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4년 9월 27일
장 소 : 중산리->법계사->천왕봉->장터목->중산리
산행시간 : 4시간 34분
산행거리 : ?
"또 오데 간다꼬?.."
"뭐라고 지리산에....난 대체 이집에서 뭐꼬?"
"당신 원래 산에 가는거 싫어 한다 아이가"
"내 퍼떡 댕겨와서 일 다할깨"
새벽까지 소내이가 내리더만 아침에야 잠시 멎었다.
"도시락은?"
"아~싸~" 드뎌 O.K싸인 떨어진거여
"벤또 필요없는대 그래도 혹 모른깨 짐치하고 대충챙기라"
"그리고 오늘은 순두류쪽, 자연학습원 알쟤? 그쪽으로 해서 갈끼다"
"맘대로 하소, 언제 내말 들었나"
중산리가 가까워질수록 운무가 더욱더 짙어진다
급기야 관리공단직원에게 산행가능한지 확인.....'O.K'
운무때문에 코스변경
'가족과 함께 자연과 함께 행복한 추석연휴를...'
입구 전광판의 '글'이다. 가슴이 '뜨끔'하다
신발끈 동여매고 어머님의 품속으로 들어간다(8시 58분)
비온 뒤끝이라 길이 억수로 미끄럽다.
앞선 무수한 사람들의 발자국과
그 발자국이 그려 놓았을 수많은 애환들이
이길의 돌맹이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배여있다
노각나무, 합다리나무, 노린재나무, 물참대, 생강나무, 비목나무, 층층나무 ,물푸레나무.......
저마다의 가슴에 이름표를 달았다.
현철의 노래가 갑자기 떠오른다
'이름표를 붙여 내가슴에 ~~~~'
'학(?)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
다람쥐 한마리가 조릿대사이의 집(구멍)으로 느린걸음으로 들어간다
나를 산의 일부로 생각했는지 경계심도 없이.....
길옆 칼바구 형체도 진한 운무로 흐릿하게 보이고
빳빳하게 고개든 망바구 지나 진땀을 빼면
어느덧 산마루..
로타리 산장이다(10시10분)
지리의 생명수 한바가지로 속세의 찌든때 씻어내고.....
법계사 지나면서부터는 가끔씩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대단히 비탈지고 거칠어
거친 숨소리를 토해낸다..."헉" "헉".......
10시 36분. 개선문뒤 단풍나무에 울긋불긋 가을이 걸려있다.
한구비 돌아 반여동 이여사 야기처럼 빳빳하게 선 돌계단길을
한달음에 올라 정상도착(11시 1분).....2시간 3분 소요
수많은 등반객들의 한결같은 외침....
"와!!!"
"데낄이다!!!!"
한려해상공원의 수많은 섬들처럼 청정해역의 진면목을 보여주듯
하얀 파도의 물결위에 저마다의 모양새를 다툼한다
바람따라 춤추는 파도의 군무에 넋을 잃고, 객들 모두 환희에 빠져든다
추억을 가슴에 담느라 모두들 분주하다.
이제 하늘은 아리고 시리도록 파랗고 사막의 신기루처럼 어리어 더욱 더 장관이다.
저 하얀 파도위에 높게 돛달고 끝없는 항해를 하고싶다.
순간순간 중봉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지난 종주때의 그 많던 한많은 원혼(잠자리)들도 각자의 고향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옆지기와의 약속때문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11시25분)
통천문지나 제석봉, 장터목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은
이미 가을의 한가운데에 서있다.
산아래쪽은 아직도 여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두개의 계절이 공존하고 있다.
한적한 길을 찾아 장터목에서 법천골로 하산키로 결정(11시55분)
산희샘 지나 계곡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초행자도 길잃을 염려는 없다.
이름없는 크고 작은 폭포의 합창소리에 맟춰
콧노래 흥얼거리며 잰걸음으로......
갑자기 천지가 진동한다. 유암폭포다.(12시 35분)
물보라에 앙증맞은 무지개가 피어오르고.....
단란한 한가족과 인사.
"욕 봅니더, 애들이 먼데까지 왔내예?"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와 예?"
"학교에서 천왕봉에서 시진찍어오면 봉사점수 10점 준답니다."
"해수욕장 씨레기 줏는것 보다 나을낀대"
사진도 품앗이로 '찰깍'......
흠바위교 지나 맑다못해 비취색의 계곡에 잠시 발당구고...
(1시 32분)...총4시간 34분
중산리, 동데이(동당), 내대,곡점,신천,반천,하신,공저이(내공,외공)
강건너 국민핵조 소풍터 정각사 보이고 점동,국동.
어릴적 여름철의 수영장 장지보, 덕천서원이 있는 원리
세심정 앞 징검다리 건너면 내고향 천평,나락지미(상지),송하촌,
대원사물과 중산리물이 만나는 합소(양단수)
영원한 처사 남명선생의 시조엔 '두류산 양단수를 녜듣고 이제보니...'
5일장이 열리는 덕산(4일,9일이 장날),
왼쪽으로 대포, 삼장,내원, 유평,면세이(면상), 대원사,
홍계(동촌,중촌,상촌),밤머리재.....
양데이(양당),산천재와 남명묘소가 있는 구장터(사리), 마안데미(마근담),
이름도 예쁜 고마정마을, 자양보가 있는 중태,
뿔당골, 00교 신자들이 집단거주하는 노쫑골....
단성면 접어들면 덕(德)을 얻기전에 나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입덕문(入德門)의 소리당마을
태수,백운,옛옹기마을 구만,구촌, 칠정,금만(현),자실, 백곡..
길리, 참나무찜질방의 매화정, 웅석봉아래 단속사터의 입석, 운리, 청계.....
옛날 물레방아 돌던 운치있는 남사고가마을, 소남, 관정...
도평, 경호강건너 성철 큰스님생가 '겁외사'가 있는 묵실(묵곡)
목화 문익점의 배양, 성내, 신기, 강누.....
원지, 백마산아래 안봉, 수월,월성,
하정, 야정
다리건너면 굿땡구의 밤실(외율), 팔미, 오미.....
고향마을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쌀시장개방(UR)소식 때문인지 황금들판엔 농민들의 한숨과 수심이
어린것 같아 침울하기만 하다.
추석의 풍요로움보다 반만년동안 이어온 생명산업의
파산을 예감하는 우리내 부모님의 한탄이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것 같다.
'식량주권 확보를 위한 ㅇㅇ농민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파란 가을하늘아래 힘없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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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다음날.....
원조 육거리파(?)의 재결성을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 보았다...
첫댓글 원조 육거리파라면 혹시.......... 참말로 덕만이 아제 장가 잘가십니더. 부디부디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이소. 꼭 지겨볼겁니데. 그라고 천왕봉 안가봐도 비디옵니더. 산청 지리공부 고맙십니더. 언제한번 날잡아 종주한번 하심이 어떠하온지요
지리산 천왕봉! 아! 가슴이 저려옵니다. 또 거기를 갔단 말이가? 고생하셨수. 낼 또 뛰야 델낀데... 마라토너 덕만이 화이팅.낼도 열시미 열심히 잘 뛰세요.^^)
덕만님...지리산 산행...축하드립니다..혼자서 하셨나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