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주라는 시골 촌부가 있습니다.
아이를 낳을 산달이 다가오는 어느 날
남편이 동네 구장하고 싸워서
남자의 중요 부위를 걷어차이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헤~
귀주는 성을 내는 기미도 안 보이고
소리를 버럭 버럭 지르는 것도 아니고
너무도 침착하고 담담한 얼굴을 하고는
구장을 찾아갑니다.
가서는
다른 곳도 아니고 중요부위를 걷어찼으니
그리고 앞으로 남자구실을 못하게 될 지도 모르게 되었으니
"사과"를 하라고 합니다.
보상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다만 말로써 사과를 받아야 겠다는 것입니다.
아주 단호하고도 또랑또랑합니다.
귀주 역으로 공리가 나옵니다.
영화 첫 장면부터 끝까지 만삭이 된 배를 불쑥 내밀고
뒤뚱뒤뚱 걸어다니며 연기를 합니다.
그 모습이 공리라는 세계적인 영화배우와
그 영화를 더 인간적으로 만듭니다.
구장은 또 지딴에는 잘났다고
치료비는 물어주겠지만
사과는 못하겠다고 뻗치고 나옵니다. 흐~
똑똑한 촌부 공리는 남산만한 배를 하고
시골 지서에 가서 고발을 합니다.
지서장은 구장하고 잘 통하다 보이
대강 대강 좋게 하라고 종용을 하고.......
그늠도 맘에 안 든 공리는
시누이를 대동하고 구루마를 타고서
군으로, 도로, 중앙까지 고발장을 들고
물어 물어 찾아가서 서류를 접수시킵니다.
오로지 그녀가 원하는 것은
중요부위를 다처서 누워있는 남편에게
구장이 찾아와서 정중히 사과 한 마디만 하는 것입니다.
"아니......사과 한 마디 받자고 여기까지 왔수?"
이런 소리가 귀주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습니다.
귀주를 보면서
우리 엄마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는 평생을 두고 아버지의 권리보호를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 오셨습니다.
누가 우리 아버지 앞에서 무례히 행하는 자가 있으면
그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말로써 죽여주지요.^^
어릴 때는 엄마가 왜 그러시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귀주 이야기를 보면서
그리고 나에게도 남편이 생기고 보니
아내라는 이름의 여인을 이제사 알 것 같습니다.
부부란
참으로 멀고도 먼 사람이라 여겨질 때도 숱하지만
나와 동일한 인물임을 다시한 번 깨닫게 해 준
잊혀지지 않을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