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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절산-두악산(780m-732m : 충북 단양)
*일 자 : 2005. 7. 3(일), rtnah제34차 산행(22명), 날씨(종일 장맛비)
*코 스 : 단성지서-안부-단봉사-삼거리-안내판-두악산-안부-삼거리-급경사내리막-하선암
(도상거리 약 6km로 마감, 총소요시간 : 3시간 소요)
두악산-덕절산.
He is my Mr. Mt.
We're a match made in heaven.
(그는 내게 꼭 맞는 산이다. 우린 천생연분이다.)
두악산(732m)은 단양군 단성면 소재지인 상방리 남쪽 덕절산 사이에 위치하는 산이다.
산세는 풍수 지리적인 면에서 볼 때 불의 형상이라 그 예방책으로 산 정상에는 소금이 가득 담겨있는 항아리가 네 개 묻혀있는 "소금무지터"가 있다.
덕절산(780m)은 단양팔경 중 덕절산(780m)은 단양8경 중 제5경인 하선암과 제8경인 사인암 사이에 솟아 있는 산으로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때가 덜 묻은 숨은 명산이다.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여 태고의 자연미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구 단양으로 들어서기 전 충주호 상류로 흘러드는 단양천을 따라 백옥석과 기암괴석이 어울린 동쪽은 도락산과 두악산-덕절산이, 서쪽은 용두산과 사봉이 자리 잡고 있다. 단양천의 아름다움은 하선암과 중선암, 상선암 등 단양팔경 중 3경을 빚었고, 그 중에서도 상선암과 중선암이 있는 상류를 삼선계곡이라 부르고, 하선암-소선암이 있는 하류를 단양천이라 부른다. 두악-덕절산은 산도 산이려니와 주위의 절경을 빼놓을 수가 없다. 사인암 밑을 흐르면서 그 일대를 감돌고 있는 남조천 등의 그 수려한 절경 때문에 운선구곡(=운암구곡; 제1곡 대은담ㆍ제2곡 황정동ㆍ제3곡 수운정ㆍ제4곡 연단굴 제5곡 광벽ㆍ제6곡 사선대ㆍ제7곡 사인암ㆍ제8곡 선화동ㆍ제9곡 운선동)을 낳았다.
제3곡인 수운정은 조선 선조 명재상 서애 유성룡 선생이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호피 한 장으로 운선구곡 일대의 토지를 매입하여 중국 주자의 무릉구곡을 모방하여 운선구곡을 설정하고, 구곡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세운 정자다. 정자에서 보이는 맑은 계류수와 浮雲의 아름다움을 두고 정자의 이름을 수운정이라 하였다.
새벽을 달리는 버스는 장맛비를 축하의 꽃으로 알았던가.
직장동료 4명, 지난 4월 덕주봉 산행이후 참여한 이복순-최자영씨, 동업자인 이문옥-오환숙 부부 등 22명을 실은 아침은 생각보다 가득했다. 10여명이 비 때문에 불참했다. 장대비를 마다하고 자리를 매운 모두가 泉石膏肓(산수를 사랑하는 것이 정도가 지나쳐 마치 불치의 고질과 같음)이요, 煙霞痼疾(깊은 산수경치를 사랑하고 잡착하며 여행을 즐기는 痼疾같은 성격) 증에 걸린 자칭 ‘미치광이 매니아’들이다.
오전 9시 33분.
충주댐으로 수몰되어 일부 시가지만 남은 구 단양인 단성 파출소 앞이다.
중앙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고개마루 바로 아래 파출소 앞 삼거리 남쪽 방향으로 들머리가 열려있다. 시외버스 정류소가 앞 산행들머리인 삼방리 삼거리 도로변에 두악산 안내간판을 일별했다. 파출소 바로 옆 시멘트 소로를 따라 잠시 오르면 오른편으로 꺾어지는 모퉁이 길목에 이정표가 서있다. 마을은 대도시 달동네처럼 둔덕에 축대를 올리고 들어서 있다. 화분 대용으로 10여개 두꺼운 비료포대에 흙을 담아 모종한 고추가 여름을 영글고 있다. 대단한 순발력이란 생각이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블록담장 안에는 오갈피나무가 무성하다.
<두악산 정상 2.2km, 단봉사 0.8km>
<대한 불교 천태종 단봉사 0.8Km>
차츰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다.
