 비축과 무기의 정비가 완료된 후라야 군사를 가동시킬 수 있으며 졸지에 일을 계획하기가 난감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적의 군세가 매우 강성하기 때문에 경솔히 맞붙어서는 안 될 것이며, 오랑캐의 땅이 험준하니 깊이 진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황제의 분부가 이왕 내린 마당에 도리상 회피할 수가 없으니 상국의 군사가 적을 제압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적으나마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저의 간곡한 성의를 밝으신 눈으로 살펴주실 것을 바랄 뿐입니다.

인종4년(1126) 7월 고려사

 고려의 이러한 행보는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 요나라가 있을 때도 송나라가 고려를 통하여 요나라를 견제하려 했지만, 고려로서는 딱히 송나라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두나라의 중간에서 실리만을 취하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래서 송나라의 관리였던 소식(우리에게는 시인 소동파로 더 유명하죠)이 고려 금수론, 고려 해악론을 들먹이기도 하죠.   

 어쨌든 송나라의 요구도 묵살(?)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금나라에서 또 사신이 옵니다. 근데 이번에는 지난번에 그냥 내주었던 포주성과 내원성과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몇 년동안 가만히 있더니 이제는 포주성과 내원성으로 도망친 백성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이제 쿨타임이 찼으니 영토분쟁이 시작 된다는 뜻이었죠. 

[여진족]

두근두근 하네요.ㅋㄲ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