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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에서 또 하루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늘은 짧은 이야기가 됩니다.
산행을 마치고 큰재에서 작점고개로 돌아가던 중, 보이는 국수봉(왼쪽)과 683.5봉
1. 사랑굿
서로 잊으려
켜지 않는 불
잡혀지지 않는 것
붙잡지 않으면서
어쩌려고
얼굴엔
얼룩을 짓나
하나의 눈짓을
다른 눈짓으로
베어 내려는
눈부신 어지럼증
가난한 울음 말고
조그만 웃음이 되어
그대
마음에 뜨는
달이고 싶다 .
- 김 초혜님의 '사랑굿 13' 전문 -
그대 마음에 뜨는 달...
대간에서의 밤하늘에 달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온전히 옮겨,
대간을 비추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대간의 능선 어디에고, 달빛은 스르르 녹아듭니다.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대간은 내 사랑을 모두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국수봉 정상석
2. 지난 밤 이야기
어젯 밤에는 밤새 비가 내렸습니다.
그것도 장마비가...
고개 위에서, 구름에 더 가까이에서 비를 흠뻑 맞았습니다.
텐트 안에서 잠을 자려고 했을 때,
조금씩 내리는 빗소리는, 오히려 자장가 처럼 포근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잠이 채 들기 전에 빗소리가 세어지기 시작합니다. ,
그러나, 이렇게 자연 속에서 빗소리를 제대로 들어보는 일이,
얼마 만인가 하고 즐겨보기로 하였습니다.
우중 산행의 모습...
그러나, 조금의 시간이 더 흐른 후 부터는,
비가 내리는 기세가 예사가 아닙니다.
처음엔 야영용 텐트가 제법 방수기능을 잘 발휘하였으나,
계속 퍼부어대는 빗줄기를 감당하기엔 무리였습니다.
텐트를 친 잔듸밭은 이미 물바다가 되었고,
이대로 밤을 보내기엔 무리일 것으로 판단을 하였습니다.
부리나케 텐트를 팔각정 정자 위로 옮겼습니다.
애당초 정자 위에 텐트를 치면, 폴대 고정이 어려울 것 같아서,
잔듸밭에 친 것 입니다.
다행히 바람이 세지않아 별 무리는 없었습니다.
팔각정 지붕이 비를 막아주어,
이제 한결 조용하게 빗소리를 즐길 수 있었고, 잠도 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밤을 빗 속에서 보내고 일어났습니다.
다감이의 완전무장(?)
3. 용문산
비가 오락가락합니다.
아침을 지어 먹는 동안에는 빗줄기가 멈추기도 합니다.
오늘 산행은 우중 산행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선 산행을 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장마비에다가, 태풍이 몰려 온다는 일기예보가 부담이 되었지만,
지리산에서의 우중 산행을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에 구간을 짧게 잡기로 합니다.
애당초 날씨가 궂지 않았다 해도,
다음 구간을 적당히 끊기가 곤란한 점이 있었습니다.
무좌골산(473.7봉)
그래서 평소의 반 구간 정도만 하기로 하고,
산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비가 조금 잦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작점고개의 들머리, 돌계단...
지금까지의 산행기는 늘 제가 써왔습니다.
함께한 다감이의 생각이 궁금할 때가 많았습니다.
물어보면 대답은 하지만,
그 속내까지 짐작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잠깐 임무교대를 해 볼까 합니다.
여기서 부터는, 다감이가 쓰는 산행기 입니다.
***
어젯밤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빗소리가 그렇게 무서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주는 든든한 다정님이 있어,
잠을 잘 수가 있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도 임무 교대...
갑자기 산행기를 쓰라하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요?
산행기 쓰는 일이 쉬운 줄로만 알았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런 빗 속에 산행하는 일이 달갑지 않답니다.
그러나 어떡합니까?
애당초 대간에 따라나선 건 순전히 저의 의지였던 걸요.
그랬는데, 비가 온다고, 산행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요.
갈현을 향해서...
지리산에서 비를 맞고 산행한 일이 생각이 납니다.
호우주의보가 내렸다고, 다들 내려간다고 하는데도...
기어이 가려고 하는 고집을 어떻게 막습니까?
저는 그냥 따라가기로 한 것입니다.
갈현
막상 이야기를 하자니, 많은 이야기들이 생각이 납니다.
처음엔 그저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 나서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대간을 걸어간 횟수가 늘어나면서,
생각도 관심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출발 전에 짐을 꾸리는 일도 거들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도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어렵지만... 지명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알바라는 용어도 제가 먼저 사용을 하곤 합니다.