밤을 지키는 보안등은 지금도 꺼지지 않고 대낮을 밝힘은 사람들의 게으름인가, 아니면 무관심인가? 좌우 둔덕 밭에는 고추와 옥수수, 그리고 감자밭이다. 하얀 꽃잎에 노란 암수술 꽃밥이 달린 늦 감자꽃이다. 夏至가 지난 지금에서 꽃을 피우는 단양의 감자밭은 행여 자연을 놓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오르막 상단부의 밭은 휴경지가 된 채 아예 개망초 밭으로 변해있다.
계속 소로를 따라 올라가면 두악산 등산 안내도가 나오는 지점 좌측 지름길로 알고 밭길을 따라 잠시 올라갔다가 이내 포기하고 다시 단봉사를 향한 이깔나무가 무성한 시멘트포장소로를 따랐다. 밤나무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우측 산록의 단성마을이 비속에 묻혀있다.
9시 46분.
천태종 소속 암자로 1949년 성암스님에 의해 창건했다는 丹鳳寺 입구 갈림길이다.
<단봉사0.25km 두악산정상1.7km>
좌측 남쪽 이깔나무 숲이 하늘을 가린 오솔길로 막 접어들면 운동기구 시설이 있는 운동장소를 우측에 끼고 오른다.
10시 정각.
직사각형 판목(70×45) 시판이 차례로 나타나는 오르막이다.
우의를 걸친 상하의가 질척거리고 빗물과 비지땀이 섞여 전신은 이미 샤워를 맞은 상태다.
첫 번째 木시판의 제목은 "산하고 정분나네"라는 시를 필두로 7~8분을 사이로 ‘하진나루-그리움-마음의 나무’가 차례를 이룬다. 시를 읽는 마음에 산행의 진한 낭만과 맑은 마음이 돋아난다. 잠시 수평길이 나오는가 싶더니 금새 바튼 호흡을 뱉는 오르막이다. 꿀풀은 이미 하고초가 되어 짙은 갈색으로 말라버린 상태이고, 희게 변색한 노루오줌, 이제 제철을 맞을 꼬리수영과 하늘나리가 장맛비에 영그는 도중이다.
송림터널이다. 엉겅퀴, 개옻나무, 경쟁적으로 줄기가 뻗어가는 딸기나무(멍덕-덩굴-붉은 가시딸기-산딸기)류와 머루나무(잎이 원형인 왕머루-개머루-새머루와 잎이 3~5갈래로 깊게 패인 까마귀머루)류, 절국대로 착각한 꿀풀과의 참배암차즈기( 키 40-50Cm, 줄기 네모, 각 마디 끝에 2~6송이의 입술모양의 노란 꽃이 달림, 어린순은 식용) 군락지대를 통과했다.
10시 16분.
원목으로 얕은 축대를 쌓아 만든 안부다.
<북하리 1.4Km ↔ 정상 0.4Km>
빗줄기는 여전하다.
배낭은 물먹은 솜 이상의 무게로 어깨를 누른다.
반미치광이인지, 온 미치광이인지 모를 일행들의 행렬을 단성파출소 옆 들머리인 대영식당 안에서 안타깝게 쳐다보던 주민들의 시선이 잔상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10시 24분.
<단성면 소재지 1.6Km ↔ 정상 0.2Km>
사형기구인 십자가를 어깨에 걸머 맨 골고다를 향한 무거운 죽음의 발길마냥 버거운 오르막이다. 오늘이 吉日이 아니라는 예감인가도 모를 일이다. 몸은 천근만근이다. 우측에 로프가 정상방향으로 기다랗게 이어진 오르막이다. 노루발풀 흰 꽃이 앙증맞다. 참나리, 하늘 말나리, 네잎갈퀴나물, 꼭두서니가 장맛비를 견디고 있다.
10시 38분.
으아리 흰 꽃과 엉겅퀴 꽃이 반기는 정상이다.
원목으로 전망대 겸 소금무지(소금단지) 4개가 묻혀 있다는 밋밋한 해발780m 두악산 정상이다. 소금무지 단을 만들어 놓은 정상에서 맞은 시원한 비바람은 무엇보다 흡족했다. 선착한 일행들이 사방을 휘둘러보며 기다리고 있다. 사방은 다도해의 섬처럼 봉우리 일부만 운무를 뚫고 솟아있다.
<두악산 해발 721.5m >
<두악산 정상 0.1km, 소선암 유원지 2.0km)>
남쪽 100m 지점에 다른 정상석이 놓인 두악산 정상은 쌍둥이 정상이다.
마치 두 채의 대웅전을 거느린 칠갑산 장곡사가 연상되는 대목의 이정표다.
