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h'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베트남 젊은이들의 현실을 어느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6~70년대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사정과 너무나 비슷하다.
아니, 좋아졌다고는 해도... 80년대까지도 우리네 현실이 이와 같지 않았던가...
어찌보면, 80년대 우리는 더 미칠 것 같은 답답함과 억눌림 속에 갇혀 지냈던 것 같다.
이들이야 경제적 여건이 안되는 것이지만, 당시 우리는 국가 정책적으로 막혀있었다.
'Tanh'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Tanh'의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10시가 가까워져 오자,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그래 베트남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유교사상이 뿌리내려져 있는 나라이다.
'Tanh'은 그런 아버님의 제재에서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일 것 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Blue Water'를 나왔을때, 빗줄기는 약해져서 곧 그칠것 같았다.
오토바이를 호텔에 세워놓고 나왔기에 'Tanh'과 나는 호텔까지 걸었다.
그녀는 나에게 내일은 뭘 할거냐고, 묻는다. 난 잠시 생각을 했다.
내일은 '달랏'을 떠나서 '호치민'으로 돌아가려고 마음 먹었었다.
그런데 비가 그치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이곳 까지 와서 '달랏'의 산과 밀림을 못보는 건...
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그렇다. 지금 어찌 될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에 눈을 떳을 때, 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오늘 아침도 변함없이 나를 깨워주는 옆건물의 개짓는 소리...
이제는 시간맞춰 나를 깨우는 알람소리처럼 들린다.
침대에 누운채로 어젯밤에 결정하지 못했던, 오늘의 일정을 생각해본다.
그러나, 자고 일어났다고, 그 결정이 말끔하게 내려지는 건 아니다.
일단은 샤워부터 하고 보자...
샤워를 끝내고 배낭에서 새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그리고, 입던 옷들을 정리하여 배낭에 집어넣다가... 그냥 배낭을 꾸려버리고 말았다.
이제 떠나는 거다. 짐싸버렸으니...
'람피니'사도 못가보고, '이지라이더'들과 밀림을 달려보지도 못하고,
'달랏'의 젊은 처자들과, 나이트에서의 좀더 진지한 대화도 나누어보지 못하고... 짐을 싸버렸다.
이곳 '달랏'에서... 난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가는구나... 조만간 다시 돌아오리라.....
chek out을 부탁하고, 배낭을 둘러메는데, 침대의 베게 속의 1$이 생각났다.
나는 베게 속의 1$을 꺼내, 1$짜리 한장을 더 보태서, 배게 밑에 두고 나왔다.
저 메이드는 오늘도 베겟속에 저 지폐를 감춰두고, 속태울까??? 궁금해진다.
나름대로 친절했고, 무엇보다 편하게 대해주었던 호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호텔을 나섰다.
아무리 떠나는 길이라 하더라도, 며칠동안, 내 동무가 되어준 단골까페에 인사는 하고 가야지...
커다란 배낭을 메고, 카페로 들어서자, 귀여운 주인아주머니는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뜬다.
그리고서는 나에게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느냐고 손짓을 섞어가며, 묻는다.
난, '사이공'으로 가서 며칠 더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해줬다.
말 그대로, 그냥 설명만 해줬다. 그래도 이 아주머니는 '사이공'으로 간다는 말만큼은 알아듣는다.
카페에서 언제나처럼, 진한 베트남 커피에다 'Atiso'차를 마시고, 천천히 터미널로 내려갔다.
터미널에서 '사이공'행 버스티켓을 구입하고,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버스에 올랐다.
아직, 승객들이 타지 않아서 혼자 앉았다. 커다란 배낭을 내려놓기 위하여, 맨 뒷쪽으로 들어갔다.
웬지 내 배낭을 버스 밑 짐칸에 처박아두기가 불안했다. 왜냐하면... 쇼핑을 했으니까...ㅡㅡ;;
잠시뒤 승객들이 오르기 시작해서는,
뒤쪽에 커다란 배낭으로 통로를 막아놓고서는 앉아있는 나를 요상하게 바라본다.
마치... '헤이~!! 왜, 편한 버스를 안타고, 우리타는 버스에 올라서는 폼 잡고 있어...??'하는것 같다.
출발시간이 조금 지나서 버스는 출발했다. 예상보다는 시간을 잘지켜 출발한다.
'달랏'을 빠져나오는 동안, 시내 곳곳에서 손만들면, 차를 세워 승객을 태운다.
나처럼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앞으로 보조배낭을 하나 더 메고, 터미널까지 버스타러 나오는...
미련한 중생은 없다. 너 왜 이렇게 미련한거냐...ㅡㅡ;;
'달랏'시내를 벗어나서도... 흡사 우리나라 미시령이나 한계령 같은, 꼬부랑 고갯길을 달리다가도...
길가에서 손만 들면, 차를 세우고, 승객을 태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내 발길을 잡는다. '달랏'에 머무는 내내... 비가 내리고, 날이 흐리더니..
이제 내가 떠나는 지금, 해가 비추고, 맑은 하늘이 산아래 넓게 펼쳐진 밀림을 비춘다.
참... 운도 지지리도 없는 여행이다.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일부러 우기에 맞춰서, 여행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날이 흐리거나, 비가 내려도 잠깐 한두차례 내리곤 했었다.
그런데 우기도 아닌 이 시점에... 난 비 때문에 일정을 포기하고, '달랏'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상하게 잠자리에 적응 못하고,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후유증인지...
흔들리는 버스의 리듬에 맞춰, 차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제대로 잠이 들었나보다.
한참을 자다가, 멈추는 리듬에, 잠에서 깨었다.