용문산 정상
용문산은 정상석도 없습니다.
종이에 쓴 표지가 없다면 그냥 지나갈 것 같습니다.
어제 산행이 몹시 힘이 들었습니다.
옆에서 힘들어 하면, 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문득, 혼잣말로...
왜 하지...? 하는 말이 나왔나 봅니다.
왜 하냐고...?
그 대답을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선문답 같은 대답을 합니다 다정님이...
잘 모르겠습니다.
왜 우리가 이 길을, 이렇게 힘들게 걸어야 하는지...
용문산 정상의 헬기장
빗줄기가 세어집니다.
그러나 이미 비를 맞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우의 안에서 땀이 차서 불편한 것도, 이제는 견딜 만 합니다.
다정님은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 하고, 장소를 찾고 있는지,
자꾸, 저에게 배가 고프지 않은 지를 물어봅니다.
용문산 정산의 운무 뿐인 전경
보이는 것도 없는데, 사진을 찍는 것도 다정님의 특기(?)입니다.
나중에 보니, 산행기에 다 들여 놓았더군요.
용문산 기도원 갈림길
용문산을 내려서면서 부터, 점심을 먹을 장소를 찾았습니다.
비가 와서, 적당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않나 봅니다.
이 곳에서도 물을 구할 수 있나 봅니다.
식수 정보를 확인하는 일은 열심입니다.
임시로 천막을 치고 점심을 먹은 장소
결국은, 갈림길을 조금 지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다정님은 입고있던 판쵸를 벗어, 나무에 여기 저기를 묶습니다.
금방 천막이 쳐 지고, 비를 피하여 버너를 피웁니다.
이런 걸 보면 제 눈에는 참 신통방통입니다.
다른 분들도 대간 하시는 분은 다 이렇게 하시는 건가요?
국수봉 직전에 대간 길 왼편에 있는 작은 바위
대간을 걸어가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힘들게 걸어가지만, 머리 속에선 많은 생각을 하고,
주위의 작은 것들에도 시선이 가나 봅니다.
그냥 아무른 특징도 없는 바위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본 것 일까요?
얼굴의 형상이...
못생긴 얼굴이 보입니까?
눈을 지긋이 내려감고,
코가 짧은...
볼이 불룩한 얼굴이 보인다는데...
가지고 간 매직으로 수염을 하나 그려 넣어라고 했는데...
물이 젖어 매직이 쓰여지지 않습니다.
다음에 가시는 분이 매직으로 콧수염을 그려주세요.
다정님 콧수염으로...요.
국수봉 정상석 앞에서 셀프 샷
비가 많이 내리는데, 국수봉 정상석에서 증명사진을 찍어야 했습니다.
디순이에 물이 들어갈까 걱정인데도...
사진은 찍어야 하니...
여기서 황악바람님에께 전화를 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택배를 해 주신다니,
너무 고맙긴 한데, 미안한 마음이 생길 정도입니다.
683.5봉
국수봉 내려오는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한 모양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또 바위길이나 암릉이 나타날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그리 어려운 암릉은 아닙니다.
좀 가파른 돌길이라고 할까요.
683봉 지나 전망 트인 곳에서 바라본 앞쪽의 산들...
조금 더 가자, 갑자기 전망이 트이는 곳이 나타납니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전망이 나타난 곳입니다.
때 맞추어, 구름이 걷히워진 사이, 멀리 산들이 선명히 보입니다.
물어보니, 앞으로 보이는 동네가 큰재 있는 곳이고,
가야할 대간이며, 멀리 속리산 쪽이 아닐까 합니다.
같은 곳에서... 대간의 옆으로 있는 산들...
오늘 산행을 마쳐야 할 곳인 큰재가 바로 저기 내려다 보인다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새삼 힘이 더 생깁니다.
이렇게 반나절 정도만 하면, 큰 무리가 되지않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실제로 매번을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큰재를 내려서는 길...
산행을 하면서, 때때로 저를 찍었습니다.
특별한 봉우리나 바위가 아닌 곳에서,
그저 걸어가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오늘은 주인공을, 아니 모델을 바꾼 것입니다.
저렇게 걸어가고 있는 다정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니, 저를 찍는 마음이 이해가 되는 것도 같습니다.
걸어가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 저렇게 걸어가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요.
지금 다 말로 할 수 없는 많은 생각들을 하였을 것입니다.
왜 우리는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가 하는...
그런 철학적인 생각들도 있으며,
빨리 산행을 끝마치고 발을 닦고 싶다는 현실적인 생각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산악회도 있네요. 찾아가 볼까요? 수원이라는데...