소문대로 돌담을 두른 콘크리트 바닥에 옹기단지가 네 개에 검은 비닐봉지에 소금이 담겨있다. 그 옆에는 스텐으로 된 서랍상자가 있는 데 열어보니 버너 등 제수용품이 들어 있다.
두악산은 일명 소금무지산으로 불리는데, 그 유래가 재미있다.
단양은 옛날부터 불이 자주 일어나 부자가 없었다.
북쪽의 단성면 소재지에서 바라본 두악산은 풍수지리상 불의 형상이라 원인모를 불이 자주 났다. 마침 지나가던 노승 한 분이 이야기를 듣고 두악산 꼭대기에 바닷물을 갖다 놓으면 근원적으로 화마(火魔)를 막을 수 있다고 하여 바닷물 대신 항아리에다 소금을 담아 묻어두었다는 것이다. 그 뒤로는 불이 나지 않았고, 지금도 단지 안에는 소금이 꽉 채워져 있다. 두악산을 소금무지산이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양(丹陽) 고을의 지명이 모두 양(陽)으로 화기이고 단양의 진산인 두악산이 불꽃모양이라 강바람이 몰아쳐 단(丹)의 붉은 기운을 몰아세우고 양(陽)자의 뜨거운 빛을 밀어서 두악산의 불기둥으로 밀어대니 굴뚝 형상을 만드니 불이 자주 나고 불이 나면 아주 큰불이 되는지라 불의 맥을 끊어야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끊으면 또 수해가 날 염려가 있으니 마을 가운데 호당 1명씩 나와 자기가 들어 갈만한 양의 연못을 전동민이 나고 집식구 숫자대로 물을 부어 놓으면 화기는 진정될 것이고 불꽃 형상인 두악산에 두 항아리를 묻고 하나에는 소금을 하나에는 단양천 물을 길러다 부으면 불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소금과 물이 조화를 이루게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는 고사다.
그 후로는 두악산 이라기보다는 소금을 묻은 산이라 하여 소금무지산 (염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두악산에서 바라본 금수산은 마치 아기를 가진 여인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아기를 못 낳는 부인들이 두악산에 올라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애타게 기도를 드리곤 했다는 얘기도 전한다.
날씨만 맑았다면 시원한 두악산 마루의 전망은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눈짐작으로 서쪽 아래 단양천 협곡너머 멀리 제비봉-구담봉-옥순봉-말목산이 충주호를 담고, 사봉-제비봉 이어지는 능선 너머로는 월악산 정상이 손끝에 쥐어봤다.
동북으로는 필음산(671m) 너머로 용산봉 봉우리가, 오른쪽으로는 소백산의 신선봉, 비로봉,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백두대간 동맥이, 서북방향의 가은산-금수산-망덕봉 줄기가 이 장맛비에 잠겨있다.
북쪽 산록 바로 아래는 舊단양인 단성면 소재지다. 제천-매포읍을 지나 흘러온 실띠같은 00천은 도담삼봉 앞에서, 죽령에서 대강-단성을 거쳐 온 단양천은 덕상교 앞에서 각각 충주호로 합류한다. 동으로는 대강면소재지, 중앙선 철로와 중앙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뻗어가고 소백산에서 흘린 도솔봉-묘적봉 대간을 짐작했다. 남으로는 남릉으로 발길을 옮기면 덕절산과 도락산과 저수령을 지난 병풍같은 대간이 황장봉산-대미산이 운무에 잠겨있다.
먼저 합류한 일행들끼리 정상기념사진을 남겼다.
10시 43분.
제2정상 방향으로 이동했다.
<대잠리 2.3Km>
이정표를 지나 오석으로 만든 제2정상에 닿았다. 빗줄기는 여전한 恒心이다.
하산은 남릉을 타고 남봉을 향한 깊숙하게 떨어지는 내리막이다. 다시 오름이다.
오름 끝에는 밑둥이가 다 떨어져 파인 고사목이 서있는 봉우리다.
남봉 쯤으로 생각했다. 안부를 지나가는 솔밭길 능선이다.
산더덕 냄새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김병찬-김영주씨가 사면 쪽 숲에 머물러있다.
그들을 보노라면 1960년대 중반 명장 윌리암 와일러 감독의 <콜렉터>를 보는 기분이다.
직장동료 중 염려했던 오상택 선생님은 의외로 빠른 행보다.