자리에 앉아 정신을 추스르는데... 새로운 승객들이 버스에 오른다.
버스를 둘러보니, 빈자리가 없다. 통로를 막고있는 배낭을 한쪽으로 치웠다.
한 아낙네가 수줍게 날 보더니 안쪽의 빈좌석으로 들어온다.
그때쯤 정신을 차리고, 창밖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며칠전 '달랏'으로 들어오면서 봤던, 국립공원 구역이다.
아...!!! 이 버스는 이곳을 다 정차하는구나...
갑자기 아쉬움이 일었다.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나도 모르게 몸에 베어버린 생각이다.
교통수단을 찾을때면, 언제나 본능적으로 'open tour bus'를 이용하게 되는 것이...
'달랏'으로 들어올때, 이 버스를 이용했더라면, '달랏'까지 오는데 몇시간이 아닌 며칠이 걸렸겠지만,
이 모든 곳을 다 들려볼 수 있었을텐데...
외국인을 위한 어떤 편의시설도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호텔이며, 식당이며... 말이 통하지 않아, 다소 답답할 수 도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여행해볼만한 가치를 지닌 곳 이다. 이곳은...
혹시, 베트남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 특히, '달랏'쪽으로의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일주일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호치민'에서 '달랏'까지 로컬버스를 이용하길 권하고 싶다.
그렇게 로컬버스를 이용해서 이곳 국립공원은 꼭~!!! 놓치지 마시길... 나는 정말 땅을 치고 후회했다.
아마도, 내가 다음번에 베트남을 찾을때는 틀림없이 난 로커버스를 탈 것이다.
버스는 작은 몇개의 도시에서 몇번의 짧은 휴식과 한번의 긴 휴식,
그리고 시도때도 없는 정차를 반복하더니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때 '호치민'에 도착했다.
숙소를 잡기위하여... 데탐스트리트를 들어섰을때,
더이상 4$짜리 숙소를 찾겠다고, 힘들게 다닐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데탐스트리트에서 방을 찾아나서는데... 며칠전에 묵었던 곳은 피했다.
4$짜리방이긴 하지만, 솔직히 그곳은 너무 심했다. 가뜩이나 '달랏'에서도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호치민'에서 만큼은 제대로 자고 싶다.
바로 옆에 깨끗한 호탤이 있어서, 방 가격을 몰었다. 6$이라고 한다.
난 방을 보여달라고 했다. 리셉션의 여직원이 나를 방으로 안내해주는데...
이 아줌마... 나를 끌고 끝없이 올라간다. 2F,,, 3F,,,4F,,, 보통 4F으로 이루어진 호텔건물과 달리...
계단이 또 내 앞에 놓인다. 게다가 폭이 좁고, 가파른 베트남계단은 배낭두개를 짊어진 내게 가혹하다.
난 포기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뒤돌아 계단을 내려섰다. 2~3$ 아끼려다 죽겠다...ㅡㅡ;;
등산로같은 계단을 내려와 바로 옆에 있는 호텔로 들어갔다. 이곳은 8$을 부른다.
그런데 리셉션을 올라가는 계단이 예사롭지 않다...ㅡㅡ;;
그러나 다행히도 리셉션 옆 복도로 보이는 엘리베이터가 눈에 든다.
방도 보지않고, 엘리베이터만 보고 바로 Check in 했다.
방에 짐을 풀어놓고, 저녁을 먹으려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번 '호치민'여행중에 네델란드 친구들이 알려줬던 식당을 찾았다.
베트남 김치를 넣어 볶음밥을 맛있게 하던, 식당이였다.
안타깝게도 여행을 다니면서...식당이름이나 호텔이름등을 외우는데 별로 재주가 없다.
뭔가 정보를 남기고 싶어서 외워보려고 하기도 하는데... 숙소에 들어가면, 다른 생각들 뿐이다.
내가 본 것들...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부딧친 것들... 내가 느낀 것들...
하긴... 여행이야 어차피 혼자 부딧치며 가는 길이니...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못주는건 괜찮은데...
나중에 내가 왔을때, 다시 찾으려면 힘들다...ㅡㅡ;;
골목을 몇번 돌았는데... 그 식당이 안보인다.
틀림없이 그 식당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식당은 없고, Bar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고보니, 작년에는 이 골목에 식당들이 많이 자릴 잡고 있었는데, 지금보니 대부분 Bar로 바뀌었다.
두바퀴를 더 돌고서야... 그 식당이 없어져 버렸다는 걸 받아들였다.
여행을 다니면서... 한 곳, 두 곳 눈에 익으면서, 익숙한 거리도 생기고, 1년에 한번찾는 단골이지만,
나만의 단골집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이렇게 기대하고 찾았는데 없어져버리면, 씁쓸하다...
흡사, 안찾고 있던 지나버린 1년을 잃어버린것 처럼...
난, 우리나라에서 1년을 열심히 채우고 살았건만, 이곳에 다시 돌아와 1년전 그집을 찾을 수 없는 순간,
난, 이곳에서의 1년을 어디다 버린 것 일까... 그렇게 시간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여행기간 : 2007년10월29일 ~ 11월08일)
'달랏'을 떠나면서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비췄다...
결국...'달랏'에 머물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저 울창한 밀림속 구경은 다음기회로...
이제는 '호치민'의 거리풍경이 어린시절 동네모습처럼 느껴진다.
너무나 빨리 변해버리고, 타락해가는 '사이공'이여...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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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달랏에서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여행자는 또 떠나는군요.
네... '달랏'은 아쉬움이 참 많이 남았습니다. 다음에는 '호치민'에서 로컬버스를 타고, '달랏'을 가면서 중간기착지에 모두 묵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