저는 솔직히, 다정님에 비하면 반에 반도 안될 만큼, 생각이 적을 것입니다.
다정님이야 훨씬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겠지요.
가끔 저가 따라붙지 않고, 혼자 보내주었으면 어땧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아마 그랬다면, 훨씬 더 부담없이 대간을 진행하고,
하루에 더 많은 거리를 종주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가 잘 걸어준 것 같지만,
저 때문에 속도가 많이 주는 건 어쩔 수 없거든요.
큰재 날머리를 내려서는 다정...
마침내 날머리를 빠져나옵니다.
황악바람님이 기다리실까봐, 좀 빨리 온 셈인가 봅니다.
이제 오늘의 산행도 마무리가 됩니다.
이제 저의 임무도 마쳐야 겠습니다.
***
여기까지 다감이의 산행기 였습니다.
다음 구간 들머리... 오른쪽이 폐교
다음 구간 들머리도 쉽게 확인이 됩니다.
야영지로 폐교를 이용하려면,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정문이 닫혀있지만,
들머리에서 조금 진행하면 폐교의 담장 무너진 곳이 나타납니다.
폐교의 교실 안에서 야영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분수령 표지판
여기서 부터 금강과 낙동감 분수령 표지판이, 고개마다 계속 나타납니다.
황악바람님의 애마
잠시 후, 황악바람님이 오십니다.
생각보다 빨리 국수봉을 내려왔다고 하시네요.
우리가 너무 엄살을 부린 건가요?
황악바람님의 애마를 타고, 제 차가 있는 작점 고개로 돌아갑니다.
어제 오늘 이틀 간, 황악바람님의 깔끔한 택배 서비스 덕분에,
대간 종주를 쉽게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작점고개로 돌아오는 중에 바라보이는 용문산의 원경
작점고개에 도착해서,
아쉽지만 황악바람님과 작별을 합니다.
원래 이번 종주 계획은 3 일간 지기재나 신의터재 까지 하려고 했으나,
태풍과 장마비로 계획한 일정을 단축하기로 합니다.
이제, 부모님을 뵈러 내려갑니다.
올라 오는 길에 남은 구간을 마저 할 생각을 가져봅니다.
이틀 간의 대간 일정을 마감합니다.
다음 이야기를 또 들려드리로 약속을 합니다.
4. 종주 개요
1) 시간 일정
첫 날 : 궤방령-추풍령-작점고개
08:33 궤방령 들머리 산행 시작
(30분 휴식)
11:07 가성산
(40분 점심 식사)
12:19 장군봉
12:45 663 봉
13:16 눌의산
14:39 추풍령 표지석
(60분 식사 시간)
15:38 들머리 산행 시작
15:55 금산
16:40 502 봉
17:50 435.7 봉
18:08 사기점고개
18:50 난함산 임도
19:33 작점고개
( 총 소요 시간 11 시간)
둘째 날 : 작점고개-큰재
10:15 작점고개 들머리 산행 시작
10:45 무좌골산
11:12 갈현
12:35 용문산
13:17 용문산 기도원 갈림길
(50분 점심 식사 시간)
14:42 국수봉
15:15 683.5 봉
16:15 큰재
( 총 소요 시간 6 시간)
2) 식수 및 교통 정보
(1) 궤방령
고개마루에서 김천쪽으로 50 미터 지나 정자 있고,
그 곳에서 다시 30 여 미터 지나, 오른편 도시가스 건물 맞은편...
전신주에서 아래쪽으로 소로를 따라...
약 70 보 진행... 왼쪽에 약수터 있음.
(2) 추풍령
날머리 빠져나와 도로 건너고
다시 들머리 입구 포도밭 민가
수돗물 있음(친절하나 개가 시끄러움)
(3) 작점고개
팔각정 아래 급경사로 약 3분 내려가면 계곡물 있음.
너무 가팔라 위험하니,
도로 따라 인천 노인병원이 보이는쪽으로, 100 미터 내려가면 같은 계곡이 있음.
(4) 기도원 갈림길
용문산 내려서서 만나는 기도원 갈림길
(표언복 교수의 안내문 있음)
오른쪽으로 김천행 버스 종점 10분 거리
왼쪽 계곡으로 가면 물 있음(3-5분 정도?)
(5) 큰재
민가에서 수도...
낡은 시골집은 할머니가 귀찮아 함.
들머리 내려서서 처음 보이는 양옥집에서 구하실 것.
첫댓글 며칠 동안, okmountain.com의 서버 이전으로 사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이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