외려 염려 밖이던 이병태선생님이 다소 힘겨운 표정이다. 전승수-권태외 두 선생님의 여유가 좋아보였다. 마지막 봉우리에서 좌측으로 꺾어야 했었으나 선두를 치달리던 그룹이 우측으로 이미 내려간 상태다. 서쪽으로 내려간 코스를 확인하며 깊은 내리막에 접었다. 최자영씨가 그 와중에서 잔대뿌리를 캐는 여유를 보였다.
등로는 가파른 내리막 경사도는 심각했다. 게다가 부식된 낙엽 밑바닥은 눈길처럼 미끄럽다. 후미가 떨구는 머리통만한 돌은 정신없이 굴러 내리고, 주체하기 힘든 내리막은 곧은 자세론 감당 될 리 없다. 모처럼 맞은 심난한 내리막은 설상가상으로 加減없이 쏟아지는 줄기찬 하염없는 빗줄기로 엉망진창이다. 방향을 알기위해 찾은 나침판은 보이지 않고 메모종이는 빗물에 먹혀버린 지 오래다. 묵직한 배낭은 인생의 나이보다 그 하중이 더 무겁다.
이렇게 드센 내리막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계류소리가 나는 계곡으로 먼저 내려선 최이사님의 전화로 하선암이라는 전갈이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비에 젖은 개념도를 꺼내보니 분명한 하선암 코스다.
11시 45분.
불어난 하선암교 방향으로 남진해 작은 주차장이 있고 옥돌처럼 흰 하선암 암반에 내렸다.
배낭을 내리니 몸은 부운에 떠다니는 기분이다. 물맛과 땀 맛은 일맥상통이다.
오늘은 이쯤에서 산행을 접기로 작정했다. 이 장맛비에 다시 덕절산을 오른다는 것은 무모한 도박같다는 생각이고, 일행들도 이 결정에 대부분 찬동이다. 우중산행은 보통산행 보다 그 체력손실이 배 이상이다. 일행 대부분의 체력이 소진된 상태다.
사인암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김기사님에게 버스이동과 식당식사시간을 앞당겨달라는 전화를 넣었다. 느긋하게 오수를 즐기며 기다리던 그가 식사시간 변경 때문에 식당으로 연락하는 부산함이 뒤따랐다. 우중에 비를 피하기에 십상인 오버행 형태를 이룬 커다란 바위 아래 배낭을 옮기고 간단한 빗설거지와 함께 시원한 단양천에 몸을 담았다. 파란색 강심의 깊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물놀이엔 적당치 않다는 생각이다. 피곤이 일시에 몰렸다가 달아난다. 아쉬운대로 여벌의복을 갈아입으니 어느새 거지신세(?)를 면한 듯싶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빙긋 웃음이 났다.
산과 물이 어우른 단양팔경 중 2경인 하선암이다.
이중환의 <擇里志 總論 溪居>편 말미에 나오는 구절이다.
「夫山水也者, 可以怡神暢情者也, 居而無此, 則令人野矣.」
대저 산수라는 것은 정신을 기쁘게 하고 감정을 화창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 산과 물이 없으면 사람들이 야인이 된다는 기록이 사실로 닿는다.
하선암에 대한 소개다.
「삼선구곡을 이루는 심산유곡의 첫 경승지로 3층으로 된 흰 바위는 넓이가 백여 척이나 되어 마당을 이루고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덩그렇게 얹혀있어 가관이며 그 형상이 미륵같아 ‘불암’이라고도 불린다.
조선 成宗 때 임재광 선생이 신선이 노닐던 바위라 하여 ‘선암’이라 명명하였는데 거울같이 맑은 명경지수가 주야장천 흐르고 있고 물속에 비친 바위가 마치 무지개 같이 영롱하여 ‘홍암’이라고도 하며 마치 신선들의 연회장과도 같다.
일찍이 퇴계 이황은 하선암을 보고 "속세를 떠난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고 극찬했다. 3층으로 된 흰 바위가 1백여 평의 마당바위를 이루고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얹혀 있다. 그 형상이 미륵과 같다고 하여 미륵바위·부처바위(佛岩)로 불리다가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 임제광(林齊光)이 선암(仙岩)이라 부르면서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봄철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가을에는 단풍이 어우러진 장관은 속세를 떠난 별천지이며 여름철 피서지로 수많은 발길을 머문다.」
12시 25분.
후미 일행 모두가 합류했다.
버스도 어느새 일행들이 뒷설거지를 마무르는 하선암 현장에 닿았다.
