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대선과 총선이 한 해에 치러지는 '정치의 해'다. 증시는 정치테마주 홍수다.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로 엮이고, '대박'을 좇는 수조원의 투자자금이 몰린다.
테마주라는 이름에 가려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의 실제 모습을 집중 분석한다.
[[정치테마주 집중분석④ '문재인株' 피에스엠씨]사실과 다른 소문..투자자 피해 우려]
반도체 부품업체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가 '문재인' 관련주로 부상해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첫 상한가를 기록한 후 나흘 연속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74% 상승했다. 500~600원대에 머물던 주가도 1000원을 훌쩍 넘겼다.
정작 피에스엠씨는 최근 주가 급등이 불편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급등의 원인인 문재인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아무런 관계가 없고, 계속된 적자로 관리 종목에 포함될 처지에 놓인 상태에서 자칫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피에스엠씨 관계자는 "시장에서 유포되고 있는 문 이사장과의 관계설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
◇"문재인 이사장과 만난 적도 없어"= 피에스엠씨가 문재인 관련주로 꼽히는 이유는 과거 문 이사장이 로펌(법무법인 부산)에서 일하던 시절 고객이었다는 소문 때문이다. 여기에 당시 최대 주주였던 풍산그룹의 류 진 회장과 문 이사장의 친분이 두텁다는 소문이 더해지면서단숨에 문재인 관련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피에스엠씨는 이 소문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우선 법무법인 부산의 고객이었다는 점이 잘못이라는 것. 피에스엠씨 관계자는 "어디서 이런 소문이 흘러나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피에스엠씨는 문 이사장이 소속된 로펌에 일을 맡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류 회장과의 친분 역시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더구나 풍산그룹이 2010년 회사를 매각하면서 최대 주주가 변경돼 류 회장과 연관지어 문재인 관련주로 분류하는 게 불순한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풍산그룹은 2010년 12월 29일 피에스엠씨의 전신인 풍산마이크로텍의 지분 57.2%(1994만5260주)를 휴대전화 키패드 제조업체인 하이디스 등에 24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후 하이디스는 풍산마이크로텍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했다 이를 변재하지 못해 에프엔티 등으로 재매각 됐다. 현재 피에스엠씨의 최대주주는 에프엔티로 지분 6.98%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지분은 매각 과정에서 분산되면서 출처가 불분명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류 회장과 문 이사장이 친분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다"며 "친분이 있다 하더라도 풍산그룹과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 테마주로 주목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 피에스엠씨가 최근 주가 급등에 불편해 하는 이유에는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있다.
한국거래소가 2008년 마련한 '상장·퇴출 제도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상장 기업 중 영업손실이 4년 연속 발생하는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5년 연속이면 상장폐지하도록 돼 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한 기업은 올해 처음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피에스엠씨는 반도체 재료인 리드프레임(반도체의 전기도선 역할과 반도체를 지지해 주는 버팀대 역할을 하는 반도체 구조재료)을 주력 생산하는 곳으로, 매출의 70%이상을 수출을 통해 올리고 있다. 한때 세계 10위권 규모의 리드프레임 생산업체로 발 돋음 하기도 했지만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해 수출이 급감한데 이어 원재료 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경영난에 처해 있다.
피에스엠씨는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이며, 2011사업연도 역시 3분기까지 41억4200만원의 영업순손실을 보여 연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개정된 거래소 규정에 따라 올해 관리종목 지정이 유력시되고 있다.
피에스엠시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회사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다, 지난해 역시 영업손실이 예상되면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정치 테마주로 분류돼 연일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으니 자칫 주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정치 테마주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피에스엠씨는 올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을 집중 판매해 실적을 개선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전체 직원 250여 명 중 58명을 감축했다. 이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판관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며 "뿐만 아니라 현재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리드프레임 제품군 외에 컨텍핀, 프리몰드 등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을 늘려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