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님께서 주신글]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 왔습니다.
이산하 시인의 수필에서
어린 아이의 죽음 (問喪)
어느 날 지인의 장례식장에 문상을 마치고 나오다가 다른 방 빈소에 유치원생 같은 어린 아이의 영정사진을 보았다.
젊은 부부가 상복을 입고 적막하게 앉아 있었는데. 조문객이 아무도 없어 쓸쓸했다.
어떤 분이 조용히 들어가 아이의 영정에 분향하고 절을 한 뒤에 상주인 부모에게 말했다.
“지나다가 아이의 영정을 보았습니다.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명복이라도 빌어주려고 들어왔습니다.”
동조삭발(削髮)
아내가 긴 머리카락을 갑자기 싹둑 잘라버렸다.
친구가 항암치료 때문에 삭발했는데, 창피해서 외출을 못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자.
예야! 사람들은 머리 깎은 사람을. 한 사람만 쳐다보지 두 사람은 안 쳐다보는 법이다. 창피할 것 없다.
아내도 친구처럼 빡빡 깎아버리고, 시장이든 백화점이든 늘 함께 다닌다.
아내가 비구니가 되는 줄 알고 좌불안석하던 남편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시혜(施惠)
골목에서 남루한 행색을 한 할아버지를 보고 돈을 꺼내려다가 멈칫했다.
불쑥 내미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해서 잠시 고민하다가
"할아버지! 누가 흘리고 간 모양인데 나는 괜찬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그냥 가지세요."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워 할아버지에게 드렸다.
마치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한 장면처럼, 세 사람의 따뜻한 선행 때문에, 12월 한파도 그리 춥지 않게 넘길 것이다.
춘화현상 (春化現象) vernalization
아파트 베란다의 동백나무는 매년 꽃망울만 맺었다가 피지 않고 떨어져 버립니다.
영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밖의 겨울추위를 유리창으로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른 봄에 피는 개나리는 혹한을 거치지 않으면 꽃이 피지 않습니다. 꽃과 열매가 맺히는 봄은 추운 겨울을 지나야 맞이할 수 있습니다.
튤립, 히아신스, 백합, 라일락, 철쭉, 진달래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비싼 철쭉을 꽃이 피지 않은 채로 또 한해를 보낼 것입니까?
가을에 심어 겨울의 눈보라를 견디는 씨앗을, 봄에 그냥 심으면 꽃이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습니다.
가을보리 어린 새싹은 겨울의 혹한을 버텨야 열매를 맺습니다. 가을에 뿌려 수확할 수 있는 보리를 봄에 파종하면 줄기만 무성하게 자랄 뿐입니다. 열매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을에 수확하는 감자는 없습니다.
노숙자는 감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또한 아토피도 없습니다.
삶의 여정도 힘든 순간들을 하나 둘 극복하면, 생명력이 강해지고 아름다워집니다. 우리도 지금 처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합니다.
풍찬노숙(風餐露宿)은 자연의 지엄한 가르침입니다.
화이능실 (花而能實)
.
대관령 아흔아홉 고비에 올라
시원한 바람 쐬어 본 적 있느냐.
절박할수록
치열할수록
간절할수록
고통을 맛보아야 때맞춰 꽃이 피고
꽃은 실한 열매를 맺는다.
혹한을 견디고 온 노숙처럼
,
첫댓글 가을보리 어린 새싹은 겨울의 혹한을 버텨야 열매를 맺습니다. 가을에 뿌려 수확할 수 있는 보리를 봄에 파종하면 줄기만 무성하게 자랄 뿐입니다. 열매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을에 수확하는 감자는 없습니다.
노숙자는 감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또한 아토피도 없습니다.
삶의 여정도 힘든 순간들을 하나 둘 극복하면, 생명력이 강해지고 아름다워집니다. 우리도 지금 처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합니다.
풍찬노숙(風餐露宿)은 자연의 지엄한 가르침입니다.
화이능실 (花而能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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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아흔아홉 고비에 올라
시원한 바람 쐬어 본 적 있느냐.
절박할수록
치열할수록
간절할수록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