단성지서를 출발, 안부-단봉사-삼거리-안내판-두악산-안부-능선 내리막-하선암에 이르는 도상거리 6Km에 총소요시간은 약 3시간가량 소요됐다. 평상시 산행이라면 5시간산행과 맞먹는 그런 에너지 소비다.
12시 35분.
지난 주 성찬을 맞았던 그린식당으로의 이동이다.
땀씻이를 마친 일행들의 환한 표정이 한결 고았다.
단양천을 좌측에 끼고 가산3거리로 향한 59번 도로 곳곳엔 낙석지대가 보였고, 산에서 흘러내린 흙모래더미가 도로를 덮은 지점도 여러 곳이다. 백운 우탁이 노래한 것처럼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가산리(佳山里) 3거리에서 곧장 남쪽으로 내달리면 도락산 입구로 가는 길목이다. 예서 좌측으로 돌아 잠시 지나면 산행하산 예정지였던 피티재 마루에 선다. 피티재 마루는 두악-덕절-도락산 종주를 잇는 중간지점이다.
마루에서 내려서면 눈에 익숙한 단양팔경 중 하나인 사인암이 있는 동네다.
이곳은 호를 白雲 또는 丹巌이라 하고 세인들이 역학의 대가였기에 세칭 역동선생(易東先生)으로 불리는 우탁(禹倬)의 일화가 배인 곳이다. 본명은 '탁'이며 字는 天章 또는 卓夫이고, 諡號는 문희공(文僖公)이다. 역동(易東 주역을 동쪽으로 옮겼다는 뜻)이라는 별명의 우탁은 지금도 우역동(禹易東) 이라고도 불린다. 고려 후기의 단양 태생으로 성리학의 嚆矢인 우탁이 정4품이었던 사인재관(舍人在官)일 당시 이곳을 자주 찾아 풍류를 즐겼다하여 그의 벼슬이름을 붙여 사인암이라 불렀다. 억겁의 세월을 지키고 있는 사인암은 하늘높이 치솟은 기암절벽이 맑고 푸른 계류와 어울린 천하절경이다.
백운 우탁선생이 거명되면 늙음을 한탄한 그가 남긴 두 명시조가 떠오른다. 무상하기 짝이 없는 모든 생존이 갖는 허무한 노년의 哀想이 배인 그의 시조를 만나면 흔들리던 마음이 차분하게 변한다.
한손에 가시 쥐고 또 한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드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어 간 데 없다
적은 덧 빌려다가 마리 우혜 불리고저
귀밑의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가 하노라'
오후 12시 57분.
그린식당 앞 작은 공터에 멎었다.
예상시간보다 이르게 하산해 식사준비가 채 되지 않아 20여분 기다리는 여유(?)가 있었다. 오이사님은 모처럼 제시간에 점심을 든다며 뒷전에서 은근한 격려다.
오류고교 이문옥 교감님의 內子인 오환숙 여사님이 산행간식으로 가지고 온 개떡을 건네며 친정동생인 오환태군의 얘기를 꺼낸다.
지난 주 홍천 팔봉산 가족산행을 같이하며 이야기를 전한 모양이다.
吳군은 1977년 다른 일로 헤매다가 서른 두 살의 늦은 나이로 첫 교직생활에서 만난 첫 번 담임(2학년 5반)반 학생이었다. 1963년생이니까 그도 지금은 어엿한 43세의 장년에 접어든 나이다. 5남매의 셋째인가로 기억되는 오군은 당시 70명 한 크라스 정원 중 중상위권 성적의 학생으로서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교생활과 대인관계가 원만했던 녀석의 童顔이 잔잔하게 떠올랐다. 현재 동구여중 체육교사로 재직한다는 오군의 얘기를 들으니 새삼 1977년 초임시절에 겪은 즐거움보다는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한 부끄러웠던 당시의 기억이 새롭다. 인간세상은 이렇게 꽌시(중국어로 關係) 밖이 아닌 그 안에 머물고 있다.
녀석의 변모를 가까운 시일에 보고 싶은 생각이 불끈 일었다.
이윽고 이어진 즐거운 식사시간은 풍성했다.
소줏잔이 오가는 다감한 자리다.
오늘로서 3번째 출석한 김포거주 정영복씨도 일행들과 익숙한 분위기에 젖어있다.
시원한 성격인 이복순씨의 음식분배 솜씨도 날렵하고 넉넉하다.
직장동료 4명도 모처럼 겪은 우중산행의 별미를 안주삼아 흥겨운 건배다.
식탁마다 왁자지껄한 대화가 쏟아졌지만 포근한 분위기에 젖은 창밖은 아예 작달비를 쏟는다. 예정대로라면 이 시간 쯤 장대같은 작달비를 맞으며 피티재 근방에서 서성거릴 시간인데 다행이라는 표정들이다. 결과론이지만 이구동성으로 원만했다는 오늘이라며 자화자찬이다.
오후 1시 55분.
식당에서 자리를 털었다.
식당주인과 작별인사를 마치고 대강면으로 나오는 927번 지방도로도 이미 낮술에 젖은 상태다. 고속도로는 한가했지만 버스 안은 파쇠한 산더덕을 담은 술잔이 오가는 흥청한 나눔의 자리다. 비오는 날의 술맛은 평상시 보다 배가되는 영향인가.
염려되는 회원들의 건강도 이 장맛비와 함께 씻겨갔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다.
오후 4시 41분.
88고속도로 입구인 강일 IC를 통과했다.
서울의 장마는 소강상태다.
전신은 물먹은 솜이다.
9월과 10월 일부 산행지 변경을 생각하는 휘청거리는 발길이 녹작지근하다.
혼돈한 머리는 소주 뒤끝 탓만은 아니다.
이른 귀가와 달콤한 휴식이 절실했다.
어른이 다된듯한 표정으로 늙어가는 애비의 안위를 걱정하는 늦동이가 차려주는 식탁이다.
어느새 소복하게 내린 창밖의 어둠이 눈시울에 가득했다.
<단양 제1팔경(단양8경) >
제1경 하선암ㆍ제2경 중선암ㆍ제3경 상선암ㆍ제4경 사인암
제5경 구담봉ㆍ제6경 옥순봉ㆍ제7경 구담삼봉ㆍ제8경 석문
<단양 제2팔경 >
제1경 북벽ㆍ제2경 온달산성ㆍ제3경 다리안산ㆍ제4경 칠성암
제5경 일광굴ㆍ제6경 금수산ㆍ제7경 죽령폭포ㆍ제8경 구봉팔문
<예정코스>
단성 상방리 3거리 시외버스 정류소 건너(안내판)
-파출소 우측(매점) 시멘트포장소로(이정표)-3거리 안부-임도-과수원 끝지점 우측길
-낙엽송지대 우측길-갈림길(단봉사 0.25kM)-시판(우측 가파른 오름)-낙엽송수림
-벤치쉼터-우측주능선송림터널-수평길-오르막-갈림길(정상 0.1KM?)-참나무숲 급경사오름-100m 로프-암릉 남진-두악산-남릉 내림-안부-오름-남봉 3거리-내림-고사목 봉우리-(갈림길 이정표)-암릉(봉우리 3~4곳)-낙엽송 숲-뒷들재 안부-오르막 사면길(봉우리 3~4곳)-능선 분깃점-덕절산-암릉 내리막-굴참나무 수림지대-안부-오르막-밋밋한 750봉-(내림-전망 너럭바위)-직벽내림(우측 우회로)-노송 암릉-송전탑1-너럭바위암벽-암괴사이, 암릉지대-숲길-송전탑2-927번 도로변-40m가산교-250m 가산3거리
*교통
①승용차 : 중앙고속도로 단양IC-단성면소재지-북하리 단양교 앞 3거리에서 좌회전
-상방리 단성면 파출소 앞 3거리에서 하차
②대중교통 : 신단양 버스터미널이나 신단양역 앞에서 1일 14회(06:10~19:30) 운행하는
벌천리-방곡리행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가산리에서 하차
*단양군 숙박업소
오골계 백숙, 산채떡갈비, 산채백반, 염소전골, 송이버섯 요리, 토종닭
죽령휴게소식당(043-421-0708) : 산채백반
수원가든 (043-422-9190) : 산채떡갈비, 염소전골
대잠관광농원 (043-422-1460) : 오골계 엄나무 백숙
단성파출소 옆 두악산 들머리[대영식당, 충주여인숙(-422-0795, 형제여인숙(-422-1464)]
대강면 덕촌리(그린식당 043-421-1384)
*특산물
-상품 : 단양육쪽마늘, 송이버섯, 생활도자기
-구입 : 마늘 (043-22-3404, 22-2511), 도자기 (043-22-1510-1552)
*장회 유람선
유람 코스 : 선착장 ~ 옥순봉 ~ 구담봉 (1:00 소요)
연락처 : 선착장 (043-422-1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